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산사순례 11] 지리산 피아골 연곡사에서 108배로 11번 째 염주 알을 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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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피아골 연곡사 일주문.

 

[108산사순례 11] 지리산 피아골 연곡사에서 108배로 11번 째 염주 알을 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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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시대 탑과 비를 조각했던 사람은 양반이었을까

[108산사순례기도로 떠나는 사찰이야기] 지리산 피아골, 연곡사

 

어디서 나는 굉음일까. 지리산 깊은 산골짜기 피아골 그 어딘가에서 들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는 마치 거대한 폭포수가 떨어지는 것을 연상케 한다. 사방을 아무리 둘러봐도 그 소리의 진원지를 알 수가 없다. 21일. 집에서 서너 시간을 달려 피아골 연곡사에 도착한 시간은 정오 무렵. <108산사순례> 열한 번째 여행지, 지리산 연곡사에 도착하자마자 처음으로 들은 소리였다.

 

여느 사찰과는 달리 어딘지 모르게 휑한 느낌이다. 전각이 한 곳에 집중돼 있지 않고, 사방이 모두 확 트인 배경 탓 때문일까. 사찰의 첫 관문인 일주문을 오르니 그 모양새가 참으로 특이하다. 양 옆으로 난 기둥은 통나무를 그대로 썼고, 그 앞뒤로 돌 기둥위에 작은 기둥을 세워 지붕의 무게를 지탱하고 있다. 팔작지붕의 화려한 일주문은 건축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건물로 보인다.

 

 

연곡사. 대한불교조계종 제19교구 본사인 화엄사의 말사다. 544년(신라 진흥왕5) 연기조사가 창건했으며, 신라 말부터 고려 초까지 수선도량으로 유명했던 사찰이다. '연곡사'라는 이름은 연기조사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큰 연못에서 제비 한 마리가 날아가는 것을 보고, 그 자리에 법당을 세운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선도량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승탑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이 관심을 끈다. 국보로는 구례 연곡사 동 승탑(53호), 구례 연곡사 북 승탑(54호)이 있으며, 보물로는 구례 연곡사 삼층석탑(151호), 구례 연곡사 현각선사탑비(152호), 구례 연곡사 동 승탑비(153호), 구례 연곡사 소요대사탑(154호) 등이 있다.

 

 

활짝 핀 매화꽃과 벌과의 사랑이 한창이다. 아낙네들은 봄나물을 뜯기에 여념이 없다. 한적한 시골에 자리한 사찰은 고요함과 적막감에 휩싸여있다. 그래서일까, 북적이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대형 사찰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한 이곳이야말로 가슴이 시릴 정도로 느낌이 다르다. 진정한 '여유'란 무엇일까. 사람은 일상에서 크든, 작든, 어떤 일을 결정하고 그 결과는 우리의 삶에 반영되기 마련이다.

 

바쁜 시간, 너그럽지 못한 마음의 상태에서 내리는 결정은, 과연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를 생각한다면, 여유의 중요성을 잊어버릴 수는 없으리라. 절터 마당 한 곳에 쪼그려 앉아,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여유로운 삶'을 살아 왔는지 더듬어본다. 토해내는 기억은 별로라는 것. 이제부터라도 여유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다. 여유는 곧, 매사 '천천히' 생각하며 행동하는 것이리라.

 

 

한적한 사찰에서 가지는 여유로움이야말로 여행의 참 맛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보제루로 보이는 건물에는 현액이 걸려있지 않다. 이 건물은 누하진입 방식으로 대적광전을 맞이한다. 보제루를 지나 마당을 오르는 계단 좌우에는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드러낸 돌사자가 떡하니 버텨 앉은 모습이다. 절을 수호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연곡사의 주 법당은 대적광전. 이 법당은 연화장세계의 교주인 비로자나불을 모시고 있다. 대적광전에는 주로 선종의 영향을 받아, 주불인 '청정법신 비로자나불'을 중심으로, '원만보신 노사나불', '천백억화신 석가모니불'을 봉안하여 연화장세계를 상징한다. 그런데 좌우협시의 화불과 보관을 보니, 불상이 아닌 보살상으로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봉안하고 있다. 

 

 

연곡사는 국보와 보물이 많다. 대적광전 뒤 산자락에 자리한 곳으로 문화재공부에 나섰다. 처음으로 마주하는 것은 국보 제53호 '연곡사 동승탑'이다. 이 탑은 통일신라시대를 대표하는 스님의 사리탑이다. 문화재에 관한 문외한이라도 이 탑이 국보로 지정된 이유를 충분히 알 것만 같다. 정교하게 조각된 장식과 모양을 갖춘 탑의 화려함은 조각예술의 극치를 보여 주고도 남는다. 지붕돌은 목조건축의 지붕을 충실히 본떴다. 기왓골, 처마, 기와 등 각 부분의 장식이 매우 섬세하게 표현돼 있다.

