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이야기

임진년 새해 소망, 나를 버리는 나


임진년 새해 소망, 나를 버리는 나

 

홍시 - 까치밥

겨울이라지만 거제도는 큰 추위 걱정은 하지 않고 살만한 따뜻한 남쪽나라 세상입니다. 그런데, 요 근래 며칠 영하의 날씨가 계속됐습니다. 세찬 바람은 얼굴을 얼게 할 정도로 매서웠습니다. 얼음장 같은 차가운 날씨는 몸을 더욱 움츠려 들게 합니다. 잘 입고 다니지 않던 외투를 꺼내 입고, 가죽장갑도 낀 채 출근을 해야 할 형편입니다.

2011년 신묘년도 며칠 남지 않은 27일. 사무실에 도착하고, 차에서 내려 걸어가는데 까치 우는 소리가 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눈을 돌려 보니 감나무에 앉아 붉은 홍시를 쪼아 먹고 있습니다. 빨갛게 물렁물렁하게 잘 익은 홍시. 참으로 맛있게 보입니다. 그런데 홍시는 까치만 먹는 게 아니었습니다. 까마귀 한 마리도 홍시를 차지하고 앉았습니다. 참새 두 마리도 바람에 흔들리는 이웃한 나뭇가지에서 홍시를 쪼아댑니다.

며칠이 지나면, 이제 또 한살의 나이를 먹어야만 합니다. 세월이 내 자리를 비켜달라고 아우성치는 소리가 귓가를 맴도는 것만 같습니다. 억지로 쫓아내듯 쫓겨나는 나이는 결국 한 살을 더 보태고 맙니다. 빨간 홍시가 까치를 위해 먹이가 돼 주듯, 새해에는 남을 위해 나를 버리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나이가 먹을수록 가지기 보다는, 버리는 연습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뚱뚱한 살을 빼기 위해 죽기 살기로 다이어트를 합니다. 빼야 할 것은 육신의 살만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복잡한 생각도, 물욕에 찬 욕심도, 하나 둘 털어내고 빼야 할 대상입니다. 흐르는 세월에 먹는 것은 나이로만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그 외에 모든 것은 다 빼야 건강한 삶을 영위하지 않을까요?

붉은 홍시가 까치를 위해 자신을 버리듯, 나를 버리는 나이고 싶습니다. 그것이 저의 새해 작은 소망입니다.


까치밥

까마귀밥

참새밥

무슨 새인지 모르겠군요.


참새밥


임진년 새해 소망, 나를 버리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