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도

'천국의 계단'을 올라 천국을 찾아 떠나 보자

로마의 시스티나성당 천장에 그려져 있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라는 작품은 세계 최대의 벽화로 '최후의 심판'과 함께 미켈란젤로의 최대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작품으로 그 규격만으로도 544㎡(165평)이나 된다.

교황 율리우스 2세는 미켈란젤로에게 시스티나성당의 천장화를 그리도록 한다. 미켈란젤로는 4년 동안 작업 내용의 프로그램을 짜고 고통을 감내해 가며 일을 완성시킨다. 빛의 창조, 해와 달의 창조, 아담의 창조, 노아의 홍수로 이어지는 그림들은 혼자서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천장 밑에 세운 작업대에 앉아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천장에 물감을 칠해 나가는 고된 작업이었다.

그는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4년만인 1512년 이 대작을 완성한다. 이 그림은 누워서 그렸기 때문에 무릎에 고름이 생기고 떨어지는 물감으로 인하여 눈이 거의 안 보였을 정도였다고 하니 얼마나 힘든 작업이었는지 충분히 짐작이 가고 남는다.

▲ 아담과 이브가 살았음직한 천국의 섬, 외도.
ⓒ 거제시청 제공
우리나라에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라는 작품에 버금가는 자연예술 작품이 거제도에 있다. 이창호 회장(1934년 평안남도 순천생, 2003년 3월 작고)이 4년이 아닌 30년에 걸쳐 완성시킨 국내 최대의 자연예술 걸작품인 외도(外島). 전기, 전화는 물론 방파제 하나 없는 외딴섬인 황무지를 자연작품으로 승화시킨 곳이다. 미켈란젤로와 이 회장이 다른 점이 있다면 붓과 물감을 그린 것과 호미와 괭이로 그렸다는 점이 다르다.

이 회장은 1969년부터 당시 경남 거제군 일운면 와현리 산 109번지 등 4만4천여 평에 자연예술품을 만들겠다는 원대한 꿈으로 황무지인 돌섬에 천국의 그림 그리기에 착수한다. 이 자연그림은 30년만에 완성을 보게 되며 일반인들에게 공개된다.

외도선착장에 발을 딛으면서 천국으로 들어가는 아담한 하얀 출입문을 지난다. 이어서 양쪽 옆으로 우거진 열대림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되면서부터 천국 여행이 시작된다.

외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소로 불리는 비너스 가든은 원래 초등학교 분교운동장이 있던 자리를 그대로 살려 버킹검궁의 후정을 모티브로 설계한 것으로 지중해를 연상케 하는 건축물과 곳곳에 놓여진 비너스 상들, 그리고 동백나무 프레임이 매우 잘 어우러져, 어찌 보면 너무 인위적인 냄새가 나는 듯도 하다.

▲ 외도의 첫 관문인 아담한 하얀 출입문(왼쪽)과 비너스 가든(오른쪽)
ⓒ 외도보타니아 제공
하지만 분교운동장이 그대로 비너스 가든으로 바뀐 것이 의미하듯 섬 개발의 기본이 되는 전제조건은 자연을 이해하고 최소한의 훼손과 제한된 개발로 자연과 인공이 조화로움을 유지하도록 하는 데 맞추어져 있다고 하겠다. 잔잔한 클래식 선율 속에 바다 내음과 꽃향기에 취해 유럽의 왕이 거처하던 왕궁을 거닐던 모습을 연상하며 차분히 감상하는 것이 이곳 식물원의 관람 포인트라 하겠다.

천국의 계단을 올라 아래로 내려 보면 또 다른 외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다시 올라 왔던 길을 내려가다 보면 가이스카 향나무 숲이 보이고 그 옆으로 개발 전부터 우물이 있던 자리에 석별의 샘이 있어 지금도 약수를 마시며 잠시 쉬어 갈 수 있다.

여기서 조금 더 내려가면 선착장이 눈앞에 나타나며 해금강을 가장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는 바다전망대를 볼 수 있고, 외도의 개발과정과 관련한 여러 가지 자료들을 전시해 놓은 기념관을 관람하면 이 회장 부부의 숨은 혼을 볼 수 있을 것이다.

