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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산사순례

[108산사순례 9] 양산 천성산 내원사에서 108배 기도로 9번 째 염주 알을 꿰다/사찰여행/양산 가볼만한 곳

 

[108산사순례 9] 양산 천성산 내원사에서 108배 기도로 9번 째 염주 알을 꿰다

/사찰여행/양산 가볼만한 곳

 

양산 천성산 내원사 선해일륜. 선방으로 출입이 금지돼 있다.

 

[108산사순례 9] 양산 천성산 내원사에서 108배 기도로 9번 째 염주 알을 꿰다

/사찰여행/양산 가볼만한 곳

 

35년의 잊혀 진 편린은 끝내 찾을 수가 없었다

긴 겨울을 보내러 떠나야만 했던 곳, 내원사

 

긴 겨울의 끝자락이 보일락 말락 하던 지난 달 21일. 35년 만에 찾아가는 양산 천성산 자락에 앉은 내원사로 가는 길은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친구들과 단풍놀이를 갔던 곳의 기억들이 되살아날까 궁금했다. 구겨지고 찢어진 종잇조각을 모아 새롭게 복원하는 일은 쉽지마는 않다. 그렇다고 전혀 복구되지 않을 정도로 훼손된 것도 아니다. 아주 깔끔하지는 않지만 종이 한 장이 만들어졌다. 당시로 돌아가 복원된 종이 위에 글을 써 본다.

 

 

절로 들어가는 길목은 굽이치는 계곡이 길게 뻗어 있었다. 주변 들녘에는 노랗게 익은 벼가 고개 숙여 있고, 그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풍요로웠다. 길옆으로 천막을 치고 장사하는 사람들과 무질서한 차량주차는 혼잡하기 그지없었다. 알고 보니 이곳이 알려진 사찰의 입구이자, 여가를 즐기는 유원지였기 때문이었다. 버스는 지금처럼 수시로 다니는 것도 아니어서, 걸어서 가고 오고했던 기억이다. 그 배경에는 물론 용돈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내원사 계곡. 내원사 입구 일주문이 있는 곳까지의 계곡은 하천으로 변했다는 느낌이다. 풍요로움을 주었던 들녘은 온데간데없고 비싼 땅으로 변신한 대지만 조성돼 있을 뿐이다. 그 땅 위에는 노랗게 익은 나락 대신, 말끔히 단장한 새 집이 군데군데 서 있다는 것. 계절이 달라서일까, 장사하는 천막과 무질서하게 버텨 서 있는 자동차는 보이지 않는다. 사찰 입구 매표소를 옆에 둔, '천성산 내원사' 일주문이 웅장하게 앞을 가로 막고 있다. 당시에는 일주문이 있었는지, 입장료를 내야만 사찰에 들어 갈 수 있었는지, 두 개의 찢어진 종잇조각은 더는 붙여지지를 않는다.

 

 

찢어진 종잇조각을 다시 붙이면서 찾은 기억들

 

내원사. 내원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5교구 통도사의 말사다. 양산 천성산 기슭에 자리하고 있으며, 1300여 년 전 신라 선덕여왕 때 원효성사가 창건한 절이다. 창건설화는 <송고송전>에 전해진다. 동래 척판암에 계셨던 원효성사께서는, 당나라 태화사에서 수도하던 천 명 대중이 뒷산이 무너져 위급한 사고를 당할 것을 미리 아셨다고 한다. '해동원효 척판구중(海東元曉 拓板救衆)'이라는 글귀가 판자에 써져 태화사 상공에 날아다녔다. 이 때, 대중이 공중에 뜬 판을 보고 놀라 일주문 밖으로 나온 순간, 산사태가 나서 절은 무너지고 대중은 위기를 모면했다고 한다. 이후 구출된 천 명은 성사를 찾았고, 같이 남쪽으로 내려오다 지금의 이곳에서 산신령이 마중 나와, "이 산에 천 명이 득도할 곳이니 청 컨데 이곳으로 들어와 머무소서"하니, 성사는 산신령이 이끄는 대로 오니 산신령은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에 산령각을 짓게 되었고, 지금에 이르고 있다.

