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에 해당되는 글 16건

  1. 2015.08.24 [108산사순례 32] 인제 내설악 백담사에서 108배로 32번째 염주 알을 꿰다/인제여행/인제 가볼만한 곳/인제여행코스/강원도여행/강원도여행코스/강원도 가볼만한 곳 by 죽풍 (14)
  2. 2015.08.20 [108산사순례 31] 춘천 오봉산 청평사에서 108배로 31번째 염주 알을 꿰다/춘천여행/춘천 가볼만한 곳/춘천여행코스/강원도여행/강원도여행코스 by 죽풍 (13)
  3. 2015.08.04 [108산사순례 30] 공주 태화산 마곡사에서 108배로 30번 째 염주 알을 꿰다/사찰여행/공주여행/공주 가볼만한 곳 by 죽풍 (16)
  4. 2015.07.31 [108산사순례 29] 천안 태화산 광덕사에서 108배로 29번 째 염주 알을 꿰다/사찰여행/천안여행/천안 가볼만한 곳 by 죽풍 (14)
  5. 2015.06.19 [108산사순례 23] 울주 가지산 석남사에서 108배로 23번째 염주 알을 꿰었다/사찰여행/울주여행/울주 가볼만한 곳 by 죽풍 (13)
  6. 2015.06.17 [108산사순례 22] 고성 연화산 옥천사에서 108배로 22번 째 염주 알을 꿰다/고성여행/사찰여행/고성 가볼만한 곳 by 죽풍 (18)
  7. 2015.06.11 [108산사순례 21] 남해 금산 보리암에서 108배로 21번 째 염주 알을 꿰다/남해여행/사찰여행/남해 가볼만한 곳 by 죽풍 (19)
  8. 2015.06.06 [108산사순례 20] 영천 팔공산 수도사에서 108배로 20번째 염주 알을 꿰다/사찰여행/영천여행/영천 가볼만한곳 by 죽풍 (3)
  9. 2015.03.31 [108산사순례 12] 지리산 화엄사에서 108배로 12번 째 염주 알을 꿰다/산사여행/구례여행/구례 가볼만한 곳 by 죽풍 (3)
  10. 2015.03.12 [108산사순례 10] 영남의 3대사찰 선찰대본산 범어사에서 108배 기도로 10번 째 염주 알을 꿰다/사찰여행/부산여행/부산 가볼만한 곳 by 죽풍 (14)

 

[108산사순례 32] 인제 내설악 백담사에서 108배로 32번째 염주 알을 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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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인제 내설악 백담사 일주문.

 

[108산사순례 32] 인제 내설악 백담사에서 108배로 32번째 염주 알을 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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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온 그 이유는...

<108산사순례 26> 인제 내설악 백담사

 

티끌세상을 떠나면

모든 것을 잊는다 하기에

산을 깎아 집을 짓고

돌을 뚫어 샘을 팠다.

 

이곳에 가면 잊을 수 없는 분이 있다. 오늘 가는 이 길, 겉으로는 부처님을 뵈러 간다지만, 속으로는 이 분을 뵙고자 발걸음을 재촉하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산거>라는 시의 첫 연이다. 시의 구절에서 기개가 넘쳐나고 굳센 의지가 느껴진다. 부처님이 걸었던 그 고행도 녹아있다. 붓끝으로 보여준 지조와 나라사랑은 그 누가 이분의 정신을 훼손하겠는가. 학창시절 몇날 며칠을 반복해서 읽으며, 전 구절을 외운 시 하나. 그 시의 한 구절처럼, "만날 때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 다시 만날 것"이라는 믿음. 나는 그 믿음으로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도는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의 삶과 그의 글이 다르지 않게 살았던 만해 한용운을 만나러 백담사로 가는 길에서.

 

이곳에 가면 잊고 싶은, 또 다른 한 사람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 사람은 부처님이 계신 극락보전 우측에 터를 잡아 몇 년 세월을 보냈다.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는 그 분(?)이다. 불교에는 '생노병사(生老病死)' 네 가지 고통을 넘어, 여덟 가지 고통을 말하는 '8고(八苦)' 중 "미워하는 사람과 만나야 하는 괴로움"인 '원증회고(怨憎會苦)'가 있다. 누가 그 방에 머물도록 했을까 싶기도 하지만, 이해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부처님의 지혜로 어리석은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불교의 근본인 자비실천에 비추어 본다면. 


 

일주문에 이름을 단 '내설악백담사'. 한용운의 <백담사 사적기>에 따르면, 647년(신라 제28대 진덕여왕 원년)에 자장율사가 설악산 한계리에 한계사로 창건하고 아미타삼존불을 조성 봉안했다는 기록이 있다. '백담사'란 이름은 설악산 대청봉에서 백담사까지 작은 '담(물이 깊게 괸 곳)'이 100개가 있는 지점에서 사찰을 세웠다고 전해진데서 유래한다. 대한불교조계종 기초선원으로, 갓 득도한 승려들이 참선수행을 하고 있는 사찰로 잘 알려져 있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주제로 실시하는 템플스테이도 유명하다. 문화재로는 보물 제1182호(인제 백담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 및 복장유물), 보물 제1276호(인제 한계사지 북 삼층석탑)가 있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템플스테이로 유명한 백담사



백담사를 찾는 여행자는 대개 마을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백담사 주차장에서 바로 사찰로 진입하게 된다. 그런 이유로 일주문까지 다시 걸어 나와 합장하고 사찰로 들어가야만 했다. 백담계곡을 건너는 긴 다리는 수심교. 이곳에서부터 마음을 닦고 절에 들어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마음을 닦는다'는 것은, 해탈의 경지에 이르겠다는 것이요, 곧 부처가 되겠다는 발원을 세우는 의지의 표현이다. 


다리 위에서 보는 깊은 계곡과 산자락은 여행자를 도의 경지에 이르게 한다. 계곡에 쌓아 놓은 무수히 많은 크고 작은 돌탑들. 작은 탑 하나를 쌓는데도 많은 공을 들였으리라. 폭우가 쏟아지고 많은 물이 계곡을 강타하면, 공을 들여 만든 저 탑도 무너지는 것은 자연의 이치. 그래도 아쉬워 할 이유는 없는 법이다. 다시 공을 들여 자신이 세운 목표를 향해 탑을 쌓는 의미는 있을 테니까.


 

금강역사를 모신 금강문에서 보는 불이문, 삼층석탑 그리고 중심법당인 극락보전. 짧지만 일직선으로 배치된 가람 형태를 보인다. '진리는 둘이 아니라는 뜻'을 가진 불이문은, 사찰 건축에서 보기 드문 솟을대문 형식으로 지었다. 편액은 앞쪽에는 '백담사', 안쪽에는 '설악산'이라 달았다. 모서리가 닳은 옥개석과 이끼 낀 삼층석탑은 세월의 흔적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정면 5칸, 측면 4칸 팔작지붕 극락보전 용마루 끄트머리는 용의 머리로 치미를 장식했다. 화려하지도, 웅장하지도, 않은 소박한 모습이다. 법당에는 서방정토 극락세계 주재자인 아미타불을 주불로, 좌우 협시로는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을 모셨다. <108산사순례> 때마다 의례적으로 하는 경전 독송과 108배를 올렸다. 32번째 염주 알을 꿰면서, 그 동안 꿰어 온 염주 알 하나하나를 새어본다. 이 기도가 헛되지 않고 잘 끝나기를 다짐하면서.



이제 만해 선사를 만나러 간다. 백담사는 부처님을 모신 법당 외에 만해 한용운 선사의 문학사상과 불교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전각이 많다. 대표적인 건물로 만해기념관을 비롯하여, 만해교육관, 만해연구관, 만해수련원, 만해도서관 등이 있다. 문이 열려있는 기념관을 들어서면 정면으로 만해의 목각좌상과 그 왼쪽으로 만해 초상화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은은한 음악이 울리는 작은 공간, 부처님이 계신 법당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가슴을 요동치게 만든다. 발걸음 한 걸음 옮겨 놓는 것도 조심스럽다. 법당에서 걷는 걸음걸이처럼. '사진촬영 금지'라는 안내 때문에 머리로, 눈으로, 귀로, 마음으로, 선사의 혼과 정신을 담았다. 어느 글귀 하나가 발걸음을 한 동안이나 묶어 놓는다.

 

만해기념관에서 느낀, 불교개혁의 기치를 내걸었던 만해의 열정


 

"세상에서 제일 더러운 것은 무엇인지 아십니까? 제일 더러운 것을 똥이라고 하겠지요. 그런데 똥보다 더 더러운 것은 무엇일까요? 나의 경험으로는 송장 썩는 것이 똥보다 더 더럽더군요. 왜 그러냐 하면 똥 옆에서는 음식을 먹을 수가 있어도 송장 썩는 옆에서는 역하여 차마 먹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송장보다 더 더러운 것이 있으니 그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그건 삼십일 본산 주지 바로 네놈들이다."

 

한용운 선사는 한국 불교를 일본에 예속시키려는 총독부의 방침에 따라 개최된 31본사 주지회의에서 이같이 연설했다. 당시 이 연설을 할 때 선사의 격한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두 손을 불끈 쥔 채, 얼굴은 달아올랐고, 심장은 뛰었으며, 격앙되고 흥분되었으리라. 위당 정인보 어록에도, "인도에는 간디가 있고, 조선에는 만해가 있다"고 말한 것을 보면, 선사의 불교개혁 정신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불교개혁의 기치를 내걸었던, 선사의 <조선불교 유신론>과 <불교대전>의 원전도 이곳 기념관에 있다.


 

만해는 법정에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았다. 만해는 1919년 3월 1일 태화관에서 거행된 독립선언서를 33인을 대표하여 낭독하고 만세삼창을 불렀다. 그리고는 총독부에 전화를 걸게 하여 모든 사실을 알렸고, 조금도 반항하지 않고 일경에 체포되었다. 이후 진행된 법정에서는 재판부를 향하여 나무란다. "조선인이 조선민족을 위하여 스스로 독립운동 하는 것이 백번 마땅한 노릇인데, 일본인이 어찌 감히 재판하려 하느냐"고. 


옥중 투쟁 3대원칙도 정했다. 보석을 요구하지 말라, 사식을 취하지 말라,  변호사를 대지 말라. 3년을 복역하고 출감한 만해는 민족의 독립을 위해 힘써다, 1944년 6월 세수 66세, 법랍 39세로 성북동 심우장에서 입적한다. 안타깝게도 광복의 기쁨을 느끼지도 못한, 1년을 앞둔 해였다.


 

만해는 1917년 12월 오세암에서 참선 중 진리를 깨우쳤다. 그리고 '오도송'을 읊었다. 오도송은 "선승이 자신의 깨달음을 읊은 선시를 말한다.

 

남아도처시고향(男兒到處是故鄕, 남아란 어디메나 고향인 것을)

기인장재객수중(幾人長在客愁中, 그 몇 사람 객수 속에 길이 갇혔나)

일성갈파삼천계(一聲喝破三千界, 한 마디 큰 소리 질러 삼천대천세계 뒤흔드니)

설리도화편편비(雪裏桃花片片飛, 눈 속에 복사꽃 붉게 붉게 피네)

 

근대와 현대사에 큰 획을 그은, 역사적 인물의 흔적을 간직한 백담사

 

만해의 업적은 실로 대단하다. 백담사에서 승려가 돼 구도자의 길을 걸었고, 정진을 게을리 하지 않고 불제자로서 사상의 깊이를 더했다. 일본이 조선을 강탈하고 지배했을 때, 굳은 지조와 대쪽 같은 기개는 민족정기를 만방에 떨치는 독립운동가로 변신하며 그 역할을 다했다. 사랑을 노래한 시인으로서 민초들의 가슴을 울렸다. 


위대한 사상가로, 나라사랑을 실천한 독립운동가로, 불교의 깊이를 더한 대선사로 그리고 향기 나는 시인으로서, 아직까지도 우리 곁에 머물러 있다. 지난여름, 꼭 이맘때 백담사를 찾았다. 만해기념관에서 느꼈던 그 진한 울림은 내 가슴의 벽을 치며 파고든다. 부처님을 존경하고 법을 따르듯이, 만해 한용운 선사의 영혼을 조금이나마 닮고 싶었다. 지난해와 올 해 이태 동안, 백담사 만해기념관에서 한참이나 머물러 있어야만 했던 그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백담사에 이르는 길, 그 시작과 끝은 '기다림'의 미학이다. "얼른 갔다, 얼른 오겠다"는 생각을 버려야만 제대로 된 여행을 할 수 있다. 강원도 인제군 용대리 용대마을향토매표소에서 백담사까지는 약 7km. 걸어서는 약 2시간이 걸리고, 마을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매년 여름철,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약 1개월간 집중 운행하고 있다. 그 외 기간에는 사전 문의가 필요하다. 


백담사로 향하는 상행 첫차는 오전 7시, 막차는 오후 6시에 출발하고, 백담사에서 마을로 향하는 하행 막차는 오후 7시에 떠난다. 버스는 30분 간격으로 운행하며, 37명 정원이 차면 바로 출발하며, 요금은 성인 기준으로 편도 2,300원. 백담사에 가려는 여행자는 사전에 반드시 여행정보를 파악하고 떠나는 것이 필요하다.(용대리 향토기업 033-462-3009)


 

백담사는 근대와 현대사에 있어 큰 획을 그은, 역사적 사건을 안고 있는 인물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사찰이다. 본받고 계승해야 할 역사와 두 번 다시 반복하지 말아야하고 청산해야 할 역사를 안은 백담사. 나는 연이어 이태 동안 천리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왜 여기까지 한 숨에 달려 왔는가. 묻는다. 그리고 답하노라. 아직도 친일세력이 득세하고, 국민을 위협했던 반민주 세력이 판치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민족 앞에, 국민 앞에, 죄 지은 이들이여. 고개 숙여 진심으로 참회하라. 광복 70년을 맞아 해방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조국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선열들의 그 숭고한 정신과 영혼을 기린다면.

 

백담계곡을 흐르는 100개의 '담'에 고인 옥색의 물은 보석보다 더 맑고 투명하다. 그 샘에서 물 한 바가지를 떠 마셨다. 정신이 번쩍 든다. 육신은 벌써 백담사를 뒤로 하고 수심교를 건너고 있다. 인제 백담사에서 <108산사순례> 그 서른두 번째 염주 알을 꿰었다.

 

 

『108산사순례 32

 

(1)양산 통도사 → (2)합천 해인사(483.8km) → (3)순천 송광사(367.8km) → (4)경산 선본사 갓바위(448.4km) →  (5)완주 송광사(220. 2km) →  (6)김제 금산사(279.2km)  → (7)여수 향일암(183.4km)  → (8)여수 흥국사(192.3km) → (9)양산 내원사(100.3km) → (10)부산 범어사(126.6km) → (11)구례 연곡사(156.8km) → (12)구례 화엄사(25.1km) → (13)구례 천은사(192.5km) → (14)김천 청암사(204.9km) → (15)김천 직지사(270.7km) → (16)영천 은해사(184.0km) → (17)영천 거조암(220.5km) → (18)보은 법주사(289.1km) → (19)영동 영국사(301.0km)  → (20)영천 수도사(378.6km) → (21)남해 보리암(122.9km)  → (22)고성 옥천사(144.4km) →  (23)울주 석남사(121.6km) → (24)밀양 표충사(156.0km) →  (25)하동 쌍계사(153.6km) → (26)남원 실상사(233.7km) → (27)달성 용연사(334.8km) → (28)천안 각원사(325.4km) → (29)천안 광덕사(30.2km) → (30)공주 마곡사(311.8km) → (31)춘천 청평사(486.8km) → (32)인제 백담사(79.1km)

 

☞ 총 누적거리 7,125.5km

 

[108산사순례 32] 인제 내설악 백담사에서 108배로 32번째 염주 알을 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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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인제군 북면 | 백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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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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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15.08.24 05: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즈넉하니 좋아보이는 백담사로군요.

    잘 보고갑니다.

    즐거운 한 주 되세요^^

  2. Favicon of https://moldone.tistory.com BlogIcon 청결원 2015.08.24 06: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백담사 잘 보고 가네요

  3. Favicon of https://jongamk.tistory.com BlogIcon 핑구야 날자 2015.08.24 07: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백담사의 돌다리가 참 예쁘네요 잘보고갑니다

  4. Favicon of https://toyvillage.net BlogIcon 라이너스™ 2015.08.24 08: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말로만 듣던 백담사군요^^
    좋습니다.

  5. Favicon of https://wkwk.tistory.com BlogIcon 박군.. 2015.08.24 10: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을 보니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네요 ㅠㅠ

  6. Favicon of https://hanwhablog.com BlogIcon 한화호텔앤드리조트 2015.08.24 11: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백담사는 계곡도 있고 셔클버스로 오가기도 좋아서 가족 여행으로도 많이 떠나시던데
    이렇게 보니 고즈넉한 분위기가 참 좋네요 ^^

  7. Favicon of https://gdlsg.tistory.com BlogIcon 도생 2015.08.24 11: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 맑은 백개의 물 속에 허공은 보이지 않네요.
    성불하세요^^

  8. Favicon of https://0572.tistory.com BlogIcon 『방쌤』 2015.08.24 12: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랫만에 만난 백담사의 고즈넉한 풍경이 참 좋습니다
    벌써 32번째이군요. 시간이 참 빠른것 같습니다
    즐거운 한 주 시작하시길 바라구요~^^

  9. Favicon of https://kbank.tistory.com BlogIcon 행복생활 2015.08.24 13: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덕분에 잘 보고 갑니다 ^^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내세요~

  10. Favicon of https://onetwopunch.tistory.com BlogIcon 강냉이. 2015.08.24 13: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백담사가 역사적으로 참 큰 의미가 있는 곳이네요 :)

  11. 2015.08.24 13: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12. Favicon of https://ggng2.tistory.com BlogIcon 헬로끙이 2015.08.24 15: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저 수많은 돌들을 보니 멋지군요 ^^
    덕분에 뱀담사 잘 보고갑니다

  13. Favicon of https://zachenet.tistory.com BlogIcon 자취in 2015.08.24 16: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맘이 편해지네요 역시 산에 가고 절에 가는 이유가 있나봅니다.

