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 가다 - 3(뉴 워터와 나이트 사파리)
  
▲ 고속도로 싱가포르 고속도로 주변에는 밀림에서나 볼 수 있는 큰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듯 하다.

10월 14일, 여행 둘째 날 오전. 뉴 워터를 생산하는 베독정수장으로 가는 고속도로는 한적하고 싱그럽다. 레인트리라는 나무가 숲을 이룰 정도로 도심 어디를 가나 숲이다. 도심 속에 숲이 있는지, 숲속에 도시가 있는지 모를 지경이다.  

가로수는 차량 매연으로 검은 때가 보일 법 한데도,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차량 시동을 켜고 5분 이상 엔진가동을 금지하고 있는 제도 때문일까. 한참을 달리다 보니 도로변에 꽃을 심은 대형화분이 보인다. 비상시에 화분을 치우면 항공기 활주로로 이용한다는 것. 

  
▲ 고속도로 싱가포르 고속도로 주변에 설치된 대형화분. 비상시에 이 화분을 치우면 비행기 활주로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고속도로

  
▲ 뉴워터 비지터센터 뉴워터 비지터센터에는 학생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싱가포르의 물 정책에 대한 설명을 들으러 방문하고 있다.
뉴워터

싱가포르에는 4청이라는 말이 있다. 네 가지 깨끗한 것으로 물, 도로, 공기, 그리고 정부가 그것이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물. 싱가포르는 섬나라로 대표적인 물 부족 국가. 수돗물은 4가지를 주요 원료로 쓴다. 빗물, 해수를 담수한 물, 수입하는 물, 그리고 뉴 워터이다. 천연적으로 물이 부족한 싱가포르는 새로운 물 공급 방법과 개발, 그리고 물 절약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런 노력으로 상수원 중에서도, 수질이 가장 떨어지는 재료인 하수를 정화해 식수를 사용하는 뉴 워터를 개발한 것. 싱가포르 정부의 물 부족 해결을 위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 뉴워터 교육장 뉴워터 비지터센터에서 싱가포르 물 정책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관광객.
뉴워터

물 절약에 대해서도 7가지 방법으로 국민에게 홍보하고 있으며, 큰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한다.  

1. Monitor your water bills(상하수도 요금 체크하기).

2. Take shorter showers(샤워시간 줄이기).

3. Wash in a filled sink(싱크대에 물 받아서 쓰기).

4. Wash on a full load(빨래 모아서 하기).

5. Reuse water(물 재사용하기).

6. Repair leaks promptly(물이 새는 곳 바로 수리하기).

7. Half flush(변기 사용물 반으로 줄이기).  

우리도 실천하여 물의 소중함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 정수장 연못 잉어 뉴워터 비지터센터 주변 연못에는 대형 잉어들이 헤엄처 다니고 있다.
뉴워터

센터 주변으로는 정수장에서 나온 깨끗한 물을 담은 연못이 있고, 헤엄쳐 노는 큰 잉어들이 관람객을 불러 모은다. 건물 밖은 잔디밭과 분수대로 친환경적 이미지를 강조해 놓았고, 초등학생들의 소풍장소와 견학지로 유명하다. 이날, 인도네시아에서 온 어린이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싱가포르 정부의 물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현장 공부라는 생각이다. 

  
▲ 도시개발국 도시개발국에는 싱가포르 도심을 축소한 모형이 있다. 이 모형에는 싱가포르의 현재와 미래를 볼 수 있는 건축물을 디자인해 놓은 점이 눈길을 끈다.
도시개발국

점심을 먹고, 맥스웰 로드에 있는 도시재개발위원회(URA)를 방문하였다. 1974년 설립하였으며, 싱가포르를 살기 좋고, 일하기 좋고, 즐기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기관이다. 전시관에는 싱가포르 도심을 전체적으로 축소해 놓은 모형을 볼 수 있었는데, 현재와 미래의 도시 모습을 한 눈에 비교하도록 해 놓았다. 미래에 건축할 건물의 모양까지 디자인 해 놓은 점이 인상적이다.  

