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상낚시 중 거제도를 낚았어, 거제도
“우리 외도 갈래(잘못 들으면, ‘할래’)?”
딱 오해받기 쉬운 뉘앙스를 품기는 단어 ‘외도’. 나쁜 이름은 나쁜 이미지만 있는 게 아니다. 외도는 대한민국에서 이름난 대표적인 해상낙원이요, 연간 100만이 넘는 여행자가 이 섬을 찾는다. 800여 종의 식물이 자라고, 겨울연가 마지막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는 신비의 섬. 섬의 속내를 안다면 인간의 삶이요, 한편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경남 거제시 일운면 와현리 산 109번지에 속하는 섬, 외도. 0.12㎢ 면적에 섬 주인만이 이 섬을 지키며 살고 있다.
외도를 가려면 거제도에서 유람선을 타야만 갈 수 있다. 장승포, 와현, 구조라, 학동, 도장포 그리고 갈곶마을 등 6군데 터미널 중 한 곳을 이용해야만 한다. 이번 여행은 유람선을 타지 않고 선배가 운영하는 모터보트를 타고 돌아봤다.
23일, 항아리처럼 부드러운 곡선을 안고 있는 거제도 지세포만. 오는 28일부터 31일까지 구조라해수욕장 등에서 열리는 ‘바다로, 세계로, 거제로’ 바다축제 개최에 앞서 전국 윈드서핑 대회가 이곳에서 열렸다. 서핑은 바람이 불어야 제격. 다행히도 센 바람이 불어 물살을 일으키며 달리는 스퍼들의 모습이 시원스럽다.
일행을 태운 모터보트는 지세포만을 빠져 나가자 서서히 속도를 올린다. 엔진소음도 같이 높아지고, 배의 앞쪽 선수도 덩달아 머리를 높이 치켜든다. 큰 파도는 일지 않았지만 요동치는 배에 몸을 맡기고 리듬을 타는 재미가 쏠쏠하다.
운무가 뿌옇게 낀 바다, 날씨는 그리 쾌청하지마는 않다. 동백꽃 피는 섬으로 알려진 지심도가 차츰 크게 다가온다. 거제도 동남쪽 끝에는 세 개의 섬이 있다. 모두 사람이 사는 섬으로 지심도, 내도 그리고 외도. 이 섬들은 제각각 자랑거리를 안고 있다. 하늘에서 보면 섬 모양이 마음 심(心)자 같다 해서 부르는 지심도.
바람과 물살을 가르는 보트는 내도를 향하여 앞으로 나아간다. 섬 뒤쪽에서 바라보는 내도는 한자인 ‘산(山)’자와 똑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내도는 0.26㎢로 10가구에 13명이 살고 있으며, 2010년 6월 행정안전부가 국내 186개 섬을 대상으로 ‘명품섬 Best-10'에 선정한 10개 섬 중 하나다. 경관이 빼어나고 동백나무와 후박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내도는 정부와 지자체 주관으로 향후 4년 간 개발할 예정으로 있다. 거제도에 앞으로 또 한군데 가볼만한 섬 탄생을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보트는 외도 동쪽 끝에 위치한 동도(東島)로 향한다. 외도에 붙어 있는 작은 섬으로 22,017㎡. ‘여’라고 불리는 작은 바위섬 몇 개도 함께 하며 폭풍과 바람에도 외롭지 않다. 작은 어선에서 낚시꾼이 고기를 낚았는지 낚싯대가 휘는 모습이 보인다. 바람에 의한 큰 파도는 일지 않는데 보트는 좌․우현이 바닷물에 닿을 정도로 요동친다. 흔히 말하는 너울성파도로 인한 것.
너울성 파도는 바람으로 인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물결을 의미하며, 파도의 파장이 길어져 높지는 않은데 위력이 강한 파도를 말한다. 이런 너울성 파도로 외도는 년 간 약 100일 정도 유람선이 접안하지 못하고 관광객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있다. 관계 당국에서도 이런 점을 감안하여 올 해부터 방파제 건설을 추진한다고 하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보터는 닻을 내리고 휴식을 취한다. 일행은 낚싯대를 준비하고 바닷속 고기를 낚아볼 요량이다. 줄이 물속으로 빨려드는 것을 보니 수심이 꽤나 깊다. 한참 시간이 흘렀을까, 공갈미끼에 고기한마리가 대롱대롱 달려 발버둥치는 모습이 보인다. 진짜 지렁이라도 먹고 낚였으면 좋으련만, 공갈미끼에 낚여 세상 밖으로 올라 온 저 놈만 불쌍하다.
또 한참 지났을까, 이번에는 월척인 모양이다. 낚싯대는 180도로 휘고, 꾼은 릴을 감고 줄을 당기며 스릴 넘치는 모습이다. 모두가 눈이 휘둥그니 놀람 그 자체. 얼마나 힘이 세고 덩치가 큰 녀석인지 1~2분 사투를 벌여도 줄은 감기지 않고, 고기는 올라 올 기미도 없이, 낚싯대만 휘져 있다. 옆에서는 힘내라고 모두가 격려지만 낌새가 이상하다. 일행 한 사람이 소리친다.
"선장님, 여기 와 보이소. 큰 고기가 물었나 봅니다."
노련한 선장이 낚싯대를 건네받고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리 줄을 당겨도 감기지 않는 줄, 수면 밖으로 올라오지 않는 고기. 보는 사람들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에이, 낚시가 걸렸어. 바위에 걸렸다고. 거제도를 낚았어. 거제도.”
'국내여행 > 거제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낚시에 열광하는 사람들 (2) | 2011.08.15 |
---|---|
한 여름 행 막차를 타고 곧 만나러 갑니다 (4) | 2011.08.12 |
이 곳에 가지 않고서, 거제도를 가봤다고 말하지 마라 (4) | 2011.07.21 |
튤립 만발...'외도'나 해볼까? (0) | 2011.07.03 |
'황제의 벚꽃길' 한번 걸어 보시죠 (1) | 2011.07.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