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이야기

[박근혜 탄핵] 이 혼란을 언제까지 봐야만 하나/최순실 국정농단


[박근혜 탄핵] 이 혼란을 언제까지 봐야만 하나

대통령이 없는 비상시국,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한 국가기관의 책무/최순실 국정농단



있는지도 없는지도 알 수 없는 대한민국 대통령, 있으나마나한 대통령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결정적인 한 방으로 세상에 알려지고, 이런 진실을 숨길 수 없었던 대통령은 바로 다음날 대국민 사과형식의 담화(1차, 10월 25일)를 발표한다. 이로부터 벌써 두 달째가 지나가고 있는 시점이다. 놀란 국민은 가슴을 썰어 내려야만 했다. 성난 민심은 촛불을 들었고, '이게 나라냐'며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함성을 질렀다. 이후 하룻밤을 자고 나면 벗겨진 양파 껍질은 하나 둘 식탁위에 쌓여만 갔다. 언론보도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새롭게 터트려지는 의혹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끝은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최순실 국정농단 언론보도 후 바로 다음날 대통령이 사과성명을 냈다는 것. 그것은 최순실이 국정에 관여했다는 대통령의 고백이자 그 사실을 시인 한 셈이 되고 말았다. 정윤회 문건 파동 때도 문서가 작성된 핵심은 피하고 문건 유출 경로에만 국기문란이라며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는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듯, 대통령이 어떻게 바로 다음날 사실을 인정하는 담화를 발표했는지는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만약, 언론이 태블릿 피씨를 확보하지 못했다면, 대통령이 사과문을 냈을까? 생각만 해도 자명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 3차 담화 때, '하야'를 발표할 줄 알았다


'바람 불면 촛불은 꺼진다'는 어느 여당의원의 발언은 분노한 국민들의 가슴에 불을 댕겼다. 추운 겨울 날씨에도 촛불은 꺼질 줄 모르고 타올랐고, 시위에 참가한 인원수와 과격한 행동을 자제한 평화적인 촛불 시위는 세계 언론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평일을 비롯한,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쉬지 않고 매 주말마다 전국에서 불을 밝힌 촛불은, 나라를 난장판으로 만든 대통령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라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 하지만, 대통령의 모습은 그와는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해 이 나라 최고 책임자로서 솔직하게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사과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은가. 그런데 2차 담화 때는 대통령의 변명이 한 줄 더 늘어났고, 3차 담화 때는 대통령 자신이 진퇴문제를 결정해야 함에도, 국회에 공을 떠넘기는 모습이었다.


내가 순진했던 탓일까. 3차 담화 때는 솔직히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 줄줄 알았다. 국민에게 석고대죄하고 참회하며 대통령직을 내려놓겠다는 기대를 가졌건만, 나의 기대는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이후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나는 대통령의 행태는 온 국민을 놀라도록 하기에 충분했다.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의 행적은 두 말할 것도 없고, 집무실보다는 관저에서 주로 일을 본다는 것, 비서실장마저 대통령을 일주일에 한 번도 만나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것, 주치의가 아닌 일반 의사가 보안손님으로 청와대를 드나들면서 온갖 시술을 한다는 의혹 등 이 나라 대통령이 이런 모습일 줄 그 누가 알았겠는가. 언론보도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이 사실은 영원한 기억의 저편에서 기록되었으리라. 아버지에 이어 자식까지 대통령직을 지낸 부자 대통령이자,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고.


놀라움의 연속, 하나씩 밝혀지는 청와대의 뒷모습


여야의 입장과 논란 끝에 대통령은 탄핵을 당했다. 이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대통령은 무슨 생각을 하며 구중궁궐에서 보낼까 무척이나 궁금하다. 국민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어떻게 날지 궁금해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보도에 따르면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임기가 끝나는 1월까지는 결론을 내기가 어렵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빨라야 3월로 예측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보다 훨씬 늦게 결정이 날 전망이란다. 그런데 여기서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1월에 난다면 몰라도, 3월이나 그 이후까지 이어진다면, 국민들은 이 혼란한 세상을 어떻게 기다려야만 하나? 공직자는 국민에게 무한의 책임을 진다. 이제 국민은 헌법재판소만 쳐다보고 있다. 인용이든, 기각이든, 빠른 결정을 내는 것이야말로, 혼란에 빠진 국민에게 봉사하는 것이자, 책무임을 알아야 한다.


언론보도를 보면 탄핵도 형사소송법에 준한다고 한다. 형의 확정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그럼에도 헌법재판소는 모든 역량을 기울여 심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기업체도 물량이 넘칠 때는 잔업도, 특근도, 한다. 일반 공무원도 비상시에 비상근무를 한다. 다행인 것은 재판관을 비롯한 연구관도 주말과 휴일을 잊고 법리 검토에 여념이 없다는 보도다. 대통령이 없는 나라, 국내경제는 물론이고 중요한 외교문제도 손을 놓은 지 오래다. 형식에 얽매여 중요한 결정을 언제까지 미루고만 있을 수는 없다. 국민들은 이 혼란의 세상에서 하루라도 빨리 정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탁구는 공이 넘어오면 순간적인 순발력으로 상대의 빈 공간을 찾아 허를 찔러야한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반면 축구나 농구는 팀플레이가 중요하다. 팀원끼리 패스도 중요하지만, 패스를 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한 방을 날려야만 한다. 패스를 오래한다고 좋은 결과가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공을 뺏기기도 한다. 공은 이제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탄핵에 대해 오래 검토한다고, 꼭 옳은 결과를 도출하는 것도 아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국가기관의 책무, 탄핵에 대한 결정, 국민은 헌법재판소를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