같은 모양의 건축물을 허가해 주지 않는다고 하는 싱가포르 정부. 이는 싱가포르 도시경관을 이끄는 주요한 힘이라는 생각이다. 아파트 베란다에 공원이라 할 정도의 조경을 해 놓은 전시된 사진 하나가 특별한 주목을 끈다. 주거공간이라는 아파트 개념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이 사진 한 장을 통하여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다. 

  
▲ 미래의 아파트 도시개발국에 전시되어 있는 미래 아파트의 모습. 아파트 베란다 주변으로 수목이 심겨진 소형 정원을 볼 수 있는데 미래의 주거환경을 내다 볼 수 있다.

틈새시간을 이용하여 시가지를 둘러보았다. 건물 밖으로 나오니 더운 열기가 확 차오른다. 거리의 더운 열기에 사람들의 열기가 더해 혼잡한 거리를 더욱 뜨겁게 만들고 있다. 작은 가게에 들렀다. 알록달록한 반팔 셔츠 하나가 맘에 들어 관심을 보이니 점원이 다가왔다. 한 장에는 얼만데, 두 장 사면 얼마를 할인해 주고, 세 장 사면 거의 한 장은 공짜라는 유혹이다. 사람은 공짜에 약한 걸까? 결국 세 장을 사고 말았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싸게 산 것은 아니었던 것. 다음 날, 다른 시장에서 똑 같아 보이는 셔츠 가격을 물어 보았기 때문이다. 차라리 가격 비교를 하지 않았어야 했던 것이 나았던 것일 게다. 돈 몇 천 원에 괜히 가슴 아파할 필요가 없었기에. 

  
▲ 도시개발국 도시개발국에 있는 싱가포르 도심의 현재와 미래의 모형.
도시개발국

해산물로 식탁을 가득 채운 저녁식사 시간이 즐겁다. 피로를 풀 수 있는 시간이자, 먹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포만감으로, 세계 최초이자 유일하게 밤에 여는 동물원인 나이트 사파리를 찾았다.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고 기대 가득하다. 입장하기에 앞서 펼치는 불 쇼는 화려했다. 기름을 입에 부어 불을 붙여 뿜어내는 모습은 위험해 보였지만, 스릴 넘쳤다. 관람객을 무대에 불러내어 함께하는 공연은 웃음을 더해줬다.  

  
▲ 불쇼 나이트 사파리 입구에서 펼치는 불쇼
불쇼

공연을 마치자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트램(선로열차)을 타려다 보니 혼잡했다. 사람을 태운 트램은 서서히 움직이고 무슨 동물이 나타날까 모두 호기심 가득한 분위기다. 밀림 같은 울창한 숲. 은은한 조명이 숲 속을 비추고 있다. 십여 미터 앞, 희미한 조명 앞으로 움직이는 작은 체구의 물체가 보인다. 개과의 붉은 승냥이다(Red dhole). 한 마리가 아닌, 여러 마리가 무리지어 있다. 

이 동물원에는 하이에나를 비롯한 늑대 등 개과동물이 많다. 거대한 체구를 가진 세 마리의 아시아 코끼리(Asian elephants)는 조명 아래 평화로운 모습으로 휴식하고 있다. 마르크 염소(Markhor), 히말라야 타르(Himalayan Tahr) 등 온갖 동물들이 먹이 활동을 하고, 어떤 동물들은 편안히 쉬고 있다. 잠을 자서 못 본 건지, 아니면, 나 혼자만 못 본 것인지, 밀림의 왕자라 불리는 사자와 호랑이가 보이지 않는다. 

  
▲ 고속도로 고속도로 인터체인지 주변으로 큰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듯 하다.

