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여행]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했을까, 사람에게 위협을 주지 않는 영월 법흥사 적멸보궁에 만난 개 '보리'
/서당 개 3년이면 풍월도 읊는다라는 사자성어(당구풍월)/영월여행코스/영월 가볼만한 곳/영월 법흥사 개/108산사순례
영월 법흥사 적멸보궁에서 만난 보리.
<108산사순례> 44번째 여행을 끝으로 1년이 넘도록 집을 떠나지 못했다. 게을러서였는지, 핑계거리가 있었는지, 불자로서 수행은 엉망이 돼 버렸다. 그래서 개나리봇짐(괴나리봇짐) 하나 걸쳐 매고 길을 떠났다.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5대 적멸보궁 중 하나인 강원도 정선 정암사와 영월 법흥사를 거쳐 4대 관음기도 도량인 서해 최북단 강화군 석모도 보문사로 부처님을 뵈러 떠난다. 기억나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기록을 남긴다. 나만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다. -8-
'당구풍월(堂狗風月)'.
"서당개 3년이면 풍월도 읊는다"라는 사자성어는, "어떤 일을 오랫동안 하면 그 분야에 전문가가 된다"는 의미로 쓰입니다.
처음에는 서툰 일도 오래 하다보면 몸에 익숙해져 잘 해 낼 수 있는 것이지요.
어쩌면 사람은 '당구풍월'과 같은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108산사순례>로 찾은 영월 법흥사 적멸보궁.
절 마당에 이르니 저 멀리 등치가 큰 개 한 마리가 눈에 들어옵니다.
개가 무섭지 않은지 개 옆에는 아이가 서서 개를 쓰다듬고 만지면서 놀고 있습니다.
개는 나무로 만든 긴 의자에서, 세상에서 가장 편하게 누운 자세로 방문자를 이리저리 훑어봅니다.
개 얼굴로 봐서 그리 사납지는 않아 보이는데, 그래도 목줄을 해 놓은지라 안심하고 가까이에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가 개 껌을 던져줍니다.
개는 얼른 받아 입에 물고는 기분이 좋았는지 뒤로 고개를 젖히면서 묘한 표정을 짓습니다.
"아~~~ 으~~~으".
뭐, 이런 기분이 아닐까 추측을 해 봅니다.
재미있는 개 표정에 발길을 옮길 수 없어 바쁜 시간을 제법 보내야만 했습니다.
개와 잠시 시간을 보내고 돌아서면서 아이한테 개 이름이 뭔지 물었습니다.
"보리".
"응, 보리라고, 알았어".
"쌀, 보리 할 때, 그 보리 있잖아요. 그 보리예요".
"응, 그래?"
돌아서면서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더 이상 묻지도 않은 말을, 아이는 '보리'의 배경설명까지 덧붙이며 말합니다.
아이의 말에 정말로 '쌀, 보리' 할 때, 그 보리가 맞는지 궁금했습니다.
불교에서 '보리(
아이의 말을 믿어야할지, 말아야할지 잠깐 동안 의문을 가지다가 그냥 발길을 돌렸습니다.
뭐, 이름이 아이가 설명하는 그 보리면 어떻고, 내가 추측하는 불교에서의 보리면 어떻습니까?
간혹 뉴스를 통해 절에서 키우는 개와 관련한 뉴스를 듣곤 합니다.
"스님 옆에서 스님 따라 기도를 한다"든지, "스님을 따라 다니면서 스님을 보호한다"든지, "법당 앞에서 예불을 마칠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일어서지 않는다"라든지.
어쨌든 이 보리라는 녀석은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에 속하는 법흥사 적멸보궁에서 무엇을 하는지 싶습니다.
그래도 사람한테 위협을 주지 않고 친근하게 느껴지게 하는 것만으로도, 부처의 지혜를 얻었거나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합니다.
영월여행코스, 영월 가볼만한 곳인 영월 법흥사에 사는 '보리'라는 개는 풍월을 읊는 3년의 세월을 넘어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108산사순례>, 지혜를 얻는 길을 게을리 할 수 없습니다.
법흥사 적멸보궁을 들러, 2박 3일 여정 마지막 코스인 강화도 보문사로 떠납니다.
다음 회는 강화도 보문사를 찾아가는 이야기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