▲ 저 멀리 수평선에 홍도가 보인다.(왼쪽) 해금강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전망대(오른쪽)
ⓒ 외도보타니아 제공
▲ KBS 드라마 <겨울연가> 마지막 촬영장소인 이회장 부부 사택
ⓒ 외도보타니아 제공
이 회장 부부가 살던 사택은 KBS 드라마 '겨울연가'의 마지막 회 촬영장소로 널리 알려져 이 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의 기념사진 촬영장소로 사랑받고 있으며, 일본인 관광객들로부터 극찬을 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외도는 연간 90만명 내외의 국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이중 일본인 관광객은 10% 정도로 그 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지금 외도는 백년에 한 번 꽃을 피운다는 용설란이 우아함과 신비함을 관광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이 꽃을 보는 사람은 백년을 무병으로 산다는 믿기지 않는 이야기가 오래 전부터 전해 오고 있다. 천국에는 천사가 살고 있다고 했던가? 천사의 꽃도 활짝 피어 관광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외도를 대표하는 외도해상농원은 지난 9월부터 '환상의 식물원'이라는 뜻을 가진 외도 보타니아(OEDO-BOTANIA)로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고 한다.

▲ 천사의 꽃(왼쪽), 백년에 한번 꽃을 피운다는 용설란(오른쪽)
ⓒ 정도길

섬 여행, 그 진짜 맛은 유람선 타고 감상하는 것

해금강(海金剛). 해금강은 강이 아니다. 바다 위의 금강산을 뜻하는 것으로 그만큼 아름답다는 것. 해발 116m 3만7천여 평의 이 섬은 중국 진시황제 때 불로 장생초를 구하는 서불이 동남동녀 3천명과 함께 이 곳을 찾으면서 서불과차(徐巿過此)라는 글씨가 새겨질 정도로 약초가 많았다 하여 약초섬이라고도 불려 왔다. 그러나 이 글씨는 1958년 '사라'호 태풍으로 떨어져 나가 역사적인 현장을 볼 수 없다는 점이 정말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시 유람선을 타고 불로 장생초가 있었다던 우리나라 명승2호 해금강으로 떠나 보자.

▲ 바다 위의 금강산, 해금강(海金剛).
ⓒ 거제시청 제공
경상도의 투박한 사투리가 섞인 선장 아저씨의 만담 같은 설명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절로 웃음이 나고 재미가 더한다. 섬 여행, 그 진짜 맛은 유람선을 타고 부서지는 하얀 포말을 바라보며 감상하는 것. 바닷물은 원래 새파란데 두 손으로 떠 보면 맑고 투명하며, 파도를 가르는 배가 지나가면 하얀 색깔로 변하면서 포말이 일어나는데 참으로 신기하기만 하다.

유람선은 속도를 줄이면서 해금강 사자바위의 웅장한 모습에 바짝 다가선다. 사자를 닮아도 어찌 그렇게도 닮았을까? 자연의 신비를 실감케 하는 모습이다. 해금강 본 섬과 사자바위 사이에 떠오르는 일출사진은 국내 최고의 사진작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고,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이 곳을 찾고 있다.

해금강 일출광경을 필름에 담거나 그 웅장한 모습을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싶다면 매년 10월 1일부터 10월 30일까지, 그리고 12월 25일부터 다음해 1월 10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해금강 마을 바닷가를 찾으면 된다. 전국 명소의 일출 광경을 흔하게 볼 수 있지만, 해금강 일출은 전국의 그 어느 곳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확실히 다른 느낌을 줄 것이다.

여름날 아스팔트 위로 태양의 뜨거운 열기가 눈에 보이듯, 용광로에서 이글거리며 붉게 타오르는 그 뜨거운 열기를 느끼고, 직접 보고 싶다면 해금강으로 오시라. 너무나도 가까운 거리에서 순식간에 떠오르는 태양의 그 열기를 직접 느낄 것이며, 손으로 잡을 것만 같은 기분을 느낄 것이다.

▲ 해금강 사자바위 일출, 오른쪽 바위 꼭대기의 천년송
ⓒ 거제시청 제공
해금강은 외롭지 않다. 태풍이 휘몰아치고 암흑천지로 변하여도 일년 내내 곁에서 지켜주는 사자바위가 있고, 촛대바위, 신랑신부, 성모마리아, 미륵바위 등 친구들이 많기 때문이다. 십자동굴을 깊숙이 들어간 유람선은 천상의 바위 끝에서 떨어지는 신비의 샘물을 관광객들에게 한 방울씩 똑똑 선사한다.

▲ 운무에 휩싸인 해금강(왼쪽), 촛대바위(오른쪽)
ⓒ 거제시청 제공
이 신비의 샘물을 입안으로 바로 받아 삼키면 자신이 제일로 원하는 그 무엇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그러고 보면 거제도는 가는 곳마다 오래 살고, 원하는 그 무엇이 있는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섬이 아닐까? 깊어만 가는 가을날, 푸른 바다를 가르며 백년을 무병장수하고 그 무엇을 얻을 수 있는 신비의 섬으로 가자. 거제도여 기다려 주오. 

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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