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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향거제도/거제 100경

옥포대첩기념공원과 칠천량해전공원을 둘러보는 역사기행/거제도 가볼만한 곳

 

승전의 기쁨과 패전의 아픔을 간직한 섬, 거제도

옥포대첩기념공원과 칠천량해전공원을 둘러보며

 

옥포대첩기념공원.

 

우리나라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을 꼽는다면 성웅 이순신이라는 데는 별다른 의견이 없지 않을까 싶다. 이순신은 임진왜란으로부터 나라를 구했고,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피하지 못할 전쟁이라면 승전은 필수적이다. 전투에 참가하는 군인의 사기를 높이고, 백성들을 혼란에 빠트리게 하지 않는 중요한 요소이기에. 하지만 전쟁에서 승전만 있는 것은 아닐 터. 어찌 보면 전쟁에서 패전도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지난 15일. 승전의 기쁨과 패전의 아픔을 함께 간직한 거제도에 있는 역사의 현장을 찾았다.

 

거제시 옥포동에 위치한 옥포대첩기념공원. 이곳은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 음력으로 5월 7일, 이순신이 왜군에 맞서 싸운 첫 해전을 승리로 이끈 역사의 현장을 기념한 곳이다. 지금은 세계 최고의 조선소인 대우조선해양이 자리하고 있지만, 기념탑이 서 있는 언덕배기에 오르면 420년 전 그 때의 기억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곳이기도 하다.

 

 

옥포대첩기념공원에 있는 높이 30m 기념탑.

 

임진왜란 초기, 왜군의 기세에 전함을 버리고 수군 1만을 해산시킨 경상우수사 원균은 전라․충청 지방에 이르는 해로의 목줄인 옥포의 중요성을 뒤늦게 깨닫는다. 그리고 전라좌수사 이순신에게 구원을 요청하게 되기에 이른다. 이순신은 판옥선 25척, 협선 15척, 포작선 46척을 이끌고 당포 앞바다에서 합세하였다. 원균은 이때 그가 거느리고 있던 70여 척의 전선을 모두 잃고 겨우 6척으로 합세하였다. 5월 7일 낮 12시경. 조선 함대는 옥포 포구에 정박하고 있던 적선 50여 척을 발견하고 맹렬한 포격을 가한다. 그 결과 아군은 큰 피해 없이 적선 26척을 격침하는 전과를 올리면서 임진왜란 첫 해전의 승리로 장식한다. 이어 이순신이 참전한 해전에서 23승 전승의 기록을 남기는 대기록을 역사를 쓰게 된다.

 

조선 수군의 첫 해전을 승리로 이끈 옥포만

 

옥포대첩기념공원에 있는 참배단.

 

늦은 봄이라 그런지 햇살이 따갑다. 평일이라 방문객은 그리 많지 않지만 역사기행에 빠진 여행자도 여럿 눈에 띈다. 109,398㎡(약 33,150평)의 넓은 부지는 넉넉함이 묻어난다. 옥포대첩의 역사를 알 수 있는 2층 규모의 기념관, 높이 30m에 이르는 기념탑, 참배단, 옥포만이 내려다보이는 옥포루 그리고 이순신의 영정을 모신 사당은 이 공원의 주요시설물로 꼭 둘러봐야 할 곳이다. 특히, 충(忠)자를 형상화한 참배단에는 이순신의 영정이 조각돼 있다. 그런데 참배단으로 가는 길목을 유심히 보면 계단이 점차 낮은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허리와 고개를 숙여 경건한 마음으로 참배단에 임해야 하는 의미가 숨어있다.

 

이순신의 첫 승첩지로 기록된 옥포만. 지금은 세계 최고의 조선소인 대우조선해양이 자리하고 있다.

 

널찍한 공원을 한 바퀴 도는 데만 해도 시간이 부족하다. 역사공부를 하려면 몇 시간 정도의 시간은 투자해야 하지 않겠는가. 좀 더 많은 역사공부를 원한다면 기념관에 배치된 문화관광해설사의 도움을 얻는 것도 알찬 여행이 되는 방법. 기념탑이 있는 언덕배기에 서서 옥포만을 내려다본다. 이내 420년 전 이순신이 지휘하는 전투장면이 머리에 떠오른다. 치열함이 넘쳐난다. 영화 ‘성웅 이순신’을 보지 않더라도, 이순신의 용감무쌍함을 떠올릴 수 있는 옥포대첩기념공원이다.

