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지에서 생긴 일


“여기 주변 어디에 병원 없어요?”

“...”


약간 기분이 나빠진 목소리의 그녀. 많이 아파 보이는 한 남자와 여자가 119 구급상황실로 찾아 든 건 지난달 30일. 거제도 학동흑진주몽돌해변이 있는 종합상황실이었다. 배를 움켜쥔 남자는 겉으로 보기에도 많이 아파보였다. 환자를 부축하고 같이 온 사람은 여동생으로 상황실 직원의 느린 응답에 약간 짜증이 나 있는 상태.


“어디가 많이 아프세요?”

“장염인지, 배가 많이 아파 그러는데 119 좀 빨리 불러주세요.”


비상 대기 중인 응급차는 때마침 다른 곳으로 출동 나갔고, 가까운 곳에 병원도 없는 터라 어쩔 수도 없는 마당이 돼 버린 상황. 환자는 배를 움켜쥐고 고통에 시달리는 상태가 잠깐이지만, 지속되는 상황에서 내가 끼어들었다.


“내가 병원까지 태워 드릴게요.”

“예, 감사합니다. 그래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잠시 동안. 주차장에 있는 차를 상황실 앞으로 대기시키는 몇 분 동안 환자와 보호자는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어디를 갔는지 찾아 헤맸으나, 알고 보니 인근에 있던 경찰차로 급히 후송을 시킨 것. 참으로 다행이다 싶어 다시 차를 주차하려고 이동하는데 이번에는 환자 부모가 나타나 상황실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병원으로 후송하였으니, 안심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어느 병원으로 갔어요? 어떻게 찾아 가야 됩니까?”


60 중반의 노부부는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궁금해 하는 상황이다. 택시를 타면 병원으로 갈 수 있다는 직원의 안내에 노부부는 불안 가득한 심정이다. 안절부절 하지 못하는 노부부의 걱정을 못 본채 할 수 없어 내가 또 다시 나섰다.


“어르신, 제가 병원까지 모셔다 드릴게요.”
“예~, 그래 주시면 정말 고맙네요.”


차는 출발하고 간단한 인사와 아들 걱정에 대한 이야기 몇 마디만 나누고는, 십 여분을 달리는 동안 아무 말이 없다. 어색한 분위기를 깨는 첫 마디는 약간 원망 섞인 말투.


“119 응급차가 항상 대기하지 않나요?”

“예, 대기하고 있죠. 근데 아까 급한 상황이 생겨 다른데 출동을 했습니다. 연락을 취했는데 엄청나게 차가 밀려 상황실까지 도착하려면 한 시간이 넘게 걸릴 거 같아 경찰차로 후송하게 됐습니다.”

“그래도... 그리고 보건소(보건지소를 말함)에는 직원이 근무를 하지 않나요?”

“예, 오늘 휴일이라... 그건 제 담당이 아니라 상세한 내용은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119가 응급환자 조치를 함께 하고 있으니... 잘 모르겠네요.”


여름철 피서객 안전을 위해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주요 피서지에는 종합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곳에는 소방, 경찰, 해경 그리고 행정(시청)이 합동 근무를 하고 있다. 이날도 나는 도로변 불법 주정차 단속을 위해 파견 근무를 하던 중 이런 상황이 다가온 것. 엄밀히 말해 응급환자 수송과 내 업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솔직히 말해 모른 척 할 수도 있는 터. 그런데 그게 내 성격 탓일까. 평소 성격 급하다고 소문난 나로서는 모른 채 할 수는 더더구나 없었다.


환자부모를 병원까지 모시고 가는 동안 공무원에 대한 원망 섞인 말에 나 역시 딱히 별로 기분은 좋지 않았던 것. 그냥 모른 채 하고, 내 일이 아니라고, 팽개쳤더라면 이런 말도 듣지 않았을 것인데 하는 생각이 머리를 맴돌았다. 그래도 어쩌랴. 내 성격이고, 이런 상황에서 국민 입장에서 공무원에 대해 원망을 한다면 어떻게 따지고 들겠는가.


이런저런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는 동안 23㎞를 달려 병원에 도착했다. 응급조치로 환자는 상태가 좋아졌고 큰 고통도 느끼지 않을 정도가 됐다는 의사의 말에 모두 걱정을 놓을 수 있었다. 십 여분을 위로하며 함께 한 시간을 끝내고 병원을 나섰다. 연신 고맙고 감사하다는 인사와 차비라도 받으라며 얼마의 돈을 건넸지만 받을 수는 없었다.


“공무원은 국가에 헌신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이날 같은 상황에서 몸이 아프면 119가 바로 달려오고, 상황실에 들리면 모든 것이 안전하게 처리 될 것이라는 기대는 국민 누구나가 가지고 있을 터. 민원인은 담당 직원의 말 한마디에 감사할 줄 알고, 때론 섭섭해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 실제는 달리 흘러가는 게 현실. 최근 서울 우면산 산사태 발생과 관련하여 산림청이 공무원에게 보낸 문자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공무원도 사람이다 보니 사고방식이나 행동이 때론 국민에게 비난 받을 일도 많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것을 잘 아는 상황에서 국민이 공무원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느낀 하루였다.

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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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성제 2011.08.05 01: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화자 화~~이~~팅 정말 좋은 기사주심에 감사드림니다.
    제가 오늘 경기도 어느 마을에 수해복구 지원을 갔습니다.
    차을타고 가는시간이 가는데-6:30분 돌아오느데 6:00걸렸습니다
    정말 가슴이 아퍘습니다. 어찌 이런일이

    • 죽풍 2011.08.05 08:41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말로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러게 말이죠, 오고가는 시간도 엄청난데 피해복구 도우신다고 고생 많았죠. 우리 모두 자연의 소중함을 알아야겠습니다. 자연은 인간에게 베풀기도 하지만, 인간에게 많은 교훈을 주기도 합니다. 자연과 인간이 서로 존중하고 공존하는 인간의 배려가 있어야 하리라는 생각입니다. 아무튼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