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행복찾기프로젝트

[행복찾기] 제사에 대한 소고/제사란 무엇인가/제사의 역사/제사는 누가 지내야 하는가/고려시대 윤회봉사/장남이 제사를 지내야 하는가/기제사는 몇 시에 지내야 하는가/천덕꾸러기 제사, 지..

[행복찾기] 제사에 대한 소고/제사란 무엇인가/제사의 역사

/제사는 누가 지내야 하는가/고려시대 윤회봉사/장남이 제사를 지내야 하는가/기제사는 몇 시에 지내야 하는가/천덕꾸러기 제사, 지혜롭게 지내는 방법


사진은 성균관 전례연구위원회에서 가져 왔음.


곧, 추석이다. 축하하고, 축하받아야 할 추석이 종손 가문 서자취급이고, 화물차 짐짝 취급을 받는 세상에 살고 있다. 후손들에게 미운 짓을 하지 않았는데도, 푸대접을 받고, 명절 날 최고의 원성으로 지목된다. 조상과 부모에게 불효하고, 부부싸움으로 번지기도 하며, 형제간의 의리를 끊고, 집안싸움으로 번지는 화력을 지닌 제사. 며칠 남지 않은 추석을 맞아 제사에 관한 깊은 속을 들여다본다.


1. 제사(祭祀)란 무엇인가?


먼저, ‘제사’의 글자풀이를 하면, “‘제(祭)’는 돌아가신 천자의 조부와 부모에 대하여, ‘사(祀)’는 고조, 증조에 대한, 예”를 말한다. 즉, 제사란 죽은 사람의 혼령에게 음식을 바쳐 예를 나타내는 의식으로, ‘4대봉사’라는 의미도 여기에 있다. 이 외에도 신령에게 소원을 비는 제사나 사당에 올리는 제, 시조제, 선조제 등 다양한 형태의 제를 지내는 것도 제사라 말한다.


◆ 차례와 기제사

. 차례 : 명절날, 조상의 생일, 매달 음력 초하루와 보름날 등에 지내는 제사

. 기제사 : 기일에 지내는 제사


2. 제사의 역사


아주 먼 옛날에는 자연숭배 의식으로 제사가 시작되었고, 삼국시대에는 자연 신에서 자신의 조상으로 발전하였다. 지금과 같은 형태의 제사는 고려시대 중국의 유교문화인 성리학(주자학)과 함께 유입되었고, ‘주자가례’에 따라 제사를 지냈다. 장남이 제주가 되는 제사는 장남이 재산상속의 우선권을 갖던 16~17세기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3. 제사는 누가 지내야 하는가?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집안이야 이 문제는 다툼이 없겠지만, 제사를 기피하는 사람들로서는 제일 큰 관심사일 것이다. 제사는 예부터 장남(장손)이 지내는 것을 전통으로 해 왔다. 그 배경을 두 가지만 든다. 제일 큰 이유는, 지금과는 달리 부모의 모든 재산(유산)을 상속받으며(형제들에게 남기는 유언은 제외), 조상을 모시는 것은 장남의 몫이었던 것. 재산을 상속받으니 당연히 제사도 장남의 몫이라는 인식이 자리했다.


다음으로는, 장남이 제사를 지내야 형제들이 부모를 모시는 것처럼 장남을 따라 집안이 평온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 부모가 돌아가실 때 남기는 유언 중 “형제들끼리 우애 좋게 지내라”라는 것도 이런 점을 자식에게 인식시키는 중요한 메시지로 작용했다.


4. ‘윤회봉사’라는 말을 들어 보았는지?


고려시대 재산상속은 남녀 형제간 균등분배가 원칙이었다. 따라서 제사도 형제가 돌아가면서 지냈고, 아들이 없을 때는 딸과 사위 혹은 외손이 지내기도 했다. 이런 풍습은 조선시대 성리학의 발달로 없어지게 되고, 성리학의 영향으로 재산상속은 장남(장손)이 우선 시 되었다. 재산상속(유산)과 함께 제사도 장남이 지내는 것이 정착되었고 지금에 이르고 있다.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이숙인 연구원이 쓴 윤회봉사와 관련한 당시 문서의 내용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어머니의 기일이다. 제사는 누님 댁 차례다.(1545. 1. 5.)

“어머니의 기일이라 당에서 혼자 제사를 지냈다.(1567. 1. 5.)

“외조모의 기일이다. 이휘의 집에서 제사를 지내기에 아침에 일어나 서둘러 갔다.(1545. 3. 25.)

“외조모의 기일이다. 내가 지낼 차례여서 혼자서 제사를 지냈다.(1555. 3. 25.)


위 내용을 보면 어머니의 제사를 누님도 지냈다는 것이고, 외가의 제사도 지내 주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5. 그렇다면, 요즘도 장남만이 제사 지내는 것을 고집해야 하는가?


물론, 아니다.(나의 생각) 법과 제도, 문화와 전통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 그것이 자연적인 현상이다. 옛날의 제사과정이 변천돼 왔듯이, 인간의 복잡하고 다양한 사고가 충돌하는 현재는 옛 제사 방식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제사는 장남만이 지내야한다는 인식부터 고치는 일이 중요하다. 앞서 언급하였다시피, 제사는 재산상속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아래 내용을 보자.


