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시론] 함양군에 쌓인 적폐는 없는 것일까
최근 함양 어느 지역신문사에 함양군체육회 고위 간부와 임원들이 대거 몰려 항의를 하였다는 소식을 접했다. 내용인즉슨 함양군체육회 예산 집행과 관련한 비판보도 기사 때문이라는 것. 체육회 실정에 잘 아는 제보자에 의해 작성된 기사는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탓에 일부 오보가 있었고, 항의를 받은 신문사는 이를 확인하고 바로 잡는 조치를 취했다. 당연한 절차였고, 당연한 조치였다.
언론보도로 인해 피해를 보는 당사자는 언제든지 생길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오죽하면 언론사나 기자를 지칭할 때 쓰레기를 빗댄 ‘기레기’라 폄하하겠는가. 어찌 보면 언론이 그동안 자충수를 둬 왔다 해도 달리 할 말이 없지 않을까.
매일같이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 ‘가짜뉴스’가 판을 친다. 이런 현상은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언론사를 향해 대놓고 가짜뉴스라고 공격한다. 가짜뉴스는 없어져야 하고, 언론사라는 우위의 힘을 빌려 피해를 입혀서도 안 되는 것이야말로, 사회정의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언론보도로 인해 피해를 입은 당사자는 얼마든지 구제 받을 길이 있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언론침해에 대한 구제방법으로는 정정보도 청구, 반론보도 청구, 추후보도 청구권이 있다. 이외에 ‘조정신청’이 있는데 지역을 관할하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고, 이때 피해의 정도에 따라 손해배상액을 명시하여 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다. 다시 말해 언론보도로 인해 피해를 입은 당사자는 구제 받을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두 명도 아니고 집단으로 언론사 사무실을 방문하여 항의했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 대목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얼마든지 구제의 길이 있는데도 언론보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사무실을 집단으로 시위하듯 방문하는 것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 차라리 집회신고를 내고 언론사 앞에서 시위를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오래전부터 각종 보조금 지원과 관련하여 시중에 떠도는 말이 하나가 있다. “보조금은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라고. 그만큼 정부나 지자체의 보조금 집행에 대한 감사가 부실하다는 것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보조금 증빙자료에 간이영수증 첨부, 허위 영수증 작성, 금액 부풀리기, 용도에 맞지 않는 경비 지급, 통장 입금을 하지 않고 현금 지급을 통한 영수증 처리 등 적정하지 못한 다양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결산해 왔던 관례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통한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은 지금은 완전히 사라진,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이야기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체육회 예산 집행과 관련하여 정보공개 청구로 예산이 어떻게 집행됐는지는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 길이 있다. 때맞춰 새로 출범한 제8대 함양군의회 행정사무감사가 10월에 열린다는 소식이다. 군에서 보조금을 지원 받는 곳은 여러 기관단체가 있다. 이번 파문과 관련한 함양군체육회는 물론이고, 보조금을 지급 받는 모든 기관단체에 대한 철저한 감사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필요하면 민간인을 위촉하여 입회시키는 것도 투명성을 확보하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군수 취임 한 달을 맞고 있다. 체육회 간부와 임원들이 신문사를 방문하여 쏟아낸 말을 종합하면 심각한 수준에 달한다는 지적이다. 체육회 내부 정보를 잘 아는 사람의 제보로 발생한 이번 파문은 안이하게 판단할 일이 아니다. 당연직 체육회장직을 맡고 있는 군수로서 짧은 기간에 체육회 업무 전반에 대해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한 달을 넘기는 싯점에서 체육회를 완전하게 장악하는 등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사회 곳곳에 적폐는 쌓여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적폐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정당한 관행으로만 여겨왔다. 정부는 적폐청산을 국정 제1의 과제로 정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함양군도 켜켜이 쌓인 적폐가 없는지 찬찬히 돌아볼 일이다. 지난 칼럼에서 새 군수가 취임하면 집기를 들여 집을 꾸미는 일보다는, 먼지 쌓인 집안을 청소하는 일이 우선이라 언급한바 있다. 개혁은 집권 초기에 이루어져야 한다. 함양군의 적폐청산은 어떻게 진행되고, 어떤 실적을 남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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