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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일기

[농사일기] 초보 농사꾼의 실수, 약통에 남은 제초제로 과일나무에 살포/사람의 성격, 즉 천성은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던가/행복찾기프로젝트연구소

 

제초제가 섞인 줄 모르고 농약을 살포하여 잎이 말라 비틀어진 포도나무.

평소 남들은 나를 어떻게 보아 왔는지 모를 일이다.

좋게 보는 사람도 있을 테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터다.

 

삶에 있어 남의 눈치를 보고, 남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걱정하며 살 필요가 없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그런 바탕에는 나쁜 일 저지르지 않고, 크게 남의 손가락 받을 짓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 아래라면 그렇다는 말이다.

 

그러면 나는 내 자신을 어떻게 볼 것인가가 궁금할 법도 하다.

답은, 매사에 철저하고 꼼꼼하지마는 않지만, 그 근방에 살았다고 할 정도라 말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최근 나 자신이 그런 정의에서 벗어나는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물론, 사는 데 있어 전혀 지장은 없다.

 

10여일 전.

집에 심어 놓은 몇 그루 밖에 안 되는 포도나무, 매실나무 그리고 대추나무에 살충제를 쳐야만 했다.

유기농을 한다고는 하지만, 진딧물 등으로 인해 어떤 때는 농약을 살포하지 않으면, 안 될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농약을 살포한 다음날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말았던 것.

잎이 말라비틀어지고 연한 새순 가지가 축 늘어지는 현상을 보였기 때문.

 

왜일까 궁금해서 기억을 더듬어도 별다른 특이사항을 느낄 수 없었다.

농사전문가인 이웃 형님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하니, 혹시 제초제가 섞여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의 말을 건네는 게 아닌가.

 

그때서야 아차 싶었다.

지난해 여름, 밭 언덕에 제초제를 살포한 후, 남은 약을 약통에 그대로 둔 것을 모르고, 살충제를 더 섞여 살포를 한 게 원인이었던 것.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남은 약의 양이 소량이라 나무까지는 죽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기야 지금은 나무가 살아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것을 보면, 나무가 온전히 살아날까 싶기도 하다.

 

매사에 철저하다는 나 자신이 허물어지는 것을 보면, 그렇게 부지런을 떨면서 살 일도 아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청춘을 지나, 중년을 넘어, 나이 한 살 더 들어가는 노년의 나이에, 마음의 여유도 좀 부리고 살았으면 좋겠다.

너무 따지고 잘난 체 하지 말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걱정이다.

사람의 성격, 즉 사람의 천성은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제초제가 섞인 줄 모르고 살충제를 살포한, 고사 직전의 과일나무.

[농사일기] 초보 농사꾼의 실수, 약통에 남은 제초제로 과일나무에 살포/사람의 성격, 즉 천성은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던가/행복찾기프로젝트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