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 가다 - 1
  
▲ 싱가포르 도심 도시 속에 숲이 있는지, 숲 속에 도시가 있는지 모를 정도로 도시와 숲이 공존하는 도시국가 싱가포르
싱가포르

깨끗한 도시, 담배꽁초, 벌금, 태형, 그리고 고온과 습도하면 떠오르는 나라, 싱가포르. 싱가포르를 다녀 온 여행객들로부터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인천에서 하늘거리로 4,641㎞를 날아 밤중에 도착한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 여행 출발 전, 여름옷을 준비하라는 여행사 안내에 그저 그러려니 생각했는데, 막상 도착하니 실감이 난다. 에어컨이 가동되는 기내와 공항건물에서 벗어나 도심 밖으로 나오니 곧바로 땀이 난다. 습도가 높고 후덥지근하다. 사우나에서 냉·온탕을 하는 기분이다. 3일간 싱가포르 여행에서 냉·온탕을 왔다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숙소로 향하는 도심. 밤에 보는 거리지만 너무나 깨끗하고 정돈 돼 있는 모습이다. 고속도로 왕복차선을 가르는 중심에는 밀림 속에서나 볼 수 있는 키가 큰, 우거진 나무가 도로를 품고 있는 듯하다. 흉고직경 2~3m, 수관 폭 몇 십 미터는 족히 될 만한 웅장한 나무. '레인트리'라는 이름을 가진 나무다. 주변 고층 빌딩에서 새어나오는 불빛, 야간경관을 장식한 야경은 싱가포르라는 나라를 상징하는 주요 이미지. 환하게 비추는 불빛은, 아름다운 야경으로 여행객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법하다. 서울보다 조금 넓은 면적을 가진 도시, 그러나 도시 같지만 엄연한 국가다. 도시국가 싱가포르다. 

  
▲ 민속마을 말레이시아 조호바루주 마무디아 마을 모습
조호바루

한국보다 1시간 늦은 싱가포르. 시차로 인한 고생은 없었지만, 밤 11시 30분, 집을 나선지 13시간 반 만에 숙소에 도착했다. 갑자기 '집 떠나면 개고생이다'라는 광고 카피가 생각났다. 여행은 즐거움만 있는 것은 아닌 모양. 설렘과 흥분과 기대가 있는 반면, 고생이라는 선택을 포함해야만 행복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행 첫날, '고생'이라는 선택으로 잠은 빠르고, 깊게 들었고, 행복의 깊이는 더욱 깊은 곳으로 빠져들었다. 

좋은 점과 불편한 점이 함께하는 단체여행. 외국 문화와 지리에 별로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단체여행이 편할 것이고, 자유로운 시간에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를 찾는 사람은 개인 여행이 편할 것이다. 몇 번의 해외여행을 통하여 단체여행의 불편한 점을 많이 느꼈지만, 도리는 없었다.  

10월 13일 수요일 오전 6시. 창밖으로 보이는 세상은 전날 비가 내린 탓인지, 시야가 훤하다. 도심 빌딩과 숲이 깨끗하다.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하고 버스에 올랐다. 고행이 시작되었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 송수관 오토바이를 탄 근로자들이 국경을 넘어 싱가포르에 일하러 가는 모습. 뒤로는 말레이시아로부터 물을 수입하는 송수관이 보인다.
송수관

싱가포르와 북쪽으로 인접한 말레이시아 조호 바루(Johor Baru). 두 나라는 약 1㎞의 다리에 의해 연결돼 있다. 다리 하나 건너면 도착하는 10분 거리의 또 다른 나라. 당연히 출입국 심사를 해야 하지만, 비교적 쉽게 통과할 수 있다. 조호르 수로를 사이에 둔 조호 바루는 말레이시아 13개 주 가운데, 수도인 쿠알라룸푸르 다음으로 두 번째 큰 주다. 싱가포르 섬과 마주하고 있어, 말레이시아에 속하지만 실제로는 싱가포르의 배후지 역할을 하고 있다. 다리 옆으로는 직경이 큰 송수관이 보인다. 싱가포르는 물이 부족하여 많은 양의 물을 말레이시아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국경 주변으로는 길게 줄서 있는 오토바이와 자동차를 볼 수 있다. 한국과 달리 오토바이가 고속도로를 달리고, 차량 뒤칸에 사람들이 탄 화물차가 고속도로를 질주한다.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싱가포르에 일하러 가는 모습이다. 이들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싱가포르로 향한다. 

