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의 광복절 날이 아닌, 내겐 비참한 광복절 날

흰 백일홍나무 꽃

8월 15일. 거제도 구조라 방향으로 차를 운전하고 지나가다 눈에 확 띄는 것이 있어 잠시 차를 세우고 내렸다. 평소 주변 환경을 잘 아는 터라 낯 설은 장면이었다. 나무에 핀 흰 꽃을 보았기에. 나무는 분명 백일홍 나무인데, 흰 꽃을 피우다니.
 


백일홍 나무는 꽃이 붉은 색만 있는 것으로 알았던 내게 분명 그건 특종이었다.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옆엔 몇 그루의 붉은 색 백일홍 나무가 꽃을 피우고 있다. 희귀한 식물을 내가 발견했다는 대단한 자긍심(?)이 앞섰다. 꽃과 나무와 열매까지도 원근으로 촬영하기에 바빴다. 이 사실을 빨리 언론사를 통해서 알려야 되겠다는 막중한 의무감이 온 몸을 지배했다. 이런 분위기에 빠져들자 흥분은 온 몸으로 퍼져갔다.

 

몇 군데 전화를 걸었다. 이런 나무를 봤느냐고, 아느냐고. 그런데 한결같이 본적이 없고, 모른다는 거였다. 거기다 부추기는 말은 나를 더욱 흥분의 도가니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맞아, 맞아. 나도 꽃나무에 일가견이 있는데 그런 나무를 본 적이 없어.”

자신감을 얻었다. 내가 특종 기사를 찾았다는 것이 예사로운 일은 아니었다. 볼 일을 제쳐두고 사무실로 갔다. 기사를 작성하고 몇 장의 사진을 골라 언론사에 전송하기 위해서. 사무실 입구에서 동료직원을 만나 앞서 겪은 일을 설명하니 돌아 온 반응은 넋이 빠진 웃음과 한 마디.

“에이, 그거 흰 백일홍인데... 그리고 분홍색도 있고 여러 가지 색깔이 있는데.”

“뭐... 뭐. 뭐라고?”


뒤통수를 얻어맞는 아픔이나, 느낌이 이런 것일까? 백과사전에 ‘뒤통수를 맞다’라는 뜻에 이런 기분을 글로서 표현하는 설명이 있다면 ‘딱’이라는 느낌이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컴퓨터를 켜고 백과사전을 봤다.


“배롱나무라고 하는 백일홍 나무. 붉은색의 꽃이 7~9월에 원추(圓錐)꽃차례를 이루어 피지만 흰 꽃이 피는 품종인 흰 배롱나무(L. indica for. alba)도 있다. 꽃의 지름은 3㎝ 정도이고 꽃잎은 6장이다. 수술은 많으나 가장자리의 6개는 다른 것에 비해 길며, 암술은 1개이다.”


특종이니, 기사송고니, 뭐니 다 때려 치고, 볼일부터 봐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대한의 온 백성이 기쁨에 넘쳐 거리를 쏟아져 나왔던 환호의 광복절 날이 아닌, 내겐 혼자 도취된 자만의 결과로 나타난 비참(?)한 광복의 날이었다.

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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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성제 2011.08.17 08: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하`하 그런 경우가 참많이 있습니다 저도 한번 그런 실수를 하였습니다
    우리가 아는지식보다 모르는 지식이 더 많은것을 알게되었죠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기분 쨩 이었습니다,

  2. Favicon of http://blog.naver.com/aa_fish_man?16807 BlogIcon 커피한잔 2016.06.08 19: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정보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