 

 

완연한 봄이 아닌 탓일까. 계곡을 타고 흐르는 물소리가 을씨년스럽다. 잎이 떨어진 앙상한 나뭇가지는 쓸쓸함까지 더해준다. 태초의 인간과 자연의 모습이 어땠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일주문을 지나 내원사 입구까지는 몇 개의 다리를 지나야만 한다. 사찰에서 '다리'가 갖는 의미는 '부처님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뜻도 있다. 내원사 입구 마지막 다리는 '여의교(如意橋)'. 그런데 '여의교'라 새겨진 이름 앞에 다리를 지키는 수호신이 범상치 않다. 날카로운 발톱을 한 여의주를 입에 문, 용은 거북이 등을 타고 있는 형국이다. 거북이 등짝 위를 덮은 또 하나의 천 자락 같은 조각은 어떤 의미일까 궁금증만 낳게 한다.

 

 

그래도 찾을 수 없었던 기억의 편린

 

이른 아침에 들른 때문일까, 사진기 셔터 소리가 정적을 깰 정도로 절간이 조용하다. 절을 찾을 때마다 의례적으로 마시는 물 한 바가지도 공양하는 마음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비구스님이 계실 줄 알았는데, 비구니스님들의 수행처라는 내원사. 대웅전 격인 '선나원'에서 108배를 올렸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108산사순례기도> 여행의 일환이다. 선묵혜자 스님의 발자취를 따라 그 뒤를 잇는 여행이다. 마침 이곳에도 선묵혜자 스님이 다녀간 흔적을 볼 수 있다. 절 마당 한편에는 지난 해 7월 다녀간 기록이 남아있다.

 

 

평화의 불

 

해와 달이 다 하고

중생 업이 다 해도

불이의 진리

이 도량 밝게 비춘 평화의 불

남과 북이 하나 되길 서원하오며,

무명 번뇌 모두 태운 모든 중생들

평화, 열반 이루도록 발원하나이다

 

 

내원사는 다른 사찰과는 달리, 선나원(대웅전)을 제외하고 일반 불자들이 법당에서 기도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전각들이 몇 군데 자리하지만, 비구니 스님들의 수행처로 출입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절 마당 한편에는 보물 제1734호로 지정된 '내원사 청동금고' 모조품이 전시돼 있다. '금고'는 범종, 운판, 목어 등과 함께 사찰의 행사 때 쓰는 도구를 말한다. 금고는 징 모양을 하고 있으며 '양쪽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쇠북'이라는 뜻으로 이름 지어졌다. 진품은 통도사 성보 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두 시간여 내원사서 머물렀지만, 35년 전 기억은 더 이상 되살릴 수는 없었다. 지나가는 스님을 붙잡고 도움을 청했지만 신통한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끝내 기억의 편린들은 더 모을 수 없었던 내원사 <108산사순례> 기도여행. 그때는 대중화되지 않았던 인터넷을 통한 기록으로, 이제는 몇 백 년이 흘러도 잊히는 기억은 없을 것만 같다.

 

산 자락에 꼭 부처님을 닮은 바위가 서 있어 놀랍기만 하다.

 

『108산사순례 9

 

(1)양산 통도사 → (2)합천 해인사(483.8km) → (3)순천 송광사(367.8km) → (4)경산 선본사 갓바위(448.4km) →  (5)완주 송광사(220. 2km) →  (6)김제 금산사(279.2km)  → (7)여수 향일암(183.4km)  → (8)여수 흥국사(192.3km) → (9)양산 내원사(집  → 내원사, 100.3km)

 

☞ 총 누적거리 2,275.4km

 

 

[108산사순례 9] 양산 천성산 내원사에서 108배 기도로 9번 째 염주 알을 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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