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자고 일어나니 하얀색으로 온통 변한 세상... 눈처럼 맑은 세상살이가 되었으면
남강에 쌓인 눈.
자고 일어나니 세상이 온통 하얀색으로 변했다.
19일 밤과 20일 낮에 걸쳐, 남부지방 일부를 제외하고 내린 눈은, 눈꽃세상을 만들었다.
일터로 나선 사람들은 많은 불편을 겪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모처럼 내린 눈이 반가웠다.
바둑이가 꼬리를 흔들며 눈밭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그 모습이 연상된다.
눈발이 그치자 차를 타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집 앞으로 남강이 흐른다.
남강은 경남 함양군 서상면 덕유산에서 발원하여 함양, 산청, 진주, 의령, 함안으로 흘러 낙동강과 합류하는 총 185.6km의 강이다.
얼음이 꽁꽁 언 강바닥에 눈이 소복이 쌓였다.
날씨가 풀리자 강 중심에는 얼음이 녹아 물이 스며들고, 눈도 녹아가고 있다.
멀리 황석산에는 구름과 눈이 뒤섞여 하얀 모습을 하고 있다.
눈 내린 풍경을 보면서 일어나는 생각.
눈과 물, 눈과 흙은 어떤 연관이 있으며, 어떤 결과에 이르는 것일까?
자연 그대로의 눈은 맑고 깨끗하며, 자연 그대로의 물도 맑고 깨끗하다.
눈이 물을 만나면 살포시 제 몸을 녹여 물과 한 몸이 된다.
더러움이 없는 서로는 한 몸으로 태어나 사람에게 '깨끗함'이 무엇인지 가르쳐 준다.
눈이 흙을 만나면 어떻게 될까?
먼저, 자연의 눈과 자연의 흙이 만나면 물처럼 깨끗하게 한 몸이 돼 자연을 살찌운다.
여기서 인간이 개입하면 상황은 달라진다는 것.
도로에 쌓인 눈을 치우면 눈과 흙이 범벅이 돼 진흙탕처럼 '더러움'으로 변한다.
날씨가 풀려 금새 녹아버리면 더러움을 덜 느끼지만, 추위가 계속되면 '더러움'은 오래도록 지속되고 만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나라의 혼란은 언제쯤 끝을 볼지 의문이다.
나라를 뒤흔든 주범, 주범과 공모한 이들은 부끄러움도 없고, 부끄럽지도 않는 모양이다.
그들의 뻔뻔함은 극에 달했고, 도저히 인간이라고 볼 수 있는 조건은 하나도 찾을 수가 없다.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참회해도 용서를 받기 어려운데, 그들은 여전히 '죄 없는 착한 양'의 모습을 하고 있다.
나쁜 기억이나 좋지 않은 추억은 빨리 잊어버리는 것이 좋다.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는 것도 사람이 살아가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라를 뒤흔든 나쁜 일'을 잊어버리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다.
그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하고, 죄의 댓가를 받도록 하는데 국민 한 사람으로서 책무를 다하고 싶을 뿐이다.
새하얀 눈과 맑은 물이 한 몸이 되는 세상에서 나의 삶을 그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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