  14. Favicon of https://jemstory.tistory.com BlogIcon 윤유엄니 2015.08.24 21: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돌탑이라고 하나요??
    엄청 많네요~~~

 

[108산사순례 31] 춘천 오봉산 청평사에서 108배로 31번째 염주 알을 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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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청평사 전경.

 

[108산사순례 31] 춘천 오봉산 청평사에서 108배로 31번째 염주 알을 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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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짓는 업... 그림자로 평생 나를 따라 다닐 것

<108산사순례 25> 춘천 오봉산 청평사

 

맑고 깨끗하다. 울창한 숲이 맑고, 계곡을 따라 도는 물소리가 맑다. 녹색 나무 잎사귀가 깨끗하고, 폭포에서 떨어지는 하얀 포말도 더 없이 깨끗하다. 쇠가 부딪히는, 귓전을 때리는 매미소리. 그 소리가 전혀 거슬리지 않는다. 왜 그럴까. 그건 나 자신이 시끄럽다 인식하지 않고, 그 소리에 빠졌다는 것이리라. 


여름휴가로 떠난, <108산사순례>는 강원도 춘천 청평사에서 첫 걸음을 내딛었다. 주차장에서 약 1.6km 떨어진 청평사까지 가는 길은 매미의 합창과 계곡의 물소리가 숲 속 저 멀리까지 가득 차 있다. 자연이 연출하는 환상적인 멜로디. 그 속에 여행자는 몸과 마음을 아낌없이 내 주고 말았다. 계곡 길을 따라 청평사까지 가는 그 시간 내내 까지는.


 

계곡 넙적 바위엔 웬 여인이 오른손으로 뱀 머리를 든 채 애틋한 심정으로 뱀의 두 눈을 쳐다보고 있다. 청평사 '공주설화'에 얽힌 이야기를 꾸며놓은 조각상이다.

 

중국 당나라 태종의 딸을 한 청년이 사랑했다. 청년은 그 죄로 죽임을 당하고, 상사뱀으로 환생하여 공주의 몸에 붙어서 살게 된다. 궁궐에서는 뱀을 떼어내려 갖은 방법을 찾았지만 효험은 없었다. 궁궐을 나온 공주는 먼 길 끝에 청평사에 이르게 되고, 공주굴에서 하룻밤을 잔 공주는 공주탕에서 몸을 깨끗이 씻고, 스님의 가사를 공양으로 올렸다. 그 공덕으로 상사뱀은 공주와 인연을 끊고 해탈을 끊었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설화에만 있는 것일까. 인간은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판단착오를 일으키고, 그 결과는 생각하지 못한 곳에 이른다. 서로가 화를 불러들이고 화를 맞이한다. 양보하거나 집착을 내려놓았다면 어땠을까. 서로가 이익이 되는 길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청평사 계곡 '공주설화'에 얽힌 이야기, 집착을 내려놓아라

 

강원도 춘천시 소양강 댐 북쪽에 자리한 청평사. 오봉산 기슭에 자리한 청평사는 고려 광종 24년(973년) 승현선사가 창건하고 백암선원이라 하였으나, 그 뒤 폐사되었다. 조선 명종 때 보우선사가 중건하면서 대사찰로 변하지만, 한국전쟁 때 거의 소실되는 아픔을 겪는다. 이후 1970년대 전각을 새로 짓고 회전문을 보수하면서 지금에 이른다. 청평사란 이름은 '맑게 평정되었다'는 뜻 '청평'에서 비롯됐다


문화재로는 보물 제164호(춘천 청평사 회전문)와 강원도 문화재자료 제8호(청평사 삼층석탑)가 있으며, 명승 제70호(춘천 청평사 고려선원)가 있다. 현존 건물로는 중심법당인 대웅전을 비롯하여, 극락보전, 삼성각, 세향원, 청평루, 해탈문 등이 있으며, 진락공부도, 환적당부도, 고려정원 등이 있다. 이곳 읍지에 따르면, 고려시대 청평사는 221칸이 되는 대규모였다고 전한다.


 

울창한 숲 속을 얼마나 걸었을까, 편안한 걸음걸이가 끝나는 것을 예고라도 하듯 하늘이 열린다. 온 몸에 땡볕의 열기가 파고든다. 일주문이 없는 터라, 직행으로 청평사에 닿았다. 몇 개의 계단을 오르니 널찍한 절 마당이 나타나고, 뒤로는 암석지대 오봉산이 병풍으로 펼쳐져 있다. 절 마당 한가운데 우뚝 선 안내 간판과 받침돌 하나. '청평사 문수사 시장경비'라는 비석으로, "고려 말 원나라에서 청평사에 보내온 대장경과 사찰 후원금에 대한 내용을 기록한 비석"이라 적혀있다. 마당에는 받침돌만 덩그러니 남았다. 비와 받침돌이 영원하지 못함에 애틋함이 묻어나는 느낌이다.


 

일주문이 없는 청평사는 처음으로 회전문(보물 제164호)을 지난다. 청평사에서만 볼 수 있다는, 회전문이라는 이름 자체도 낯설다. 회전문을 지레짐작하면, '빙글빙글 돌아가는 문'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런 뜻을 가진 것은 아니다. 중생들에게 윤회전생을 깨우치게 하는 '마음의 문'이란다. 정면 3칸, 측면 1칸의 맞배지붕으로 규모가 작은 회전문은 가운데 한 칸은 통로로 이용되고 양쪽 2칸은 마루가 깔려있다. 


양쪽의 좁은 공간에는 사천왕상이나, 다른 아무런 장식이 없다. 이 문은 1555년 경 보우대사가 건립했다고 전해지며, 한국전쟁 때 불탔으나 축대만큼은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천장에는 사찰에서 보기 드문 홍살을 가로로 배열한 것이 특징이다. 좌우로는 같은 규모의 건물 한 동씩이 자리하는데 그 용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청평사 중심법당은 대웅전. 정면 3칸, 측면 3칸 맞배지붕 건물로 그리 크지 않은 아담한 편. 중앙계단 소맷돌은 용이나 거북 등을 장식하는 보통 사찰과는 달리 태극문양을 새겼다. 태극문양은 왕실과 관련 있는 건축물에서만 새기는 것을 감안하면 왕궁의 보호를 받는 사찰임을 증명한다. 회전문에 홍살을 설치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 불단에는 주불인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좌우 협시보살로는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모셨다. 


문수보살은 ‘지혜’를 상징하는 보살로, 보현보살은 ‘행을 실천’하는 보살로 우리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문수·보현보살이 손에 든 연꽃 위에는 문수동자와 보현동자가 두 손 모아 합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일반사찰에서 보기 드문 형태로 특별나다. 동자의 머리 모양은 중국의 형태를 닮았는데, 불교가 중국을 거쳐 들어오면서 받은 영향이리라.

 

무릎을 꿇는다는 것, 진정한 '사과'와 '참회'란 무엇일까

 

공양미를 올리고 공손한 마음으로 무릎을 꿇었다. 사람이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터. "무릎을 꿇을 바에야, 차라리 죽음을 달라"는 말을 짚어보면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 왜, 무릎을 꿇을까. 그건, 자신이 저지른 잘 못을 비는 '사과'와 자신의 부족함을 반성하는 '참회' 등 두 가지 때문이 아닐까. 사과와 참회의 기본은 진정성. 진심이 담기지 않은 사과와 참회는 아무런 감동도, 그 의미도, 없다. 부처님 앞에 108배를 올렸다. 나의 건강을 위하고 명예를 위하여, 나의 재산 증식을 위하고 내 가족의 행복을 기원하는, 그런 기도가 아님은 물론이다. 



염주 한 알을 돌릴 때 마다, '참회합니다'라는 주문은 끝없이 이어진다. 오로지 나 자신의 부족함을 비는 진심을 담은 108배는 그렇게 끝을 맺었다. 얼굴과 온 몸은 땀범벅이다. 개운하기 이를 데 없고 날아갈듯 상쾌하다. '진정한 참회'는 이렇듯 맑고 깨끗함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이웃나라 일본은 70년 세월을 '진정한 사과' 없는 세월을 보내고 있다. 더러운 물속에 자신을 가두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광복 70년을 맞아 문득 이는 생각이다.


 

청평사는 댐이 생긴 후 유명해졌다. 소양댐에서 배로 15분 걸리는 '섬 속의 사찰'로 찾아가는 매력 때문이다. 연인들은 기차를 타고 춘천에서 내려,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소양댐까지 간다. 여기서부터는 청평사행 배를 타는 것. 각종 교통편을 갈아타면서 육지와 호수의 주변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어 좋다. 하늘을 덮은 우거진 숲 속을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길목마다 청평사와 관련한 이야깃거리는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번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보는 여행지로서는 '딱'이라는 생각이다.


 

'맑게 평정되었다'는 청평사에서 일어나는 생각 한 조각이 머리를 스친다. '그림자'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림자는 평생 나를 따라 다니면서 내 곁을 떠나지 않는다. 떠날 수도 없는 그림자다. 그림자는 나의 분신이요, 나의 영혼이다. 그림자는 맑은 날이면 더욱 뚜렷해진 모습으로 내 곁에서 머문다. 비오거나 흐린 날이면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그렇다고 영원히 나를 떠났을까. 


다시, 맑아지는 날이면 그림자는 원래 모습으로 내 곁에 살짝 와 있다. 살아가면서 착한 일을 많이 행하면, 선행의 그림자로서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이요. 나쁜 일을 더 많이 하면, 악행의 그림자로 나를 괴롭히며 쫓아 올 것이다. 나쁜 일은 생각도 내지 말며, 착한 일은 행동으로 실천하라. 내가 짓는 업은 그림자의 모습으로 죽음을 다하는 그날까지 평생 나를 따라 다닐 것임을 알아야만 한다. <108산사순례> 그 서른한 번째 여행, 춘천 청평사에서 31번 째 염주 알을 꿸 수 있었다.


 

『108산사순례 31

 

(1)양산 통도사 → (2)합천 해인사(483.8km) → (3)순천 송광사(367.8km) → (4)경산 선본사 갓바위(448.4km) →  (5)완주 송광사(220. 2km) →  (6)김제 금산사(279.2km)  → (7)여수 향일암(183.4km)  → (8)여수 흥국사(192.3km) → (9)양산 내원사(100.3km) → (10)부산 범어사(126.6km) → (11)구례 연곡사(156.8km) → (12)구례 화엄사(25.1km) → (13)구례 천은사(192.5km) → (14)김천 청암사(204.9km) → (15)김천 직지사(270.7km) → (16)영천 은해사(184.0km) → (17)영천 거조암(220.5km) → (18)보은 법주사(289.1km) → (19)영동 영국사(301.0km)  → (20)영천 수도사(378.6km) → (21)남해 보리암(122.9km)  → (22)고성 옥천사(144.4km) →  (23)울주 석남사(121.6km) → (24)밀양 표충사(156.0km) →  (25)하동 쌍계사(153.6km) → (26)남원 실상사(233.7km) → (27)달성 용연사(334.8km) → (28)천안 각원사(325.4km) → (29)천안 광덕사(30.2km) → (30)공주 마곡사(311.8km) → (31)춘천 청평사(집 → 청평사, 486.8km)

 

☞ 총 누적거리 7,046.4km


 

[108산사순례 31] 춘천 오봉산 청평사에서 108배로 31번째 염주 알을 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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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시 북산면 | 청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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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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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moldone.tistory.com BlogIcon 청결원 2015.08.20 06: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청평사 잘 보고 가네요

  2. Favicon of https://jongamk.tistory.com BlogIcon 핑구야 날자 2015.08.20 07: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폭포가 아직은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서울에서도 멀지 않네요

  3. Favicon of https://tm7rl1.tistory.com BlogIcon 착한곰돌이 2015.08.20 09: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주와 상사뱀의 조각 잘 만들어졌네요

  4. Favicon of https://t-a-s.tistory.com BlogIcon 뷸꽃남자+ 2015.08.20 11: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진자 좋은곳이 이렇게나 많네요

  5. Favicon of https://gdlsg.tistory.com BlogIcon 도생 2015.08.20 11: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간이 있다면 소양감댐에 차를 두고 배타고 다녀오는 것도 좋습니다.
    성불하세요^^

  6. Favicon of https://kbank.tistory.com BlogIcon 행복생활 2015.08.20 13: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덕분에 좋은곳 잘 보고 갑니다 ^^
    행복 가득한 하루를 보내세요~

  7. Favicon of https://onetwopunch.tistory.com BlogIcon 강냉이. 2015.08.20 13: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08배 정말 힘들다고 하던데 ㅠㅠ

  8. Favicon of https://jemstory.tistory.com BlogIcon 윤유엄니 2015.08.20 13: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으로 시원하게 구경 잘 하고 갑니다.^^

  9. BlogIcon sto 2015.08.20 14: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집착을 버리는 자세가 필요하군요

  10. Favicon of https://ggng2.tistory.com BlogIcon 헬로끙이 2015.08.20 15: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청평사에 가면 울창한 숲과 계곡도 볼수있군요 ^^
    산사 순례를 하시다니 덕분에 청평사에 대해 잘 알아갑니다

  11. 2015.08.20 23: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12. Favicon of https://travelyoungdo.tistory.com BlogIcon 영도나그네 2015.08.21 22: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하!
    이번 여름휴가에는 멀리 춘천의 청평사에서 108산사순례행사를 가지셨네요..
    말고 깨끗한 물소리와 세소리들이 어우러진 깊은 계곡에서의 순례행사는 정말
    의미있는 시간이 된것 같기도 하구요..
    오늘도 행복한 시간 가지시기 바라면서..

  13. Favicon of https://unitform.tistory.com BlogIcon 정감이 2015.08.21 22: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지군요.. 이런 이쁜데가 있군요.

 

[108산사순례 30] 공주 태화산 마곡사에서 108배로 30번 째 염주 알을 꿰다

사찰여행/공주여행/공주 가볼만한 곳


공주 태화산 마곡사 일주문.

 

[108산사순례 30] 공주 태화산 마곡사에서 108배로 30번 째 염주 알을 꿰다

사찰여행/공주여행/공주 가볼만한 곳

 

파멸을 부르는 욕심... 버려야 산다

<108산사순례 24> 공주 태화산 마곡사

 

사람은 누구나 욕심을 가진다. 욕심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욕심이 사람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욕심은 인간성을 파멸시키며 끝내 파국으로 치닫게 하는 나쁜 씨앗이다. 그렇다면 욕심이 꼭 나쁜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욕심이 없으면 무책임하고, 살아갈 이유가 없다. 욕심은 내가 살 존재이유가 되고, 가족과 사회를 발전시키는 긍정적인 씨앗이다. 


욕심으로 생긴 이득을 사회발전에 투자하고, 가난한 이들을 도우며, 좋은 일에 기여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욕심은 없으리라. 그럼에도 불가에서는 욕심을 버리라 이른다. 욕심으로 인해 얻는 것 보다는 잃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부처님 말씀에서도 탐·진·치 삼독 중에서 제일 먼저 '탐욕'을 버리라고 설법한다. 지난 7월 11일. 아침 일찍 들른 천안 각원사와 광덕사에 이어 오후에는 세 번째로 공주에 자리한 마곡사로 찾아 가는 길에 드는 생각이다.


 

'계영배'라는 술잔이 있다. 과음을 경계하기 만든 술잔으로 '절주배'라고도 한다. 고대 중국에서 넘쳐나는 욕심을 경계하기 위해 하늘에 정성을 드리며 비밀리에 만들었던 의식 때 쓰던 그릇이다. 계영배는 밑에 구멍이 뚫려 있는데도 물이나 술을 부어도 전혀 새지 않다가, 7할 정도 채우면 밑구멍으로 새어 나가는 구조다. 


공자가 제나라 환공의 사당을 찾았다. 공자가 "저 그릇은 무엇에 쓰는 것"인지 물었다. 사당지기는 "항상 곁에 두고 보는 그릇(유좌지기, 宥坐之器)이라 답했다. 공자도 "이 그릇은 속이 비면 기울고, 가득 채우면 엎질러지며, 적당하면 바로 선다"는 것을 알면서 고개를 끄떡였다. 욕심을 절제하는 철학이 과학과 조화를 이룬 멋진 만남이다. 욕심으로 선업을 짓기도 하지만, 적당함을 유지하는 절제로 자신을 경계해야 하는 교훈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충남 공주시 마곡면에 자리한 태화산 마곡사.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다. 마곡사는 640년(백제 무왕 41년) 신라의 고승 자장율사가 창건했다. 고려 명종 때인 1172년 보조국사가 중건하고 범일대사가 재건했다. 다시 도선국사가 중수하고 각순국사가 보수해 오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마곡사는 창건 할 당시에만 해도 30여 칸이 넘는 대사찰이었다. 


문화재로서 보물로는 제269호(감지금니묘법연화경 제6권), 제270호(감지은니묘법연화경 제1권), 제799호(공주 마곡사 5층석탑), 제800호(공주 마곡사 영산전), 제801호(공주 마곡사 대웅보전), 제802호(공주 마곡사 대광보전)가 있다. 지방유형문화재로는 제20호(마곡사동제은입사향로), 제62호(마곡사 동종)가 있다. 마곡사의 말사로는 80군데로, 같은 도인 충남이 69개소이고, 나머지 지역도 11곳이나 되는 큰 사찰이다.