트램이 지나는 길 옆,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아주 가까이로 말레이 맥(Malayan Tapir)이 조용히 드러누워 있다. 입 앞까지 툭 튀어 나온 긴 코, 짧은 귀는 개미핥기와 비슷하다는 느낌이다. 이 동물은 앞다리에서 꼬리부분까지 흰색이고, 나머지는 검은색으로 몸 색깔이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다. 숲 파괴와 밀렵으로 멸종 위기의 동물로 지정돼 있다고 하니, 보존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 동물원에 있는 동물 90%가 야행성으로, 신선한 저녁시간이 활동하기 편하고, 이런 기후를 가진 싱가포르가 사육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란다. 어떤 장치를 해 놓았는지 아주 가까운 사이로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이 함께하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 동물 상호간 직접적인 물리적 장벽은 없는 대신, 큰 식물이나 폭포, 깊은 개울을 설치해서 차단하고 있다고 한다. 관람에 앞선 안내원의 설명에 동물을 손으로 만져 볼 수도 없다. 사진 촬영도 금지하고 있어, 관람하는 약 30여 분 동안 사진 한 장 못 찍은 것이 못내 아쉽다. 

트램을 내리자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동료들은 악어와 다른 야생 동물들이 서식하는 곳으로 이동하며 시간을 즐겼지만, 혼자 쉬기로 했다. 시원하게 들이키는 음료수 한 잔으로 하루의 피로를 말끔하게 풀 수 있었다.

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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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www.imasap.com/ BlogIcon 묘묘! 2014.01.16 09: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싱가폴의 날씨는 아주 좋은, 아주 청결한 위생입니다

  2. BlogIcon designer 2014.07.24 11: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갖고 싶어


싱가포르에 가다 - 2(센토사섬)

  
▲ 머라이언상 조명을 받은 머라이언상에서 물을 뿜어 내는 모습이 화려하다.
머라이언상

싱가포르 정남쪽에 위치한 센토사(Sentosa) 섬. 휴양지이자, 싱가포르 64개 섬 가운데 세 번째 큰 섬으로, 말레이어로 '평화와 고요함'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싱가포르 본토에서 남쪽 약 800m에 위치하며, 1970년까지 영국 해군기지로 쓰여 졌다고 한다.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해발 105m 높이의 야트막한 정류소에 올랐다. 길이 2㎞의 케이블카는 68개 칸으로 돼 있고, 한꺼번에 약 500여 명을 태울 수 있다. 

  
▲ 케이블카 센토사섬으로 향하는 주엘 케이블카. 이 케이블카에서 내려다 보는 싱가포르항은 숲과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도시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주엘 케이블카

이 케이블카를 지탱 시키기 위해 가운데 탑을 세운 것도 대단하다. 주엘 케이블카(jewel cable car ride)로 불리는 이 케이블카는 사방이 유리로 돼 있어 싱가포르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중간 탑까지는 약 5분, 전체로는 약 12분 걸리는 케이블카 타기는 싱가포르 여행에서 최고의 즐거움이다. 아래로 보이는 바다와 높은 빌딩은 그야말로 그림. 바다 한 가운데 흰 물살을 가르며 지나는 유람선은 싱가포르의 풍요로움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 머라이언상 센토사섬에는 싱가포르를 상징하는 머라이언상이 웅장한 모습으로 서 있다.
머라이언

섬에는 거대한 머라이언(Merlion)상이 관광객을 향해 포효하듯 내려다보고 있다. 이 상은 상반신은 사자, 하반신은 물고기를 한 모습의 가공 동물로 싱가포르의 상징물이다. 'Merlion'은 'lion'(사자)에 바다라는 의미를 가진 'mer'을 합성한 단어. 하반신의 물고기는 항구 도시를 상징하여 고대 싱가포르를 '테마색(Temasek, 자바어로 "바닷가 마을")이라고 칭한 것에서 유래하며, 상반신의 사자는 싱가포르의 원래 국호인 '싱가푸라'(Singapura, 산스크리트어로 "사자의 도시")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12층 높이 37m 머라이언상은 입과 얼굴 부분이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꼭대기에서는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섬을 훤히 볼 수 있다. 바다에는 컨테이너를 실은 수많은 상선이 정박해 있는 것을 보면, 싱가포르 무역과 경제를 짐작할 수 있는 것만 같다. 이 섬은 아열대 식물을 비롯한 갖가지 식물로 잘 꾸며져 있다. 

