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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삼치 잡이와 벌초 작업



5시. 이른 새벽이다. 노부부는 배에 몸을 싣는다. 매일 반복되는 일이지만, 싫어하는 내색이 없다. 속으로는 알 수 없는 일일테지만. 배는 부부에게 있어 생명과도 같은 존재. 돈을 벌게 해, 먹고, 자고 할 수 있었고, 자식을 공부시켜 훌륭한 사람으로 키울 수 있었기에. 그런 생명과도 같은 배다. 한 평생을 같이 한 배는 노부부를 태우고 먼 바다로 나간다.

삼치잡이 배

안개 낀 바다는 고요하다. 그러나 언제 바람이 불어 파도를 일게 할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큰 사고는 없었다고 해서, 항상 안심할 수 없는, 믿을 수 없는 바다다. 그래서 조심스럽고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출항을 준비중인 삼치 잡이 배

부부는 오늘 삼치라는 고기를 잡으러 나갔다. 삼치는 어떻게 잡는 것일까? 아주 오래전, 아는 사람의 배를 같이 타고 삼치 낚시를 한 경험이 있다. 어선 양쪽으로 긴 대나무를, 배 중심에 단단히 고정시키고, 대나무 끝에는 긴 낚시 줄을 바다에 내린다. 대나무 끝 낚시 줄에서 약 50센티미터 정도에 탄력있는 고무줄과 낚시 줄과 연결한다. 그리고 배는 바다로 누비기만 하면 된다.

삼치잡이 배들

삼치라는 고기는 먹이활동을 위해 제 보다 빠른 물고기를 따라 가서 낚아 채는 습성이 있다. 바닷물 속에 달린 봉돌 끝에 낚시를 꿰고 배는 전속으로 달린다. 삼치는 먹이인줄 알고 손살 같이 달려와 낚시를 물면, 바로 낚시 바늘에 낚여 버리는 것. 그러면 삼치가 낚였다는 것을 어떻게 알까? 그건 느슨한 고무줄이 탱탱하게 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는 것.

삼치잡이 배

노부부는 한 동안 삼치가 있을 만한 바다를 휘저어야만 했다. 6~7시간의 작업을 마치고 오전 11시가 넘어 항구로 돌아온다. 얼음을 채운 아이스박스에 삼치가 가득하다. 작은 것은 60센티미터에서 큰 것은 1미터가 넘는 것도 있다. 작은 것은 1만원 정도, 큰 것은 2만원 정도에서 거래된다. 요즘은 기름값이 많이 올라 수익도 예전보다 못하다는 게 어민들의 설명이다.

삼치를 잡고 항구로 돌아오는 배

부부는 오늘 23마리의 삼치를 낚았다. 싱싱한 삼치가 보기만 해도 군침을 돌게 한다. 삼치는 살이 무른 고기라 바다에서 건져 올려 냉동시키거나, 얼음을 채운 박스에 보관하지 않으면 금세 상한다. 육지 사람은 삼치를 회로 먹어 볼 기회가 별로 없을 것이다. 갯가 사람들은 여름철 삼치회를 제일로 친다. 두툼한 살맛이 죽여주기 때문에. 소스도 된장, 고추장이 아니라, 특별한 양념을 만들어야 제 맛이 난다. 간장에 고춧가루를 적당한 량을 넣어,  깨소금, 다진마늘, 땡추, 식초 그리고 참기름을 넣어 버무리면 끝. 살을 뜬 삼치를 양념에 찍어 한 입 가득 씹으면 죽여주는 맛, 삼치회다.

싱싱한 삼치를 들고 행복한 웃음 가득하다. 왼쪽이 2만원, 오른쪽이 1만원에 거래된다.

오는 27일, 형제들이 모여 벌초작업을 할 예정이다. 그제(21일) 삼치 2마리를 2만원에 사 포를 떠 냉동실에 보관하기 위해 엄마 집으로 갔다. 문이 잠겨 있어 혹시나 싶어 시장으로 가 보니, 역시나 삼치를 파는 할머니 옆에 앉아 있다. 내가 산 삼치보다 큰 삼치 2마리를 4만원에 샀다나? 나는 한 마리에 1만 원, 엄마는 2만 원 짜리다. 내가 짠가? 아무튼 이번 주말 벌초를 마치고, 삼치회를 맛볼 것만 같다. 벌초작업이 그래서 기다려 진다.

은빛이 감도는 싱싱한 삼치

장승포어촌계 사무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