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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산사순례

[108산사순례 10] 영남의 3대사찰 선찰대본산 범어사에서 108배 기도로 10번 째 염주 알을 꿰다/사찰여행/부산여행/부산 가볼만한 곳

 

[108산사순례 10] 영남의 3대사찰 선찰대본산 범어사에서 108배 기도로 10번 째 염주 알을 꿰다/사찰여행/부산여행/부산 가볼만한 곳

 

선찰대본산 부산 범어사 대웅전.

 

[108산사순례 10] 영남의 3대사찰 선찰대본산 범어사에서 108배 기도로 10번 째 염주 알을 꿰다/사찰여행/부산여행/부산 가볼만한 곳

 

비를 맞고도 기풍 당당하게 서 있는, 저 소나무를 닮고 싶은 나

108산사순례기도로 떠나는 사찰이야기, 선찰대본산 범어사

 

희뿌연 물안개가 나뭇가지에 걸렸다. 나무에 걸린 안개구름은 물방울이 돼 땅 위로 떨어진다. 스쳐 지나가는 황량한 풍경은 봄을 재촉하고 있다. 물기를 촉촉이 품은 땅은 기나긴 겨울잠을 자는 만물을 깨울 것이다. 통도사, 해인사와 함께 '영남의 3대사찰'이라 불리는 부산 범어사로 가는, 지난 달 21일에 만난 풍경이다. 

 

 

선찰대본산 범어사. '선찰대본산'은 '마음의 근원을 궁구하는 수행도량'이라는 뜻으로, 구한말 성월스님이 이 절 주지로 있을 때 이름 지었고, 당대의 최고 고승 경허스님을 범어사 조실로 초빙했다고 한다. 범어사는 신라 문무왕 때(678년), 의상대사가 해동 화엄십찰 중 하나로 창건하였다. 화엄경의 이상향인 '맑고 청정하며 서로 돕고 이해하고 행복이 충만한 아름다운 삶'을 지상에 실현코자 건립된 사찰이다. 오래로는 원효대사로부터, 근세에는 만해 한용운 선사 등 고승들이 수행 정진하여 오면서, 한국의 명찰로서 역사적 의미를 지녀오고 있다. 2012년 11월 총림으로 지정된 이후, 우리나라 불교의 중심 '선찰대본산 금정총림'으로 자리매김해 오고 있다.

 

간간히 내리는 가랑비는 형형색색 우산을 펴게 한다. 많은 비가 내리지 않는 것이 다행이다. 오히려 봄비를 맞으며 걷는 길이 운치를 더해준다. 사찰여행에서 일주문은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이 문은 사찰로 들어가는 첫 번째 관문으로, 번뇌로 가득 찬 세속의 세계에서 진리로 가득한 부처님의 세계로 들어가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일주문은 양쪽으로 기둥 두 개가 지붕을 받치고 있는 형태에 반해, 범어사 일주문은 그 형식이 특별나다. 자연암반 위에 돌기둥 4개를 세워서 3칸의 문을 만들었다. 우리나라 사찰에서 유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자연과 조화된 빼어난 조형미를 자랑한다. 그래서 보물(제1461호)로 지정된 이유를 알 것만 같다. 범어사 일주문은 '조계문'이라 부르며, 다른 사찰과는 달리 전각에 거는 편액도 그 모양이 다르다. 왼쪽에는 '금정산범어사', 오른쪽에는 '선찰대본산'이라 편액을 달았고, 가운데는 '조계문'이라 작은 편액이 특이하다.

 

 

자연과 조화된 빼어난 조형미를 자랑하는, 범어사 일주문

 

일주문 격인 조계문과 사천왕이 지키는 천왕문을 지나, '진리는 둘이 아닌', 본당으로 가는 마지막 문인 불이문을 넘어서니 부처님의 세상이 한 눈에 들어온다. 넓은 절 마당을 올려다보는 높은 위치에 자리한 대웅전은 보는 것만으로도 불심이 생겨난다. 절 마당을 한 바퀴 돌면서, 무심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무심이란, 말 그대로 '마음이 없다'거나,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라는 뜻이리라. 법당 안에서 기도할 때도 역시, 그 어떤 마음도 일어나지 않는다. 나아가 그 무엇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도, 일어나지 않는다. 기도하는 자세가 잘 못 됐는지 나 자신이 궁금할 뿐이다.

 

 

앞마당을 한 바퀴 돌아 가운데 가파른 계단을 올라 사찰의 중심법당인 대웅전(보물 제434호)으로 가는 길은 마치 천상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계단입구 천진스러운 모습을 한 얼굴에 혓바닥을 날름거리는 천연덕스럽게 웃는 소맷돌 조각이 익살스럽다. 건물은 웅장하지도 화려해 보이지 않는다. 대신 은은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 이 건물은 정면과 측면 모두 3칸으로 맞배지붕을 한 다포형식의 집이다. 이 건물 좌우 기둥을 보니 왠지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받는데, 자세히 보니 일주문에서 보았던 건축양식이다. 건물의 전면 귀기둥에 배흘림 석주를 받친 것이 일주문과 동일한 특징을 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보제루도 양쪽 귀기둥이 대웅전과 일주문의 형식과 똑 같은 모양이다. 자세히 관찰하지 않거나 관심이 없다면 그냥 지나치기 쉽다.

