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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찾기프로젝트

[행복찾기] 영하의 날씨, 지하계단 입구에 웅크리고 앉은 할머니/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마음, 행복은 내 안에 있음을/죽풍원의 행복찾기프로젝트


[행복찾기] 영하의 날씨, 지하계단 입구에 웅크리고 앉은 할머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마음, 행복은 내 안에 있음을/죽풍원의 행복찾기프로젝트


부산역 광장.


계속되는 영하의 날씨.

요 며칠 동안 땅이 꽁꽁 얼 정도로 춥다.

길을 걷는데 몸이 얼었는지 육신도 쪼그라든 느낌이다.


열차를 타러 부산역 앞 지하계단을 내려가던 중 한 할머니와 마주했다.

머리엔 털모자가 아닌 여름용 모자가 씌었고, 상하의도 얇은 옷을 입은 채 웅크리고 앉았다.

추위가 더한 탓일까, 체구는 더욱 작아 보였다.

무릎 앞에 놓인 그릇엔 천 원짜리 두어 장과 동전 몇 개뿐.

할머니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시선은 오로지 그릇에 멈춰 있다.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지갑을 꺼내 보니 만 원짜리 몇 장과 천 원짜리 세장이 전부였다.

천 원짜리 세 장을 꺼내 그릇에 살포시 놓았다.

자장면 한 그릇도 안 되는 돈이라 미안하기 그지없다는 생각이다.

차라리 만 원짜리 한 장을 놓았다면, 내 배가 더 부르고 행복도 더 많이 느끼지 않았을까.


할머니와 짧은 만남을 끝으로 계단을 내려가는데 한 외국인과 아들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계단을 오른다.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 아들에게 무슨 말을 하면서 건네는 아버지.

잠시 후.

아들은 할머니 앞에 놓인 그릇에 지폐를 담고 말없이 떠나는 두 남자.

나는 두 남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보냈다.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거리에서 더러 목격하는 장면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냥 지나치는 사람도, 작은 성의라도 표시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이는 도와주고 싶어도 엉뚱한 데 쓰이기 때문에 할 수 없다고도 말한다.

각자 나름의 이유는 있으리라.


살면서 앞으로도 이런 장면은 다시 마주할 것이 분명할 터.

그럼에도 나는 빠짐없이 작은 성의라도 표시할 것이리라.

그래야만 내 마음이 편하고 행복하기 때문에.

행복은 내 안에 있음을...


[행복찾기] 영하의 날씨, 지하계단 입구에 웅크리고 앉은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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