 

'계영배라는 술잔에서 배우는 절제


 

마곡사는 마곡사입구 관광휴게소 주차장에서 1.2k를 걸어야만 마곡사 해탈문을 만날 수 있다. 이 사이에는 일주문이 있는데, 일주문과 해탈문 사이의 거리도 0.8km나 된다. 일주문을 넘어서면서 부처님의 세계로 들어가는 의미를 새기는 시간이 그 만큼 길어서 좋다. 묵언으로 세속에 물든 마음을 정화하고 깨달음에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더운 날씨라도 걷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 하늘을 덮은 짙은 녹음은 자외선을 막아 주고, 계곡의 물소리는 귀를 깨끗하게 해 준다.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 찌든 때를 씻는 기회. 그 동안 쌓인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먹고 노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여행도 필요하지만, 온전히 나를 돌아보는 '나만의 세계'에 빠져 보는 것도 필요하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108산사순례> 사찰여행. 그래서 나는 좋다.


 

처음으로 찾는 마곡사. 부처님의 법계에 들어서는 해탈문과 사천왕상이 있는 천왕문을 지나, 큰 하천을 넘는 극락교를 건너니 부처님 세상에 닿았다. 그런데 참으로 놀랍다. 온 몸에 기운이 빠지고 정신이 혼미하다. 마당 한 가운데 하늘 높이 선 석탑, 그 뒤로 웅장한 전각 두 동. 그리고 입구에 전시된 사진 한 장이 눈길을 끈다. 맑고 푸른 하늘에 떠 있는 구름모양이 꼭 관세음보살을 닮은 모습이다. 이 모든 상황이 혼을 빼 놓지 않았나 싶다. 범종각 건물 지붕에 절병통을 얹었다. 천안 광덕사에 이어 두 번째 보는 절병통으로 재료는 석재를 사용했다.

 

마곡사 대광보전은 보물 제802호로 중심법당이다. 이 법당은 '앉은뱅이 업장 소멸한 대광보전'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아주 오래 전, 앉은뱅이가 법당 밖으로 걸어서 나왔다고 한다. 그는 부처님께 공양 올릴 삿자리를 짜면서, '걸을 수만 있다'면, '자비광명을 얻게만 된다'면, 세세생생 보시하며 살겠다고 다짐한다. 어느덧 100일째 되는 날, 그는 너무 과한 소원을 품었던 자신의 부끄러움을 알아차렸다.

 

"내가 가진 업보가 그 얼마나 큰데 감히 부처님께 그런 소원을 빌다니! 얼마나 더 공덕을 쌓아야 그 동안 지은 억겁의 죄업을 다 씻을 수 있을 것인가. 슬프도다. 슬프도다."


 

앉은뱅이가 법당 밖으로 걸어서 나갔다는 사연을 간직한 대광보전

 

지난 100일 기도 끝에 깨달은 것은 첫째도, 둘째도, '참회'였다. 날이 계속 될수록 자신이 걷게 되기를 빌기보다는, "이름 없는 들꽃이 살아 있음이 소중"하고, "내가 살아 있음에 감사"를 느꼈다. '기도'라는 것은 나의 복을 위해 비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그래서 일체 삼라만상에 계신 부처님의 자비를 회향하겠노라고 다짐했다. 


그렇게 날이 지나 삿자리를 완성하고, 성치 않은 다리를 끌고 부처님 앞으로 나아가 지극한 마음으로 절을 올리고 법당을 나왔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그가 걸어 나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걷고 있는 나를 본 것이다. 그는 마곡천을 바라보며 부처님의 자비를 온몸으로 느꼈다. 그리고 다짐했다. '나누는 삶', '자비의 삶'을 살겠노라고.



대광보전에는 특이한 점이 눈에 띈다. 내부에는 비로자나 부처님을 모셨는데, 중앙에 자리한 것이 아니라 서쪽에서 동쪽을 향해 봉안돼 있다.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에 봉안된 아미타부처님도 서쪽에 앉아 동쪽을 향한다. 마곡사와 부석사 모두 서쪽에 앉아 동쪽으로 향하는 불상이다. 


그런데, 마곡사는 비로자부처님을 모셨고, 부석사는 아미타부처님을 모셨다. 아미타부처님은 서방정토 극락세계에서 머물면서 법을 설하는 부처로, 서쪽에 자리한 것이라지만, 비로자나부처님은 왜 서쪽에 자리한 것일까 궁금하다. 비로자나부처님 뒤쪽 벽에는 18세기 후반 조선회화의 특징이 돋보이는 백의수월관음도가 봉안돼 있다. 고개 들어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환희심이 생겨난다. 


 

대광보전 뒤 언덕에 자리한 대웅보전에도 설화가 전해온다. '아들 점지해 주는 대웅보전'이란다. 정면 5칸, 측면 3칸, 2층 규모 팔작지붕 대웅보전은 웅장한 규모의 통층으로 내부에는 싸리나무 기둥이 네 개가 있다. 사람이 죽어 염라대왕 앞에 가면, "너는 마곡사 싸리나무 기둥을 몇 번이나 돌았느냐"고 묻는다고 한다. 아예 돌지 않았다면 지옥에 떨어지고, 많이 돌았다면 극락에 가까이 왔다고 일러준다. 아들이 없는 사람이 싸리나무 기둥을 안고 돌면 아들을 낳는다고 점지해 주는 대웅보전. 지금도 이 싸리나무 기둥은 아들을 낳고 싶어 하는 아낙의 손때가 묻어 번질번질하게 윤기가 나 있다.


 

싸리나무 기둥 안고 돌면 아들을 낳는다는 대웅보전

 

대웅보전에는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약사여래와 아미타불과 함께 삼세불이 모셔져 있다. 경전을 읽고 지극정성으로 108배를 올렸다. 108기도는 나와 내 가족의 행복과 무병장수를 기원하지 않는다. 재물을 얻거나 모든 일이 잘 되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매일 같이 크고 작게 일어나는 욕심을 비롯한 삼독을 없애는 깨우침을 위한 기도로 일관하고 있다. 대광보전의 앉은뱅이 업장 소멸에 관한 이야기처럼 참회하고, 또 참회했다. 온 몸에 땀이 베였다. 개운하다. '그 무엇'을 바라지 않은 기도야말로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마곡사는 백범 김구선생과 인연이 깊다. 백범은 해방 이듬해인 1946년, 마곡사를 떠난 지 50년 만에 동지들과 이곳을 찾아 기념식수를 했다. 대광보전 기둥에 걸려있는 주련을 보고 감개무량하여 향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주련(기둥이나 벽 따위에 장식 삼아 세로로 써서 붙이는 글씨)에는 각래관세간 유여몽중사(却來觀世間   猶如夢中事, 돌아와 세상을 보니 모든 일이 꿈만 같구나)라 쓰여 있다. 


세상사 모두 꿈같지 아니한 것이 있을까. 나고 죽음도 곧 꿈이리라. 백범은 갔지만 그 향나무는 아직도 파랗게 고고한 모습으로 백범의 정신을 기리고 있다. 백범은 명성황후가 시해된 1896년 일본군 중좌를 죽이고 인천교도소에 사형수로 수감됐다. 복역 중 탈옥하여 1898년 마곡사에서 은신하다, 하은당이라는 불리는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법명은 원종. 백범일지에 나오는 출가 기록이다.




 

"사제 호덕삼이 머리털을 깎는 칼을 가지고 왔다. 냇가로 나가 삭발진언을 쏭알쏭알 하더니 내 상투가 모래 위로 뚝 떨어졌다. 이미 결심을 하였지만 머리털과 같이 눈물이 뚝 떨어졌다."

 

백범이 출가했던 마곡사, 자신이 심었던 향나무는 지금까지 푸르러

 

출가 당시 착잡한 심경이 잘 드러난다. 지금도 그때 삭발했던 바위가 있고, 마곡천과 삭발바위를 잇는 백범교가 있다. 백범이 지냈던 백범당 벽에 걸려 있는 사진이 눈길을 끈다. 왼쪽에는 완장을 찬 우익이 오른쪽엔 넥타이를 맨 우익이 함께 서 있다. 백범선생은 사상보다 하나 된 조국을 더 원하였던 것이다. 사진 옆에는 백범선생이 평생 좌우명으로 살았던 친필 휘호가 있다. 서산대사의 시다.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불수호란행(不須胡亂行) 어지럽게 함부로 걷지 마라

금일아행적(今日我行跡) 오늘 내가 가는 이 발자취가

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 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니

 

마곡사 앞을 흐르는 계곡이 시원하다. 깊은 물에 노는 물고기를 낚시하는 사람들. 썩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다. 그것도 '살생하지 말라'는 부처님 법을 배우는 절간 옆에서. 주변으로 '백범 명상길'인 '마곡사 솔바람길'이 나 있다. 마곡사를 중심으로 삭발바위(0,2km), 군왕대(0.6km), 마곡사천연송림(0,7km), 백련암(1.4km), 활인봉(2.5km), 나발봉(3.6km)으로 다녀 올 수 있다. 시간이 넉넉한 여행자라면 솔바람을 쐬며 여유 있는 여가를 즐겼으면 좋으리라.


 

'견물생심'이라 했던가. 하지만, 지나친 욕심은 화를 불러 온다는 것을 '과욕초화'라 하며 경계했다. "욕심이 사람을 죽인다" 했고, "바다는 메워도 사람의 욕심은 메우지 못한다"고도 했다. 그래서 현명한 이는, "황금 보기를 돌 같이 하라(견금여석, 見金如石)"고 조언한다.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다. 욕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누우면 잠자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108산사순례> 그 서른 번째 여행은 '탐욕'으로부터 자유로움을 깨닫는 기도여행이었다. 공주 마곡사에서 108배로 30번째 염주 알을 꿰었다.

 

『108산사순례 30

 

(1)양산 통도사 → (2)합천 해인사(483.8km) → (3)순천 송광사(367.8km) → (4)경산 선본사 갓바위(448.4km) →  (5)완주 송광사(220. 2km) →  (6)김제 금산사(279.2km)  → (7)여수 향일암(183.4km)  → (8)여수 흥국사(192.3km) → (9)양산 내원사(100.3km) → (10)부산 범어사(126.6km) → (11)구례 연곡사(156.8km) → (12)구례 화엄사(25.1km) → (13)구례 천은사(192.5km) → (14)김천 청암사(204.9km) → (15)김천 직지사(270.7km) → (16)영천 은해사(184.0km) → (17)영천 거조암(220.5km) → (18)보은 법주사(289.1km) → (19)영동 영국사(301.0km)  → (20)영천 수도사(378.6km) → (21)남해 보리암(122.9km)  → (22)고성 옥천사(144.4km) →  (23)울주 석남사(121.6km) → (24)밀양 표충사(156.0km) →  (25)하동 쌍계사(153.6km) → (26)남원 실상사(233.7km) → (27)달성 용연사(334.8km) → (28)천안 각원사(집 → 각원사, 325.4km) → (29)천안 광덕사(각원사 → 광덕사, 30.2km) → (30)공주 마곡사(마곡사 → 집 311.8km)

 

☞ 총 누적거리 6,559.6km


 

[108산사순례 30] 공주 태화산 마곡사에서 108배로 30번 째 염주 알을 꿰다

사찰여행/공주여행/공주 가볼만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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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 공주시 사곡면 | 마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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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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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t-a-s.tistory.com BlogIcon 뷸꽃남자+ 2015.08.04 07: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의미있는 일입니다. 이로인해 좋은 얻음 있으시길 바라겠습니다~

  2. Favicon of https://jongamk.tistory.com BlogIcon 핑구야 날자 2015.08.04 08: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구선생님과 인연이 많은 사찰이군요~~ 잘 알고 갑니다.

  3. Favicon of https://toyvillage.net BlogIcon 라이너스™ 2015.08.04 09: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좋은 곳이로군요^^
    휴가 잘다녀오세요^^

  4. Favicon of https://tm7rl1.tistory.com BlogIcon 착한곰돌이 2015.08.04 09: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존경스러운 김구 선생님의 사진이 딱 놓여있는 게 멋지네요

  5. Favicon of https://0572.tistory.com BlogIcon 『방쌤』 2015.08.04 10: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길이 참 좋네요
    몽땅 다 버리지는 못하겠지만 쓸데없는 욕심들은 가볍게 내려놓게 될 것 같아요^^

  6. Favicon of https://gdlsg.tistory.com BlogIcon 도생 2015.08.04 11: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즈막한 산들이 모여 깊은 골을 이루었습니다.
    성불하세요^^

  7. Favicon of https://kbank.tistory.com BlogIcon 행복생활 2015.08.04 11: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은 공주네요~
    덕분에 항상 좋은곳들 많이 둘러보고 갈 수 있습니다 ^^

  8. BlogIcon sto 2015.08.04 11: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주변 경치도 정말 좋네요 잘 보고 갑니다

  9. Favicon of https://jemstory.tistory.com BlogIcon 윤유엄니 2015.08.04 12: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더운데.. 이런곳 한번 둘러보면 산바람에 시원해질것 같네요
    마음도 몸도 시원해지겠습니다.

  10. Favicon of https://hanwhablog.com BlogIcon 한화호텔앤드리조트 2015.08.04 13: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계영배라는 술잔, 신기하군요
    싸리나무 기둥은 정말 번질번질 윤기가 나네요^^
    좋은 포스팅에 마치 제가 다녀온 듯 합니다^^

  11. Favicon of https://yahoe.tistory.com BlogIcon 금정산 2015.08.04 14: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 마곡사 저도 두번 가봤네요 고졸하니 멋진 사찰입니다.

  12. Favicon of https://zachenet.tistory.com BlogIcon 자취in 2015.08.04 14: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맘이 편안해지는 경치 잘 보고가요 ^^

  13. Favicon of https://bonbonn.tistory.com BlogIcon 봉봉.. 2015.08.04 16: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사찰이네요 잘 보고 갑니다~

  14. Favicon of https://ggng2.tistory.com BlogIcon 헬로끙이 2015.08.04 16: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태화산 마곡사 저는 처음 보고 들은곳인데 덕분에 어떤곳인지 잘 알게된것 같아요 ^^

  15. Favicon of https://dietx.tistory.com BlogIcon 다이어트X 2015.08.04 17: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편안하니 더위 피해 사찰에서 마음 정리하고
    오면 좋겠네요~!

  16. 2015.08.04 17: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108산사순례 29] 천안 태화산 광덕사에서 108배로 29번 째 염주 알을 꿰다/사찰여행/천안여행/천안 가볼만한 곳

 

천안 태화산 광덕사 일주문.

 

[108산사순례 29] 천안 태화산 광덕사에서 108배로 29번 째 염주 알을 꿰다/사찰여행/천안여행/천안 가볼만한 곳

 

깨진 물그릇에 어떻게 물을 담을까, 화를 잠재워라

<108산사순례 23> 천안 태화산 광덕사

 

바다가 깊은 잠에 빠졌다. 그런데 파도가 인다. 피곤한 바다는 누워 조용히 쉬고 싶지만 그냥 놔두지를 않는다. 바람이 말썽이다. 바람은 바다를 향해 심술을 부린다. 참다못한 바다는 파도를 일으켜 세웠다. 화가 난 모양이다. 높고 거친 파도는 배를 침몰시키고, 육지에 닿아 맘껏 화풀이에 혼 줄을 놓았다. 

 

이성을 잃은 바다. 한참 후 정신을 차린 바다는 넋을 놓았다. 저지른 일이 너무 커 버렸다. "바람이 날 건드리지만 않았어도, 이러지는 않았을 텐데"라며 원망한다. "바람이 날 건드렸어도, 조금만 더 참을걸 그랬어"라며 탄식한다. 하지만 후회를 해도 소용없는 일.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다시 담는 것도 불가능하다. 담을 그릇도 깨져 버렸기 때문이다. 

 

 

사람 사는 세상도 이와 마찬가지다. 연일 터져 나오는 불미스러운 소식은 자연현상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층간소음 문제로 불거지는 이웃 간의 갈등,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 분풀이를 하는 보복운전 등 인간은 다양한 형태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바람이 잠자는 바다를 성가시게 했더라도, 어느 정도에서 그쳤더라면 더 큰 화는 생기지 않았을 터.

 

참지 못한 분노는 단순한 화풀이를 넘어 사람의 목숨까지 잃게 하는 경우가 많다. 원망도, 탄식도, 무슨 소용이 있으랴. 활화산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안정한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네 삶. 마음의 안정이 필요하다. 천년고찰 지장 대가람인 천안 광덕사로 수행을 떠나는 길이다.

 

 

천안 태화산에 자리한 광덕사.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 마곡사의 말사다. 652년(진덕여왕 6) 자장이 창건하였고, 832년(흥덕왕 7) 진산이 중수하였다. 임진왜란 이전까지 충청도와 경기지방에서 가장 큰 사찰 중 하나였다. 사찰소유의 토지가 광덕면 전체에 이르렀고, 89개나 되는 부속암자도 거느렸다. 또한 누각이 8개, 종각이 9개, 만장각이 80칸, 천불전도 3층으로 돼 있었다니, 어느 정도 큰 절이었는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보물로는 제390호(천안 광덕사 고려사경), 제1246호(천안 광덕사 감역교지), 제1247호(천안 광덕사 조선사경), 제1261호(광덕사노사나불괘불탱)이 있다. 충청남도 유형문화재로는, 제85호(광덕사 부도), 제120호(광덕사 삼층석탑)가 있고, 충청남도 문화재자료로는, 제52호(광덕사 사자), 제246호(광덕사 대웅전), 제247호(광덕사 천불전)이 있다.

