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행복찾기프로젝트

[행복찾기] 두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은 채 도심을 걷는 두 노신사/돌아가신 아버지, 윤회의 세상에서 두 손을 잡고 걷고 싶다/죽풍원의 행복찾기프로젝트


[행복찾기] 두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은 채 도심을 걷는 두 노신사

/돌아가신 아버지, 윤회의 세상에서 두 손을 잡고 걷고 싶다/죽풍원의 행복찾기프로젝트


아버지와 아들로 보이는 두 노신사가 손을 꼭 잡은 채 도심을 걷고 있다.


두 신사가 손을 잡고 도심을 걷는다.

보기 드문 낯선 광경에 한 동안 지켜 볼 수밖에 없었다.

마주 잡은 두 손은 잠시도 놓지 않은 채 꼭 잡고서 앞만 보고서.


두 사람 모두 양복을 입었다.

손을 잡고 한 걸음 앞서 나가는 신사는 일반 모자에 운동화를 신었다.

손을 잡힌 채 따라가는 사람은 영국 신사들이 쓰는 페도라 모자에 구두를 신었다.

특별히 다른 점이 있다면, 따라가는 사람은 지팡이를 짚고 걷는다는 것.


두 사람이 어떤 관계일까 궁금하다.

나이로 봐서는 두 사람 모두 70세 이상으로 보인다는 것.

앞서 나가는 사람은 70세 정도로, 따라가는 사람은 90세 이상으로 추측된다.

얼핏 보아 아버지와 아들 사이가 아닐까 싶다.

아버지와 아들이 손을 꼭 잡고 잠시도 놓지 않은 채 어디로 가는 것일까?

참으로 보기 좋고 부러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나에게 있어 아버지는 늘 어려웠다.

대화는 필요한 요점만 나누면 끝이 났다.

어릴 적부터 어른이 되어서까지 아버지는 엄한 아버지상으로만 존재해 왔다.

반대로 어머니에게는 이것저것 투정도 부렸고 쓸데없는 이야기도 나누었다.



노신사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을 보니 아버지 생각이 난다.

엄한 아버지로 짓눌린 나의 성격 탓일까, 아버지 생전에 크게 다툰 일이 있었다.

그때 기억은 지금도 스멀스멀 떠올라 나를 괴롭힌다.

나의 괴로움을 털기 위한 것인지, 아버지의 극락왕생을 비는 것인지, 지난 백중천도재에 지극정성 기도로 재를 올렸다.

진정어린 참회와 함께.


이제 나도 아버지가 돼 자식이 있는, 나의 아버지 그때의 상황이 돼 버렸다.

"세월은 멈추지 않는다"는 진실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대구 도심을 걷는,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에서 나는 나 자신에게 아픈 고백을 피할 수가 없다.

나도 아버지 생전에 다정하게 손을 잡고 길을 왜 걷지 못했던 것이었을까.


지나간 세월은 되돌릴 수 없고, 엎지르진 물은 주워 담을 수 없다.

이미 지나간 일을 어찌 되돌릴 수 있으랴.

하지만, 꽃은 피었다 지고 해가 바뀌어 다시 핀다.

그 꽃이 그 꽃은 아니지만 꽃은 꽃인 것을.


생전에 못다 한 아버지와 아들의 나들이.

불가에서 존재하는 윤회의 세상에서 아버지와 만나 다정하게 두 손을 잡고 걷고 싶다.

대구에서 만난 아버지와 아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