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만대장경, 그 제작과정을 아시나요?

지금 합천에서 열리고 있는 '2011 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 행사.(2011. 9. 23 ~ 11. 6)
이 행사를 통하여 국보 32호로 지정된 팔만대장경의 제작과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1. 대장도감(분사대장도감)을 설치하다.
새로 대장경을 만들기로 계획한 고려는 당시 수도였던 강화에 임시기구인 대장도감을 설치하여 대장경 제작 업무를 주관하게 하였다. 그리고 남해에 분사대장도감을 두어 경판을 조성하게 하였다. 최우, 최항 등 당시 권력을 쥐고 있던 무신정권의 실세들이 국가 행정기관의 전폭적 지지를 받아 일을 입안하고 진행시켰으며, 재정적 지원을 담당했다. 최우의 사위인 정안이 자신의 땅인 남해를 작업장으로 제공하고 재정지원을 하였으며,논산 개태사의 주지를 맡고 있던 수기 스님이 대장경 제작의 총 책임을 모맡았다.

팔만대장경, 그 제작과정을 아시나요?

2. 남해에 작업장을 설치하다.
판각지로 선정된 남해 관음포 대사리 지역은 오랜 시간 대장경을 제작하기에 천혜의 장소였다. 내륙 깊숙한 곳에 위치하여 노출의 염려가 없고, 밀물과 썰물 때의 물높이 차가 커서 목재의 운반에 유리했다. 대장경 판각에 쓰일 재목을 지리산에서 벌목하여 섬진강 하구에 띄우면 조류에 밀린 나무들이 저절로 이곳까지 흘러내려왔다.

3. 바닷물에서 2년, 바람결에서 1년을 보내다.
판각지로 옮겨진 나무는 바닷물 속에서 1~2년의 시간을 보냈다. 뻘이 잘 형성되어 있는 남해는 재목을 담가 놓기에 제격이었다. 오랜 시간 바닷물에 잠겨있던 재목은 건져서 경판 제작에 알맞은 크기로 자른 후 소금물에 삶았다. 이 과정에서 재목의 진액이 모두 빠지고, 수분을 흡수하는 성질을 가진 소금기가 목재 표면에 발라진 상태가 되어 건조할 때 갈라짐, 비틀어짐 등의 결함을 줄일 수가 있었다. 또한 이러한 결 삭힘의 과정을 통해 부식예방, 방제효과를 볼 수 있었다. 소금물에 삶은 재목은 물이 잘 빠지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가건물을 지어 약 1년 동안 온갖 정성을 쏟아 건조시켰다.

바닷물에서 2년, 바람결에서 1년을 보내다.

4. 닥나무와 맑은 계곡물로 종이를 만들다.
경판으로 쓰일 재목은 신중하게 골라졌다. 짧게는 30년, 길게는 40~50년씩 자란 나무 중에서 굵기가 40cm 이상 되며, 곧고 옹이가 없는 나무가 선택되었다. 산벚나무, 돌배나무를 비롯해 10여 종의 나무가 사용되었다. 경판으로 쓸 재목이 준비되는 동안 한쪽에서는 종이를 만들었다. 사방에 심어 잘 가꾼 닥나무를 베어 그 껍질을 곱게 두들긴 다음 풀을 섞어 묽은 종이죽을 만든다. 이를 체로 받쳐 얇게 종이를 뜨는데, 그 양에 따라 종이의 두께가 결정되었다. 고려가 뛰어난 인쇄술을 보유하고 대장경 작업에 착수할 수 있었던 것은 질 좋은 종이를 대량 생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작업에 들어간 엄청난 양의 종이는 남해 뿐 아니라, 각지의 사찰에서 만들어져 이곳으로 운반되었다.

종이를 만들다.

5. 문인과 관료들이 판하본 원고를 쓰다.
정확한 대장경 원고를 만들기 위해서는 책임자 수기대사를 비롯하여, 경전에 밝은 승려들이 많이 참여하는 고증 작업이 필요했다. 초조대장경, 송나라와 거란의 대장경 등을 비교하고 검토하여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글자를 확인하고 어떤 글자가 적합한지를 결정했다. 고증작업이 끝나면 원고를 만들었다. 한 장에 23줄, 한 줄에 14자를 쓰는데, 마치 한 사람이 쓴 듯 한 구양순 필체로 통일되어 있다. 원고를 쓰는 데 참여한 많은 관료와 문인들이 일정기간 필체 교정 교육을 받았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완성된 원고는 경판에 붙여 글씨를 새기게 되는데, 경판에 붙인다는 의미에서 판하본이라고 불렀다.

판하본 작업

6. 경판 새기기, 그 인고의 작업을 이루다.
건조된 목재는 경판으로 쓰일 수 있도록 다듬어졌다. 정해진 두께에 맞게 깎아내고, 대패로 정밀하게 마무리하는데, 그 오차가 1mm 이하로 거의 일정하였다. 이렇게 준비된 판자 위에 판하본 원고를 잘 보이도록 뒤집어 붙인 후, 경판새김에 들어갔다. 한 자라도 잘못 새기면 수년간 제작해온 목재를 버려야했으므로, 온갖 정성을 쏟아야 했다. 조각 실력이 뛰어난 전국의 각수가 모두 동원되어 한 자를 새길 때마다 한 번씩 절을 하며 경판을 새겼다. 숙련된 각수가 경판 한 면을 새기는 데 걸린 시간은 약 5일 정도로 추정된다.

경판 새기기, 그 인고의 작업을 이루다.
 
7. 한 장씩 찍어 내어 오탈자를 골라내다.
판각을 끝낸 경판은 제대로 새겼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한 장씩 찍어 내어 원고와 대조했다. 대조 결과 잘못된 글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부분을 제거하고 다른 나무에 새긴 것으로 채워 넣었다. 글자 하나가 잘못된 경우에는 그 글자를 경판에서 도려내고 그 자리에 다른 나무에 올바른 글자를 새겨 쐐기와 부레풀을 이용하여 붙여 넣었다. 정교한 작업으로 인해 인쇄된 종이에는 고친 흔적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8. 마구리를 붙이고 옻칠을 하여 경판을 완성하다.
글자를 모두 새긴 경판에는 마구리 작업을 하였다. 경판끼리 서로 부딪히는 것을 막고, 보관 시 바람이 잘 통하도록 양쪽 끝에 경판보다 두꺼운 각목을 붙인 후 네 귀퉁이에 구리판을 장식한 것을 마구리라고 한다. 완성된 경판에는 옻칠을 하였는데, 이 작업 역시 장기간 보관에 결정적 도움을 주었다. 목각판에 옻칠을 한 것은 세계적으로 팔만대장경이 유일하다.

한 장씩 찍어 오탈자를 골라내다.

팔만대장경, 그 제작과정을 아시나요?
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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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성제 2011.10.18 05: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죽풍님 안녕하세요
    요즈음 낚시하느라 자주 들리지 못하였습니다
    잘게시죠 날씨가 추워집니다 건강조심하세요
    덕분에 팔만 대장경제작 과정을 잘보고 갑니다

  2. Favicon of https://soulfood-dish.tistory.com BlogIcon 윤낭만 2011.10.21 14: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팔만대장경은 정말 명품중의 명품이군요 !
    엄청난 수고와 정성에 놀랍기만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봤으면 하는 좋은 포스팅입니다 :-)

    • 죽풍 2011.10.23 07: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미안합니다. 답글이 늦었습니다.
      팔만대장경이라고 하면 국민 누구나 한번 쯤은 들어서
      알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합천 팔만대장경축전 현장을 방문해서 그 구체적인 내용도 공부하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