 

 

천안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호두과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한 두번 사 먹지 않았을 여행자는 없지 않을까 싶다. 그 유명한 호두나무가 광덕사 앞 입구에 딱 버티고 섰는데 나이가 400살 정도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오랜 세월 버텨온 힘겨움으로, 가지를 잘라내고 수술한 흔적도 보인다.

 

호두나무는 중국이 원산지다. 전설에 의하면 약 700년 전 고려 충렬왕 16년(1290) 9월, 영일공 유청신 선생이 중국 원나라에 갔다가 임금의 수레를 모시고 돌아올 때, 호두나무의 어린나무와 열매를 가져왔다고 한다. 어린 나무는 광덕사 안에 심고, 열매는 유청신 선생의 고향집 앞뜰에 심었다. 천안에서는 우리나라에 호두나무가 전래된 시초가 됐다고 하여 호두나무 시배지로 부르고 있다. 광덕사 호두나무는 천연기념물 제398호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천안의 명물 호두과자... 우리나라 최초의 호두나무 시배지

 

 

'광덕사'라는 편액을 단 건물인 보화루 밑을 지나 계단을 올라 절 마당에 섰다. 바로 앞 대웅전에는 법회가 한창이다. 두 손 모아 합장기도하며 그 자리에 잠시 머물렀다. 그런데 머리 뒤쪽이 간지러워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니 많은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지 않은가. '세상에 뭔 이런 일'이 있나 싶었다.

 

알고 보니 보화루 2층에서 대웅전 법회에 동참하는 불자들이 나를 보고 있었던 것. 나를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대웅전을 향해 기도하고 있었음은 물론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기도하는 불자들 앞에서 얼쩡거렸으니 얼마나 머쓱했겠는가. 다시 합장하며 고개 숙여 미안한 마음의 예를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광덕사를 찾은 지난 11일(음력 5월 26일)은 선망부모, 수자령, 일체 인연영가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백중영가천도 49일기도'가 시작되는 입재일이다. 회향은 8월 28일(음력 7월 15일)이다. 사찰에서는 매년 백중날을 회향일로 맞춰 49재를 지내고 있다. '백중'은 명절의 하나로서 음력 7월 15일로 백종, 중원, 또는 망혼일이라고 한다. 불가에서는 백중날을 '우란분절(盂蘭盆節)'이라고 하며, 이날은 불교 5대명절의 하나로 정성을 다해 예를 올리고 있다. 우란분절에 관해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다.

 

 

부처님의 10대 제자 중 부모님에 대한 효성이 지극했던 신통제일인 목련존자. 어느 날 목련존자가 신통력을 내어 천상세계를 보니 아버지만 천상락을 즐기고 있을 뿐, 어머니는 지옥 아귀도에 떨어져 거꾸로 매달린 채 극심한 고통과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었다. 아귀란 머리는 큰 산과 같고, 배는 수미산만큼 크며, 목구멍은 바늘구멍 만큼 좁아, 음식을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를 수 없는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니 바늘구멍같은 목구멍으로 음식이 얼마만큼이나 넘어가겠으며, 수미산 같은 큰 배를 어떻게 채울 수 있겠는가. 목련은 애끓는 마음으로 부처님께 구원을 빌었고, 부모에 대한 지극한 효심에 감동한 부처님은 비책을 알려준다.

 

"네 어머니는 전생에 죄를 많이 지어 너 혼자의 힘으로 구제할 수가 없다네. 하안거가 끝나는 날, 여러 곳에 많은 스님들이 모였을 때, 지극한 정성으로 공양을 올려라. 그러면 스님들의 위신력으로 어머님께서는 지옥에서 빠져 나와 해탈할 수 있을 것이니라."

 

부처님으로부터 방편을 들은 목련은 정성스런 음식을 차려 공양을 올리며 천도를 빌었고, 기도한 공덕으로 어머님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했다. 우란분절의 '우란'은 '거꾸로 매달려 있다', '분'은 '구제한다'는 뜻으로, '재'를 베풀어 지옥에 떨어져 고통 받고 있는, 먼저 가신 부모를 구제하는 의미로 불자들에게는 중요한 행사로 치러지고 있다. 대웅전은 불자들의 기도로 법당 안을 가득 메웠다.

 

한국의 미, 사찰 건물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절병통

 

 

광덕사 절 마당은 그리 넓지는 않지만 잔디로 조성됐다. 매일 같이 스님들이 아침 마당을 쓰는 의식에 비추어보면 특별나다. 108기도에 앞서 전각 구경에 나섰다. 그런데 사찰여행에서 처음 보는 조형물이 눈에 띈다. 한옥형태의 건물에서도 이런 장식품은 처음 보는 일이다. 절병통이다. 절병통이란, 사모정이나 팔모정 등 모임지붕의 꼭지 점에 설치하는 항아리 형태의 장식기와를 말한다. 

 

네 개 이상의 추녀마루가 있는 지붕은 꼭지 점이 생기는데, 이 지점을 어떻게 덮어 마무리 하느냐가 관건이다. 빗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하고, 무게 중심으로 균형도 이뤄야 한다. 그래서 고안해 낸 것이 바로 이 절병통이다. 네 곳의 지붕을 안정적으로 지탱하게 하고, 외관도 멋진 기교를 부리는 절병통 장식. 한옥 형태의 집에서만 볼 수 있는 예술작품이 아닐까 싶다. 절병통의 재료는 기와를 비롯하여 석재나 청동으로도 만들어 장식하기도 한다.

 

 

대웅전과 약간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 천불전과 산신각에도 들렀다. 전체적으로 절터 규모는 넓은 편이다. 새로운 전각 한 동도 한창 건축 중에 있다. 광덕사의 주 법당은 대웅전. 정면 5칸, 측면 3칸, 다포계 맞배지붕 건물로 모양새는 화려하지도, 촌스럽지도, 않은 수수하다는 느낌이다.

 

불전에는 석가여래를 중심으로 약사여래와 아미타여래가 협시불로 있다. 대웅전 앞 계단에는 작은 돌사자 두 마리가 양쪽을 지키고 있다. 용맹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희밀건한 모습에 나태한 모습이다. 저런 표정으로, 무슨 사찰을 지킬까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강한 표정을 해야만 사찰을 지키는 것은 아닐 게다.

 

 

이날 하루 동안 두 번째 여는 <108산사순례> 기도여행. 경전을 읽고 108배를 올렸다. 불교에는 세 가지 독이 된다는 '삼독(三毒)'이라는 것이 있다. 탐욕(貪慾)과 진에(瞋恚)와 우치(愚癡)를 말하는데, 줄여서 탐·진·치라고 한다. 이 중 '진에'에 해당하는 것으로, '성내는 일'을 뜻한다.

 

우리는 하루에 몇 번이나 성을 내며 살아갈까. 인간과 인간이 얽히고 성긴 사회에서 성 안내고 살기는 어려울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성냄은 상상할 수 없는 큰 화를 불러 온다는 사실을 알면 마음을 다스려야 할 법이다. <108산사순례> 그 스물아홉 번째 기도여행은 천안 광덕사에서 '성내지 말아야겠다'는 것을 깨달음과 다짐으로 마무리하며 29번째 염주 알을 꿰었다.

 

『108산사순례 29

 

(1)양산 통도사 → (2)합천 해인사(483.8km) → (3)순천 송광사(367.8km) → (4)경산 선본사 갓바위(448.4km) →  (5)완주 송광사(220. 2km) →  (6)김제 금산사(279.2km)  → (7)여수 향일암(183.4km)  → (8)여수 흥국사(192.3km) → (9)양산 내원사(100.3km) → (10)부산 범어사(126.6km) → (11)구례 연곡사(156.8km) → (12)구례 화엄사(25.1km) → (13)구례 천은사(192.5km) → (14)김천 청암사(204.9km) → (15)김천 직지사(270.7km) → (16)영천 은해사(184.0km) → (17)영천 거조암(220.5km) → (18)보은 법주사(289.1km) → (19)영동 영국사(301.0km)  → (20)영천 수도사(378.6km) → (21)남해 보리암(122.9km)  → (22)고성 옥천사(144.4km) →  (23)울주 석남사(121.6km) → (24)밀양 표충사(156.0km) →  (25)하동 쌍계사(153.6km) → (26)남원 실상사(233.7km) → (27)달성 용연사(334.8km) → (28)천안 각원사(집 → 각원사, 325.4km) → (29)천안 광덕사(각원사 → 광덕사, 30.2km)

 

☞ 총 누적거리 6,247.8km

 

 

[108산사순례 29] 천안 태화산 광덕사에서 108배로 29번 째 염주 알을 꿰다/사찰여행/천안여행/천안 가볼만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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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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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moldone.tistory.com BlogIcon 청결원 2015.07.31 06: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찰여행 잘 보고 가네요

  2. Favicon of https://mkm5669.tistory.com BlogIcon 다딤이 2015.07.31 06: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벌써 29번째 성공하셨군요~~ 대단하십니다!

  3. Favicon of https://jongamk.tistory.com BlogIcon 핑구야 날자 2015.07.31 08: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불공을 드리는 분들의 모습이 보기 좋네요. 층간소음으로 퍽퍽한 이웃관계도 조금씩 양보하면 되는데~~

  4. Favicon of https://t-a-s.tistory.com BlogIcon 뷸꽃남자+ 2015.07.31 08: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사찰은 역시 저런 꽃이 있어야 매력적이죠

  5. Favicon of https://wkwk.tistory.com BlogIcon 박군.. 2015.07.31 09: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밌는 사찰 여행 늘 잘보고 있어요~

  6. Favicon of https://yahoe.tistory.com BlogIcon 금정산 2015.07.31 10: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천안 태화산 광덕사도 대단한 사세군요. 덕분에 잘 보고 갑니다.

  7. Favicon of https://0572.tistory.com BlogIcon 『방쌤』 2015.07.31 10: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광덕사는 처음 들어보는 곳입니다
    역시나 사찰이 주는 편안함은 너무 좋네요

  8. Favicon of https://su1624.tistory.com BlogIcon 도느로 2015.07.31 11: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음의 안정이 절실히 필요한 세상같습니다.
    광덕사에서 꿴 염주는 안정의 염주알었으면 좋겠습니다.
    더운날씨 몸조심하셔요 ^^

  9. Favicon of https://kbank.tistory.com BlogIcon 행복생활 2015.07.31 11: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덕분에 좋은곳 잘 알아 갑니다 ^^

  10. Favicon of https://0601.tistory.com BlogIcon 씩씩맘 2015.07.31 12: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천안가시는분들은 한번들러보셔도 좋겠어요~~

  11. Favicon of https://gdlsg.tistory.com BlogIcon 도생 2015.07.31 15: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소의 뿔처럼 홀로 내딛는 발걸음에 거침이 없어 보입니다.
    성불하세요^^

  12. Favicon of https://zachenet.tistory.com BlogIcon 자취in 2015.07.31 15: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음이 편안해지고 돌아가는 기분이 듭니다 감사해요 >ㅡ<

  13. Favicon of https://enidcherryyang.tistory.com BlogIcon 체리양네Enid 2015.08.01 07: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광덕사와 호두나무에 얽힌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광덕사에서 스물 아홉 번째 염주 알을 꿰셨다지만 저는 광덕사를 시작으로 되짚으며 읽어봐야겠어요.

  14. Favicon of https://unitform.tistory.com BlogIcon 정감이 2015.08.03 10: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호.. 사진만 봐도 좋아요...

    멋지군요. 잘 보고 갑니다.

 

[108산사순례 23] 울주 가지산 석남사에서 108배로 23번째 염주 알을 꿰었다/사찰여행/울주여행/울주 가볼만한 곳

 

 

[108산사순례 23] 울주 가지산 석남사에서 108배로 23번째 염주 알을 꿰었다/사찰여행/울주여행/울주 가볼만한 곳

 

500년 전 옮겨 왔다는 큰 나무그릇, 용도는?

<108산사순례 23> 울주 가지산 석남사

 

어두컴컴한 숲속 길, 적막감이 감돈다. 앞뒤를 둘러봐도 사람을 볼 수 없다. 새벽녘에 찾아 온 이유 때문일까. 아니면 요즘 창궐하는 전염병인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의 여파일까. 막다른 길목에 갇혀 버린 공포심. 군 생활 야간훈련 시 홀로 공동묘지에서 체험했던 그 공포심이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아늑하고 포근한 숲길을 걷는데도 즐거움보다는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유월의 둘째 주말 아침(13일). 일찍 찾은 울주 가지산 석남사로 들어가는 길에 느낀 공포심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그 답은 나 자신이 만들어낸 가공의 '마음'인 것을 오래가지 않아서야 알았다.

 

사찰에는 국보나 보물 등 많은 문화재가 있어 여행지로서는 제격이다. 또한 명산을 오르는 길목에 있으니 등산객들이 산을 오르내리면서 절을 찾는 것도 흔한 일이다. 그래서일까, 종교를 불문하고 사람들이 즐겨 찾는 여행지가 사찰이라는 것에는 특별한 의의가 없을 것만 같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가지산 동쪽에 자리한 석남사. 대한불교조계종 제15교구 본사인 통도사의 말사다. 헌덕왕 16년(824) 우리나라에 최초로 선을 도입한 도의선사가 호국기도도량으로 창건한 선찰이다. 불자들에게는 국내외 가장 큰 규모의 비구니 종립특별선원으로 널리 알려졌다. 석남사는 창건이후 여러 차례 중건중수를 거듭했고, 임진왜란 때 소실과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되면서, 신라고찰의 모습이 파괴되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그럼에도 아픔은 치유되고, 물길은 돌고 돌아 제 모습을 찾는 것도 자연의 이치. 1957년 비구니 인홍스님이 주지로 부임하면서 사찰의 면모를 새롭게 한다. 이후 비구니 스님들의 수도처로서, 정진하는 곳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시냇물을 베개 삼아 잠을 잔다는 누각', 침계루

 

그림은 사람만 그릴까. 계곡에서 흘러내린 물이 아름다운 수채화 한 폭을 그렸다. 가공미가 들어간 인위적인 그림보다는 순수함과 자연미가 한층 넘쳐난다. 한 폭의 그림을 전시하고 있는 반듯한 돌바닥을 내려다보는 침계루. '시냇물을 베개 삼아 잠자는 누각'이란 뜻을 가진 침계루는 계곡을 건너 절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언덕에 있는 경우가 많다. 해남 대흥사, 순천 송광사도 계곡을 건넌 곳에 이런 누각이 있다. 침계루는 계곡을 건너야 하기에 다리도 있어야 하는데, 반야교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반야교와 침계루, 사람이 짠 구도의 그림이라 할 수 있지만, 자연의 조화로움이 돋보이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조용한 절간은 침묵이 가득하다. 한 발자국 발걸음을 옮기는 것도 신경이 쓰인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마당엔 '삼층석가사리탑'이 섰다. 이 탑은 신라 흥덕왕 16년 도의국사가 호국의 염원을 빌며 세운 15층 대탑으로 임진왜란 때 손실됐다. 1973년 삼층탑으로 복원하고 스리랑카 사타티싸 스님이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이 탑 안에 봉안했다고 전해진다. 탑을 중심으로 북쪽에는 대웅전이, 동서로는 강선당과 서래각(종무소)이 절 마당에 안정적으로 배치돼 있다. 

 

 

안정감은 편안함과 여유로움을 유발하는 심신작용으로, 이런 상태에서 한 동안 머물러 있다는 것이, 곧 요새 말로 힐링이 아닐까. 강선당 앞에 작은 기와 조각이 돌 속에 박힌 이유가 궁금하다. 석남사는 공양간이 따로 있지만, 아침공양을 위해 스님들은 강선당에 모여들고, 발우공양을 마친 후 빈 물을 이곳에 버린다고 한다. 게송을 외고, 발우를 펴 공양하고, 나머지 물까지 버리는 이 절차 모두 그 자체가 수행임은 물론이다.

 

 

석남사 대웅전의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다. 1974년 인홍스님이 해체하여 복원한 건물로, 정면 3칸, 측면 2칸의 다포형 팔작지붕 형식이다. 정면 계단을 오르는 소맷돌에는 용이 입안에 여의주를 머금고 불법을 호위하는 자태를 나타냈다. 단청은 비단에 수를 놓은 듯 화려하게 칠한 금단청. 법당 안은 석가모니불을 본존으로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모셔졌다. 천수경을 읽고 108배를 올렸다. 더운 날씨 탓에 숨이 차고 온 몸에 땀이 베인다. 기도하는 사이사이 잡생각이 일어나지만, 마음을 고쳐 생각을 바꾼다. '어리석음으로부터 벗어나서 깨달음의 경지로 가게 해 달라고'. 알고 보면, 이 기도는 부처님에게 비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엄한 채찍질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부좌로 앉아 잠시 묵상에 잠겼다. 혼탁한 사회, 시끄러운 세상, 고통이 가득한 삶, 주변을 둘러봐도 무엇 하나 녹녹함이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진리를 보는 눈이 부족하다. 혼탁하거나, 시끄럽거나, 고통이 가득하거나, 애초부터 이런 것은 없는지도 모른다. 형상이 없는데도, 형상을 보며, 그 형상 속에 갇힌 인간의 모습. 금강경 제5장 '여리실견분'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무릇 형상이 있는 모든 것은 허망하니, 모든 형상이 있는 것이 형상(진실상)이 아닌 것을 알게 되면, 곧 여래를 보게 되리라.”

