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농업개발원에서 열리는 작은 가을 전시회
  
▲ 꽃가지 가을을 느끼게 해 주는 꽃가지의 화려함
꽃가지

재촉도 하지 않았는데도 가을은 누가 쫒아 오는 냥 더욱 멀리 달아나고 있다. 포근하게 느껴지는 가을 기온과 느낌을 붙잡을 수만 있다면 좋으련만, 시간의 흐름에 그럴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떨어지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기도 하지만, 아침저녁으로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가을걷이를 마무리한 휑한 들녘을 바라보면 쓸쓸하고 외로운 마음이 더욱 물밀 듯 밀려온다. 

  
▲ 국화길 산책로를 따라 도는 길목에는 수십만본의 국화가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국화의 향연

이렇게 좋은 계절, 많은 사람들은 단풍놀이로 전국의 명산을 찾고 있다. 가을엔 단풍이 최고라고 하지만, 단풍 못지않게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 자연의 진한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국화가 아닐까. 가을 냄새 그윽한 날, 코끝으로 찐한 국화 향을 맡아 보려 거제도 농업개발원의 국화축제 현장으로 달렸다. 길목의 들판은 가을걷이한 모습이라 쓸쓸함과 외로움의 흔적만 남았고, 사람 사는 살가움이 없는 고독함만 가득하였을 뿐, 가을의 풍요로움은 사라지고 없었다. 

  
▲ 절망과 집착 국화를 상징하는 여러가지 표현 중 하나이다
절망과 집착

  
▲ 헌신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국화

  
▲ 절개 굳은 절개를 느낀다
국화

  
▲ 진실 순수함에서 진실을 볼 수 있다
국화

하지만, 또 다른 가을의 느낌은 포근한 모습으로 나를 반겼다. 길목마다 환하게 웃는 가을은 내 사랑스런 아들의 세살 적 웃는 모습 그대로였다. 갓 태어난 아기를 돌이 지날 때 까지 키운 부모라면 다 경험한 일이겠지만, 한 시라도 눈을 뗄 수 없는 것이 부모의 심정이 아닐까. 한 시간을 넘게 백 만 송이가 넘는 넓은 국화재배지를 둘러보면서, 들녘에서 아침저녁으로 비바람 맞아가며 제힘으로 아름다움을 승화시킨 야생국화가 아닌, 아기를 키우듯 사람의 정성에 의해 키워진 국화 옆에서 서정주님의 시가 문득 생각난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소쩍새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천둥이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우는 이유를 알 수 있는 것만 같았다. 

  
▲ 색깔바람 색깔바람을 보셨나요? 형형색색의 색깔바람이 가을을 한층 더 느끼게 해 주고 있다
색깔바람

국화축제장 한 편에는 무색투명한 바람이 아닌, 화려한 색깔의 가을바람이 불고 있다. 울긋불긋한 바람개비에서 부는 색깔바람은 깊어가는 이 가을을 느끼기에 충분하고도 남는다. 또 다른 한 마당에는 아직까지 수확을 하지 않은 벼 시험장의 허수아비가 해탈한 웃음을 선사하고, 작은 분수는 하늘을 찌를 듯 용솟음쳐 오르지만 제 몸에 겨워 이내 떨어지고 만다. 

  
▲ 허수아비 거제시농업개발원에서 시험중인 벼 묘포장의 허수아비가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가을을 그리는 사람들을 위해 따뜻한 섬나라 거제도 농업개발원에서는 3만여 평의 넓은 들녘에서 오십 만여 뿌리의 국화를 재배하여 가을 축제를 연다고 한다. 미래 지향적인 농업 방향 제시와 난지농업의 활로 개척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축제를 연다고 하지만, 그래도 보고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주제와는 상관없이 즐거움 가득한 가을의 한 때를 보내는 것은 틀림없는 것만 같다. 

  
▲ 작은 분수 작은 연못의 분수는 하늘을 찌를듯 오르지만 제 몸에 겨워 이내 떨어지고 만다
분수

10월 31일부터 11월 10일까지 열리는 ‘거제가을꽃한마당축제’는 수 백여 종의 국화를 비롯한 초화류와 난 종류 등 약 5십만 본의 꽃이 전시되며, 국화분재전시관, 곤충관, 야생화전시관, 사진전, 한국화전, 전통규방공예전, 천연염색전시관전, 수공예전시관전을 비롯한 소달구지체험, 재래농기구체험 등 7개 분야의 체험행사와 과수, 원예, 특용작물 등 거제도 농특산물 홍보관을 비롯하여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소공연 등 풍부한 볼거리로 이 가을을 수놓을 것이다. 

이 밖에도 무공해 농산물을 이용한 다양하고 특별한 먹을거리로 시골 장터를 운영하고 농산물 직거래 판매장에서는 관광객과의 직접 참여로 우수식품을 전시 판매할 예정이다. 

  
▲ 달아나는 가을 아무도 쫓지 않았는데도 가을은 줄달음을 쳐 멀리 달아나고 있다
가을

가을은 자꾸만 멀어져 가고 있다. 엊그제만 하여도, 환한 모습으로 길가를 수놓은 코스모스는 며칠 사이 꽃과 잎이 다 떨어지고, 새까만 씨앗만 늙어버린 꽃대에 힘없이 매달려 가을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살아 있음을 못 느끼고 있는 것일까. 다시 내년에 새로운 생명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려 하는 기약을 하는지는 몰라도, 늦가을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시들어 가는 코스모스에서 희망의 메시지로 다가옴은 나만이 느끼는 것일까. 

국화향기 그윽한 이 가을에 헌신과 사랑, 절망과 집착, 진실함과 굳은 절개를 상징하는 한 송이의 국화가 만발하는 과정을 느끼고 싶다면, 거제도 농업개발원에서 열리는 작은 가을 전시회에 초대장을 보내 드리고 싶다.

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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