  
▲ 분수대 센토사섬 도로변에 희한한 모양을 한 분수대. 어릴 적 아이들이 오줌싸기 대회를 하는 것 같은 추억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
분수대

뱀, 개구리, 기린 목을 형상화한 우스꽝스러운 분수대가 도로를 따라 길게 늘어 이어져 있다. 아주 작은 타일을 붙여 만든 울퉁불퉁한 조각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수대. 분수대 작은 구멍에서 물이 하늘로 치솟고, 곧이어 힘없이 떨어진다. 어릴 적 아이들이 오줌을 누가 멀리 싸는지 내기 하는 듯한, 독특한 분수대는 관광객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이미지 오브 싱가포르(Images of Singapore) 박물관. 밀랍인형, 비디오, 그림 그리고 3D 영상으로 싱가포르의 역사와 문화를 재현해 놓은 곳이다. 말레이, 중국, 인도, 아랍계 민족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이야기가, 벽에 걸린 사진 속 인물을 통해 대화하는 식으로 설명되는 점이 눈길을 끈다. 

  
▲ 제기차기 모습 싱가포르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이미지 오브 싱가포르 박물관 내부에 전시된 밀랍인형.
이미지 오브 싱가포르

100여 년 전 기억에서 깨어나 밀랍인형을 전시한 공간으로 이동했다. 어두컴컴한 공간, 희미한 조명은 싱가포르의 역사와 문화를 인식 시키기에는 충분했다. 모험과 역경을 거치는 싱가포르인들 모습,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재현한 노력이 감동으로 와 닿는다. 소쿠리에 과일과 채소를 담은 장터 모습, 제기차기 놀이하는 모습은 한국의 60~70년대를 연상 시킨다. 점을 보는 모습, 결혼과 장례문화도 우리나라와 비슷하다는 느낌이다. 

  
▲ 차이나타운 붉은 색으로 치장된 각종 기념품을 파는 차이나타운 거리. 많은 관광객이 이 곳을 찾고 있다.
차이나타운

저녁식사 전, 잠시 차이나타운에 들렀다. 싱가포르 인구 중 70~80% 내외가 중국인. 이 지역은 1800년대 중국에서 건너온 이주자들이 초기의 척박한 삶을 개척하고 역사를 만들었던 곳이다. 그래서 그들의 꿈과 애환과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중국하면 떠오르는 색깔, 붉은 색으로 치장한 각종 장식물과 기념품을 파는 가게가 넘쳐 있다. 특유의 향도 도심에 가득 차 있다. 차이나타운은 래플스(영국 식민지 행정관)가 1828년 도시계획에 의해 탄생 시킨 지역이다. 이 곳은 중국에서 온 한약재, 도자기, 전통 공예품, 실크, 칠기 그리고 골동품 상점으로 유명하다.  

  
▲ 차이나타운 사찰 차이나타운 주변에 있는 사찰. 한국의 전통 사찰과는 행태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으며, 넓은 내부에 수많은 부처와 보살상이 있다.
차이나타운 사찰

차이나타운답게 상점 옆으로 상당한 크기와 높이의 웅장한 건물이 하나 있는데, 절이다. 한국의 사찰과는 외형이 확연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안으로 들어가니 크고 작은 수많은 부처와 보살이 내부 공간을 압도한다. 향이 피어나는 저쪽으로, 한참 동안이나 꼼짝 하지 않고, 기도에 몰두하는 나이 든 할머니가 보인다. 연신 엎드렸다 일어났다 반복하는 젊은 사람도 눈에 띈다. 108배를 한다. 합장한 채 기도를 올리고 몇 푼 보시를 했다. 낯선 이국땅에서, 잠시나마 가족의 안녕과 이 세계의 평화를 기원해 본다. 