 

어릴 때 밤길을 걷다가 도깨비를 본 적이 있다. 놀라고 궁금함에 아침 일찍 일어나 그 장소에 가 봤더니 도깨비는 온데간데없고 싸리나무 빗자루만 서 있었다. '헛것'을 보았던 것. 보편적인 사람들도 '헛것을 보고 헛것이 아니라'고 마음에 새긴다. 형상이 아닌 것을 알고 여래를 볼 날이 언제쯤이나 다가올까.

 

석남사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건축미... 대웅전 지붕위에 앉은 용 조각

 

 

대웅전 서쪽 뒤에 자리한 '도의국사 부도탑'을 보러 가는 길. 아주 오래되고 아담한 마을 골목길 같은 느낌이다. 기왓장으로 마무리한 담장 너머로 겹겹이 쌓인 전각들의 기와지붕. 곡선에서 느끼는 부드러움, 직선이 주는 강렬함, 선과 선을 연결하는 섬세함이 돋보인다. 특별한 모습은 또 있다. 건물 지붕에 있는 장식물로, 대개 사찰의 경우 잡상 등을 놓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석남사 대웅전 지붕에는 용의 장식물을 얹었는데, 용마루 중간에 두 개, 내림마루와 추녀마루 각각 한 개씩이 있다. 흑기와와 청기와가 적절히 혼합된 조화로움도 빼 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산자락에 엷게 낀 안개 속에 묻힌 석남사의 전각들. 이런 풍경이야말로 진정, 아름다운 '한국의 미'가 아닐까. 보물 제369호 '울주 석남사 승탑'은 스님들의 유골을 모시기 위한 돌탑으로 통일신라 말기 승탑 양식을 잘 갖추고 있다.

 

 

절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소소한 구경거리도 있다. 극락전 앞에 있는 삼층석탑은 신라말기에서 고려 초기 만든 탑으로 기단  모서리각을 줄여 둥글게 처리한 것이 특징이다. 대웅전 뒤쪽에는 약 500년 전 간월사에서 옮겨 왔다는 큰 나무그릇이 있다. 옛날 사찰에서 여러 대중스님의 공양을 위해 쌀을 담아 두거나 밥을 퍼 담아 둔 그릇인 '엄나무 구유'다. 종루 앞에 있는 석남사 수조(울산광역시 문화재자료 제4호)는 물을 받아 놓은 물통으로 화강암으로 만들어졌고, 모서리는 안과 밖을 둥글게 다듬어 아름다운 형태를 보여준다. 두 시간을 넘게 절간에 머물렀지만 인기척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조용하다.

 

 

반야교에서 일주문까지 약 700여 미터를 걸으며 세속으로 발길을 옮긴다. 길목마다 나무에 걸어 놓은 좋은 글귀가 잠시 발길을 붙잡는다. <법구경> 말씀을 옮긴다.

 

마음이야말로 만유의 근본

일체는 마음이 지은 바요

마음으로 이루어지나니

마음 가운데 착한 생각 일으켜

선한 말을 하고 바르게 행동하면

행복과 기쁨이 뒤를 따르리라

물체의 그림자가 그 형상을 따르듯이

 

 

마음이 생각을 일으키고, 생각은 행동으로 옮긴다. 첫 단추를 잘 못 끼우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시작이 잘못되면 마지막도 결실을 이루지 못하는 법. 형상이 그림자를 제대로 따르게 하려면, 그림자인 나의 모습이 바른 모습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108산사순례> 그 스물세 번째 기도여행. 울주 가지산 석남사에서 23번 째 염주 알을 꿴 결실로, 23번째 <108산사순례> 그 간 다닌 거리도 5000km를 넘어섰다.

 

『108산사순례 23

 

(1)양산 통도사 → (2)합천 해인사(483.8km) → (3)순천 송광사(367.8km) → (4)경산 선본사 갓바위(448.4km) →  (5)완주 송광사(220. 2km) →  (6)김제 금산사(279.2km)  → (7)여수 향일암(183.4km)  → (8)여수 흥국사(192.3km) → (9)양산 내원사(100.3km) → (10)부산 범어사(126.6km) → (11)구례 연곡사(156.8km) → (12)구례 화엄사(25.1km) → (13)구례 천은사(192.5km) → (14)김천 청암사(204.9km) → (15)김천 직지사(270.7km) → (16)영천 은해사(184.0km) → (17)영천 거조암(220.5km) → (18)보은 법주사(289.1km) → (19)영동 영국사(301.0km)  → (20)영천 수도사(378.6km) → (21)남해 보리암(122.9km)  → (22)고성 옥천사(144.4km) →  (23)울주 석남사(집 → 석남사, 121.6km)

 

☞ 총 누적거리 5,014.1km

 

 

[108산사순례 23] 울주 가지산 석남사에서 108배로 23번째 염주 알을 꿰었다/사찰여행/울주여행/울주 가볼만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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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 석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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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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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jongamk.tistory.com BlogIcon 핑구야 날자 2015.06.19 08: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08산사순례를 따라 여행하면 좋을 것 같아요

  2. Favicon of https://sjinub15.tistory.com BlogIcon misoyou 2015.06.19 09: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곳 이네요
    덕분에 잘보고갑니다

  3. Favicon of https://kbank.tistory.com BlogIcon 행복생활 2015.06.19 11: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덕분에 좋은곳 잘 알아 갑니다 ^^

  4. Favicon of https://roki1.tistory.com BlogIcon 로키. 2015.06.19 12: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울주에도 이런 좋은곳이 있었군여.. 잘보고 갑니다~

  5. Favicon of https://0572.tistory.com BlogIcon 『방쌤』 2015.06.19 13: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평화로운 모습의 사찰
    좋은 이야기들
    잠시 편안한 마음으로 마주하다 갑니다^^

  6. Favicon of https://dietx.tistory.com BlogIcon 다이어트X 2015.06.19 13: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잠시 머리를 식힐 수 있겠어요~!

  7. Favicon of https://me2days.tistory.com BlogIcon 프리뷰 2015.06.19 14: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전에 몇번 갔던 기억이 나네요.
    오늘도 수고하세요^^*

  8. Favicon of https://su1624.tistory.com BlogIcon 도느로 2015.06.19 14: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죽풍님의 사찰사진 중에 사람없는 포스팅은 이번이 처음인것 같습니다.
    저정도로 사람의 발길이 끊길줄은 몰랐네요.
    말씀대로 고요함보다는 공포로움이 더 큰것처럼 느껴집니다.

  9. Favicon of http://5stin.tistory.com BlogIcon 메리. 2015.06.19 15: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군여 ㅎㅎ

  10. Favicon of https://fuente.tistory.com BlogIcon 목요일. 2015.06.19 16: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기 좋고 물 맑아보이는 곳이네요

  11. Favicon of https://fkisocial.tistory.com BlogIcon FKI자유광장 2015.06.19 17: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보기만해도 힐링 되는게 진짜 신기 하네요! ^^;

  12. Favicon of https://gdlsg.tistory.com BlogIcon 도생 2015.06.19 17: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메르스 영향으로 사찰에도 사람의 방문이 줄어든것 같습니다.
    성불하세요^^

  13. Favicon of https://hanwhablog.com BlogIcon 한화호텔앤드리조트 2015.06.21 23: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석남사 풍경 좋네요^^

 

[108산사순례 22] 고성 연화산 옥천사에서 108배로 22번 째 염주 알을 꿰다/고성여행/사찰여행/고성 가볼만한 곳

 

 

[108산사순례 22] 고성 연화산 옥천사에서 108배로 22번 째 염주 알을 꿰다/고성여행/사찰여행/고성 가볼만한 곳

 

108배 하는 아이들... "메르스를 없애 주세요"

<108산사순례 22> 경남 고성 연화산 옥천사

 

나무줄기에서 쭉쭉 뻗은 가지에는 잎이 무성하다. 하늘을 덮은 잎 때문에 해는 그 얼굴을 볼 수가 없다. 뜨거운 여름 날씨와 다를 바 없는 초여름이지만, 그늘진 숲길은 오히려 서늘하다. 가끔 잎사귀 사이사이로 비추는 햇살이 포근하게 느껴지는 것이야말로 이상하다. 물감을 칠해도 이처럼 진한 녹색을 만들 수 있을까. 물감보다 진한, 짙은 숲길을 한 동안 걸었다. 기분이 상쾌함은 물론이다. 작은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도 귀를 청정케 하는 고마운 선물이다. 6월의 초입, 경남 고성 옥천사 일주문을 지나는 숲 길 풍경이다.

 

경남 고성에 자리한 옥천사. 대한불교조계종 제13교구 쌍계사 말사다. 신라 문무왕 16년(676)에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온다. 고운 최치원 선생이 쓴 '쌍계사 진감선사 대공탑비(대공탑, 887년 건립)'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쌍계사는 본래 절 이름을 옥천사라 하였으나, 근처에 옥천사라는 절이 있어 헌강왕이 쌍계사라 고쳐 제액을 내렸다."

 

이 기록을 보면 옥천사는 헌강왕 재위기간(875~885)에 존재하였음이 분명한 사실로 전한다. 옥천사 유물전시관인 보장각에는 보물 제495호 '임자명 빈자'를 비롯한 120여 점의 경상남도 유형문화재가 있다. 산내에는 청련암, 백련암, 연대암, 적멸보궁 등 4개소의 암자가 있으며, 포교당으로 읍내에 보광사가 있다. 옥천사는 불교정화운동의 기수였던 청담스님이 출가한 삭발 본사로, 청담스님의 사리탑과 탄허스님이 직접 짓고 쓴 탑비가 있다. 옥천사 일원은 경상남도기념물 제140호이며, 절을 포함한 연화산 일원은 '경상남도립공원'으로 지정돼 있어, 서남부 경남도민들이 많이 찾고 있는 대표적인 사찰로 알려져 있다.

 

 

사찰에 있어 중심 영역이란, 주불을 모시는 대웅전(법당에 모시는 불상에 따라 이름이 달라짐) 등의 전각이 자리한 곳을 일컫는다. 그런데 옥천사는 '자방루'라는 건물이 넓은 마당을 내려다보는 위치에 앉아 주인행세를 하고 있다. 그것도 대웅전을 완전히 가린 채로. 그러니까 절 마당에서는 대웅전을 직접 볼 수가 없다는 것. 

 

정면 7칸, 측면 3칸 단층 팔작지붕의 단출한 이 건물은 거대한 성채처럼 웅장함을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다. 기둥 사이는 두터운 문으로 막았고, 오로지 앞마당과 마주하는 전면만을 개방했다. 사찰여행을 주로 하는 여행자라면, '왜 이런 가람배치를 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 그럼에도 사찰에 관심 있는 불자라면, 이 건물이 단순히 설법용이나 불구보관을 위한 용도의 건물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찰 중심영역을 막아선 자방루, 그 속 깊이 숨은 뜻

 

 

조선 조정은 임진왜란 직후부터 전략요충지에 비상시를 대비한 군사적 목적의 사찰을 건립한 예가 있다. 당시 대표적인 호국사찰로는 여수 흥국사가 있었다. 승군을 모으고 군사훈련까지 마쳐 전장에 나가 나라와 백성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승려가 있던 사찰이었다. 경남지역의 대표적인 호국사찰인 옥천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니까 이 건물은 군사용 회합장소로 대공간이 필요했을 것이고, 사찰을 보호하는 외곽의 방어용 성채도 필요했을 것이다. 또한 군사훈련을 위한 넓은 장소가 있어야만 했다면, 자방루 앞의 넓은 마당이 그런 목적에 딱 맞아 떨어지지 않았을까.

 

 

조선 후기 사찰 건립의 또 다른 면을 보여주는 옥천사 자방루. 자방루는 경남유형문화재 제53호로, 영조 40년(1764) 뇌원대사가 지은 건물로 우천 시 승군 340명이 앉아도 끄떡없을 정도로 튼튼하게 지어졌다. 특히, 건물 안 벽과 천장에는 비천상(선녀가 피리를 불며 하늘을 나는 그림)과 비룡상(용이 꿈틀거리며 날아오르는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듯 그려져 있다. 장혀(도리를 받치고 있는 긴 나무)와 창방(기둥과 기둥의 위에 가로질러 떠 받치는 나무)에는 40여 점의 진기한 새 그림을 그려 놓은 것도 우리나라 사찰에서 보기 드문 희귀한 건물로 평가받고 있다.

 

 

자방루 옆으로 돌아 몇 발자국 옮기면 좁은 마당과 계단 위에 대웅전이 자리한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3출목 다포형식의 건물로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132호다. '포'란 지붕의 무게를 분산하기 위해 목재를 여러 겹 포갠 조립부분으로, 밖으로 내민 뾰족한 쇠서가 3개이면 3출목이라 한다. 선조들은 목조건물을 지을 때 못 하나 쓰지 않고 서로 엇물리게 하는 기법으로 아름다운 집을 지어왔다. 사찰여행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도 바로 고건축을 알고 이해하는 것. 세세한 건축물의 구조 전부를 알 필요는 없지만, 기초적인 것만 알아도 사찰여행의 즐거움은 배가 되리라.

 

창건 때부터 '서출동류' 한다는 옥샘, 한국의 명수로 선정

 

 

대웅전에 발을 딛고 삼배를 올렸다. 그런데 법당 현판에는 '대웅전'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데, 불단에는 '석가모니불' 대신 '아미타불'이 주불로 모셔져 있다. 아미타불을 모시면 대개 극락전이라는 이름의 편액을 거는데 그 사유가 궁금했다. 이유인즉, 옛날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실 때 '대웅전'이라는 편액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단다. 주인이 바뀌었으면 문패도 자연스레 바꾸는 것이 합리적인 것은 아닐까. 하기야 그 속사정까지 내가 관여할 일은 아니리라.

 

자리에 경전을 펴고, 매번 하는 순서대로 108배를 시작했다. 옆 자리에 자리한 젊은 부부도 108배를 올린다. 어린 딸과 아들도 아빠 엄마를 따라 기도에 열중이다. 대충 짐작해도 108배의 반 이상이나 기도 한 아이들. 여간 대견스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법당 밖에서 아이와 만나 짧은 이야기를 나눴다.

 

 

"기도할 때 무슨 소원을 빌었어요?"

"메르스를 없애 달라고 빌었어요."

 

예로부터 기복신앙은 우리의 삶 밑바탕에 자리를 틀었다. 기복신앙은 자신의 복을 비는 것으로, 자신의 불안전함을 풀기 위해 초자연적인 존재나 신의 힘에 의존하는 기도방식이다. 오래로는 삼신과 칠성신에게 아들 낳기를 빌었고, 근래로는 좋은 대학에 입학하거나 가정의 평안을 위해 복을 빈다. 세상의 평화를 바라고, 인류의 존엄을 위하며, 인간의 어리석음을 깨치는, 대승적 차원에서의 기도가 아닌, 개인의 복을 비는 경우에 비교하여 본다면 이 아이들의 기도는 어른스러움을 넘어섰다. 순수함 가득한 아이와 대화에서 나 자신 부족함을 느낀 108배가 아니었나, 되짚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옥천사를 한 번쯤은 다녀 간 여행자라면 '옥천'이라는 샘물터를 가 봤으리라. 샘물이 나는 터를 둘러 싼 작은 옥천각 안에는, 화강암으로 만든 샘터에서 맑은 물이 쉼 없이 솟아오르고 있다. 이 샘은 창건 이전부터 연화산 기슭에서 천연의 샘으로 '서출동류(서쪽에서 솟아 동쪽으로 흐름)' 한다고 하여 옥수로 널리 알려졌다. 전설에 의하면, 사찰 창건 때부터 샘에서는 매일 일정량의 공양미가 흘러나왔는데, 그 후 한 스님이 더 많은 공양미를 얻기 위해 바위를 깨뜨렸다고 한다.

 

그때부터 공양미와 옥수는 중단되었고, 다시 노전스님의 기원에 옥수가 솟아나고 옥천에 연꽃 한 송이가 피면서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졌다. 그로부터 중병을 가진 환자들이 이 샘에서 목욕까지 하면서 옥수의 영험이 많이 떨어졌다고는 하나, 지금도 연화산의 정기를 받아 약수로서 효험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샘은 1987년 7월 '한국의 명수'로 선정되었다.

 

 

전염병인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로 온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는 요즘이다. 불안 심리를 가중시키는 메르스의 여파인지 절간은 오가는 사람이 별로 없다. 붐비는 사람들로 가득한, 복잡하고 시끌벅적한 절간보다는, 조용하고 텅 빈 절간이 여행자에게 있어서 오히려 편하다. 기도하고 참회하는 데는 제격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 혼자의 편안함보다는 온 국민이 불안으로부터 빨리 벗어났으면 좋겠다. 아직 세속에 물들지 않은 어린 아이가 간절한 마음으로 "메르스 없애 주세요"라며 기도한 것처럼. <108산사순례> 그 스물두 번째 염주 알은 어린아이로부터 큰 교훈을 얻은 후에야 꿸 수 있었다.

