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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찾기프로젝트

[행복찾기] 도깨비라는 허깨비는 내 마음 속에 있는 것/죽풍원의 행복찾기프로젝트


[행복찾기] 도깨비라는 허깨비는 내 마음 속에 있는 것/죽풍원의 행복찾기프로젝트


어둠이 깔린 밤, 교통 표지판은 전동차를 타고 허깨비로 변신하여 나의 혼을 빼놓았다. 


도깨비라고도 하는 허깨비.

허깨비는 농촌에서 자랐거나 지금도 사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마주한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농촌은 도시와는 달리, 허깨비를 볼 수 있는 자연적인 조건이 다양합니다.

해질녘을 넘어서 어두워 질때 잘 보이는 허깨비는 허수아비, 볏짚, 전봇대, 지게 등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납니다.

 

29일, 저녁을 먹고 동네 한 바퀴를 도는 산책길에 나섰다고 허깨비를 만났습니다.

머리털이 서고, 닭살이 돋으며, 간이 철렁 내려앉아 심장이 뛰었습니다.

집으로 오는 내내 뒤를 돌아보며 걸었고, 겨우 집에 도착해서야 진정된 마음을 찾았습니다.

불과 몇 분 전의 상황을 생각하니 내 자신이 참으로 한심스럽다는 생각이 들고, 한편으로는 터지는 웃음을 한 동안 쏟아내야만 했습니다.


허깨비를 만난 조건과 상황은 이렇습니다.

해는 완전히 지고 초승달이 희미하게 빛을 발산하는 밤입니다.

그렇다고 100% 완전한 까만 밤은 아니며, 20m 전후로는 물체를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는 조건입니다.


운동 삼아 나선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힘차게 걸어갑니다.

물론 가로등이나 보안등은 없는 아스팔트 2차로를 따라 아무 생각도 없이 앞만 보고 걷습니다.

그때, 약 10m 앞에서 시골 노인들이 타는 전동차가 앞으로 나가는 것이 보입니다.

"왜 라이트를 안 켜지"라는 생각으로 뒤따라 걸었습니다.

나의 걸음걸이는 빨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이 시간에 전동차를 타고 어디로 가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발걸음을 빨리 옮겨 놓으면 전동차도 똑 같이 빨리 앞으로 나아갑니다.

아무리 따라 잡으려 해도 전동차는 도망치듯 앞으로 나갑니다.

그런데 갑자기 전동차가 사라졌습니다.

눈앞에서 사라진 전동차를 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앞과 사방을 살펴보았지만 끝내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순간, 머리털이 서고, 닭살이 돋으며,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정도로 소름이 끼칩니다.

1~2초의 시간이 흘렀을까, 그때 노란색 교통 표지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때서야 허깨비의 정체를 알았습니다.

도로가 굽은 위치에 선 도로 표지판이 도로의 곡선을 따라 걷는 위치에 따라 움직인 것처럼 보인 것입니다.

그제서야, "그래 세상에 무슨 허깨비가 있을라고" 자위하면서 비로소 안심을 할 수 있었습니다.


허깨비는 기력 따위가 허하여 눈앞에 있지 않은 것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일이라고 합니다.

농촌에 살면서 좋은 점이 있다면 자연과 벗을 삼아 지내는 일입니다.

하지만 꼭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는, 허깨비를 보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기에 말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종류의 수많은 허깨비를 만나면서 살지 않을까 싶습니다.

허깨비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허깨비는 내 마음 속에 둥지를 털고 앉아 내 자신이 나약해지면 나타나 나를 시험하고 괴롭힙니다.

고통도 남이 주는 것보다 내가 스스로 만든 고통에 갇혀 헤어나지를 못하며 살고 있습니다.

'아상'에서 벗어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