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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법문

[나의 부처님] 복주머니를 열지 않아야 더 큰 복을 받는다, 정락스님/오늘의 법문


[나의 부처님] 복주머니를 열지 않아야 더 큰 복을 받는다, 정락스님/오늘의 법문


범어사 대웅전.


복주머니를 열지 않아야 더 큰 복을 받는다/ 정락스님


불자들 중에 일이 잘 안되면, "내가 전생에 업이 두터워서 죄가 많다"고 하면서 업장을 소멸시키기 위해 빌고, 소원이 있을 때에도 이루게 해달라고 빕니다.

자기 과거에 지은 죄업을 소멸하려는데 속마음은 뭔가 이뤄달라는 욕심이 가득 들어있습니다.

그러니 참회가 되겠습니까?

업장 소멸이 안 됩니다.


손으로 눈을 가리면 앞이 안 보이듯이 소원이 있는데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업장 때문인지라, 참회를 해서 업장을 소멸하기 위해 비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빈다는 것은 마음을 비운다는 뜻이며, 참회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소원을 이루어달라는 마음이 앞서니까 업장이 소멸되지 않아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과거에 내가 잘못을 저질러서 그 업장이 내 소원을 이루지 못하게 하니까 소멸되게 해 주십시오' 하는 과정이 일반적으로 생략되기 때문입니다.


아들딸이 말 안 듣고 속 썩이면 "내가 무슨 전생에 죄가 많아서 저런 자식을 낳았나"라고 말은 하면서도 속으로는 미워하는 마음, 속상해 하는 마음이 앞섭니다.

전생의 죄를 참회하는 마음이 앞서지 않기 때문에 참회가 안 되고 소원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절에 와서 부처님께 공양 올리고 예경을 하고 복을 짓는다는 것이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은 복을 짓기도 전에 까먹을 연구부터 하는 것입니다.

알고 보면 소원이 이루어지는 것은 무엇을 까먹는 것입니다.

우리가 마음을 닦는 것은 안 되는 것을 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되든 안 되든 그 마음을 쉬기 위한 것입니다.


과거에 지은 업도 참회해서 없앨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애들이 잘못 했을 때 뉘우치면서 용서를 빌면 부모가 용서하잖아요.

그와 같이 잘못 한 것을 그대로 다 받는 것이 아니라 참회해서 소멸시킬 수 있듯이 복도 지어놓은 그대로 받는 게 아니라 잘못하면 까먹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자기가 오늘 이전에 복을 짓기 위해서 이렇게 살았다고 하면 아래쪽에 있던 것이 올라갔다는 것으로 복을 지은 것이고, 복을 까먹으면 다시 내려오는 것이 불교의 인과법칙입니다.

이 모든 것이 영원히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만일 고정되어 있다면 중생은 영원히 중생이어서 성불하지 못하고 자기가 지은 죄업은 도저히 소멸할 길이 없을 것 아닙니까?


부처님의 가피 중 가장 좋은 것은 명훈가피라고 하는데, 명은 드러나지 않는다는 뜻이고, 훈은 스며든다는 뜻입니다.

마치 향내가 옷에 스며들면 향을 치워도 향내가 나듯이 자기가 지은 복력이 그렇게 스며든다는 겁니다.

복을 까먹지 않으면 그 복의 힘이 자기의 삶 속에 스며들고 또 복 짓는 삶을 살게 됩니다.

그러니까 계속해서 복의 힘에 의해서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복이나 운이나 재수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꼭 아셔야 합니다.

아무리 복이 있고 운이 좋은 사람도 까먹는 짓을 하면 없어진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마음을 푹 쉬어버리면 업장도 소멸되고 복도 안 까먹고 살 수 있습니다.

마음을 쉬면 욕심이 없어지니까 복 까먹을 일도 없고, 자기 죄업을 참회해서 업장 소멸해서 제대로 되고, 죄업 짓지 않고 복을 지으면서 살게 됩니다.


복주머니를 열지 않아야 더 큰 복을 받는다/ 정락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