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거제 대구축제
▲ 부지런한 사람들의 삶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외포항.
십여 일 계속되는 겨울 강추위가 사람들의 마음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난 17일과 18일 이틀 동안 제1회 대구(大口)축제가 열리는 경남 거제시 장목면의 외포항에서는 동장군 대신 따뜻한 훈기만이 곳곳에서 피어올랐다.

어릴 적 동화책 그림 같은 소박한 어촌마을 외포항. 푸른 바다 위를 갈매기떼가 무리지어 날고, 고기잡이 어선은 휴식을 취하는지 조용한 모습으로 항구에 잠들어 있다. 그림 같은 이 마을에 대구축제도 보고, 대구 맛도 보기 위해 전국의 많은 여행객들이 몰려 성황을 이루었다.

▲ 대구잡이 어선은 방파제를 베개 삼아 잠들어 있고, 갈매기 한 마리가 대구축제를 축하하기 위해 비행하고 있다.
입과 머리가 크다 해서 대구(大口), 또는 대두어(大豆魚)라 불리는 대구는 명태와 함께 대표적인 한류성 어종이다. 외포항은 봄에는 멸치잡이로, 겨울에는 대구잡이로 유명하다.

거제시 대구어획량 통계자료에 따르면, 1987년 이전까지만 해도 연간 1만 미 이상 계속하여 잡혔지만, 그 이후로 매년 급격히 감소하다가 93년도에는 공식적으로 한 마리도 어획하지 못했다. 그만큼 어민들의 삶도 고달팠고 이마의 주름살도 더욱 깊게 패였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관계기관의 지속적인 대구인공수정란 방류사업으로, 이제는 예전처럼 대구잡이 황금어장을 형성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난해에는 2만466미로 공식통계 집계 이후 최고의 어획량을 기록했으며 올 해도 2만미를 훨씬 넘길 것으로 예상돼 어민들의 웃음과 기쁨도 함께 클 것으로 기대된다.

▲ 황금어장에서 잡아 올린 대구로 어판장은 대풍년을 이루고 있다.
동의보감에서 대구는 구어(口魚)라 칭하여, '성질이 평(平)하고, 맛이 짜며, 독이 없고 기(氣)를 보(補)한다'고 기술돼 있다. 대구는 흰 살 생선이라 지방이 적고 맛이 담백해 예부터 술 마신 다음날 해장국으로 애용돼 왔으며, 산모의 젖이 잘 안나올 때도 대구탕을 끓여 먹게 하였다.

또한, 대구 두 마리 정도면 아가미젓, 내장젓, 알젓, 고니젓 등 여러 가지의 젓갈을 담아 식탁에 올릴 수 있어서 젓갈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어종으로 꼽힌다.

대구는 12월부터 이듬해 2월경까지 산란을 위해 남해와 동해 연안의 바다로 회유하는데, 이때 잡힌 대구는 산란기를 맞아 영양을 비축하기 때문에 맛이 제일 좋지만, 산란기가 끝나 북양으로 돌아간 대구는 기름기가 빠져 맛이 떨어진다.

▲ 이날 최고 경매가로 나온 금대구. 무게가 8㎏ 이상으로 13만 원에 팔려 나갔다.
비싼 음식은 돈 때문에 맛이 있지만, 공짜는 더 맛있게 마련이다. 음식은 잘 만들어야 제 맛을 내지만, 심리적인 요인도 작용하는가 보다. 그래도 음식의 맛은 뭐니뭐니 하더라도 배고플 때 먹는 것이 최고의 맛이 아닐까?

대구축제를 보러 온 관광객들에게 감사의 마음으로 떡국을 나누어 주고 있다. 추운 날씨 때문인지 콧물을 흘리면서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국을 맛있게 먹는 모습이 참 행복해 보인다. 침이 꿀꺽 넘어간다. 매서운 칼바람이 얼굴을 얼게 해도 아이는 더 없이 해 맑은 모습이다. 한 그릇 먹고 싶은데 줄을 내려 선 길이 너무 멀다.

▲ 추운 날씨에 떡국 한 그릇은 최고의 선물. 얼굴에 웃음꽃이 핀 모습이 기분 좋은 모양이다.
▲ 웃어 보라고 ‘김치’를 연발했지만, 추운 날씨 탓인지 웃음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아이의 해맑은 모습은 거짓이 없어 보인다.
상자마다 가득한 대구가 전시회를 열고 있다. 그야말로 대구 풍년이다. 대구가 많이 잡히지 않던 시절에는 한 마리에 오십만 원에 거래된 적도 있었다. 그 땐 웬만한 마음 먹지 않고는 대구 한 마리가 아니라, 대구탕 한 그릇도 사 먹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게 비싸지 않아 웬만하면 대구 몇 마리 사서 젓갈도 담고, 찜도 만들고, 탕도 끓여 먹을 수 있다. 겨울 찬바람에 반쯤 말린 대구 한 마리로 대구 풀코스 요리를 만들면 연말의 송년 분위기는 최고의 절정.

흰 속살은 회를 만들고, 껍질은 난로 위에 구워 포를 만들어 고추장에 찍어 먹어 보자. 이때 초고추장보다는 고추장이 제격이다. 머리는 탕을 만들어 뜨끈한 국물 맛과 함께 소주 한잔을 들이키면 "캬아"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 대구 전시회를 여는 듯하다. 보기만 해도 맛깔스럽다.
외포항은 역동적이고 인간적인 정을 느낄 수 있는 포구다. 부지런하고 순박하며 아름다운 사람들의 숨어 있는 삶의 모습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곳에 사는 정점순, 정영희 자매. 새벽 일찍 일어나 집안일을 정리하고 어판장으로 나간다. 대구와 함께 새로운 삶의 자리를 만들어 인생의 미를 가꾸고 있는 아름다운 여성이다.

이곳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살고 있는 토박이다. 의례적인 말로 보람이 뭐냐고 하니 "그냥 일이 재밌고, 사람들과 부대끼는 모습에서 삶의 의미를 새기면서 자신에 충실하고 가족들에게 성실한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평범하게 답한다.

▲ 정점순, 정영희 자매. 어판장에서 아이보다 더 큰 대구를 안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대구 축제는 끝났지만 대구잡이는 내년 2월까지 계속될 것이다. 축제가 끝난 터라 대구 값 시세는 조금 떨어졌다고 한다. 이참에 대구 한 마리 사서 단란한 가족끼리 오손 도손 푸짐한 송년축제를 보내면 어떨까? 올 겨울 가정마다 '제1회 대구송년가족축제'를 개최해 단합된 가족의 모습을 기할 것을 제안 드린다.

▲ 대구축제 노래자랑. 이날 수고한 자원봉사자의 노래자랑으로 이틀간의 대구축제는 막을 내렸다.




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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