 

지붕 아랫면에는 구름모양의 비천상도 조각돼 있다. 지붕마루 측면에는 풍탁을 걸었던 구멍이 있고, 그 윗부분에는 잡상을 얹었던 흔적도 있다. 탑의 상층부는 연꽃, 봉황, 보주 등으로 세밀한 장식을 마무리하였다. 실로, 조각예술이 뭔지, 그 진수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이 탑은 도선국사의 승탑이라 전해지고 있으며, 일제 때 동경대학으로 반출될 위기를 맞았으나 다행이도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동 승탑 옆으로는 보물 제153호인 '연곡사 동승탑비'가 있다.

 

국보 제53호 '연곡사 동승탑'.

 

자리를 옮겨 국보 제54호인 '연곡사 북승탑'을 만나러 가는 길. 산 위쪽으로 약 5분여 동안 계단 길을 숨 가쁘게 올랐다. 이 탑은 네모난 바닥 위에 세워진 8각형의 승탑이다. 전체적인 규모와 형태는 앞서 본 동승탑과 동일한 형태다. 기단은 3층이며 아래 받침돌은 2단으로 아래는 구름무늬를, 위는 두 겹으로 된 16잎의 연꽃무늬를 새겨 놓은 점이 특별나다.

 

받침돌 윗단에는 둥근 테를 두르고, 그 속에 불교의 낙원에 산다는 극락조인 가릉빈가를 돋을새김 해 놓은 것이 특징이다. 탑신의 몸돌 각 면에는 불법을 수호한다는 사천왕상을 꾸며 놓았다. 이 탑은 동승탑을 모방한 고려 초기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며, 도량 내에 현각선사탑비가 있는 것으로 보아 현각선사승탑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국보 제54호 '연곡사 북승탑'.

 

이제 내리막길로 접어들어 보물 제154호인 '연곡사 소요대사탑'을 보러 간다. 한 눈에 봐도 작가의 예술적 혼이 깃들어 있다. 기록으로 확실한 것은 이 탑은 1650년 건립됐고, 소요대사 태능이 주인이라는 것. 소요대사 태능은 서산대사 휴정의 제자로 임진왜란으로 불타버린 연곡사를 크게 중창한 스님이다. 아래쪽에는 보물 제152호인 '현각선사탑비'가 자리한다. 이 탑비 역시도 예술적인 감각에 더하여 웅장함마저 느끼게 한다.

 

탑비에는 한국전쟁 때 생긴 피탄 자국이 받침돌과 머릿돌 뒷부분에 아직도 선명히 남아 있다. 현재의 탑비는 귀부의 머리 부분과 몸통 부분이 조각난 것을 복원해 놓았다. 그 인근에는 구한말 의병으로 활약한 '의병장 고광순 순절비'가 서 있다. 연곡사를 한 바퀴 돌아 절 밖으로 나가는 길에 만난, 보물 제151호 '연곡사 삼층석탑'을 끝으로 문화재 공부는 여기서 끝을 맺었다.

 

보물 제152호 '연곡사 현각선사탑비'.

 

지리산 피아골, 스님 공양을 위했던 피밭과 빨치산의 역사가 깃든 곳

 

연곡사에 도착할 때 들었던, 원인을 알 수 없었던 그 소리는, 절 밖으로 나올 때 까지 멈추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소리일까 싶어 진원지를 찾고 싶었다. 앙상한 나뭇가지 숲 속 계곡으로 발길을 옮겼다. 가까이 갈수록 크게 들리는 정체모를 굉음. 그 굉음은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소리였다. 지리산 높은 골짜기를 타고 내려온 물은 힘에 겨웠는지 흰 거품을 내며 소리를 질러대는 모습이다.

 

바위와 바위 틈새를 돌고 짧고 긴 높이에서 떨어지면서 내는 물소리는, 사물놀이 풍물 소리처럼 시끄러운 것 같기도 하지만, 잘 들어보면 제각각 내는 물소리를 알 수 있는 신비함을 느낄 수 있다. 아이를 출산할 때 내는 산모의 고통 소리는 곧 축복의 소리가 아니던가. 자연도 새로운 계절을 잉태하고 출산하는 몸 부는 치는 소리는 내게 굉음으로 봄이 왔음을 알려주고 있다

 

 

피아골은 지리산 반야봉에서 연곡사에 이르는 계곡을 가리다. 한국전쟁 시 피아골을 품은 지리산은 빨치산과 군경간의 치열한 싸움터로 피아 상호 간 많은 피를 흘려, 피가 골짜기를 붉게 물들였다는데서 유래됐다고 짐작할 것 같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 피아골의 유래는 연곡사의 많은 승려들의 식량 확보를 위해 벼가 아닌 피를 심던 '피밭골'에서 '피아골'로 부르기 쉽게 바뀌었다고 한다.

