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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법문

[나의 부처님] 마음의 경구, 금강경 중에서/혜조스님/오늘의 법문/금귀대장과 수조대장

 

[나의 부처님] 마음의 경구, 금강경 중에서/혜조스님/오늘의 법문


전남 해남 대흥사 일주문 앞 왼쪽에 선 장승, 금귀대장(사찰과 인간들에게 귀신의 침범을 막아주는 역할을 함).


[나의 부처님] 마음의 경구, 금강경 중에서/혜조스님/오늘의 법문

 

마음의 경구, 금강경 중에서/ 혜조스님

 

일체유위법(一切有爲法)

여몽환포영(如夢幻泡影)

여로역여전(如露亦如電)

응작여시관(應作如是觀)

 

인연으로 지어진 일체 모든 것은

꿈이나 환상과 같으며 물거품이나 그림자 같고

이슬방울이나 번갯불 같나니

응당 이같이 살펴야 하느니라.

 

<금강경> 중에서

 

옛날, 출가 전에 어머니를 따라 멋모르고 경전을 읽을 무렵만 해도, 불교는 허무주의적인 요소가 강하다고 생각했다.

즉, 재물을 비롯한 세상의 온갖 부귀영화가 한 순간의 물거품과 같다는 경전 말씀에서 그냥 아무런 감동도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는 우리 삶의 어떤 것으로도 쉽게 제어하기 어려운 질주하는 듯한, 욕망의 부추김과 번뇌를 단숨에 제압하는 지혜로운 가르침이라 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해 이렇게 모든 것이 허망하다는 공사상에서 활발한 창조의 이미지를 재발견하게 된 것은 유감스럽게도 불과 최근이었다.

언제까지나 젊음과 건강이 지속되리라고 믿지는 않았으나 그런대로 별 탈 없이 지내던 어느 날, 뜻밖에 암 진단을 받아 수술을 하게 됐다.

 

죽기 전 참마음을 찾아야겠다는 절박감으로, 친척은 물론이고 가까운 도반에게조차 알리지 않았다.

혼자서 거의 한 달간 입원생활을 하면서 참선을 했다.

그리고 매일 몇 페이지씩이라도 빠지지 않고 <금강경> <법화경>을 읽었다.

그러다가 문득 <금강경>을 읽으며 위의 게송에서 얼마나 많은 감동을 느꼈는지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누군가 보았으면 스님이 수술을 받고 아파서 아니면 자신의 신세가 한탄스러워서 우는 게라고 추측했을 것이다.

그러나 깊은 산속의 아무도 모르는 샘물처럼 내 마음속엔 벅찬 희망이 흘러 넘쳐 나고 있었던 것이다.

 

엊그제 대수술을 받은 상태라서 건강이 상당히 어려운 실정이었으나, 눈에 보이고 지각되는(인연으로 지어진) 모든 것이 흡사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아무런 실체가 없다는 사실이 그렇게도 감사할 수가 없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인연 따라 생겼다가 사라지지만, 변화하는 모든 사물의 본바탕이 고요하여 원래 나고 죽음이 없다는 <법화경>의 진리를 동시에 체험했던 것이다.

그러자 내면의 아주 깊은 곳에서부터 알 수 없는 어떤 자신감이 강하게 솟구쳐 나왔다.

이를테면 현재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괴롭기만 한 병고의 아픔도 인연 따라 잠시 그처럼 아프게 느껴지는 것일 뿐이지, 본질적으로 볼 때 실체로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었는지 모른다.

 

인생무상을 노래하며 온갖 부정적인 이미지만 가득했던 공사상에서 이토록 절대적인 긍정의 메시지를 발견하게 된 것은 그야말로 무한한 환희였다.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즐거움도 느끼고 괴로움도 느끼기 마련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누리는 기쁨의 감정이나 분노 또는 고통스러운 감정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그럴수록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라도 쉽사리 자기 생각에 속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게 되면 호사하고 번창할 때일수록 겸손해지고, 어려울 때일수록 당당하게 받아들이며 참회하는 용기를 통해서 얼마든지 인생을 새롭게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절망하는 순간이 닥치더라도, 그 고통보다 다 큰 서원을 세워서 멋지게 인생을 역전시켜 나가도록 스스로 노력해야겠다.

 

마음의 경구, 금강경 중에서/ 혜조스님


 전남 해남 대흥사 일주문 앞 오른쪽에 선 장승, 수조대장(사람들의 지극한 소원을 받아 제석천왕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함).


[나의 부처님] 마음의 경구, 금강경 중에서/혜조스님/오늘의 법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