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옆 공터에 있는 감나무 두 그루. 감나무 아래 땅바닥엔 푸른 풋감이 떨어져 있다. 색깔이 노랗게 반쯤 익은 감 몇 개도 같이. 추석이 낼 모레다. 모를 일찍 심은 논은 벌써 수확을 마쳤고, 평년작인 논에도 벼가 고개를 숙여가고 있다. 땅 바닥에 떨어진 감을 보니 옛 추억이 떠오른다. 땅 바닥에 떨어진 익지 않은 저 감. 옛 어릴 적 같으면 남아 있을 리가 없다.
50 중반의 내 나이라면, 어릴 적 보릿고개를 다 겪었을 터. 어지간히 먹을 것도 없었고, 배는 더욱 고팠던 어린 시절. 지금 돌이켜 기억을 더듬어 보면, 어떻게 그 어려운 시절을 살아왔을까 싶다.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닐 형편이 안 되다 보니, 집으로 돌아오면 먹을 것도 당연히 없었다. 허기진 배를 채우는 방법은 산으로 들로 다니며 산딸기를 따먹고, 칡뿌리를 캐 먹었던 것이 전부.
운이 좋을라치면, 자연적으로 떨어지거나, 비바람에 떨어진 떫은 감을 생으로 먹는 것이었다. 그런데 떫은 감을 먹다 위와 장에 얹히게(체한다는 뜻) 되면, 이만저만 고생을 치루는 게 아니었다. 실제로 그런 경험도 많았다. 그때, 어른들이 가르쳐 준 비법이 있었다. 떫은 감을 논바닥 흙속에 묻어 놓고, 며칠 지나 꺼내 먹으면 떫은맛이 없어져 먹기에 편하다는 것.
보릿고개 시절. 쌀, 보리, 고구마 그리고 옥수수 등 먹을거리가 많이 없어 굶던 시절의 고달픈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으면 아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에이, 그러면 라면 끓여 먹었으면 되지."
이 철부지를 보고 웃어야 되나, 울어야 하나?
감나무 아래 땅바닥에 떨어진 저 떫은 푸른 감이, 내 옛 추억을 더듬어 내어 놓는다. 이 한 장의 사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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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생각 솔솔나게 하시는군요.
즐거운 하루되세요~
고향생각이 날때입니다. 추석도 며칠 남지 않았고, 들녘을 보니 가을을 느끼고, 옛 어릴 적 고향이 절로 생각납니다.
네 그러합니다 옛날엔 그리하였죠 하지만 시대가 변하여도
너무나 많이 변했습니다 추석밑에 교육 받으시느라 고생이 많으시겠으요
열공하시고 돌아오세요 무사귀한을 빌면서
추석이 며칠 남지 않았군요. 감사합니다.
예전 떨감을 물에 삭힌 삭감을 먹던 기억이 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정말, 어릴 적 시절 같았으면 저렇게 떨어진 감이 있을리 없겠지요. 옛 생각이 절로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