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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향거제도/거제 100경

청마의 고장 거제 둔덕골에 장관을 이룬 여름코스모스 꽃물결/거제도여행지

쉽게 볼 수 없는 여름코스모스 꽃물결, 장관을 이루다/거제도여행지

청마의 고장 거제 둔덕골, ‘청마꽃들’ 개장

 

좀처럼 보기 드문 여름코스모스 꽃밭.

 

전국은 장마기에 접어들었지만 비가 내리지 않는 이른바 마른장마가 계속되고 있다. 거제도는 오히려 불볕 같은 더위로 심신의 피로를 풀기 위한 온갖 지혜를 짜내는 실정이다. 이번 주가 지나면 그야말로 7월의 한 여름으로 들어서는 초입이다. 지난 24일. 때 아닌 코스모스가 온 들녘에 폈다는 소식을 듣고, 거제 둔덕골 방하마을을 찾았다. 거제 둔덕골은 청마 유치환의 생가가 있는 마을로, 주변에 청마기념관도 있다.

 

거제도 둔덕골에 좀처럼 보기 어려운 여름코스모스가 활짝 핀 모습으로 '청마꽃들'이 개장됐다.

 

뙤약볕은 금세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그럼에도 넓은 들녘에 울긋불긋 핀 코스모스가 바람결에 춤춘다. 흥이 절로 나는 풍경이다. 걸음걸이도 가볍고 마음도 상쾌하다. 뜨거운 여름 날, 가을에나 볼법한 코스모스를 본다는 게 신기할 뿐이다. 간혹, 봄이나 여름에 길가에 한두 그루 핀 코스모스는 보아왔지만, 이렇게 대단위 면적에 심겨진 코스모스를 본 적이 없기에 더욱 그런 느낌이다. 계절을 잊은 듯, 겨울에 피는 개나리와 벚꽃이 연상된다.

 

거제 둔덕골에 여름코스모스가 활짝 피었다.

 

양산을 든 중년 여성들이 꽃밭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아마도 18세 낭랑소녀를 꿈꾸는지 모를 일이다. ‘몸은 늙었지만 마음은 청춘’이라는 항변처럼 보인다. 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사람보다 꽃이 돋보일까봐 나는 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지 않는 편이다. 그럼에도 꽃밭에 서서 사진 한 장을 찍고 싶은 충동이 인다. 여름에 핀 코스모스 꽃밭이 분위기를 한층 돋우기 때문이다.

 

거제 둔덕골 '청마꽃들'에 여름코스모스가 활짝 피었습니다.

 

좀처럼 보기 드문 여름에 활짝 핀 코스모스 꽃.

 

태권도 복장을 한 꼬맹이들이 선생님과 소풍을 나왔다. 재잘거리는 소리와 아기자기한 몸짓은 동심의 세계로 빠지게 한다. 기념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니 흔쾌히 응한다. 찍은 사진을 보니 표정도 가지각색이다.

 

지난 6월 24일 거제도 둔덕골 '청마꽃들'에서 만난, 거제 혜종태권도예절관 원생들과 선생님.

 

코스모스가 핀 들녘 중간에는 곳곳에 원두막이 있다. 외국에서나 볼 만한 빨간 풍차도 한 대 서 있다. 코스모스 꽃밭과 잘 어울리는 풍경이다. 그늘삼아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의 잡담소리가 시끌벅적하다. 막걸리와 파전을 시켜 먹으면 ‘딱’이라는 생각이다. 실제로 농담 삼아 막걸리를 주문하며 그들만의 세상에 흠뻑 빠져 있는 여행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거제 둔덕골 '청마꽃들'에 선 풍차. 코스모스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거제섬꽃축제’와 함께 거제도를 대표하는 꽃 축제로 육성

 

논두렁을 도는 중, 코스모스 꽃밭을 조성한 관계자를 만났다. 거제시청 농업기술센터에 근무하는 옥경도 기술지원과장과 잠시 대화를 나눴다.

 

“여름철에 이렇게 대규모의 코스모스 꽃밭을 보기 어려운데요.”

“이곳은 청마 유치환의 생가가 있는 곳으로, 이 코스모스 들녘을 ‘청마꽃들’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농촌의 휴양적, 감상적 가치라 일컫는 농촌어메니티(Rural Amenities)를 활용한 경관조성사업의 일환이죠. 거제시에서는 새로운 다원적 농업가치를 통해 지역농촌 관광자원 개발과 농외소득원 개발확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실 코스모스는 가을을 대표하는 꽃인데, 여름에 이런 장관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이 꽃밭은 올해 처음으로 조성하였습니다. 지난 4월 상순, 15ha(4만 5천 평)의 면적에 종자 파종으로 꽃을 피웠고, 7월 1일까지 개장할 계획입니다. 이후 가을코스모스 씨를 뿌려 9월 말경, 청마문학제 개최 때 꽃을 피울 계획입니다. 그 다음 유채 씨를 파종, 이듬해 봄 유채축제를 열 예정으로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기존 개최하는 ‘거제섬꽃축제’와 함께 거제도의 대표축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청마꽃들 원두막에서 오손도손 이야기꽃을 피우는 여행자들.

 

부지런함이 몸에 밴 듯 검게 그을린 옥과장의 얼굴엔 자부심이 가득해 보였다. 대화를 마치고 돌아서는데, 한 마디를 덧붙인다. “청마꽃들 사업은 권민호 거제시장님이 아이디어를 낸 것”이라고.

 

‘청마꽃들’에 핀 코스모스 꽃밭이 평일이라 그런지, 소문이 많이 나지 않아서인지, 아직은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지 않고 있다. 아마 입소문이나 인터넷을 타고 금방 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들녘을 한 바퀴 돌아오는 끝자리엔 청마생가와 청마기념관이 자리해 있다.

 

기념관 앞에는 청마의 동상이 서 있고, 그의 시 ‘깃발’, ‘행복’, ‘거제도 둔덕골’ 등과 함께 출생에 관한 기록도 검은 돌에 새겨져 있다. 한 아내가 양산을 들고 청마의 동상에 햇볕을 가려주고, 아내의 남편이 기념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청마의 시처럼 ‘행복’이 느껴진다.

 

거제도 둔덕면 방하마을에 자리한 청마기념관. 빨간 우체통이 옛 추억을 되살려 주고 있다.

 

거제도 둔덕면 방하마을에 위치한 청마기념관 앞에는 청마의 동상이 서 있으며, 뒤로는 청마생가가 자리하고 있다.

 

‘청마꽃들’은 청마의 시, ‘거제도 둔덕골’에서, “산방산 비탈 알로 몇 백 두락 조약돌 박토를 지켜”의 시구처럼 산방산 아래 수려하고 정겨운 경관의 둔덕면 방하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청마의 또 다른 시 ‘춘신’에서, “작은 멧새 하나 찾아와 무심히 놀다가나니”의 내용처럼 자연과 하나 되는 편안한 우리네 꽃들을 모티브로 조성되어 졌다.

 

쉽게 볼 수 없는 여름코스모스 꽃이 온 들녘을 차지하고 있는 거제도 둔덕골. 올 여름 초, 청마의 시를 읽으며 코스모스 꽃밭을 거니는 추억을 만드는 것도 좋으리라.

 

 

 

 

 

쉽게 볼 수 없는 여름코스모스 꽃물결, 장관을 이루다/거제도여행지

청마의 고장 거제 둔덕골, ‘청마꽃들’ 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