지금은 어떤가? 부모의 재산은 자식들이 균등분배를 하고 있다. 마치 고려시대 남녀 형제간 균등분배 하는 것처럼 옛 시대 풍속을 빼닮았다. 그러면 제사는 누가 지내야 할까? 제사 역시 한 때 있었던 ‘윤회봉사’처럼, 형제들이 돌아가면서 지내는 것이 좋다. 물론, 이런 문제는 형제간의 상호 협의가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래야만 형제간의 갈등을 없애고, 돌아가신 부모와 조상에게 효를 다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지인은 제사를 모시겠다는 조건으로 고향에 사는 차남이 재산 상속을 받았는데, 몇 년이 지나 제사를 지내지 않자 다른 형제들이 소송을 벌인 사례를 보았다. 재산상속과 제사, 참으로 풀기 어려운 난제가 아닐 수 없다.


6. 기제사는 몇 시에 지내야 하는가?


기제사(아래부터 제사)는 ‘자시(子時)에 지내는 것이 원칙이다. 자시란 오후 11시부터 오전 1시 사이를 말한다. 제사는 죽은 이의 영혼을 기리는 의식으로 갖가지 음식과 죽은 이가 평소에 좋아했던 음식을 준비하고 제사상에 올린다. 제사는 기일을 맞아 지내기에 죽은 날로부터 1년이 되는 날 지낸다. 어떤 사람들은 1년이 되는 전 날, 그러니까 죽기 하루 전인 산 날에 지내는 것으로 잘못 아는 경우가 많다. ’1주기‘란 “사람이 죽은 뒤 해마다 돌아오는 그 날짜를 세는 단위”를 나타내는 말인데, 해마다 돌아오는 죽은 날짜를 의미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제사는 왜 자시에 지내게 되었을까? 하루 중 제일 빠른 시간은 자시이고, 제일 늦은 시간은 해시(오후 9시~11시)이다. 죽은 날 중 제일 빠른 시간에 제사상을 차리고 죽은 이의 영혼을 맞이하는 의미라 할 수 있다. 굳이 설명하자면, 죽은 이가 1년을 기다려왔는데, 배가 고프지 않겠는가. 그래서 하루 중 제일 늦은 해시보다는, 제일 빠른 자시에 음식을 올려 제사를 지냄으로서 배고픔을 달래 주는 의미가 있다.


이런 숨은 뜻을 모르고 요즘 일부 사람들은 저녁 8시~11시에 지내는 경우가 있다. 이는 죽은 날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고, 산 날을 기념하는 결과가 될 뿐이다. 정부 기념일 행사나 회사 창립 기념일 등 1주년 행사도, 1년째 되는 날 기념하는 것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시간으로는 대부분 오전에 치러지고, 오후나 밤에 치러지는 경우도 있으나, 1년째 되는 날에 기념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제사도 자시에 못 지낼 바에야 차라리 죽은 날 아침이나 저녁에 지내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7. 천덕꾸러기가 돼 버린 제사, 어떤 지혜가 필요할까?


제사가 수난시대를 맞고 있다. 옛날에는 없던 ‘명절증후군’이라는 병이 새로 생겨났고, 제사로 인해 형제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추세에 있다. 이런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제사를 없애면 된다. 하지만, “제사를 지내면 안 된다”는 법을 제정하지 않고서는 제사를 없앨 수는 없다. 요즘 천덕꾸러기가 돼 버린 제사, 어떻게 하면 큰 탈 없이 지낼 수 있을까.


제일 먼저인 해결책으로는, 고려시대 윤회봉사를 생각 해 볼 수 있다. 형제가 많을 경우 장남은 기제사를 맡고, 아래로는 명절 차례를 돌아가면서 맡을 수도 있다. 딸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재산상속이 똑 같은 비율로 이뤄지는 지금, 제사를 지내는 것도 아들과 똑 같은 의무가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딸만 있는 집안의 사위도 마찬가지다. 돌아가면서 제사를 지내면 평등해서 큰 불만이 없지 않을까 싶다.


다음으로, 제사에 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깨자.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지들 생일 날 찌지고 볶고 음식 만들어 밤늦게까지 떠들고 놀면서, 제사는 왜 그토록 하기 싫어하는지 모르겠어. 제사도 생일처럼 즐거운 마음을 내서 할 수는 없는 것인지 모를 일이야.”


누구를 향한 말인지는 설명 안 해도 알 수 있다. 약간 과장된 부분도 없지 않으나, 크게 보면 그리 틀린 말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조상을 기리는 제사를 지낸다면 그 공덕이 모두 자신에게 올 것은 분명한 일. 불가에서는 조상을 잘 모셔야 집안이 만사형통이라 말한다. 올해 추석은 역사상 쉬는 날이 제일 많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공항을 북새통으로 만든다. 여행을 가더라도 조상에게 꼭 차례만은 지내고 떠났으면 좋겠다.


제사 지내기, 지혜가 필요한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