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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사는이야기] 버스여행을 할 때 꼭 챙겨야 할 물건은?

 

[사는이야기] 버스여행을 할 때 꼭 챙겨야 할 물건은?

 

경남 산청 부근을 지나면서 보는 산 정상의 정자.

 

[사는이야기] 버스여행을 할 때 꼭 챙겨야 할 물건은?

 

버스여행을 할 때 꼭 챙겨야 할 물건은 무엇일까요?

 

12월 7일 일요일 오후 1시.

오랜만에 버스를 타고 여행을 떠납니다.

부산에서 전주로 가는 시외버스에 몸을 실은 시각은 버스가 출발하기 약 20분 전.

버스 안은 두 사람만 자리에 앉았을 뿐, 아직까지 빈자리가 많았습니다.

지정좌석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겨봅니다.

 

버스가 출발할 시간이 다가오자 사람들이 차에 오르면서 버스 안은 시끌벅적하면서 혼잡합니다.

제 자리(1인석) 옆으로 50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 두 명이 자리에 앉으면서 나의 고민은 시작하게 됩니다.

여자 일행을 배웅하는 한 여자는 큰 소리와 자지러지는 웃음소리로 버스 안을 시골장터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자리에 앉은 여자도, "고맙다", "다음에 보자"라며 맞장구를 치며 헤어짐에 대한 아쉬움을 토해내고 있습니다.

 

나는 속으로 "버스가 떠나면 소란은 멈추겠지"라며 위안을 삼았습니다.

잠시 후, 배웅하는 여자는 내리고 버스는 곧 출발을 합니다.

여자 세 명이 떠들어대는 '큰 소란'은 끝이 났지만, 두 명이 앉은 자리에서의 '작은 소란'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었습니다.

버스는 시내를 벗어나 고속도로로 접어드는 데도, 대화소리는 끝이 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조용히 좀 해 달라"고 몇 번이나 말을 하려다가, "곧 조용하겠지'라는 생각에 참기로 했습니다.

창밖 농촌 겨울풍경을 보며, 여자들의 소리를 애써 외면해 보려 마음을 먹어봅니다.

 

고속으로 달리는 버스의 엔진소리에 대화소리는 묻히는 듯합니다.

그런데, '웅웅'거리는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시끄러웠는지, 여자들의 목소리는 덩달아 커집니다.

나는 속으로 버스 엔진소리가 더 커지기를 바랐습니다.

여자들의 대화소리보다 엔진소리가 신경이 덜 쓰였기 때문입니다.

한참 동안 버스는 달렸고, 대화소리가 끊어졌음을 느꼈습니다.

이상하다 싶어서 고개를 돌려보니 두 명 모두 잠에 빠져 있었습니다.

 

 

부산에서 출발한지 한 시간이 조금 넘은 시간, 버스는 산청휴게소에 잠시 휴식을 취하러 들렀습니다.

진한 커피 한 잔으로 혼자만의 감회에 빠져봅니다.

잠시 뒤 버스는 다시 전주로 향하고 있습니다.

 

잠에서 깬 두 여자는 휴식을 취하고 버스가 떠나자 이내 다시 작은 대화의 시간을 가집니다.

일부러 들으려 하지 않아도 소곤거리는 소리는 제 귀를 파고들며 정신을 혼란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대화의 내용도 결코 칭찬할 만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남 얘기'가 대부분이고, 그것도 험담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누군가 먼저 나서 '좀 조용히 해 주세요'라고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나도 말을 못하는데 그런 바람은 사치였음을 알았습니다.

 

시끄러운 대화소리는 제 혼자만 예민한가 싶어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여자 두 명이 탄 앞뒤로 모두 젊은 사람들이었고, 모두 이어폰을 귀에 꽃은 채 눈을 감고 있는 것입니다.

갑자기 이 상황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왜, 사람들은 이어폰을 귀에 꽃은 채 음악을 듣거나, 다른 무슨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었을까요?

 

① 평소 버스여행을 하다 보니 지루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음악을 들으려 가지고 다닌다.

② 버스 안 사람들의 시끄러운 대화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가지고 다닌다.

 

아마도 크게 보면 이유는 위 두 가지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버스 안 이어폰을 낀 승객들을 보면서, 버스여행을 할 때 꼭 이것을 챙겨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버스는 달리고 달려, 경상도를 벗어나 전라도 땅을 지나고 있습니다.

전날 많이 내린 눈은 산과 들녘을 하얀 세상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평소 승용차로 다니다보면 운전에 신경 쓰느라 차창 밖 풍경을 감상하기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좌석의 높이도 낮아 바깥 풍경 전체를 보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그런데 버스여행은 좌석이 높아 아래로 훤히 내려다 볼 수 있는 것이 크게 좋다는 점입니다.

 

버스여행을 할 때 시끄러운 대화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이어폰을 꼭 준비하라!!!

 

산청휴게소에서 15분간의 휴식시간을 포함해 2시간 50분 만에 전주에 도착하였습니다.

여자들의 대화소리에 민감하고 지루했던 버스 안에서의 시간은 끝이 났습니다.

다시 버스여행을 할 때가 있을는지 모르지만, 버스여행을 하게 된다면 이어폰을 꼭 챙겨야만 되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 봅니다.

술집에서 각 테이블마다 떠드는 소리는 일방이 아니라, 쌍방으로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조용한 공간에서 한 곳에서 만드는 대화소리(소음)는 사람의 신경을 자극하고도 남을 것입니다.

한 쪽이 말하고 한 쪽이 듣는, 강의 장도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럴 것입니다.

 

요즘 심각한 층간소음 문제도 같은 맥락이라는 생각입니다.

층간소음도 쌍방이 아닌 일방적인 상황에서, 그 상태가 한 순간 지속될 때,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닐까요?

모처럼의 버스여행, 많은 것을 깨달은 시간이었습니다.

 

[사는이야기] 버스여행을 할 때 꼭 챙겨야 할 물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