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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사는이야기] 농사꾼으로 사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귀농준비/귀농일기


[사는이야기] 농사꾼으로 사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귀농준비/귀농일기


활짝 핀 능소화.


'샌드위치 세대'라는 말을 들어 보셨나요?

아주 오래 전, 그러니까 20년 전쯤으로 기억합니다만, 샌드위치 세대에 대한 특집기사가 유명 주간지에 실린 것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나이로 보면 1950년대 후반 출생, 더 정확히는 57년생에서 59년생까지를 지칭하는 것이었습니다.


샌드위치는 빵 두 조각 사이에 크림이나 음식재료를 넣어 만든 식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샌드위치 세대'란 빵 두 조각 사이에 낀 크림이나 음식재료에 비유를 한 것이지요.

그런데 샌드위치는 빵 사이에 넣은 재료로 인해 더 맛이 나는 것인데도, '샌드위치 세대'라는 말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강했다는 사실입니다.


기사가 말하는 내용은 이렇습니다.

1950년대 후반 출생한 이들은 샌드위치처럼 양쪽에 끼어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불운한 세대라는 것입니다.

위쪽 나이든 어른들에게는 "예의 없거나 철없는 사람"으로, 아래쪽 젊은이들에게는 "타성에 젖은 고집불통 어중간한 어른"으로 평가 받는다는 거죠.

기사내용대로라면 참 억울한 '샌드위치 세대'인 것입니다.


어릴 적 농사지으며 살아온 샌드위치 세대라 글의 전개가 조금 엇나가고 말았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들어가면서부터 소를 몰고 다녔고, 3~4학년 때부터는 소 먹이인 꼴을 베러 다녀야만 했습니다.

7~8살 때의 조카를 보니, "저 등치에 소를 몰고 다녔을까" 할 정도로 의문이 들었지만, 초등학교 들어가면서 소를 몰고 다닌 것은 사실인 것입니다.





어릴 적, 소를 몰고 다녔을 때처럼, 이제, 다시 농사꾼으로 '제2의 삶'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살 집을 짓는 동안 어느 할머니 집 방 하나를 얻어 셋방살이를 하는데 재미를 느낍니다.

할머니 텃밭에서 깻잎, 상추, 고추를 따 먹는 행복도 충만합니다.

아침마다 운동하는 시골 길은 '정겨움'이라는 녀석이 나를 쫓아옵니다.

'행복'이라는 녀석도 "나와 함께 가자"고 졸라댑니다.

두 녀석과 함께 걷는 길은 희망이 가득한 포근한 양탄자 같은 길이며, 길 위에는 무수한 행복들이 깔려 있습니다.


집짓기가 마무리되면 <행복찾기프로젝트연구소>를 차릴 계획입니다.

연구소 간판은 "죽풍이 사는 뜰"이라는 '죽풍원'으로 명명할 것입니다.

회원은 아직 본인 1인에 불과하고 원장직도 겸하지만, 연구소 회원은 점차 늘어 날 것을 확신합니다.

농사꾼이면서도, 연구소 원장이란 직함 어떠한가요?

농사를 지으면서 행복찾기 프로젝트 연구는 계속할 것입니다.


잠시 동안, 셋방살이 하는 시골 마을 할머니 집 풍경입니다.

대문에는 능소화가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며, 마당 귀퉁이엔 포도가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텃밭에는 각가지 채소가 푸르고 싱싱하게 자라며 반찬거리를 제공해 줍니다.

마당은 천연 잔디 그라운드로, 조금 좁다는 것일 뿐, 축구 경기 한 판 벌여도 손색이 없습니다.

마당 한 쪽에는 식물원이 있어 갖가지 꽃을 보는 재미를 만끽합니다.

이 정도 시골생활이면 행복 가득한 삶을 영위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