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부처님] 불 속에 핀 연꽃/무비스님/오늘의 법문
불 속에 핀 연꽃/무비스님
욕망 속에서 참선을 하는 것은 지견의 힘이다.
불 속에서 연꽃이 핀 것과 같아서 끝내 시들지 않는다.
재욕행선지견력 화중생련종불괴
在欲行禪知見力 火中生蓮終不塊
<증도가>
불교라고 하면 흔히 인간의 감정을 초월하고
세상만사에 무심한 나머지 목석과 같은 삶을
사는 선승을 흔히 떠올린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 불교를 공부하고
참선과 염불을 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와 같은 것도 불교적 삶의 일부이기는 하다.
그러나 끝까지 그러한 마음 상태에
머물러 있으면 그것은 천연외도(天然外道)이다.
또한 자신만을 위한 소극적인 열반을 추구하여
산중에 들어가 끝까지 세상을 외면한 채
밖으로 나오지 않고 사는 것은 불법에 붙어사는
외도, 즉 부불법외도(附佛法外道)다.
이러한 것들은 이상적인 수행자의 길은 결코 아니다.
이상적인 수행자라면
마음속에 의욕이 넘치고 생기가 떨떨하고
꿈이 높고 욕망이 들끓어야 한다.
그런 마음이 있어야 큰 도를 이룰 수 있다.
그와 같은 의욕이 넘치는 속에서
그 힘으로 참선하고, 기도하고, 간경하고,
주력을 해야 무엇인가가 터진다.
상상하지도 못하던 불가사의한 경계가 일어난다.
마치 불 속에서 고운 연꽃이 피는 것과 같아서
끝내 시들지 않는다.
‘연꽃이 어떻게 불 속에서 필 수 있는가’라는
의문과 같다.
불 속에서 연꽃이 피는 것도 가능하고,
중생이 부처가 되는 것도 가능하다.
한 생각을 돌이켜서 눈을 뜨고 보면
중생이 그대로 부처며, 불꽃이 그대로 연꽃이다.
이것이 곧 지견의 힘이며 인목의 힘이다.
영가 현각(665~713) 스님은 <증도가>에서
“욕망 속에서 참선을 행하는 것은 지견의 힘이다”라고 하셨다.
그리고 <불설정업장경>이라는 경전에 나오는
과거 먼 옛날의 사례를 들고 있다.
옛날 중향 세계에 무구정광 부처님이 계시던 때에
용시라는 젊은 비구가 있었다.
그는 수행에 열중하였으나 어쩌다가 잘못하여
출가인의 금기사항인 음행을 행하고 살인까지 하게 되었다.
죄책감에 사로잡혀 번민 속에서 헤매던 용시 비구는
비국다라라는 보살을 찾아가서 참회를 구했다.
비국다라 보살은 자신의 신력으로
부처님을 나타내어 법문을 설하셨다.
“모든 법은 거울에 비친 영상과 같고,
물속에 비친 달그림자와 같다.
그런데도 마음이 미혹한 범부들은
실재하지도 않는 온갖 그림자들을 보고는
어리석음과 성냄과 애착을 일으킨다.“
이 법문을 듣고 불생불멸의 이치를 깨달은
용시 비구는 죄의 성품도 본래 텅 비어 없음을 알았다.
이로써 성불한 용시 비구는 보월여래가 되었다.
<선문염승>에는 유명한 이야기가 전한다.
옛날 어떤 노파가 한 암주를 20년 동안 공양하였다.
노파는 항상 딸을 시켜 스님에게 밥을 보내고 시봉하게 하였다.
어느 날 딸로 하여금 그 스님을 꼭 껴안고 물어보게 하였다.
“이럴 때 어떠합니까?”
암주가 말하기를, “마른 나무가 찬 바위에 의지하였으니
삼동에 따뜻한 기운이 하나도 없다.“
딸이 돌아와서 노파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니
노파는 “내가 20년 동안 겨우 속한(俗漢)에게 공양했구나”
하며 암자를 불질러버렸다.
연꽃이 불교의 사상을 잘 표현하는 꽃으로
인정을 받는 이유는 진흙탕 속에서 피어나기 때문이다.
진흙이 아니면 연꽃이 피어날 수 없듯,
인간적인 욕망이 없으면 견성도, 성불도,
지혜도, 자비도, 무르익을 수 없다.
욕망 속에서 참선을 하는 것이 진정 지견의 힘이다.
불 속에 핀 연꽃/무비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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