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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추천] 거제 관음사 주지 혜원 삼현 강병철 시집, 즐거운 공(空)놀이/창조문학사

 

[시집추천] 거제 관음사 주지 혜원 삼현 강병철 시집, 즐거운 공(空)놀이/창조문학사


혜원 삼현 강병철 시집 표지.

 

[시집추천] 거제 관음사 주지 혜원 삼현 강병철 시집, 즐거운 공(空)놀이/창조문학사

 

거제시 남부면 다포마을에 자리한 관음사.

다대·다포항을 내려다보는 작은 암자 관음사를 찾았습니다.

가끔 기도하러 가는 이 암자는 나그네를 편안하게 해 주는 친한 벗과도 같습니다.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삼현 주지스님은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불자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법당에서 108배 기도를 올리고 스님과 차 한 잔을 나눕니다.

부처님의 법에서부터 세상사는 이야기까지 대화는 천리만길을 걷고 있습니다.

걷기 힘든 큰 돌멩이가 길을 덮은 신작로에서 편안한 아스팔트 포장 길로 접어듭니다.

한 시간 정도 함께 걸었습니다.

마음이 편안해 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물로 나타납니다.

 

삶이 힘들고 지칠 때는 쉬어가라.

쉼은 생명의 활력을 가지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스님과의 대화는 천리만길을 걸으면서 끝났습니다.

 

자리를 일어서려니 소매를 붙잡습니다.

지난해 펴낸 시집 한 권을 내어줍니다.

직접 친필 사인까지 곁들여서...


거제 남부면 다포리에 소재한 관음사 주지 삼현스님.

 

『즐거운 공(空)놀이』, 혜원 삼현 강병철 지음, 창조문학사, 2015

 

책 표지에 쓴 글이 곧바로 책장을 넘기도록 합니다.

 

"좋은 물(世俗)에서 즐거이 놀기도 좋지만 공(空)을 가지고 놀이함도 즐거운 일이다."

 

저자는 오래전부터 시를 써 왔지만 『2015년 창조문학 신인문학상 시 부문』으로 등단합니다.

제주 서귀포시 하원동에서 출생한 저자는 24세 출가하여 수행의 길을 걸어오고 있습니다.

1980년 불국사에서 사미계를, 1983년 범어사에서 비구계를 수지했습니다.

이후 해인사 승가대학과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 불교학과를 수료했습니다.

망월사 선원, 송광사 수선사 선원, 지리산 칠불사 운상선원을 거쳤습니다.

불국사 재무국장, 동화사 교무국장, 표충사 총무국장도 역임했습니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거제시 남부면 '가라산 관음사' 주지를 맡고 있습니다.

 

시인이자 전 오산대학교 총장이 쓴 추천사에는, '불교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시평입니다.

한 편 두 편 시를 읽으면 법당에서 기도하는 것처럼 편안한 마음이 생깁니다.

평정심도 찾을 수 있습니다.

시집은 크게 일곱 단락으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무사선객의 노래, 누워서 바라보기, 그림자 없는 이, 세계일화, 법기대중의 환희, 저녁달 뜨고 해 지는 소식, 즐거운 공놀이 등입니다.


 

시집의 제목으로 쓴 '즐거운 공(空)놀이' 시를 옮깁니다.

 

좋은 물(世俗)에서 즐거이 놀기도 좋지만

공(空)을 가지고 놀이함도 즐거운 일이다

 

하나에서 하나를 뺀 자리는 어떠한고?

얽혀진 그물코는 처음과 끝이 한 가지다

 

2014. 10. 27. 가라산 관음사

 

세속은 세상살이입니다.

세상에서 즐겁게 산다는 것은 큰 기쁨이자 축복입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기쁨과 축복만 있는 것이 아니라, 힘든 고통도 함께 합니다.

 

큰 행복에서 작은 행복 하나를 빼면 그 자리엔 무엇이 남을까요?

행복일까요, 고통일까요?

스님의 글귀처럼 행복과 고통은 처음과 끝이 한 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부처님 법으로 엮은 좋은 시를 쓰고 시집까지 선물해 주신 스님께 이 지면을 빌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시 한 수가 좋아 올립니다.

 

연꽃이 피던 날

 

연꽃이 피던 날

시절이 도래하니

창밖엔 빗물이 흐르고

바람은 남해를 흔들어

사해가 하나로

통함을 보이누나

 

동문서답이랴!

본래 동과 서가 없음이니

앞뒤 또한 있을런가

아서라!

바르고 틀림에

무애 상관이 있겠는가

 

[시집추천] 거제 관음사 주지 혜원 삼현 강병철 시집, 즐거운 공(空)놀이/창조문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