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한 가리비회(2020. 9. 11.)


가끔 엉뚱한 상상을 한다.

 

"하루에 작은 캡슐 하나로 살 수는 없는 건지?"

 

사람은 먹지 않고 살 수는 없다.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루 세끼 꼬박꼬박 챙겨 먹는 것도 힘이 드는 요즘이다.

챙겨주는 사람도 귀찮기도 할 테고, (먹는 사람도 별로 먹고 싶지 않는 데도)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억지라도 먹어야 하기에.

 

바다가 고향인 거제도에서 나고 자라 평생을 살다가 농촌으로 와 산지도 4년이 다 됐다.

거제도에 살 때 먹었던 음식은 주식 외는 주로 해산물 위주로 먹었다.

육류는 체질 상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육류는 먹고 싶어 내 돈 주고 직접 사 먹기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어릴 적부터 먹어 왔던 식습관 때문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싱싱한 해산물 외는 별로 입맛을 당기는 음식이나 재료가 없었다는 생각이다.

 

지난 주 고향 산소에 벌초를 다녀오다 통영 중앙시장에 들러 가리비를 구입해 집에서 이웃과 함께 먹었다.

싱싱한 가리비는 생으로 먹는 맛이 일품이다.

어떤 사람들은 신선도를 걱정하거나, 비브리오 패혈증 발병이 걱정돼 날것으로 해산물 먹는 것을 꺼려하기도 한다.

음식을 먹고 탈이 나는 것은 비단 해산물뿐이겠느냐마는, 그렇다고 좋아하는 음식을 안 먹고 살 수는 없지 않은가.

멍게, 해삼, 전복, 소라, 피조개, 키조개, 개불 그리고 가리비 등 싱싱한 해산물에 소주 한 잔, 생각만 해도 엔도르핀이 솟아나는 느낌이다.

 


귀농 후 3년차까지 해산물을 먹어 본적이 거의 없다.

1년에 한두 차례 활어 회를 먹었던 기억이고, 싱싱한 해산물은 아예 구경도 못한 것만 같다.

고향 거제도에 살 땐 거의 매일 같이 먹던 해산물이었는데.

그러고 보니, 좋아하던 음식도 안 먹다 보면 생각도 나지 않는 모양일까, 아니면 먹고 싶어도 여러 가지 사정으로 참아서일까.

 

귀농 후 서먹했던 분위기를 깨고 지금은 이웃과 소통하며 정담을 나누며 잘 살고 있다.

지금과는 달리 농촌생활을 처음으로 접했을 때,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 시골 사람들은 거의 해산물을 먹지 않는다는 것.

좋아하지 않아서인지, 먹을 기회가 없어서인지는 잘 모르지만, 실제로 들은 이야기고 또 그렇게 즐기는 분위기도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대신 나와는 반대로 회식 등 모임에서는 주로 육류를 먹는다는 것이다.

하기야 지역 특성상 바닷가는 해산물, 육지는 육류로,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닐까도 싶기는 하다.

 

통영에서 구입한 가리비는 작지만 알이 꽉 찼다.

2020년 9월 가리비 가격은 1kg 1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참고로 인터넷 검색을 통해 가리비 파는 곳에 알아보면 8천 원에도 구입할 수 있는 데가 있다.

대신에 인터넷 구매는 다음 날 도착하기에 생으로 먹기는 곤란하지 않을까 싶다.

 

집으로 가져 온 가리비 요리는 반은 생으로, 반은 쪄서 먹었다.

불에 찌는 것도 열기만 가해 주고, 입이 벌어지기 시작하면 바로 먹는 것이 좋다.

그래야 싱싱하고 졸깃한 맛을 느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웃과 나눠 먹는 생가리비 회와 쪄 먹는 가리비에 소주 한 잔.

은퇴 후 삶의 행복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이럴 땐 캡슐 하나가 아니라, 음식 장만이 귀찮더라도 직접 해 먹는 맛이 최고라는 느낌이다.

 

 

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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