  
▲ 마을 공동묘지 마무디아 마을 공동묘지. 뒤로 보이는 작은 묘는 아이 무덤이다.
마무디아

  
▲ 조호바루주 주왕 무덤 조호바루주 주 왕 무덤앞에서 현지 가이드인 테레사와 함께 찍은 필자. 주 왕 무덤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오래 산다고 한다는데... 테레사는 5개 국어에 능통하며 유창한 한국말로 관광객을 안내하고 있다.
조호바루주

말레이시아 땅을 처음 밟은 곳은 마무디아(Mahmoodiah) 마을 공동묘지. 무덤이 참 특이하다. 무덤마다 두 개의 비석이 있는데, 머리와 발 위에 세워진 것이라고 한다. 각진 비석은 남자, 둥근 비석은 여자를 상징한다. 크기가 다른 작은 무덤이 보이는데, 아이 무덤이다. 장례도 보통 3일장이 아니라, 하루 안에 매장한다고 한다. 날씨가 덥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는 13개 주 가운데 9개 주에 왕이 있다. 국왕은 이들 왕 중에서 5년마다 통치자위원회에서 선출한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왕을 선출해 교체하는 나라가 바로 말레이시아다. 

공동묘지 옆으로는 궁전 같아 보이는 건물이 있다. 바로 조호바루주 주왕 무덤이다. 주 왕 무덤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오래 산다고 한다. 현지 가이드인 테레사와 한 장의 사진을 찍었다. 

  
▲ 민속춤 공연 마무디아 현지 주민이 디길 부트리라는 민속춤 공연을 하고 있다.
디길 부트리

  
▲ 앙크롱 연주 대나무로 만든 앙크롱이라는 악기를 연주하는 솜씨는 관람객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앙크롱

마을에는 민속공연을 하는 곳이 있다. 무대라고 할 것 없는 서너 평 남짓한 공간에 긴 의자 몇 개 갖춘 미니공연장이다. 말레이시아 전통 복장을 하고 디길 부트리(Dikir Puteri)라는 민속춤을 선보인다. 음악도 경쾌하고 흥겹다.  

같이 춤을 추자는 손짓에 무대에 올라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현지인과 손동작, 발동작이 다르다. 손과 발이 따로 논다. 그냥 흉내만으로 족하다. 보는 사람들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춤 공연이 끝나자, 앙크롱(Angklung)이라는 전통악기를 기가 막힐 정도로 연주했다. 대나무로 만든 대롱을 들고, 돌리고, 하면서 내는 소리에 애잔함이 잔뜩 묻어 있다. '아리랑'과 '사랑은 아무나 하나' 두 곡에 박수소리가 쏟아졌다. 감동이었다. 

  
아부 바카르 모스크
아부 바카르

온 몸에 땀이 흐르고 사우나를 하는 느낌으로 찾은 '아부 바카르' 모스크(이슬람교 사원). 서양식 신고전주의와 이슬람 건축양식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건물이다. 이 모스크는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우며, 언덕 아래로는 테브리우 해협이 있다. 그 너머로는 싱가포르  땅이다. 

안갯속에 희미하게 보이는 싱가포르, 국경을 넘어 왔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다. 2000여 명이 한꺼번에 의식을 행할 수 있는 이 모스크는 전략적인 이유로 이곳에 지어졌다고 한다. 조호르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술탄(왕, 정치적 지도자) '아부 바카르'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그가 타계한 지 몇 년 후인 1900년에 지어졌으며, 완공하는데 8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고 한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사이에 두고 있는 해협
해협

건물이 있는 마당 안으로 들어서면, 대칭형의 탑이 양쪽으로 보이고, 정육면체 중앙 건물은 보는 사람을 압도하게 만든다. 검은색 지붕과 흰색 벽의 색상이 대조적으로 눈길을 끈다.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을 데리고 관람을 하고 단체 기념 촬영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아부 바카르 모스크
아부 바카르

사원 관람 후 버스를 타고 말레이시아로 출국하기 위해 수속을 밟았다. 불과 몇 시간을 두고 타국을 왔다 갔다 바삐 움직여만 했다. 몇 번째 국외여행이지만, 출입국을 하면서, 느끼는 한 가지 생각은 공통적이다. 왠지 긴장된다는 점.  

실제로 필자가 아는 동료 한 사람은 아랍지역을 여행하면서, 여권사진이 희미하다는 이유로 약 보름이나 강제억류를 당해야만 했던 것. 여권을 심각하게 내려다보는 자세, 무표정한 얼굴, 여권사진과 여행객을 번갈아 살피는 눈, 그리고 별일 아니라는 듯 쾅 스탬프를 찍는 손. 짧게는 몇십 초, 길게는 몇 분의 시간이 왜 이리 길게 느껴지는지? 그래도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출입국은 아주 쉽게 느껴졌고, 그다지 어려움이 없었다. 

싱가포르로 다시 돌아와 점심은 스팀보트(stream boat : 야채·해물·고기·면 등을 담백한 육수에 살짝 데쳐 먹는 요리)로 배를 채웠다. 김치와 된장찌개가 생각났지만, 생각보다는 먹을 만했다.

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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