 

연곡사 위에는 '직전마을'이 있는데, 한자로는, 피 '직()'자와 밭 '전(田)'자를 써 '직전(田)'이라는 이름도 같은 이유라는 것. 여기까지 왔는데 피아골이라 이름 붙여진 직전마을을 둘러보지 않고 갈 수는 없다. 약 1.5km 떨어진 마을을 찾았다. 스님들의 공양을 위해 농사지었다던 피밭이나, 피아의 전투가 치열했던 빨치산의 흔적은 찾아 볼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마을의 역사가 끊이지 않는 한, 두 가지 사실은 영원히 존재하리라는 믿음이다.

 

 

<108산사순례> 기도여행 11번 째 찾은 연곡사는 여러 점의 국보와 보물이 있어 훌륭한 문화역사 탐방지로 손색이 없다. 그럼에도 한 가지 진한 아쉬움으로 남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조각예술의 진수를 보여 준 탑과 비를 조각한 작가의 이름을 알 수 없다는 것. 또 하나는 당시 조각을 했던 사람은 서예나 미술을 했던 양반 계층은 아니었을 터. 조각가로서의 긍지를 가졌는지, 삶은 어떠했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모든 것을 잠시나마 내려놓고 이곳 연곡사에서 108배로 11번 째 염주 알을 꿸 수 있었다. 

 

『108산사순례 11

 

(1)양산 통도사 → (2)합천 해인사(483.8km) → (3)순천 송광사(367.8km) → (4)경산 선본사 갓바위(448.4km) →  (5)완주 송광사(220. 2km) →  (6)김제 금산사(279.2km)  → (7)여수 향일암(183.4km)  → (8)여수 흥국사(192.3km) → (9)양산 내원사(100.3km) → (10)부산 범어사(126.6km) → (11)구례 연곡사(집  → 연곡사, 156.8km)

 

☞ 총 누적거리 2,558.8km

 

 

[108산사순례 11] 지리산 피아골 연곡사에서 108배로 11번 째 염주 알을 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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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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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yahoe.tistory.com BlogIcon 금정산 2015.03.27 09: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봄향기 그득한 피아골 연곡사 구경잘하고 갑니다.

  2. Favicon of https://tokyo.innoya.com BlogIcon 이노(inno) 2015.03.27 09: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절밖으로 나올때까지 물소리가 들릴정도면 엄청나게 큰 소리였나봐요.
    힘차게 내려오는 물처럼 오늘도 힘차게 시작해봅니다

  3. Favicon of https://hansik07.tistory.com BlogIcon Hansik's Drink 2015.03.27 09: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떠나고 싶어지는 곳이네요 ^^
    덕분에 잘 보고 갑니다~

  4. Favicon of https://feeltone1.tistory.com BlogIcon 신선함! 2015.03.27 09: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녀갈게요 ㅎㅎ 좋은 오늘이 되셔요^^

  5. Favicon of https://gdlsg.tistory.com BlogIcon 도생 2015.03.27 11: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반적인 사리탑과는 다른, 장인의 정성이 담겨있는 아름다운 모습의 사리탑입니다.
    성불하세요^^

  6. Favicon of https://rnasatang.tistory.com BlogIcon 낮에도별 2015.03.27 13: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연곡사 전경 덕분에 잘 감상하고 갑니다~ ^^
    즐거운 금요일 되세요!

  7. Favicon of https://0572.tistory.com BlogIcon 『방쌤』 2015.03.27 14: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아골은 자주 갔었는데 연곡사는 처음 보는것 같아요
    조용하고 고즈넉한 산사의 풍경이 참 좋네요^^

  8. Favicon of https://su1624.tistory.com BlogIcon 도느로 2015.03.27 14: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인적으로 사람이 북적이지 않는 사찰을 좋아합니다.
    조용함속에서 저도 차분하게 뭔가를 사색할 수 있는 것 같아서 말이죠.
    연곡사...딱 제가 좋아하는 분위기입니다.
    열한번째 염주는 시간이 좀 걸렸네요 ^^

  9. Favicon of https://hym9981.tistory.com BlogIcon 마니7373 2015.03.27 16: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현대사에 아픔을 간직한 곳에 위치하고 있는 사찰이네요~
    사찰 규모에 비해 여러의미 있는 국보, 보물 등도 많네요.
    늘 사찰 순례 묵묵히 응원합니다^^

  10. Favicon of https://nimpopoyes.tistory.com BlogIcon 톡톡 정보 2015.03.27 22: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녀갑니다.
    편안한 마무리 되시고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11. Favicon of https://trier365.tistory.com BlogIcon 트라이어 2015.03.27 22: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날씨 풀리니 저도 놀러가고 싶네요. ^^

  12. Favicon of https://break-t.tistory.com BlogIcon 딸기향기 2015.03.28 00: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보고 갑니다 ~

  13. Favicon of http://bbs2014.tistory.com BlogIcon 뉴론♥ 2015.03.29 08: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불전함이라는 곳에 조금 돈도 넣긴 해야겠네염 즐건 주말되세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