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와 희망, 성공 함께 간직한 섬 외도
  
▲ 튤립 지금 외도는 튤립이 만발하고 있다.
튤립

봄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덩달아 거제도도 여행객의 발길이 끊어질 줄 모른다. 이름 나 있는 명소는 사람과 버스로 혼잡함을 넘어 물이 넘쳐나듯 하다. 고향 거제도에 살다 보니 외지 사람들을 안내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봄가을이나 여름 휴가철이면 더욱 그런 실정. 4월 17일, 서울에서 30여 명의 사람들이 외도를 구경 하러 온다는 연락을 받고 집밖으로 나왔다. 

  
▲ 최호숙 대표 외도보타니아 최호숙 대표
외도보타니아

거제도를 방문하는 여행객 최고의 점심거리는 역시 멍게 비빔밥. 청정해역 남해안 바다에서 자란 멍게는 독특한 향기로 사람들의 코와 혀를 자극하는 음식의 재료로 쓰인다. 거제도포로수용소유적공원 바로 옆에 있는 이 식당은 얼마나 잘 알려져 있는지 TV 여행코너에 단골로 등장한 지 오래. 밀린 차량으로 인해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도착한 탓에 배도 더욱 고팠을 터. 그래서일까 맛있게 먹는 표정을 보니, 식당 주인도 아닌 내가 흐뭇해진다. 

  
▲ 외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외도. 김영사 펴냄.
외도보타니아

배를 타기 위해 도착한 구조라 선착장은 바닷바람이 세차다. 항내라지만 흰 거품이 살짝 인다. 해풍은 정면에서 얼굴을 때리고, 파도에 출렁거리는 배는 심하게 요동치며 몸을 가누기가 어렵다. 잠시 뒤, 여행객을 내려준 유람선은 바다 한 가운데서 휴식을 취한다. 외도 선착장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북적인다. 유람선사에서는 외도 관람을 위해 두 시간을 주는데, 이 시간이면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외도의 이곳저곳을 두루 살펴 볼 수 있다. 

  
▲ 여행객 지금 외도는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고 있다.
외도보타니아

  
▲ 황금빛 관람로에는 이처럼 아름다운 나무로 장식돼 있다.
외도보타니아

매표소를 지나 언덕길을 조금 오르면 나무로 만든 '외도(外島)'라는 간판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외도는 바깥에 있는 섬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밖섬이라고도 한다. 외도 안쪽에는 또 다른 섬이 하나 있는데 내도(內島)라 하며, 안섬이라 부르고 있다. 

외도의 파수꾼이라 할 수 있는 김종하 이사. 그는 조경전문가로 외도에 심은 나무와 꽃을 관리하고 있는 책임자다. 특별한 요청으로 일행의 안내를 맡아 주었으며, 나무 한그루, 식물 한 포기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 튤립 지금 외도는 튤립이 만발하고 있다.
외도보타니아

외도는 4만 7천여 평의 부지에 1976년부터 개발하여 1995년 4월 15일 개장하였으며, 2007년 8월 3일 누적 입장객 수 천만 명을 돌파하였다. 2002년 제작 방영한 KBS 드라마 '겨울연가' 마지막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장소는 '외도보타니아' 최호숙 대표의 사택으로 일반 관람객은 출입이 금지돼 있다.  

이날 우리는 최호숙 대표의 특별한 초청으로 사택을 방문할 수 있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특별한 장식이나 화려함을 치장한 건축물은 아니었다. 건물은 사각형으로 배치했으며, 중앙은 뻥 뚫려 하늘과 맞닿아 있다. 비가 올 땐, 빗물이 바닥으로 떨어져 불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자연을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건축주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창문 역할을 하는 탁 트인 공간은 앞쪽 대나무 숲에서 멀리 있는 해금강을 눈앞으로 끌어다 놓는다. 정말이지, 한국에 이런 멋진 공간이 또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이다. 아마, 일행도 똑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 선착장 외도 선착장
외도보타니아

외도보타니아 최호숙 대표. 1936년 경기도 양주에서 태어나, 1957년 서울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1969년 남편과 우연한 기회로 외도를 찾게 되고, 연이은 실패와 해마다 겪는 태풍은 그녀를 좌절로 몰아넣었지만, 30여년 만에 '불가능한 낙원', '땅위의 천국'이라 불리는 외도해상농원을 가꾸어냈다. 일행은 사택에서 그의 인생 전반에 걸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시련과 실패를 좋아한다. 나를 더욱 강하게, 내 인생을 더욱 멋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오지에는 천국이 숨어있다." 

칠십 중반을 넘어서는 나이지만, 최호숙 대표는 지금도 꿈이 있단다. 그래서 그 꿈을 물어 보았다. 