  
▲ 기도 차이나타운 주변에 위치한 사찰 안에서 기도하는 사람들.
차이나타운 사찰

이틀 만에 먹는 한식, 오랜만에 먹는 것만 같다. 반찬 가지 수는 그다지 많지 않지만, 김치찌개 맛은 고향 온 기분을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빡빡한 일정, 크게 숨 돌릴 여유 없는 시간이 육체적 피로를 더하지만, 한 끼 한식으로 위로를 삼을 수밖에 없다. 넉넉한 시간을 두고, 마시는 차 한 잔의 여유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 싱가포르 야경 리버보트를 타는 주변의 야경
리버보트

외국을 여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야경을 즐기고, 도심의 밤거리를 체험하는 것일 게다. 싱가포르의 야경은 화려했다. 홍콩이나 상하이에 버금간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리버보트라는 작은 범선을 타고 어두운 강줄기를 따라 유유히 흐르는 약 40여 분은 하루의 피로를 말끔하게 씻어내는 청량제 역할을 한다. 노천카페에서 연인끼리, 가족이나, 동료끼리 이야기나누며 즐기는 모습이 참으로 행복해 보인다. 범선은 클라키, 보트키, 마리나베이를 돌아보며, 다시 상류로 거슬러 올라간다. 머라이언 상에서 쉼없이 뿜어내는 물줄기는 화려한 조명 불빛으로 물감을 칠한 물을 뿜어내는 듯하다. 마리나베이 해변에 서 있는 머라이언은 센토사 섬에 있는 거대한 상보다, 크기는 작지만, 항구와 야경이 조화를 잘 이루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 빌딩숲 싱가포르항 주변으로 높은 빌딩공사가 한창이다.
싱가포르항

강 같이 보이는 수로는 바다와 연결되어 있던 곳을 둑을 쌓아 강처럼 만든 것으로 실제로는 강이 아니다. 그런데도 강처럼 잘 꾸며 관광 상품으로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서 신혼여행 온 젊은 부부 모습이 많이 보인다. 한강 유람선을 타는 기분이다. 범선에서 내려 시끌벅적한 노천카페에서 동료들과 마시는 맥주 한잔의 추억은 오래도록 남을 것만 같다. 

한 잔 맥주에 기분은 최고다. 숙소까지 이십여 분을 동료들과 얘기하며 걸었다. 푹신하게 느껴지는 인도가 편안함을 더해준다. 길 양옆으로 숲을 드리운 울창한 가로수, 가로등 불빛을 받아 희미하다. 늦은 시간인데도, 조깅을 하며, 가벼운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평화롭다. 그렇게 밤은 깊어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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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 가다 - 1
  
▲ 싱가포르 도심 도시 속에 숲이 있는지, 숲 속에 도시가 있는지 모를 정도로 도시와 숲이 공존하는 도시국가 싱가포르
싱가포르

깨끗한 도시, 담배꽁초, 벌금, 태형, 그리고 고온과 습도하면 떠오르는 나라, 싱가포르. 싱가포르를 다녀 온 여행객들로부터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인천에서 하늘거리로 4,641㎞를 날아 밤중에 도착한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 여행 출발 전, 여름옷을 준비하라는 여행사 안내에 그저 그러려니 생각했는데, 막상 도착하니 실감이 난다. 에어컨이 가동되는 기내와 공항건물에서 벗어나 도심 밖으로 나오니 곧바로 땀이 난다. 습도가 높고 후덥지근하다. 사우나에서 냉·온탕을 하는 기분이다. 3일간 싱가포르 여행에서 냉·온탕을 왔다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숙소로 향하는 도심. 밤에 보는 거리지만 너무나 깨끗하고 정돈 돼 있는 모습이다. 고속도로 왕복차선을 가르는 중심에는 밀림 속에서나 볼 수 있는 키가 큰, 우거진 나무가 도로를 품고 있는 듯하다. 흉고직경 2~3m, 수관 폭 몇 십 미터는 족히 될 만한 웅장한 나무. '레인트리'라는 이름을 가진 나무다. 주변 고층 빌딩에서 새어나오는 불빛, 야간경관을 장식한 야경은 싱가포르라는 나라를 상징하는 주요 이미지. 환하게 비추는 불빛은, 아름다운 야경으로 여행객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법하다. 서울보다 조금 넓은 면적을 가진 도시, 그러나 도시 같지만 엄연한 국가다. 도시국가 싱가포르다. 

