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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고향함양/함양시론

[함양시론] 군내버스 요금체계, 이대로 좋은가/행복찾기프로젝트


[함양시론] 군내버스 요금체계, 이대로 좋은가/행복찾기프로젝트


함양군청.


"얼마 넣었어요."

"1300원요."


다그치듯 묻는 기사의 말이 의아스럽다. 버스요금이 1300원 인데 당연한 질문을 왜 하는지, 그 이유를 아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어서 "어디까지 가는데 1300원을..." 함과 동시, "함양읍내요"라고 하자, "300원 더 넣어요"라는 기사의 말에는 짜증과 화난 기운이 함께 섞여 있었다. 일단은 기사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에 나로서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기가 죽었다. 자리에 앉아 이 모습을 지켜보는 승객들은 나를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머리털이 섰고, 뒤통수가 뻐근하게 달아올랐다.


지난 해 11월, 함양으로 귀촌하여 버스를 처음으로 타는 날이었다. 전날 읍내에 차를 두고 온 탓에 다음 날 차를 가지러 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때 까지만 해도 시내버스 요금은 전국이 동일하다고 생각했다. 하기야, 지난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어느 후보가 시내버스 요금을 몰라 곤경에 빠진 적이 있었다. 서민들의 발인 버스요금을 모른다는 것은, 서민들의 삶을 모른다는 것과 동일한 이유에서였다. 내가 세상 물정을 몰랐거나, 순진했던 모양이다.


이 해프닝으로 전국의 버스요금이 동일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해 공평해야 할 공공요금이 지역에 따라 차등을 받는다는 현실을 알 수 있었다. 나아가, 농촌지역이 더 혜택을 받아야 함에도, 도시보다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문득 생각이 이는 것은, '거리에 따른 버스요금 문제'에 대해, 함양에 사는 각 주체들은 그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주민들은 합당하다 생각해서 아무 말이 없는지(이의나 건의를 했을지도 모르지만), 정치인은 지역주민의 나은 삶을 위해 고민을 해 봤는지, 언론은 비판의식으로 접근해 보았는지, 말이다.


도시의 대중교통요금은 거리에 상관없이 정액제가 일반적이다. 지하철의 경우 거리에 따라 1구간, 2구간으로 정하여 요금을 차등화하기도 한다. 버스의 경우 환승제도라는 것이 있는데, 30분 안에 목적지에 이르는 다른 버스로의 환승 경우, 추가요금을 내지 않고 이용할 수 있다. 도시에서는 이처럼 서민들의 발인 대중교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시책으로 버스회사와 시민들로부터 공감을 얻고 있다. 내가 살았던 도시에서도 버스요금 1300원이면, 도심과 농촌이 혼재한 시 구간을 한 시간을 넘게 누비고 다닐 수 있었다. 


버스요금 기본요금제로, 차액 보전 군 재정부담으로 해야


함양 군내버스 요금을 확인해 보니 지역별로 차등화 돼 있고 그 편차도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차이가 제일 큰 곳은 편도 5500원이며, 왕복 11000원이다. 군내버스를 이용하는 승객 대부분인 시골 노인들에게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차비를 제외하면 자장면 두 그릇을 사 먹을 수 있는 넉넉한 돈이다. 친구와 둘이서 읍내 구경하러 왔다가 자장면으로 외식도 할 형편이다. 정확한 통계자료에 접근할 수는 없지만, 시골 노인들이 쓰는 한 달 용돈에서 버스요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엄청 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함양군에서는 현 체제의 버스요금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군의회에서 '버스요금 단일화'에 대한 5분 자유발언이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이제 거리에 따른 버스요금 문제 해결에 모두 의견을 모아야 할 때다. 상대적인 개념일 수 있지만, 도시사람들은 문화생활을 즐기는 여유가 좀 있는 사람들로, 농촌사람들은 아직도 먹고 살기 힘든 궁핍한 사람들로, 인식되는 현실에서 이 문제를 더 오래 방치할 이유가 전혀 없다. 


90세가 다 돼 가는 어머니도 밭에서 키운 작물과 채소를 시장터에서 팔아 자식을 키웠다. 70세가 넘어 자식들이 다 컸음에도, 용돈벌이 하느라 대야를 이고 시장으로 옮기는 발길을 끊지 못했다. 어머니의 그런 모습이 안타까웠을까. 나는 가급적 마트에서 채소를 사지 않고, 노점 어머니들에게 구입하고 있다. 시골 5일장에 들르면 편히 쉴 나이에도 불편한 육신으로 경제활동에 매진하는 어머니들이 많다. 가슴 매어지는 장면에 외면할 수 없어 그냥 발길을 돌리기가 쉽지 않다. 


도시사람들도 기본 버스요금으로 목적지를 오가고 있다. 의료, 복지,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도시와 비교할 수 없는 어려운 현실세계인 농촌에 사는 것도 서러운데(?) 버스요금까지 차별 받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이 문제는 단순히 복지의 확대문제가 아닌, 공평성의 문제라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산골에 몇 가구만 살아도 전봇대를 설치하여 전기를 공급한다. 댐이 없어 물 값이 아무리 비싸더라도 타 지역 평균을 넘을 수 없는 수도요금이다. 전기요금도, 쓰레기 처리비용도, 마찬가지다. 함양군에서 시행하는 도로 확포장사업도, 하천정비사업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보다도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곳, 사람 중심의 행정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함양군 각 주체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절실한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