"아주 어릴 적부터 품어왔던 나의 가장 오랜 된 꿈은 바로 '뚜껑 없는 차'를 타는 것이었죠. 그런데 실제로 지인의 도움으로 50년이 지나 실제로 꿈을 이뤘죠. 또 하나는 '파티하는 정원'이지요. 젊었을 때 본 <애수> <젊은이의 양지> <지상에서 영원으로> 등 할리우드 영화에는 유난히 정원이 많이 나오죠. 그래서 외도 개발 40주년에 맞추어 근사한 파티를 하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죠. 정명훈 씨 같은 세계 최고의 음악인들을 모셔다 클래식 음악회를 해도 좋을 것 같고, 유명한 재즈 뮤지션들과 젊은 스윙 동호인들을 불러 라이브 음악에 맞춰 춤을 춰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 이야기 꽃 외도보타니아 서호숙 대표의 사택. 이곳에서 지난 2002년 겨울연가 마지막 장면을 촬영하기도 했다. 앞으로 탁 트인 공간으로 바라다 보는 해금강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한국에 또 이런 공간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외도보타니아

얘기를 듣다 보니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가이드의 재촉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꽃밭에는 봄꽃으로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단연 튤립이 돋보인다. 50여 종의 튤립이 이곳저곳에 원색의 물결을 이루며 피어 있다. 사람들로부터 탄성과 환호가 쏟아진다. 물감을 칠해도 자연색만큼이나 예쁘게 칠할 수는 없을 게다. 여행객에게 떠밀려 관람로를 따라 움직였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정원은 천국이 따로 없다. 키 큰 아열대 식물을 비롯한 선인장과 화려하게 핀 꽃들은 이곳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이라 하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우거진 짧은 숲속 길을 지나자 탁 트인 푸른 바다가 시야에 들어온다. 오른쪽으로 해금강 사자바위가 보이고, 왼쪽으로는 큰 파도가 절벽에 부딪혀 흰 파도를 일게 한다. 푸른 바다는 멀리 태평양까지 이어지는 외도 동쪽 풍광이다. 

외도는 약 800여 종의 식물이 자라는 대형 식물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연식물만 있는 게 아니다. 길목 곳곳에는 최호숙 대표의 예술세계를 엿볼 수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조각상. 아이의 천진난만한 모습에서부터 깊게 포옹하는 아름다운 연인의 조각상, 그리고 근력 넘치는 우람한 남성 조각상까지 크기도 형태도 다양하다. 이어서 관람로를 따라가다 보면 외도의 사방을 볼 수 있다. 외도 서쪽은 서이말 등대와 외도가 자리한다. 그늘 진 숲에서 한숨 돌리며 찬찬히 내도와 서이말등대를 바라보며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본다. 한 여인의 꿈과 희망을 담은 이곳 외도. 실패의 연속이었지만, 실패는 반드시 성공을 가져다주는 하나의 기회였다는 것. 

  
▲ 야자수 아열대 식물인 키 큰 야자수와 선인장의 외도의 상징이다.
외도보타니아

천국의 계단에는 커플티를 입은 한 쌍의 남녀가 걸어 내려가고 있다. 천국의 계단은 태풍 '셀마'가 왔을 때 해풍으로 인해 나무가 모두 말라 죽었던 뼈아픈 곳이다. 실의에 좌절하지 않고 희망을 건져 올린 '약속의 땅'인 곳이기도 하다. 나는 천국의 계단을 내려가면서, 천국은 그저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실패와 좌절을 딛고 일어서야만 갈 수 있는 희망의 땅이요, 약속의 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두 시간이 넘는 관람을 마치고 해풍이 부는 선착장으로 왔다. 외도에는 파도를 막아주는 방파제가 없다. 그러다 보니 너울성 파도로 인하여 연간 약 백일간은 유람선이 운항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 거제시의 적극적인 협조로 방파제 건설을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라 하니, 앞으로는 여행객들에게 더 안전한 여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외도 흰 거품 뒤로 보이는 작은 섬, 외도. 외도는 실패와 좌절, 꿈과 희망, 성공을 함께 간직한 아름다운 섬이다.
외도보타니아

배를 타니 부서지는 흰 파도를 뒤로 하고 있는 섬, 외도. 눈으로부터 멀어지고, 작아지는 유형의 작은 섬이지만, 내 가슴속에는 실패와 희망과 성공을 가져다 준 약속의 큰 섬이라 간직하고 싶다. 오늘도 외도에는 수많은 관광객이 스쳐 지나간다. 그저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꽃과 나무와 식물과 자연에만 도취돼 실제는 그 속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외도를 찾아가는 여행객들에 꼭 이 말을 전하고 싶다. 거제도 동쪽 끝, 한 때 보잘것없던 이 작은 섬이 실패와 좌절을 딛고, 지금은 꿈과 희망을 간직한 성공을 이룬 약속의 땅이라고. 

  
▲ 튤립 지금 외도는 튤립이 만발하고 있다.
외도보타니아
  
▲ 외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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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거제시 일운면 | 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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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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