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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야기와조경수

7월 땡볕에 같이 놀아 준 대가치곤 야속한 벌과 나비


 

7월에서 8월 사이 돌아오는 세 번의 절기, 복날이다. 보통 복날은 열흘 사이로 초복에서 말복까지 20일이 걸린다. 그런데 올해는 말복이 8월 13일로서, 중복과 말복사이 간격이 20일이다. 이런 경우는 해에 따라서 달라지는데 이를 월복(越伏)이라고 한다. 올해 월복이 든 중복인 지난 24일.

길가에 노란 꽃망울을 수백 개도 넘게 달고 있는 키 큰 야생화 무리가 눈에 띈다. 가까이 가 보니 키가 1m를 훌쩍 넘기며 풀숲을 이루고 있다. 꽃 색깔은 참으로 고운 진 노랑색. 알고 보니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미국미역취라는 식물이다. 꽃밭에 벌들이 꿀을 따며 허기를 채우고 있다. 그 작은 날개를 퍼덕이며 수술대를 빨기에 넋을 잃었다.

조금 있으니 이름 모를 큰 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살포니 내려앉는다. 역시 배가 고픈 모양이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흔들거리는 꽃잎 위에 앞 다리를 내려놓기가 쉽지 않다. 헬기가 땅에 착륙하는 것 보다 더 조심스럽다. 몇 번을 반복해서 마침내 내려앉기에 성공. 이내 꿀을 빨아댄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꽃도, 나비도, 벌도, 춤을 추며 하늘거린다. 꽃은 곤충에게 먹이를 줘서 좋고 곤충은 먹이를 채워 사람에게 꿀을 줄 것이다. 그래서 자연이 중요하고 사람은 자연을 지킬 가치가 있고 의무가 있다.

카메라를 들여댔다. 쑥스러웠든지 나비와 벌은 날아가 버리고 만다. 얼마 뒤 다시 찾아드는 벌과 나비. 이름 모를 곤충 한 마리는 사람이 오든, 말든, 괘의치 않고 배를 채우기에 여념이 없다. 한참을 꽃과 나비와 이름 모를 곤충과 놀았다. 작별의 시간, 인사를 해도 받을 생각도 않고, 배를 채우기에 정신이 없다. 30여 분을 같이 놀아 주며 사진도 찍어줬는데 모르는 척 하는 게 야속하다.

삼복 기간은 여름철 기간 중 제일 더운 때. 더위와는 상관없이 뜨거운 햇볕에 당당히 제 몸을 뽐내는 미국미역취. 가장 더운 7~8월에 노란 꽃을 피우며 벌과 나비와 곤충을 불러 모은다. 남부지방과 제주도에서 흔히 볼 수 있고 관상용으로 심어 키우는 취나물의 일종으로 여름철을 대표하는 야생화다. 야속하고 미운 벌과 나비지만, 그 아름다운 자태는 뜨거운 여름날 내게 있어 커다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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