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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일기

[농사일기] 남이 하는 일은 쉬워 보인다는 것, 웅덩이에 빠진 관리기 작업기 농기계 사고 발생

웅덩이에 빠진 관리기(2020. 8. 31.)

 

"남이 하는 일은 쉬워 보인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 참 힘이 듭니다.

고난의 연속이요, 끊어지지 않는 고통의 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난을 이겨내고 고통을 참아가며 삶을 영위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참된 가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려움이 있으면 편한 날도 있을 테고, 고통이 있으면 행복도 있기 마련이니까요.

 

무슨 일이든 힘들지 않은 일은 없습니다.

집안을 정리하는 단순한 일이든, 높은 기술을 요하는 고난도의 일이든, 마찬가지로 힘이 듭니다.

또 육체적인 힘을 써야 하는 업종이든, 머리나 정신적인 에너지를 쏟아야만 하는 직종이든, 모두 마찬가지로 힘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농사일을 하다보면 힘든 일은 도처에 넘쳐납니다.

남이 하는 일은 쉬워 보이는데, 막상 자신이 직접 해 보면 뜻대로 되지 않거나,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남들 보기에는 수월해 보이는데 직접 해 보면 잘 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어제(1일), 김장배추 모종을 심으려고 텃밭을 갈았습니다.

올 봄 구입한 관리기로 밭을 갈아엎는데 여간 힘들지가 않습니다.

'힘든다'라는 의미는, 아직 기계를 다루는 법이 서툴고, 요령이 부족한 탓이 원인이기도 합니다.

힘으로만 되는 것도 아니고, 농기계와 적당한 힘을 배분하는 기술도 필요한데, 아직 그런 단계까지 다다르지 못한 이유도 있을 것입니다.

 

70여 평 밭을 갈아엎고 관리기를 보관 장소에 옮기는데 농기계사고가 발생한 것입니다.

하우스 뒤쪽엔 자연 발생적으로 땅에서 솟아나는 물이 고인 작은 웅덩이가 있는데, 그곳에 관리기가 빠져 버린 것입니다.

경사진 좁은 통로를 빠져 나가려다 관리기의 무게에 중심을 잃고 핸들을 놓쳐 사고가 난 것입니다.

시동이 걸린 상태로 빠진 관리기는 물에 들어가자 즉시 시동이 꺼지고 맙니다.

다급해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리저리 응급조치를 해 봤지만, 엄청난 무게의 관리기는 두 명으로서는 처리하기가 역부족입니다.

 

난감한 상황은 계속되고, 이러다 영영 농기계를 쓰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도움을 청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창원에서 귀농한 형님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관리기가 웅덩이 빠졌고, 형수님과 같이 오시라는, 다급한 요청을 한 것입니다.

형님 부부는 119처럼 빨리 도착했고, 농기계사고 현장을 보고 헛웃음만 짓는 것입니다.

나는 허리까지 차오른 물속에 들어가 힘을 썼고, 4명이 함께 힘을 합쳐 관리기를 웅덩이에서 탈출시키는데 성공을 한 것입니다.

 

관리기를 옮겨 놓고 시동을 거니 걸리지가 않습니다.

단단히 고장 난 게 아닌가 싶어 걱정이 태산 같았는데, 한 시간쯤 후 다시 시동을 거니 굉음을 내며 엔진은 정상으로 돌아갑니다.

안도의 한숨이 자동으로 나오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갑니다.

"농사도 힘들고, 농기계 다루기도, 참 힘이 드는구나."

 

어떤 사람은 "기계가 하는데 사람 힘이 뭐 필요하냐", "핸들만 잡고 조정만 하면 되지 않으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나 역시 귀농 후 농기계 작업 하는 것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 맘대로, 생각대로, 움직여주지를 않는 것이 농기계입니다.

농기계를 작동하고 관리하는 것, 힘으로만 될 일이 아닌 것을 깨달았습니다.

 

 

힘든 일을 마치고 맥주에 통닭을 시켜 먹었습니다.

맥주는 생맥주로 20~30대 젊은 시절 마셔 본 후, 아마 처음으로 마시지 않나 싶습니다.

맥주에 통닭, 통닭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 맥주가 먼저 생각나고 막힌 가슴을 뻥 뚫리게 하는 것만 같아 좋습니다.

일을 마치고 시원한 맥주로 하루를 마치는 밤입니다.

이날도 평온한 밤은 죽풍원에 가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