  
▲ 민속마을 말레이시아 조호바루주 마무디아 마을 모습
조호바루

한국보다 1시간 늦은 싱가포르. 시차로 인한 고생은 없었지만, 밤 11시 30분, 집을 나선지 13시간 반 만에 숙소에 도착했다. 갑자기 '집 떠나면 개고생이다'라는 광고 카피가 생각났다. 여행은 즐거움만 있는 것은 아닌 모양. 설렘과 흥분과 기대가 있는 반면, 고생이라는 선택을 포함해야만 행복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행 첫날, '고생'이라는 선택으로 잠은 빠르고, 깊게 들었고, 행복의 깊이는 더욱 깊은 곳으로 빠져들었다. 

좋은 점과 불편한 점이 함께하는 단체여행. 외국 문화와 지리에 별로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단체여행이 편할 것이고, 자유로운 시간에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를 찾는 사람은 개인 여행이 편할 것이다. 몇 번의 해외여행을 통하여 단체여행의 불편한 점을 많이 느꼈지만, 도리는 없었다.  

10월 13일 수요일 오전 6시. 창밖으로 보이는 세상은 전날 비가 내린 탓인지, 시야가 훤하다. 도심 빌딩과 숲이 깨끗하다.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하고 버스에 올랐다. 고행이 시작되었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 송수관 오토바이를 탄 근로자들이 국경을 넘어 싱가포르에 일하러 가는 모습. 뒤로는 말레이시아로부터 물을 수입하는 송수관이 보인다.
송수관

싱가포르와 북쪽으로 인접한 말레이시아 조호 바루(Johor Baru). 두 나라는 약 1㎞의 다리에 의해 연결돼 있다. 다리 하나 건너면 도착하는 10분 거리의 또 다른 나라. 당연히 출입국 심사를 해야 하지만, 비교적 쉽게 통과할 수 있다. 조호르 수로를 사이에 둔 조호 바루는 말레이시아 13개 주 가운데, 수도인 쿠알라룸푸르 다음으로 두 번째 큰 주다. 싱가포르 섬과 마주하고 있어, 말레이시아에 속하지만 실제로는 싱가포르의 배후지 역할을 하고 있다. 다리 옆으로는 직경이 큰 송수관이 보인다. 싱가포르는 물이 부족하여 많은 양의 물을 말레이시아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국경 주변으로는 길게 줄서 있는 오토바이와 자동차를 볼 수 있다. 한국과 달리 오토바이가 고속도로를 달리고, 차량 뒤칸에 사람들이 탄 화물차가 고속도로를 질주한다.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싱가포르에 일하러 가는 모습이다. 이들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싱가포르로 향한다. 

  
▲ 마을 공동묘지 마무디아 마을 공동묘지. 뒤로 보이는 작은 묘는 아이 무덤이다.
마무디아

  
▲ 조호바루주 주왕 무덤 조호바루주 주 왕 무덤앞에서 현지 가이드인 테레사와 함께 찍은 필자. 주 왕 무덤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오래 산다고 한다는데... 테레사는 5개 국어에 능통하며 유창한 한국말로 관광객을 안내하고 있다.
조호바루주

말레이시아 땅을 처음 밟은 곳은 마무디아(Mahmoodiah) 마을 공동묘지. 무덤이 참 특이하다. 무덤마다 두 개의 비석이 있는데, 머리와 발 위에 세워진 것이라고 한다. 각진 비석은 남자, 둥근 비석은 여자를 상징한다. 크기가 다른 작은 무덤이 보이는데, 아이 무덤이다. 장례도 보통 3일장이 아니라, 하루 안에 매장한다고 한다. 날씨가 덥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는 13개 주 가운데 9개 주에 왕이 있다. 국왕은 이들 왕 중에서 5년마다 통치자위원회에서 선출한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왕을 선출해 교체하는 나라가 바로 말레이시아다. 