 

 

불단에는 주존불인 석가여래를 비롯하여 좌협시인 미륵보살, 우협시인 제화갈라보살 등 삼존불(범어사 목조석가여래삼존좌상, 보물 제1526호)을 모시고 있다. 닫집과 불단의 조각이 정교하고 섬세하여 조선 중기 불교건축의 아름다움과 목조공예의 높은 예술성을 보여준다. 법당 가운데 후불벽에는 본존불인 석가영산회상도, 오른쪽 벽에는 동방 약사여래삼존도, 왼쪽 벽에는 서방 아미타삼존도를 벽화로 장식하였다. 이로서 불전 내부를 석가모니불, 약사여래불, 아미타불 등 삼세불의 세계로 표현하고 있는 범어사 대웅전이다. 그리 넓지 않은 법당 안은 불자들로 가득하다. 비좁은 틈을 타 삼배를 올리고 빠져나와야만 했다.

 

 

대웅전 우측으로 지장전과 팔상·독성·나한전이 자리하고 있다. 지장전은 1988년 화재로 다시 지은 건물로 정면 3칸 측면 3칸의 맞배지붕 건물이다. 그 왼쪽으로 있는 건물이 팔상독성나한전이다. 그런데 이 건물은 대웅전만큼이나 관심을 끌고 있다. 건물을 바라보는 쪽에서 왼쪽부터 차례로 팔상전, 독성전, 나한전 등 세 건물이 연이어 붙은 채 한 법당을 이루고 있다. 정면 7칸 측면 3칸이며, 좌우 팔상전과 나한전이 3칸이고, 가운데 독성전이 1칸으로 구성돼 있다. 독성전의 앞모양이 아취형의 형태를 한 것도 주목받고 있다. 건물의 특이한 점에 이끌려 한 동안 자리를 뜨지 못한 채 고건축 감상에 빠져 있었다.

 

 

범어사에서 관심 있게 지켜 볼 전각들, 대웅전과 팔상독성나한전

 

지난 해 우연히 접한 선묵혜자스님의 <108산사여행 기도순례> 여행 정보는, 그저 구경삼아 떠나는 사찰여행의 스타일을 바꿔 놓았다. 우리나라 사찰은 아름다운 고건축물과 많은 문화재로 여행자들이 많이 찾고 있는 명소에 속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아무런 정보나 지식 없이 사찰을 찾다보면, 겉만 훑어보고 기억에도 남는 것이 없는 부실한 여행이 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구경삼아 가볍게 떠나는 여행이지만, 여행지에서 얻을 수 있는 '그 무엇'이 있다면, 그것 또한 알찬 여행이 되지 않을까. 불교에 관심 있는 불자라면 더욱 그러하리라는 생각이다.

 

 

대웅전 좌측으로는 관음전이다. 정면 5칸 측면 3칸의 그저 수수한 건물이다. 추녀와 용마루를 장식한 망와(지붕의 마루 끝에 세우는 우뚝한 암막새)와 용의 꼬리가 특별나게 눈길을 끈다. 집에서 가져간 공양미를 불전에 올렸다. 정좌하고 천수경을 독송하고 108배를 올렸다. 이날이 열 번째 맞이하는 <108산사순례 기도여행>이지만, 기도하는 내내 아무런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다. 얼굴에 맺힌 한 방울의 땀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제서야 무심의 세계에 빠져 있는 나를 발견하고야 말았다. 반야심경을 외고 10번 째 염주 알을 꿸 수 있었다.

 

 

대웅전 마당을 벗어나 나오는 길에 만난 설법전 지붕 끝 치미가 웅장한 모습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치미는 목조건축에서 용마루 양 끝에 부착하는 장식기와로 그 건물의 위풍을 높이는 목적으로 사용돼 왔다. 치미의 기원은 여러 가지 견해가 있으나, 길상과 벽사의 상징으로, 상상의 새인 봉황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수리 꼬리 모양을 조각한 것이라 설명하는 이도 있다. 어쨌거나, 목조건축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장식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오락가락 내리는 비는 범어사에 두고 길을 나섰다. 입구 다리에 선 옷을 벗은 키 큰 소나무 한 그루. 소나무는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껍질을 벗겨 내고 붉은 속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마치 짐승이 '털갈이' 하는 모습으로. 이제 봄을 맞으면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기풍 당당했던 그 예전의 고고한 자태를 보여주리라. '사는 것이 고통이다'라는 불가의 언어가 나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지친 일상과 갈등 속에 살아가는 인간세계를 경험하고 있는 요즘이다. 옷을 벗은 채 봄비를 맞으면서도 당당한 저 소나무처럼, 나도 소나무가 되고 싶다.

 

 

『108산사순례 10

 

(1)양산 통도사 (2)합천 해인사(483.8km)(3)순천 송광사(367.8km)(4)경산 선본사 갓바위(448.4km) →  (5)완주 송광사(220. 2km) →  (6)김제 금산사(279.2km)  → (7)여수 향일암(183.4km)  → (8)여수 흥국사(192.3km) → (9)양산 내원사(100.3km) → (10)부산 범어사(내원사→ 범어사 31.0km → 집 95.6km)

 

☞ 총 누적거리 2,402.0km

 

 

[108산사순례 10] 영남의 3대사찰 선찰대본산 범어사에서 108배 기도로 10번 째 염주 알을 꿰다/사찰여행/부산여행/부산 가볼만한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