 

옥포대첩기념공원 사당에서 내려다 본 옥포만.

 

전쟁은 이길 수만 없지 않겠는가. 승전이 있다면 패전도 있는 법.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거치면서 거제도는 승전과 패전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임진왜란 기간 중 명나라와 화의교섭의 결렬로 1597년 1월 일본은 조선을 다시 침략하게 된다. 역사는 이 전쟁을 정유재란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칠천량해전공원. 옥포대첩기념공원에서 승용차로 약 20여 분 거리에 있는 거제도 섬 안의 섬인 칠천도에 자리하고 있다. 섬을 건너는 빨간색 다리가 운치 있는 풍경이다. 지난 2010년 2월 착공하여 오는 7월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 공원은 승전의 역사가 아니라, 패전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옥포대첩기념공원과 마찬가지로 언덕배기에 올라서면 좁고 긴 해안이 눈앞으로 펼쳐진다. 주변의 풍경을 보노라면, 당시 바다에서 벌어진, 쫓고 쫓기는 처절한 전투장면이 떠오르고도 남는다.

 

거제 칠천도에 자리한 칠천량해전공원전시관. 오는 7월 개관 예정으로 있다.

 

원균이 지휘한 칠천량해전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통하여 조선수군이 유일하게 패전한 해전으로 기록되고 있다. 일본은 임진란 시 바다를 제패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판단에 수군통제사인 이순신을 제거하려는 이간책을 꾸민다. 이와는 별도로 조정에서도 이순신을 하옥하고, 이순신에 이어 원균을 제2대 수군통제사로 임명하게 된다.

 

패전의 역사에서 교훈을 새길 수 있는 칠천량해전공원

 

칠천도 앞바다.

 

원균은 부산의 적 본진을 급습하려고 삼도 수군 160척을 이끌고 한산도를 출발하였다. 원균은 부산 근해에 이르렀을 때, 적들의 교란작전에 말려 고전을 면치 못한다. 7월 15일, 도도 등 일본 장수들은 거제도 북쪽으로 이동하고, 달밤을 이용해 수륙양면 기습작전을 펼친다. 다음날인 16일, 이에 당황한 원균과 여러 장수들은 응전했으나, 원균은 끝내 전사하고 전투는 패하게 된다. 원균은 이미 패전의 기미를 알아챘을까, 역사에는 이런 기록이 남아 있다.

 

칠천량 해전의 격전지 안내문.

 

“일이 이미 이 지경에 이르렀소. 하늘이 순리를 돕지 않으니 오늘의 계책으로는, 다만 한 마음으로 순국(殉國)하는 것이 있을 뿐이오.”

 

조정에서는 크게 놀라 백의종군을 하고 있던 이순신을 다시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하면서 수군을 수습하게 된다. 이후 조선 수군의 승전은 이어진다. 1598년 11월 19일, 이순신이 노량해전에서 순국할 때 까지는.

 

칠천도 앞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함을 유지한 채 평화롭기 그지없다. 칠천량해전공원전시관 앞마당에는 ‘평화의 바다’라는 조형물이 하나 서 있다.   

 

 

칠천량해전공원전시관 앞마당에 설치된 조형물인 '평화의 바다'.

 

“칠천도 언덕에서 평화롭게 바다를 바라보는 어린아이의 형상을 통해 과거 참혹한 전쟁 속에 왜적과 맞서 장렬하게 전사했던 조선 수군들을 추모하며 전쟁의 상흔을 치유하고 이 땅에 다시는 비극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어린아이를 평화의 메신저로 의미화 하여 미래에 대한 희망을 표현한 작품이다.”

 

공감이 가는 표현이다. 언덕배기에 서서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간절히 기원해 본다. 이 땅에 다시는 전쟁으로 인한 아픈 상처가 생기지 않기를.

 

칠천량해전공원 입구.

 

승전의 역사를 간직한 옥포대첩기념공원, 패전의 기록을 써야만 했던 칠천량해전공원. 이 두 공원에서 내려다보는 바다. 처절했던 전쟁으로 피로 얼룩졌던 그 때 붉은 그 바다는, 지금은 쪽빛바다로 변해 평화로움을 보여주고 있다. 이 두 공원에서 아이와 손잡고 역사기행에 빠져보는 것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다.

 

옥포대첩기념공원과 칠천량해전공원을 둘러보는 역사기행/거제도 가볼만한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