 

 

『108산사순례 22

 

(1)양산 통도사 → (2)합천 해인사(483.8km) → (3)순천 송광사(367.8km) → (4)경산 선본사 갓바위(448.4km) →  (5)완주 송광사(220. 2km) →  (6)김제 금산사(279.2km)  → (7)여수 향일암(183.4km)  → (8)여수 흥국사(192.3km) → (9)양산 내원사(100.3km) → (10)부산 범어사(126.6km) → (11)구례 연곡사(156.8km) → (12)구례 화엄사(25.1km) → (13)구례 천은사(192.5km) → (14)김천 청암사(204.9km) → (15)김천 직지사(270.7km) → (16)영천 은해사(184.0km) → (17)영천 거조암(220.5km) → (18)보은 법주사(289.1km) → (19)영동 영국사(301.0km)  → (20)영천 수도사(378.6km) → (21)남해 보리암(122.9km)  → (22)고성 옥천사(보리암 → 옥천사 69.9km → 집 74.5km, 144.4km)

 

☞ 총 누적거리 4,892.5km

 

 

[108산사순례 22] 고성 연화산 옥천사에서 108배로 22번 째 염주 알을 꿰다/고성여행/사찰여행/고성 가볼만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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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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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jongamk.tistory.com BlogIcon 핑구야 날자 2015.06.17 08: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전에 고성에서 먹었던 장어가 생각이 나는군요

  2. Favicon of http://bbs2014.tistory.com BlogIcon 뉴론♥ 2015.06.17 08: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보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3. Favicon of https://yahoe.tistory.com BlogIcon 금정산 2015.06.17 09: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연화산 옥천사 오래전에 가본곳입니다.
    천년고찰의 향내가 나는 것 같습니다.

  4. Favicon of http://5stin.tistory.com BlogIcon 메리. 2015.06.17 10: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약수 한번 마셔보고 싶네요 ㅎㅎ

  5. Favicon of https://bestcheongju.tistory.com BlogIcon 청주시 2015.06.17 10: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성에 이런 곳이 있었네요!
    고즈넉하니.. 혼자 가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6. Favicon of https://fuente.tistory.com BlogIcon 목요일. 2015.06.17 10: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군사적 목적으로도 만들어졌다는게 놀랍네요

  7. Favicon of https://sunni32.tistory.com BlogIcon 의료실비보험 비교사이트 2015.06.17 11: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정말 너무 좋은곳 이네요 ㅎ
    멋집니다.

  8. Favicon of https://su1624.tistory.com BlogIcon 도느로 2015.06.17 11: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은 어디든 메르스때문에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자주 가던 도서관에 자리잡기가 이렇게 쉬운적이 없었는데...
    제가 무식한건지 꿋꿋히 잘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그래도 메르스가 한풀 꺾일때까지는 늘 조심하시길바랍니다.

  9. Favicon of https://roki1.tistory.com BlogIcon 로키. 2015.06.17 12: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메르스를 없애달라고 기도한 아이의 마음이 참 좋네요 ㅎ

  10. Favicon of https://sjinub15.tistory.com BlogIcon misoyou 2015.06.17 12: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메르스가 경제를 초토화 시키는것 아닌지 모르겠어요 ㅠ

  11. Favicon of https://kbank.tistory.com BlogIcon 행복생활 2015.06.17 12: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푸르고 좋은데요 ^^

  12. Favicon of https://gdlsg.tistory.com BlogIcon 도생 2015.06.17 12: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난 토요일 가족과 함께 옥천사에 다녀왔습니다.
    성불하세요^^

  13. Favicon of https://dietx.tistory.com BlogIcon 다이어트X 2015.06.17 12: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메르스가 여러가지로 영향을 주는군요~!

  14. Favicon of https://0572.tistory.com BlogIcon 『방쌤』 2015.06.17 13: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난 겨울 산행을 다녀왔던 기억이 납니다
    어떻게 100대명산에 들어갔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던 산행이었구요...^^
    옥천사는 자세히 둘러보지 못했었는데 오늘에서야 그 모습을 만나고 가네요~

  15. Favicon of https://ggng2.tistory.com BlogIcon 헬로끙이 2015.06.17 15: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군사적 목적으로 사찰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처음들어보는것 같아요
    덕분에 잘 보고갑니다 ^^

  16. Favicon of https://me2days.tistory.com BlogIcon 프리뷰 2015.06.17 16: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성은 아직 못가봤는데,
    덕분에 좋은곳 알아갑니다^^

  17. Favicon of https://hym9981.tistory.com BlogIcon 마니7373 2015.06.17 16: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들의 마음씨가 참으로 아름답네요~
    어른인 저도 투덜거리기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다시 한번 좋은 마음 다 잡아봐야겠습니다^^

  18. Favicon of https://fkisocial.tistory.com BlogIcon FKI자유광장 2015.06.18 09: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직 못가봤지만, 언젠가 꼭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

 

[108산사순례 21] 남해 금산 보리암에서 108배로 21번 째 염주 알을 꿰다/남해여행/사찰여행/남해 가볼만한 곳

 

 

[108산사순례 21] 남해 금산 보리암에서 108배로 21번 째 염주 알을 꿰다/남해여행/사찰여행/남해 가볼만한 곳

 

안개 속에 숨은 비밀은 무엇일까... 남해바다를 바라보고 선 관세음보살 

<108산사순례 21> 남해 금산 보리암

 

초여름이라지만 기온은 여름을 웃돈다. 가방을 멘 등엔 땀이 베여 촉촉하다. 그래도 기분은 최고요, 즐거움이 가득하다. 우거진 숲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 현충일인 6일, 경남 남해 금산으로 오르는 길. 길 양쪽 녹음이 우거진 울창한 숲은 햇볕을 직접 받지 않고 걸을 수 있어 좋다.

 

보리암 매표소에서 약 15분을 걷는 길이 무척이나 편하다. 눈앞으로 보이는 기암괴석은 산 속에 뿌리를 내린 듯 하늘 높이 솟아 위용을 자랑한다. 그간 금산을 몇 번이나 올랐지만, 남해바다는 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무슨 말 못할 고민이 있는지, 아니면 무슨 신비스러운 비밀을 안고 있는지, 남해바다는 안개 속에 자신을 숨겨 놓았다. 언제쯤 안개가 걷힌 신비한 남해바다를 볼 수 있을까. 그때까지 기다려 보리라.

 

 

우리나라 4대 기도도량으로 잘 알려진 남해 보리암이 자리한 금산. 신심 가득한 불자나 산을 즐기는 등산객이 아니라도, 금산을 오르거나 금산에 자리한 보리암에 한 번쯤은 가지 않았을까 싶다. 금산에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지만, 가장 많이 찾는 코스는 남해군 이동면 신전리 복곡탐방지원센터를 들머리로 하는 길이다. 이곳에는 대형주차장이 있는데, 여기서 차를 주차하고 셔틀버스를 이용하거나, 약 800m 떨어진 보리암 매표소 주차장까지 승용차를 이용하여 진입할 수 있다.

 

 

문제는 주말과 휴일에 몰려드는 인파로 보리암을 구경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사례가 많다는 것. 실제로 복곡탐방지원센터 진입로에는 '회차 하십시오'라는 플래카드가 사이사이 몇 개씩이나 걸려있다. 나 역시 예전에 이 코스를 찾았다가 밀리는 차량으로 돌아간 일도 몇 번이나 있었다. 연휴나 여름휴가 때 보리암에 갈 땐, 사전에 정보를 꼭 확인해야 할 일. 그것도 아니면 여행자가 한꺼번에 몰려들지 않는 이른 새벽녘에 찾는 것도 한 방편이리라.

 

 

남해 보리암은 양양 낙산사, 강화 보문사, 여수 향일암과 함께 예로부터 한국의 해수관음성지로 꼽아왔다. 관음성지란, '관세음보살님이 상주하는 성스러운 곳'이란 뜻으로, 이곳에서 기도 발원을 하면 그 어느 곳보다 관세음보살님의 가피를 잘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보리암은 관음성지로 불자들이 기도하러 찾는 곳만 아니라, 비단 같은 금산을 구경하러 찾는 등산객들로부터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조선왕조를 연 이성계, 보리암에서 관세음보살을 호명하다

 

 

남해 금산에 터를 잡은 보리암. 대한불교조계종 제13교구 본사인 쌍계사의 말사다. 683년(신문왕 3)에 원효가 이곳에 초당을 짓고 수도하면서 관세음보살을 친견한 뒤, 산 이름을 보광산이라 짓고 절 이름을 보광사라 하였다. 그 뒤 이성계가 이곳에서 백일기도를 하고 조선왕조를 연 것을 감사하는 뜻에서 '금산'이라 이름을 바꿨다.

 

1660년(현종 1)에는 현종이 이 절을 왕실의 원당으로 삼고 보리암으로 개명하였다. 보리암 주 법당인 보광전에서 약 200m 떨어진 곳에는 태조 이성계가 기도한 곳이 있는데 이곳에는 이를 기념하는 비 하나가 서 있다. 광무 7년(1903년 5월) 종일품 숭정대부의정부 찬정 윤정구가 "황지를 받들어 찬술하고 썼다"는 '남해금산영응기적비'다. 비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대저 하늘의 명이 덕이 있고 여러 많은 신이 모두 받들어서 보이지 않게 가만히 돕지 아니함에 없음이 그 이치가 훤해서 숨기거나 속일 수 없는 것이다. 금산의 고명(옛 이름)은 보광산이다. 산 아래 사람들이 전해오기를 삼불암 아래에 고황제께서 제사 지내든 단이 있어서 그 옛터가 아직 남아 있다고 하였으며, 천위에 오르게 됨에 이르러서 그 산을 봉하여 말하기를, 가히 산을 둘러 비단을 입힌 것 같다하여 인하여 이름 지었다고 한다."

 

여기서 '고황제'가 누구며, '천위에 오르게 된 이'가 누군지는 굳이 말을 하지 안하도  알만하다. 이성계가 관세음보살을 호명하며 그 기도의 소원성취로 조선 최초의 왕으로 등극했는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확실한 건 그가 금산에서 기도를 했다는 사실이고, 그가 조선왕국을 건국했다는 사실이라는 것.

 

 

가까운 거리지만 날씨가 더운 탓에 '이성계 기도처'로 다녀오는 길이 쉽지마는 않다. 숨을 헐떡이며 언덕 계단 길을 올랐다. 오전 법회시간이라 보광전에는 불자들로 가득하다. 비구니 스님의 '관세음보살 정근'이 법당 밖까지 낭랑하게 울려퍼진다. 불교에서 말하는 정근이란, "어지러운 생각을 없애고 마음을 한곳에만 쏟는 힘의 바탕"이란 뜻으로, 기도할 때 부처님이나 보살님의 명호를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부르는 것을 말한다.

 

이는 법당에 따라, 불상에 따라, 정근은 다르게 독송된다. 보리암은 관세음보살을 모시는 곳으로, '관세음보살 정근'을 독송하고 있다. 불자들은 대개 정근할 때, 두 손 모아 간절히 염송하거나, 108배를 하며 지극정성으로 기도를 올린다. 정근은 보통 10분에서 15분 정도 이어지지만, 이곳 보리암은 기도도량이라 그런지 40분 넘게 이어졌다.

 

"나무 보문시현 원력홍심 대자대비 구고구난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멸업장진언 옴 아로녹게 사바하 구족신통력 광수지방편 시방제국토 무찰불현신 고아일심 귀명정례"

 

지그시 감은 두 눈의 관세음보살, 무슨 생각에 잠겼을까

 

 

남해바다가 한 눈에 보이는 곳에 선 관세음보살. 오른손은 엄지와 중지를 잡고, 왼손에는 중생의 고통을 없애주려 정병을 들었다. 지그시 감은 두 눈, 무슨 생각에 잠겼을까. 얼굴은 웃지도, 화난 표정도 아닌, 해탈한 모습이다. 머리에 쓴 보관에는 아미타부처님이 화불로 나타나 있다. 이는 아미타불의 화신으로 이 세상에 나타난 것이며, 이 때문에 쓰고 있는 보관에는 아미타불의 형상이 새겨져 있다. 관세음보살은 대세지보살(또는 지장보살)과 함께 아미타삼존불 중 좌 보처로서 보타락가산에 근거를 두고 있다. 옷은 흰색을 즐겨 입어 백의대사라고도 하는데, 이는 보살의 고결함을 의미한다.

 

 

내리쬐는 땡볕에 자리를 깔았다. 삼배 후 천수경을 암송하고 108배를 올렸다. 온 몸에 땀이 베인다. 기도처 주변 여행자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나지막이 들린다. "저 사람 108배하는 모양이야". 고개를 들어 관세음보살님을 바라보니, 뒤로 보이는 푸른 하늘에는 밝은 빛을 내는 부처님 형상이 스쳐 지나간다. 깜짝하는 순간, 찰나였다. 내가 무엇을 보았을까? 108배를 하느라 힘이 빠져 착각한 것일까, 아니면 그냥 단순한 자연현상이었을까. 

 

착각이든, 자연현상이든, 불심에서 나타난 부처님 형상을 보았든,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마음이란 평소 자신 속에 자리한 감정의 덩어리요, 그 마음이 구체화 되는 것이 생각이며, 생각은 행동으로 나타나는 법. 관세음보살을 애타게 부르며 간절히 염원하고 기도하면, 소원이 이루어지고, 해탈의 경지에 이르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던가. 땡볕아래서 108배를 마쳤다. 기쁨에 가득 찬 성취감에 21번 째 염주 알을 꿰었다. 온 몸은 땀으로 뒤범벅이었지만 환희를 만끽한 108기도였다.

 

 

안개 속에 숨었던 산과 남해바다는 희미한 모습으로 자신을 보여준다. 무슨 대단한 비밀이라도 가진 줄 알았건만 그것도 아니었다. 짙은 안개 속에 산은 있는 법. 사람은 안개만 보고서, 안개 속에 숨어 있는 산은 애써 보려하지 않는다. 겉만 보고 자신의 생각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합리화하려 한다. 겉과 속을 함께 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108산사순례> 21번째 여행, 남해 보리암에서 안개 속에 산은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108산사순례 21

 

(1)양산 통도사 → (2)합천 해인사(483.8km) → (3)순천 송광사(367.8km) → (4)경산 선본사 갓바위(448.4km) →  (5)완주 송광사(220. 2km) →  (6)김제 금산사(279.2km)  → (7)여수 향일암(183.4km)  → (8)여수 흥국사(192.3km) → (9)양산 내원사(100.3km) → (10)부산 범어사(126.6km) → (11)구례 연곡사(156.8km) → (12)구례 화엄사(25.1km) → (13)구례 천은사(192.5km) → (14)김천 청암사(204.9km) → (15)김천 직지사(270.7km) → (16)영천 은해사(184.0km) → (17)영천 거조암(220.5km) → (18)보은 법주사(289.1km) → (19)영동 영국사(301.0km)  → (20)영천 수도사(378.6km) → (21)남해 보리암(집 → 보리암, 122.9km)

 

☞ 총 누적거리 4,748.1km

 

 

[108산사순례 21] 남해 금산 보리암에서 108배로 21번 째 염주 알을 꿰다/남해여행/사찰여행/남해 가볼만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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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moldone.tistory.com BlogIcon 청결원 2015.06.11 06: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금산 넘 잘 보고 가네요

  2. Favicon of https://sunni32.tistory.com BlogIcon 의료실비보험 비교사이트 2015.06.11 08: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 정말 너무 멋진곳 이네요 ㅎ
    잘보고갑니다

  3. Favicon of https://jongamk.tistory.com BlogIcon 핑구야 날자 2015.06.11 08: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음이 편안해지네요~~ 부처님을 봐서 그런가봐요

  4. Favicon of https://t-a-s.tistory.com BlogIcon 뷸꽃남자+ 2015.06.11 09: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마음이 진짜시원했겠네요. 사진으로도 느껴집니다.

  5. Favicon of https://hym9981.tistory.com BlogIcon 마니7373 2015.06.11 09: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성계 관련 일화는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임금은 못 되어도 다른 무언가가 되야겠으니
    다시 방문하면 꼭 빌어야겠습니다^^

  6. Favicon of http://bbs2014.tistory.com BlogIcon 뉴론♥ 2015.06.11 09: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남해지역에도 많은 볼거리가 있군요 마지막에 있는 사진보니까 요즘 시절이 그래서 인지
    조금 좋긴 하네여

  7. Favicon of https://yklawoffice.tistory.com BlogIcon yk법률사무소 2015.06.11 09: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보리암에 다녀온 기억이 있네요..
    사진 보니 다시 가보고 싶어지는데용..

  8. Favicon of https://gdlsg.tistory.com BlogIcon 도생 2015.06.11 09: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조선 태조 이성계가 전국 명산대찰을 모두 찾아 다녔다고 하더군요.
    행복하세요^^

  9. Favicon of https://kbank.tistory.com BlogIcon 행복생활 2015.06.11 11: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덕분에 잘 보고 갑니다 ^^ 좋은 하루가 되셔요~

  10. Favicon of https://sjinub15.tistory.com BlogIcon misoyou 2015.06.11 12: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우 정말 너무 좋아보이네요 ㅎㅎ
    잘보고갑니다

  11. Favicon of http://5stin.tistory.com BlogIcon 메리. 2015.06.11 12: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름다운 금수강산이네요 ^^

  12. Favicon of https://tiktok2.tistory.com BlogIcon TikTok2 2015.06.11 12: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보고 갑니다 ^^ 멋진 풍경이 끝내주네요~

  13. Favicon of https://su1624.tistory.com BlogIcon 도느로 2015.06.11 12: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매르스의 위협도 죽풍님의 불심을 막을 수 없나봅니다.
    요즘 공공장소 어디든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다고하는데
    부처님모신곳은 그렇지 않은 것 같네요.
    그래도 늘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

  14. Favicon of https://0572.tistory.com BlogIcon 『방쌤』 2015.06.11 12: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겉과 속을 함께 볼수있는 지혜
    저도 배우고 싶습니다
    벌써 21번째네요
    오랫만에 보는 보리암도 참 반갑습니다^^

  15. Favicon of https://me2days.tistory.com BlogIcon 프리뷰 2015.06.11 13: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간 내서 등산 한번 다녀오고 싶네요~

  16.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15.06.11 13: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보리암..
    볼수록 좋은 곳입니다.

