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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거제도

대숲 바람에 우는 울음소리, 진한 가을을 느끼다


대숲 바람에 우는 울음소리, 진한 가을을 느끼다.

대숲 바람에 우는 울음소리, 진한 가을을 느끼다

대나무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것 하나가 사군자 중 하나라는 것. 또 하나는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하는 시의 한 구절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 하나는 왜 속을 비우고도 그렇게 잘 자랄까 하는 것. 인터넷 백과사전에도 이런 의문은 줄을 잇는다. 뜬금없이 왜 대나무 이야기를 꺼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대숲 바람에 우는 울음소리, 진한 가을을 느끼다

우리나라에서 대나무 하면 빼 놓을 수가 없는 데가 죽제품으로 유명한 담양이 아닐까? 그런데 경남 거제에도 대나무 숲을 조성하여 새로운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해서 25일 이곳을 찾았다. 거가대교를 건너 장목 IC에서 5.7킬로미터 지점에 위치한 하청면 '숨소슬'이라는 이름을 가진 '거제맹종죽테마파크'. 이곳 하청은 거제에서도 대나무 숲으로도 유명한 곳.

대숲 바람에 우는 울음소리, 진한 가을을 느끼다

진한 푸른색이 가득한 울창한 대숲에 다다르자 푹신한 길이 여행자을 맞이한다. 때맞춰 부는 바람에 잎사귀가 춤을 춘다. 대숲 바람에 춤추는 잎사귀는 여행자의 혼을 빼 놓는다. 맑은 날씨인데도 저 깊은 대숲은 어두침침할 정도다. 그만큼 대나무가 빽빽이 서 있다는 것. 평평한 길을 지나 약간 언덕길로 접어들자 중간 중간 쉼터도 있다. 분위기에 맞게 대나무로 만든 의자다.

대숲 바람에 우는 울음소리, 진한 가을을 느끼다

잠시 쉬는 동안 대숲을 바라보니,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하는 시, <오우가>가 생각난다. 고산 윤선도가 56세 때 금쇄동에 은거할 무렵 지은 산중신곡의 한 소절. 이 시는 자연 중에서 물, 돌, 소나무, 대나무 그리고 달을 다섯 벗으로 삼아 자신의 자연애를 표현한 시조다.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누가 시키며 속은 어이 비어있는고
저렇고도 사철에 푸르니 나는 그를 좋아하노라

원문을 찾아보니 이렇다.

나모도 아닌 거시 플도 아닌 거시
곳기는 뉘 시기며 속은 어이 뷔연든다
더러코 사시예 프르니 그를 됴하 하노라

대숲 바람에 우는 울음소리, 진한 가을을 느끼다

발길을 옮겨 대숲을 따라 걷는다. 쭉쭉 뻗은 대나무와 달리 어떤 대나무는 허리가 굽어 있다. 마디도 여느 대나무와는 달리 간격이 좁다. 품종이 다른 것일까. 담쟁이 넝쿨이 대나무 허리를 감은 채 끝까지 오를 기세다. 생장을 멈추고 결실의 계절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듯 노랗게 물이 들었다. 들국화의 한 종류로 보이는 야생화가 곱게 펴 있다. 대나무와 국화, 4군자를 상징하는 것으로 가을에 잘 어울려 보인다.

거제 제일브랜드를 꿈꾸는 하청 '맹종죽테마파크'

대나무는 왜 속을 비우고 자랄까? 대나무는 성장 속도가 빠르다. 때문에 줄기의 벽을 이루는 조직은 상당히 빠르게 성장하지만, 속을 이루는 조직은 세포분열이 느리게 일어난다. 그래서 겉과 속이 다른 성장 속도로 속이 비게 된다는 것. 속을 비우면 그 만큼 힘도 강해지는 법. 대나무는 바람에 흔들리고 휘어질지언정, 결코 부러지는 법이 없다. 공사장에 비계용으로 쓰는 쇠 파이프도 대나무  속이 빈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것. 너무 강하면 부러지는 법. 사람도 대나무에서 배워야 할 점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대숲 바람에 우는 울음소리, 진한 가을을 느끼다

걷다보니 산 중턱까지 올라왔다. 높은 곳 대나무 숲에도 가을바람에 대숲이 소리 내며 울음을 울어댄다. 대 잎 사이로 보이는 푸른 하청만은 호수와 닮은 그림 같은 평화로운 풍경이다. 여기가 아니면 어떻게 이런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 곳 대숲 길은 여유로움을 가지고 뭔가 생각을 하게끔 해 준다. 인간은 자연에서 배우는 것도 많지만, 지조와 절개의 상징인 대나무는 예부터 선비의 사랑을 많이 받아왔다. 사계절 그 어느 때를 보더라도 그렇다. 봄철 죽순은 새로운 힘을 상징하고, 여름철 푸름은 더위를 잊게 하는 시원함 그 자체. 가을바람에 잎사귀 끼리 부딪치는 대숲바람은 꿈과 낭만을 노래하고, 푸른 잎사귀에 내린 겨울눈은 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 절개를 상징한다. 유난히 대나무를 좋아하는 나, 그래서 나를 상징하는 닉네임도 오죽하면 죽풍이라 지었을까.

대숲 바람에 우는 울음소리, 진한 가을을 느끼다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는 여행. 먹고, 마시고, 즐기며 노는 것도 좋다. 아니,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것이 여행의 목적이라는 생각이다. 여행지에서 복잡한 생각에 사로잡혀 휴식하러 왔는지, 고민하러 왔는지 해서는 아니 되겠지. 하지만, 이런 대숲 길에서 천천히 걸으며 사색에 잠기는 여행이야말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아닐까. 더 나아가 삶의 지혜를 배우는 뜻 깊은 여행이라는 생각이다. 특히, 물질만능주의의 사고를 쫒아가는 아이들이 있다면, 이런 곳에서의 가족여행은 커다란 깨우침으로 돌아오리라는 생각이다.

앞으로 이 공원은 여행자들을 위해 다양한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총 면적 10만 2154평방킬로미터의 우거진 대나수 숲을 만들고, 걷기 편한 숲길을 조성한다는 것. 천연의 맹종죽을 활용한 캐릭터와 이미 개발한 댓잎차, 댓잎환을 비롯하여, 장아찌, 일품메뉴, 즉석메뉴 등 식가공품도 개발 중이란다. 통합브랜드는 '숨소슬'로 지었으며, 품질확립을 위한 지리적 표시제 등록도 마친 상태.

대숲 바람에 우는 울음소리, 진한 가을을 느끼다

명품이나 브랜드는 하루아침이나, 일이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성공요인에는 반드시 특별한 그 무엇이 있기 마련. 거제에 하청 맹종죽이 들어온 것은 소남 신용우 선생이 1927년 일본에 갔다 오면서 3그루의 맹종죽을 가져와 심었던 것이 최초.

1980년대까지 높은 가격으로 일본으로 수출돼 효자노릇을 했으나, 이후 중국산에 밀리면서 한 때 주춤했던 것. 다시 재도약을 꿈꾸는 죽순의 본고장. 이곳 하청 '거제맹종죽테마파크' 공원. 거제 제일의 명품 브랜드를 만들어, 전국의 여행자들를 불러들일지 관심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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