공동묘지 옆으로는 궁전 같아 보이는 건물이 있다. 바로 조호바루주 주왕 무덤이다. 주 왕 무덤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오래 산다고 한다. 현지 가이드인 테레사와 한 장의 사진을 찍었다. 

  
▲ 민속춤 공연 마무디아 현지 주민이 디길 부트리라는 민속춤 공연을 하고 있다.
디길 부트리

  
▲ 앙크롱 연주 대나무로 만든 앙크롱이라는 악기를 연주하는 솜씨는 관람객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앙크롱

마을에는 민속공연을 하는 곳이 있다. 무대라고 할 것 없는 서너 평 남짓한 공간에 긴 의자 몇 개 갖춘 미니공연장이다. 말레이시아 전통 복장을 하고 디길 부트리(Dikir Puteri)라는 민속춤을 선보인다. 음악도 경쾌하고 흥겹다.  

같이 춤을 추자는 손짓에 무대에 올라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현지인과 손동작, 발동작이 다르다. 손과 발이 따로 논다. 그냥 흉내만으로 족하다. 보는 사람들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춤 공연이 끝나자, 앙크롱(Angklung)이라는 전통악기를 기가 막힐 정도로 연주했다. 대나무로 만든 대롱을 들고, 돌리고, 하면서 내는 소리에 애잔함이 잔뜩 묻어 있다. '아리랑'과 '사랑은 아무나 하나' 두 곡에 박수소리가 쏟아졌다. 감동이었다. 

  
아부 바카르 모스크
아부 바카르

온 몸에 땀이 흐르고 사우나를 하는 느낌으로 찾은 '아부 바카르' 모스크(이슬람교 사원). 서양식 신고전주의와 이슬람 건축양식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건물이다. 이 모스크는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우며, 언덕 아래로는 테브리우 해협이 있다. 그 너머로는 싱가포르  땅이다. 

안갯속에 희미하게 보이는 싱가포르, 국경을 넘어 왔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다. 2000여 명이 한꺼번에 의식을 행할 수 있는 이 모스크는 전략적인 이유로 이곳에 지어졌다고 한다. 조호르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술탄(왕, 정치적 지도자) '아부 바카르'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그가 타계한 지 몇 년 후인 1900년에 지어졌으며, 완공하는데 8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고 한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사이에 두고 있는 해협
해협

건물이 있는 마당 안으로 들어서면, 대칭형의 탑이 양쪽으로 보이고, 정육면체 중앙 건물은 보는 사람을 압도하게 만든다. 검은색 지붕과 흰색 벽의 색상이 대조적으로 눈길을 끈다.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을 데리고 관람을 하고 단체 기념 촬영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아부 바카르 모스크
아부 바카르

사원 관람 후 버스를 타고 말레이시아로 출국하기 위해 수속을 밟았다. 불과 몇 시간을 두고 타국을 왔다 갔다 바삐 움직여만 했다. 몇 번째 국외여행이지만, 출입국을 하면서, 느끼는 한 가지 생각은 공통적이다. 왠지 긴장된다는 점.  

실제로 필자가 아는 동료 한 사람은 아랍지역을 여행하면서, 여권사진이 희미하다는 이유로 약 보름이나 강제억류를 당해야만 했던 것. 여권을 심각하게 내려다보는 자세, 무표정한 얼굴, 여권사진과 여행객을 번갈아 살피는 눈, 그리고 별일 아니라는 듯 쾅 스탬프를 찍는 손. 짧게는 몇십 초, 길게는 몇 분의 시간이 왜 이리 길게 느껴지는지? 그래도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출입국은 아주 쉽게 느껴졌고, 그다지 어려움이 없었다. 

싱가포르로 다시 돌아와 점심은 스팀보트(stream boat : 야채·해물·고기·면 등을 담백한 육수에 살짝 데쳐 먹는 요리)로 배를 채웠다. 김치와 된장찌개가 생각났지만, 생각보다는 먹을 만했다.

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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