    잘 보고가요

  17. Favicon of https://feeltone1.tistory.com BlogIcon 신선함! 2015.06.11 13: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둘러볼 수 있었네요 ^^ 좋은 하루를 보내세요~

  18. Favicon of https://sunni32.tistory.com BlogIcon 의료실비보험 비교사이트 2015.06.12 12: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남해 정말 가보고 싶네요 ㅎ
    즐거운 하루 되세요

  19. Favicon of https://travelyoungdo.tistory.com BlogIcon 영도나그네 2015.06.12 16: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남해 보리암에서 108산사순례를 하셨군요..
    보리암은 이렇게 주말마다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곳이라 차량으로 접근하기도 여간
    쉽지 않은 곳이기도 하구요..
    언제 보아도 신비스러움과 아름다움이 같이하는 보리암!
    잘보고 갑니다..

 

[108산사순례 20] 영천 팔공산 수도사에서 108배로 20번째 염주 알을 꿰다/사찰여행/영천여행/영천 가볼만한곳

 

영천 수도사.

 

[108산사순례 20] 영천 팔공산 수도사에서 108배로 20번째 염주 알을 꿰다/사찰여행/영천여행/영천 가볼만한곳

 

찰나에 그려내는 그림 한 장... 법당을 장식하는 진정한 예술가

<108산사순례 14> 팔공산 수도사

 

엊그제가 봄인가 싶었는데, 벌써 성큼 다가온 여름의 초입이다. 사월 초파일(5월 25일)인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둔 지난 달 23일, 경북 영천에 자리한 수도사로 향했다. 3일간 이어지는 연휴 첫날이라, 많은 차량이 붐빌 것이라 예감했지만 도로 상태는 그 예상을 비켜갔다. 여행길에 올라 생각치도 못한 도로 막힘은 모두를 힘들게 하고 지치게 만든다. 제대로 된 여행을 하고 싶다면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리라. 두 시간을 조금 넘게 달려 목적지에 안착했다.

 

수도사는 많은 전각들이 있는 큰 규모의 사찰은 아니지만, 팔공산의 정기를 받아 기도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수도사는 팔공산 자락에 있어, 약사 신앙의 성지인 관봉 갓바위로 오르는 등산 코스가 있다. 산 위쪽으로 1km 지점에는 3단으로 된 치산폭포가 절경을 이룬다. 영천시에서는 이 일대를 치산관광지로 조성하여 여행자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수도사에 이르기 전 약 1.5km 지점에는 오토캠핑장이 조성돼 있어 캠핑 동호인의 인기를 얻고 있다.

 

 

팔공산의 우거진 녹음은 더위를 식혀 주기에 충분하다. 눈이 맑아지기 때문이다. 계곡을 타고 흐르는 시원한 물소리는 나쁜 말을 듣지 않게 해 주는 방패막이로 충분하다. 귀가 뻥 뚫려 행복하기 때문이다. 청춘남녀는 인공으로 만든 폭포 아래 웅덩이에서 물놀이에 빠져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직 차갑게 느껴지는 계곡 물이다. 

 

차량이 주차할 때 까지 좁은 도로를 진입해도 일주문은 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대신, '수도사'라 새긴 큰 바위가 일주문을 대신한다. 절 마당 앞에는 집 한 채를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불사가 진행 중인 전각은 보화루, 건물 밑을 통과하는 누하진입 방식이다. 꽤나 넓은 절 마당에 오색찬란한 연등이 걸렸고, 왼쪽 모퉁이에 자리한 약사여래가 있는 자리에도 연등이 하늘을 덮었다. 부처님 오신 날을 축복하기 위함이다.

 

 

우거진 녹음과 맑은 물... 눈과 귀를 행복하게 해 주는 팔공산 수도사

 

경북 영천 팔공산 자락에 앉은 수도사. 대한불교조계종 제10교구 본사인 은해사의 말사다. 수도사는 은해사로부터 약 19km 떨어져 있으며, 647년(진덕여왕 1)에 자장과 원효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이 절의 원래 명칭은 금당사였지만, 화재로 소실된 뒤 중창을 할 때 수도사로 이름을 바꿨다. 현존하는 당우로는 주 법당인 극락전을 비롯하여 원통전, 삼성각, 산령각, 해회루, 요사채 등이 있다. 이 절에는 보물 제1271호 '수도사노사나불괘불탱'이 있는데, 주지스님께 "구경 좀 할 수 없느냐"하니, "통도사 박물관에서 올 10월까지 전시를 하는데, 기회가 있다면 직접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라며 귀띔해준다. 

 

 

주 법당인 극락전으로 들어섰다. 화려하게 채색된 내부 천장과 벽면이 장식돼 있지만, 법당 안은 왠지 어수선한 분위기. 불단에는 극락전의 주불인 아미타부처님만 모셔져 있다. 한창 불사가 진행 중인 탓인지, 협시불은 보이지 않는다. 법당 한 쪽 구석에서는, 화려한 색으로 단청을 그려 넣는 채색작업이 한창이다. 가까이 다가가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손놀림이 보통을 넘어선 수준이다. 왼손에는 막대기를 잡고 오른손을 받친 채, 작은 붓으로 선을 그어 단박에 원 하나를 그려낸다. 찰나에 그림 하나를 탄생시키는 예술가. 조심스럽게, "사진 한 장 찍어도 되겠냐"고 하니, "괜찮다"라는 답이 돌아온다. 짧은 말을 건넸다.

 

 

"연필로 선을 그어 놓고 그 선을 따라 그리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손도 떨리지 않고 한 번에 그림을 그려냅니까."

"작가님께서 사진촬영을 단번에 하는 것과 같은 이치겠지요."

 

막힘없는 답은 깨달음을 얻은 대선사의 모습이자, 타인을 배려하는 예술가의 면모를 풍긴다. 그림 그리는 실력뿐만이 아니라, 내면에서 우러나는 진정한 예술가 한 분과 대화를 나눈 것만으로도 기쁨이 넘친다. 한 동안 그의 붓놀림에 푹 빠져 헤어날 줄 모르는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수도사는 <108산사순례> 20번 째 여행지. 지금까지 108기도는 보통 주 법당에서 해 왔으나, 극락전의 어수선한 분위기로 바로 옆 원통전으로 자리를 옮겼다. 원통전은 정면 3칸 측면 1칸 맞배지붕으로 다포형식의 건물로, 법당 내부도 다포형식이다. 말이 '정면 3칸'이지 칸마다 사이가 좁다 보니 법당 안도 매우 좁은 편. 원통전은 관세음보살을 본존으로 모신 법당으로, 사찰에 따라서 관음전에 모시기도 한다. '두루 원만하고 어떤 것이든 통한다'는 '주원융통'의 뜻을 가진 원통전은 관세음보살에서 따 왔다.

 

 

'나무관세음보살'만 불러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관세음보살'

 

관세음은 광세음, 관음, 관자재라고도 부른다. <법화경> '보문품'에 나오는 '관음'은 "고통에 허덕이는 중생이 일심으로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르기만 하여도, 즉시 그 음성을 관하고 해탈시켜 준다"고 한다. 그래서 꼭 불자가 아니라도, 절집을 찾을 때 "관세음보살님께 귀의합니다"라는 의미를 가진 '나무관세음보살'을 호명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 나온 것. 관음상은 그 종류로 6관음이 일반적이다. 그 중 성관음이 본신이고, 나머지 다섯 가지 모습은 보문시현의 변화신이다. 6관음 중 성관음은 주로 아귀도를 구제한다. 나머지 중 천수관음은 지옥중생을, 마두관음은 축생의 고통을, 십일면관음은 아수라의 고통을, 준제관음은 인간의 고통을, 그리고 여의륜관음은 천상의 고통을 구제하다고 알려져 있다. 즉, 6관음은 각각 육도를 구제하는 보살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관세음보살의 왼손에 들고 있는 연꽃은 모든 중생이 본래부터 갖고 있는 불성을 나타낸다. 연꽃이 핀 것은 불성이 드러나서 성불한 것을 뜻하며, 아직 피어나지 않은 꽃봉오리는 번뇌 망상에 물들지 않고 장차 피어날 불성을 상징하고 있다. 수도사 원통전 관세음보살은 왼손에 활짝 핀 연꽃을 들고 있다. 부드러운 미소를 보더라도 성불한 관세음보살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맑은 정신으로 허리를 곧추 펴고 가부좌로 경전을 폈다. 독송을 마치고 108배를 시작했다. 늘 하는 108기도지만 힘들기는 매한가지. 얼굴에 땀이 서너 방울 떨어질 때서야 108배를 마쳤다. 기쁜 마음으로 염주 한 알을 더 꿰었다. 20번째 꿰는 염주 알이다.

 

 

수도사는 아직도 불사가 진행 중이다. 보화루 신축공사도, 극락전 내부 단장도 그렇다. 2011년까지 원통전은 수도사의 주 법당이었고, 지금 원통전이 자리한 곳에는 보물인 노사나불괘불탱이 야외에 걸려 있었다. 2012년 초, 수도사는 극락전을 주 법당으로 불사하면서 현재의 모습으로 바뀌었고, 야외에 걸었던 노사나불괘불탱도 철거하여 현재 통도사 박물관에서 전시하고 있다. 수도사는 이제 주 법당이 원통전에서 극락전으로 바뀌면서 주불도 관세음보살에서 아미타불로 바뀐 셈이다. 아미타부처님은 무량수(영원한 수명)와 무량광(무한한 광명)을 보장해 주는, 서방 극락정토를 주재하는 대자대비 부처님이다. 아미타부처님은 먼 옛날 '법장'이라는 비구스님으로 수행하면서 48가지 큰 서원을 세워 성불하고 극락정토를 이룩하였다. 일심으로 수행정진하고 깨달음을 성취하면 우리 모두가 부처가 되리라.

 

 

수도사는 팔공산의 울창한 숲과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이 있는 청정도량이다. 인간은 갖가지 고통 속에 현세를 살아가고 있다. 작은 고민에서부터 큰 고통이 있는 사람은, 작은 것 하나라도 잠시 내려놓고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108산사순례>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108산사순례 20

 

(1)양산 통도사 → (2)합천 해인사(483.8km) → (3)순천 송광사(367.8km) → (4)경산 선본사 갓바위(448.4km) →  (5)완주 송광사(220. 2km) →  (6)김제 금산사(279.2km)  → (7)여수 향일암(183.4km)  → (8)여수 흥국사(192.3km) → (9)양산 내원사(100.3km) → (10)부산 범어사(126.6km) → (11)구례 연곡사(156.8km) → (12)구례 화엄사(25.1km) → (13)구례 천은사(192.5km) → (14)김천 청암사(204.9km) → (15)김천 직지사(270.7km) → (16)영천 은해사(184.0km) → (17)영천 거조암(220.5km) → (18)보은 법주사(289.1km) → (19)영동 영국사(301.0km)  → (20)영천 수도사(378.6km)

 

☞ 총 누적거리 4,625.2km

 

 

[108산사순례 20] 영천 팔공산 수도사에서 108배로 20번째 염주 알을 꿰다/사찰여행/영천여행/영천 가볼만한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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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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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yahoe.tistory.com BlogIcon 금정산 2015.06.06 05: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08순례 수도사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2. 2015.06.06 13: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3. Favicon of https://gdlsg.tistory.com BlogIcon 도생 2015.06.06 19: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세상 모든 것의 실상을 보고 듣는 세계로 가는 것이 모든 불자들의 소망을 겁니다.
    성불하세요^^

 

[108산사순례 12] 지리산 화엄사에서 108배로 12번 째 염주 알을 꿰다

/산사여행/구례여행/구례 가볼만한 곳

 

구례 화엄사 각황전.

 

[108산사순례 12] 지리산 화엄사에서 108배로 12번 째 염주 알을 꿰다

/산사여행/구례여행/구례 가볼만한 곳

 

고통의 무게를 부처님 미소로 화답하는 네 마리의 돌사자

[108산사순례기도로 떠나는 사찰이야기] 지리산 화엄사

 

봄이 왔음을 알리는 신호는 어떤 것이 있을까. 얼었던 땅은 녹아서 새싹이 피고, 앙상한 나뭇가지는 잎보다 꽃을 먼저 틔운다. 깊은 산골짜기 계곡엔 바위와 부딪히며 흐르는 물소리가 시끄럽게 몸부림 친다. 21일. 지리산이 품은 구례 화엄사, 계곡에서 하얀 거품을 내며 굉음을 내는 물소리가 여행자들의 눈과 귀를 집중시키고 있다.

 

<화엄경>의 '화엄'이란 두 글자를 따서 이름 지은 '화엄사'. 사적 505호로 지정된 화엄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7교구 본사로, 백제 성왕 22년(544)에 인도 스님이신 연기조사께서 창건했다. 이 사찰은 지리산국립공원에 자리하고 있으면서, 국보와 보물 그리고 천연기념물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국보급 문화재로는, 화엄사 각황전 앞 석등(12호), 화엄사 사사자 삼층석탑(35호), 화엄사 각황전(67호), 화엄사영산회괘불탱(301호)이 있다.

 

 

보물로는 화엄사 동오층석탑(132호), 화엄사 서오층석탑(133호), 화엄사 대웅전(299호), 화엄사 원통전 앞 사자탑(300호), 화엄사화엄석경(1040호), 화엄사 서오층석탑 사리장엄구(1348호), 화엄사대웅전삼신불탱(1363호), 대웅전 삼신탱화(1463호), 화엄사목조비로자나 삼신불좌상(1548호)이 있다. 이밖에도 화엄사 구층암석등(전남유형문화재 제132호), 화엄사 보제루(시도유형문화재 49호)와 천연기념물인 화엄사 올벚나무(38호), 화엄사 매화(485호) 등 많은 볼거리로 연중 여행자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 이름난 사찰로 알려져 있다.

 

세속과 부처님이 계신 경계인 일주문을 넘어 금강문과 천왕문을 지나니 보제루다. 그런데 여느 사찰과는 달리 화엄사 보제루는 누하진입(누각 아래로 진입하는 방식)이 아닌, 측면인 동쪽으로 돌아가야만 한다는 것. 화엄사의 이런 건물 배치 방식에는 숨은 의도가 있다. 누하진입으로 절 마당에 들어서면 대웅전과 각황전을 정면으로 바로 보게 되는데, 각황전보다 크기가 작은 대웅전이 더 작게 보이는 것을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동쪽으로 돌아가면 가까이 있는 대웅전과 멀리 있는 각황전은 원근감에 의해 두 건물의 크기가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시각적인 효과를 최대한 활용한 건물배치가 아닐 수 없다.

 

양산 통도사와 구례 화엄사의 상징인 홍매화, 꼭 한 달 간격으로 피어 나

 

 

각황전이 그 어떤 의미가 숨어있는 훌륭한 법당이라도, 불자라면 대웅전에서 먼저 참배해야 할 일이다. 대웅전 삼신불에 앞에 삼배를 올렸다. 이어 각황전 앞에 서니 몸이 움츠려들고 나 자신이 참 보잘 것 없음을 느낀다. 건물의 웅장함 때문만은 아니다. '각황'이란, '깨달음의 황제'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작은 깨달음이라도 얻고자 떠나는, <108산사순례> 기도여행에서, 그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게 될 두려움이 생기기 때문이리라. 그럼에도 무엇 때문에 기도하는지 깨닫지 못하고, 잡생각으로 가득한 채, '엎드렸다 일어났다'를 반복하고 있다. 그렇게 십여 분 동안이나 혼신의 힘을 다해 108번이나 똑 같은 동작을 해야만 했다. 한참이나 법당에 앉아 무심에 빠진 나를 보고 있다.

 

 

각황전 옆 홍매화는 이제 막 하나 둘 꽃을 피우고 있다. 그러고 보니 지난 2월 21일 통도사를 여행했을 때 본 홍매화와 꼭 한 달 차이로 꽃을 피우고 있다. 나무의 나이나 꽃모양은 엇비슷한데, 가지는 버드나무 줄기처럼 부드러운 모습이 색다름이다. 대형캔버스에 물감을 칠할 때마다 홍매화 한 송이 피어나게 만드는 화가의 열정에 격려를 보냈다. 지금은 홍매화가 활짝 꽃을 피웠으리라.

 

 

국보 제12호 '각황전 앞 석등'은 통일신라 9세기 말경 조성됐으며, 높이 6.4m로 우리나라 석등 가운데 제일 크다. 간주석은 통일신라 석등의 팔각기둥과는 달리 북처럼 배가 부른 형태를 하고 있다. 그 옆으로는 보물 제300호 '화엄사 원통전 앞 사자탑'이 있다. 네 마리의 돌사자가 사천왕상을 받들고 있다. 육중한 고통의 무게를 무표정한 모습으로, 또는 엷은 미소를 띠고 있는 돌사자. 이 돌사자의 얼굴에서 온화한 부처님의 미소를 보는듯하다. 삶이 곧 고통이다. 고통으로 가득 찬 인생살이, 저 돌사자를 닮고 싶은 마음이다. 대웅전 앞마당에는 보물 두 점이 있는데, 각각 5층 석탑의 형태이나 그 모양새는 다르다. 동오층석탑(보물 제132호)은 탑신에 아무런 조각장식도 없고 기단이 단층으로 돼 있는데 비해, 서오층석탑(보물 제133호)은 이층기단에 탑에는 12지신, 팔부상(여덟 무리의 신), 사천왕을 함께 조각해 놓은 점이 특징이다.

 

 

화엄사 뒤쪽에 자리한 천불보전이 있는 구층암으로 가는 대숲 길이 아늑하고 포근하다. 걸음걸이를 동반한 여행은 육체적 피로감이 따르게 마련이다. 오죽하면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라는 노랫말이 생겨났을까. 그래서 '늙어지면 못 노 나니'를 겪지 않으려 발악(?)을 쓰고 젊어서 여행을 즐기려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봄바람에 우는 대숲 바람소리가 정겹다. 쌓였던 피로도 계곡물의 흐르는 물처럼 녹아서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다.

 

여행을 마치면 항상 2% 부족함을 느끼는 것, 그래서 사전 공부가 필수적

 

 

구층암. 이 암자는 자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마당에 서 있는 신라말기 조성된 허물어진 탑은 듬성듬성 쌓아 놓은 채 복원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이다. 나라에서 많은 돈을 들여 문화재 복원사업을 시행하는 지금의 행태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원래 모습으로 복원하지 않고 버텨 서 있는 탑, 그래서 여행자는 행복하다. 언제 적이었을까, 탑이 무너진 그때의 시대를 더듬어 볼 수 있다는 것이. 또 하나 자연이 숨 쉬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요사채 기둥. 이 기둥은 모과나무를 다듬지 않고 그대로 가져다 썼다. 집을 지은 사람의 인간미를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천불보전 앞에는 단아한 석등과 배례석이 자리하고 또 한 그루의 모과나무가 자라고 있다. 저 모과나무도 언젠가는 집 기둥으로 제 몸을 바칠 것이리라. 작은 텃밭에 새싹을 틔우는 채소, 수줍음을 감춘 앙증스럽게 핀 매화꽃은, 구층암의 자연적인 미를 돋우게 하는 좋은 벗들로 함께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108산사순례> 기도여행은 잘 알려진 사찰 중심으로, 어리석음으로부터 깨어남을 위한 기도수행을 목표로 두고 있다. 이와 더불어 불교역사와 문화재 공부도 함께하고 있다. 화엄사 사찰여행도 준비가 부족함을 여실이 드러내고 말았다. 떠나기 전 어느 정도 정보를 얻었다고는 하지만, 진작 화엄사의 보물인 국보 제35호 '화엄사 사사자 삼층석탑'을 둘러보지 못하고 돌아왔다는 것. 집에 돌아와 인터넷 사진으로 보는 이 석탑이야말로 조각예술의 참 맛을 느낀다. 

 

여행은 사전에 많은 공부를 하고 떠나야 한다. 그래야만 아는 것 만큼 느낄 수 있다. 업무보고든, 글쓰기든, 여행이든, 그 무엇이든, 일을 마치고 나면 뭔지 허전하고 항상 2% 부족함을 느끼는 것은 나만의 일일까. '화엄사 사사자 삼층석탑' 보러 다시 떠나야만 할 구례 화엄사 여행은 숙제로 남겨 놓았다.

 

 

『108산사순례 12

 

(1)양산 통도사 → (2)합천 해인사(483.8km) → (3)순천 송광사(367.8km) → (4)경산 선본사 갓바위(448.4km) →  (5)완주 송광사(220. 2km) →  (6)김제 금산사(279.2km)  → (7)여수 향일암(183.4km)  → (8)여수 흥국사(192.3km) → (9)양산 내원사(100.3km) → (10)부산 범어사(126.6km) → (11)구례 연곡사(156.8km) → (12)구례 화엄사(연곡사 → 화엄사 25.1km)

 

☞ 총 누적거리 2,583.9km

 

구층암에서 만난 고양이.

 

구례 화엄사 각황전 석가모니 부처님 앞에서 108배로 12번 째 염주 알을 꿰었습니다.

 

[108산사순례 12] 지리산 화엄사에서 108배로 12번 째 염주 알을 꿰다

/산사여행/구례여행/구례 가볼만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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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구례군 마산면 | 화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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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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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soulwit.tistory.com BlogIcon 세상속에서 2015.03.31 16: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구례 가볼만한 곳 소개 잘봤습니다.
    저녁 시간도 수고하세요^^

  2. Favicon of https://0572.tistory.com BlogIcon 『방쌤』 2015.03.31 18: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2번째 여정을 잘 마치셨네요
    저도 항상 여행을 다녀오면 아쉬움이 남십니다
    대부분이 제 준비가 부족한 경우지만요
    공부..는 필수인 것 같습니다^^

  3. Favicon of https://lynmi.tistory.com BlogIcon 린미 2015.03.31 19: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108배 해볼려고 했는데..생각보다 쉽지가 않았어요~ㅎ
    어릴때 엄마께서 108배 하실때 옆에서 수를 세고 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108산사순례 10] 영남의 3대사찰 선찰대본산 범어사에서 108배 기도로 10번 째 염주 알을 꿰다/사찰여행/부산여행/부산 가볼만한 곳

 

선찰대본산 부산 범어사 대웅전.

 

[108산사순례 10] 영남의 3대사찰 선찰대본산 범어사에서 108배 기도로 10번 째 염주 알을 꿰다/사찰여행/부산여행/부산 가볼만한 곳

 

비를 맞고도 기풍 당당하게 서 있는, 저 소나무를 닮고 싶은 나

108산사순례기도로 떠나는 사찰이야기, 선찰대본산 범어사

 

희뿌연 물안개가 나뭇가지에 걸렸다. 나무에 걸린 안개구름은 물방울이 돼 땅 위로 떨어진다. 스쳐 지나가는 황량한 풍경은 봄을 재촉하고 있다. 물기를 촉촉이 품은 땅은 기나긴 겨울잠을 자는 만물을 깨울 것이다. 통도사, 해인사와 함께 '영남의 3대사찰'이라 불리는 부산 범어사로 가는, 지난 달 21일에 만난 풍경이다. 

 

 

선찰대본산 범어사. '선찰대본산'은 '마음의 근원을 궁구하는 수행도량'이라는 뜻으로, 구한말 성월스님이 이 절 주지로 있을 때 이름 지었고, 당대의 최고 고승 경허스님을 범어사 조실로 초빙했다고 한다. 범어사는 신라 문무왕 때(678년), 의상대사가 해동 화엄십찰 중 하나로 창건하였다. 화엄경의 이상향인 '맑고 청정하며 서로 돕고 이해하고 행복이 충만한 아름다운 삶'을 지상에 실현코자 건립된 사찰이다. 오래로는 원효대사로부터, 근세에는 만해 한용운 선사 등 고승들이 수행 정진하여 오면서, 한국의 명찰로서 역사적 의미를 지녀오고 있다. 2012년 11월 총림으로 지정된 이후, 우리나라 불교의 중심 '선찰대본산 금정총림'으로 자리매김해 오고 있다.

 

간간히 내리는 가랑비는 형형색색 우산을 펴게 한다. 많은 비가 내리지 않는 것이 다행이다. 오히려 봄비를 맞으며 걷는 길이 운치를 더해준다. 사찰여행에서 일주문은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이 문은 사찰로 들어가는 첫 번째 관문으로, 번뇌로 가득 찬 세속의 세계에서 진리로 가득한 부처님의 세계로 들어가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일주문은 양쪽으로 기둥 두 개가 지붕을 받치고 있는 형태에 반해, 범어사 일주문은 그 형식이 특별나다. 자연암반 위에 돌기둥 4개를 세워서 3칸의 문을 만들었다. 우리나라 사찰에서 유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자연과 조화된 빼어난 조형미를 자랑한다. 그래서 보물(제1461호)로 지정된 이유를 알 것만 같다. 범어사 일주문은 '조계문'이라 부르며, 다른 사찰과는 달리 전각에 거는 편액도 그 모양이 다르다. 왼쪽에는 '금정산범어사', 오른쪽에는 '선찰대본산'이라 편액을 달았고, 가운데는 '조계문'이라 작은 편액이 특이하다.

 

 

자연과 조화된 빼어난 조형미를 자랑하는, 범어사 일주문

 

일주문 격인 조계문과 사천왕이 지키는 천왕문을 지나, '진리는 둘이 아닌', 본당으로 가는 마지막 문인 불이문을 넘어서니 부처님의 세상이 한 눈에 들어온다. 넓은 절 마당을 올려다보는 높은 위치에 자리한 대웅전은 보는 것만으로도 불심이 생겨난다. 절 마당을 한 바퀴 돌면서, 무심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무심이란, 말 그대로 '마음이 없다'거나,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라는 뜻이리라. 법당 안에서 기도할 때도 역시, 그 어떤 마음도 일어나지 않는다. 나아가 그 무엇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도, 일어나지 않는다. 기도하는 자세가 잘 못 됐는지 나 자신이 궁금할 뿐이다.

 

 

앞마당을 한 바퀴 돌아 가운데 가파른 계단을 올라 사찰의 중심법당인 대웅전(보물 제434호)으로 가는 길은 마치 천상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계단입구 천진스러운 모습을 한 얼굴에 혓바닥을 날름거리는 천연덕스럽게 웃는 소맷돌 조각이 익살스럽다. 건물은 웅장하지도 화려해 보이지 않는다. 대신 은은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 이 건물은 정면과 측면 모두 3칸으로 맞배지붕을 한 다포형식의 집이다. 이 건물 좌우 기둥을 보니 왠지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받는데, 자세히 보니 일주문에서 보았던 건축양식이다. 건물의 전면 귀기둥에 배흘림 석주를 받친 것이 일주문과 동일한 특징을 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보제루도 양쪽 귀기둥이 대웅전과 일주문의 형식과 똑 같은 모양이다. 자세히 관찰하지 않거나 관심이 없다면 그냥 지나치기 쉽다.

 

 

불단에는 주존불인 석가여래를 비롯하여 좌협시인 미륵보살, 우협시인 제화갈라보살 등 삼존불(범어사 목조석가여래삼존좌상, 보물 제1526호)을 모시고 있다. 닫집과 불단의 조각이 정교하고 섬세하여 조선 중기 불교건축의 아름다움과 목조공예의 높은 예술성을 보여준다. 법당 가운데 후불벽에는 본존불인 석가영산회상도, 오른쪽 벽에는 동방 약사여래삼존도, 왼쪽 벽에는 서방 아미타삼존도를 벽화로 장식하였다. 이로서 불전 내부를 석가모니불, 약사여래불, 아미타불 등 삼세불의 세계로 표현하고 있는 범어사 대웅전이다. 그리 넓지 않은 법당 안은 불자들로 가득하다. 비좁은 틈을 타 삼배를 올리고 빠져나와야만 했다.

 

 

대웅전 우측으로 지장전과 팔상·독성·나한전이 자리하고 있다. 지장전은 1988년 화재로 다시 지은 건물로 정면 3칸 측면 3칸의 맞배지붕 건물이다. 그 왼쪽으로 있는 건물이 팔상독성나한전이다. 그런데 이 건물은 대웅전만큼이나 관심을 끌고 있다. 건물을 바라보는 쪽에서 왼쪽부터 차례로 팔상전, 독성전, 나한전 등 세 건물이 연이어 붙은 채 한 법당을 이루고 있다. 정면 7칸 측면 3칸이며, 좌우 팔상전과 나한전이 3칸이고, 가운데 독성전이 1칸으로 구성돼 있다. 독성전의 앞모양이 아취형의 형태를 한 것도 주목받고 있다. 건물의 특이한 점에 이끌려 한 동안 자리를 뜨지 못한 채 고건축 감상에 빠져 있었다.

 

 

범어사에서 관심 있게 지켜 볼 전각들, 대웅전과 팔상독성나한전

 

지난 해 우연히 접한 선묵혜자스님의 <108산사여행 기도순례> 여행 정보는, 그저 구경삼아 떠나는 사찰여행의 스타일을 바꿔 놓았다. 우리나라 사찰은 아름다운 고건축물과 많은 문화재로 여행자들이 많이 찾고 있는 명소에 속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아무런 정보나 지식 없이 사찰을 찾다보면, 겉만 훑어보고 기억에도 남는 것이 없는 부실한 여행이 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구경삼아 가볍게 떠나는 여행이지만, 여행지에서 얻을 수 있는 '그 무엇'이 있다면, 그것 또한 알찬 여행이 되지 않을까. 불교에 관심 있는 불자라면 더욱 그러하리라는 생각이다.

 

 

대웅전 좌측으로는 관음전이다. 정면 5칸 측면 3칸의 그저 수수한 건물이다. 추녀와 용마루를 장식한 망와(지붕의 마루 끝에 세우는 우뚝한 암막새)와 용의 꼬리가 특별나게 눈길을 끈다. 집에서 가져간 공양미를 불전에 올렸다. 정좌하고 천수경을 독송하고 108배를 올렸다. 이날이 열 번째 맞이하는 <108산사순례 기도여행>이지만, 기도하는 내내 아무런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다. 얼굴에 맺힌 한 방울의 땀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제서야 무심의 세계에 빠져 있는 나를 발견하고야 말았다. 반야심경을 외고 10번 째 염주 알을 꿸 수 있었다.

 

 

대웅전 마당을 벗어나 나오는 길에 만난 설법전 지붕 끝 치미가 웅장한 모습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치미는 목조건축에서 용마루 양 끝에 부착하는 장식기와로 그 건물의 위풍을 높이는 목적으로 사용돼 왔다. 치미의 기원은 여러 가지 견해가 있으나, 길상과 벽사의 상징으로, 상상의 새인 봉황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수리 꼬리 모양을 조각한 것이라 설명하는 이도 있다. 어쨌거나, 목조건축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장식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오락가락 내리는 비는 범어사에 두고 길을 나섰다. 입구 다리에 선 옷을 벗은 키 큰 소나무 한 그루. 소나무는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껍질을 벗겨 내고 붉은 속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마치 짐승이 '털갈이' 하는 모습으로. 이제 봄을 맞으면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기풍 당당했던 그 예전의 고고한 자태를 보여주리라. '사는 것이 고통이다'라는 불가의 언어가 나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지친 일상과 갈등 속에 살아가는 인간세계를 경험하고 있는 요즘이다. 옷을 벗은 채 봄비를 맞으면서도 당당한 저 소나무처럼, 나도 소나무가 되고 싶다.

 

 

『108산사순례 10

 

(1)양산 통도사 (2)합천 해인사(483.8km)(3)순천 송광사(367.8km)(4)경산 선본사 갓바위(448.4km) →  (5)완주 송광사(220. 2km) →  (6)김제 금산사(279.2km)  → (7)여수 향일암(183.4km)  → (8)여수 흥국사(192.3km) → (9)양산 내원사(100.3km) → (10)부산 범어사(내원사→ 범어사 31.0km → 집 95.6km)

 

☞ 총 누적거리 2,402.0km

 

 

[108산사순례 10] 영남의 3대사찰 선찰대본산 범어사에서 108배 기도로 10번 째 염주 알을 꿰다/사찰여행/부산여행/부산 가볼만한 곳

 

 

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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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system123.tistory.com BlogIcon 예또보 2015.03.12 07: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곳이 있네요 ㅎ
    잘보고갑니다 ^^

  2. Favicon of https://lilyvalley.tistory.com BlogIcon 릴리밸리 2015.03.12 09: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난 봄에 다녀 온 범어사네요.
    불자는 아니지만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왔답니다.
    행운이 함께하는 하루 되세요.^^

  3. Favicon of https://sjinub15.tistory.com BlogIcon misoyou 2015.03.12 09: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범어사 가보고 싶은곳 이네요 ㅎ
    즐건 하루 되세요

  4. Favicon of https://hansik07.tistory.com BlogIcon Hansik's Drink 2015.03.12 10: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녀간답니다 ^^
    알차게 하루를 보내세요~

  5. Favicon of https://su1624.tistory.com BlogIcon 도느로 2015.03.12 13: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돌로 기둥을 세워만든 양식은 참 독특하네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열번째 염주를 꿰신것 같습니다. ^^
    사진속의 비가 더이상 겨울비가 아님이 확연히 느껴지네요.
    웃는 하루 행복한 하루 되세요.

  6. Favicon of https://gdlsg.tistory.com BlogIcon 도생 2015.03.12 13: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경허대선사로 인하여 범어사가 선종 사찰의 면모를 갖추었습니다.
    성불하세요^_^

  7. Favicon of https://brazilian.tistory.com BlogIcon 브라질리언 2015.03.12 14: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범어사였네요. 어두우면서 비가 부슬부슬내려서 그런지 더욱 운치가 있어보이네요.~

  8. Favicon of http://blog2050.tistory.com BlogIcon 랩소디블루 2015.03.12 14: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상당희 경견한 마음으로 방문하기에는 괜찮은 곳이네염 잘보고 갑니다.

  9. Favicon of https://rnasatang.tistory.com BlogIcon 낮에도별 2015.03.12 15: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08산사 순례라니 대단하세요~ 범어사 이야기 잘 보고갑니다 ^^

  10. Favicon of https://hym9981.tistory.com BlogIcon 마니7373 2015.03.12 15: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눈에 익숙한 장소지만 날씨와 다른이의 구도로 본
    범어사는 또 새로운 모습으로 저에게 다가오네요~
    근처에 저런 곳이 있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죽풍님의 '108산사순례' 늘 응원합니다^^

  11. Favicon of https://soulwit.tistory.com BlogIcon 세상속에서 2015.03.12 16: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범어서는 예전에 몇번 가봤네요.
    오랜만에 보니 새롭네요^^

  12. Favicon of https://0572.tistory.com BlogIcon 『방쌤』 2015.03.12 22: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늘 지나가듯 가볍게만 들렀던 곳인데 다음에는 조금 천천히 둘러보고 싶네요
    비가 내린 모습도 나름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13. Favicon of https://nimpopoyes.tistory.com BlogIcon 톡톡 정보 2015.03.12 22: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녀갑니다.
    편안한 마무리 되시고 행복한 밤 보내세요^^

  14. Favicon of https://yahoe.tistory.com BlogIcon 금정산 2015.03.12 23: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범어사 오랜만에 만나고 갑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