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오마이뉴스 '나만의 특종'
오마이뉴스 기자회원이 되기 전
사람은 참으로 변덕스러운가 봅니다. 무슨 말씀이시냐고요? 제가 그렇다는 말씀입니다. 오마이뉴스 회원으로 가입하기 전에는 여행 마니아로서 오마이뉴스 여행코너를 관심 있게 보던 애독자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9월 28일 기자회원으로 가입한 후 첫 여행기를 쓰고 나서 세 번째 기사까지 연속으로 메인서브에 올라도 별다른 자부심이나 욕심도 없었습니다. 그저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을 널리 알린다는 생각뿐이었지 기자가 되어 보겠다거나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상상도 안 했거든요.
제가 맡고 있는 업무가 여행과 관련이 있어 거제도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싶은 순수한 마음에 글을 두세 번 올렸을 뿐이었습니다.
네 번째 글에서는 기사화되었지만 섹션 탑에 오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글 쓸 소재나 아름다운 거제도를 알릴 명소는 많았지만 정작 글을 쓸 시간 여유가 별로 없었습니다. 근무시간에 글을 쓴다는 것은 동료직원의 눈치는 물론이거니와 바쁜 일로 인하여 곤란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명함 발급에 관심을 가진 것은 네 번째 기사를 올릴 때였고 그 때는 메인서브가 세 개로서 시간적으로 보나 글 쓸 실력으로 보나 남은 기간 동안 2개 이상 메인서브에 오른다는 것이 어렵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주말마다 다른 지역으로의 여행을 포기하고 시간을 내어 두 건의 기사를 올린 결과 운이 좋았는지, 편집부에서 좀 봐주었는지(?), 내용이 괜찮았는지는 몰라도 연이어 메인서브에 덜컥 오르고 말았습니다.
이제, 오마이뉴스 명함을 소지한 시민기자로서 활동하게 돼 개인의 영광으로 생각하면서 더욱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으며, 아름다운 거제도의 소개는 물론, 여행에 관련한 알찬 정보를 독자여러분에게 충실히 전달하고 싶습니다. 이것이 지금까지의 제 마음 속에 숨겨 두었던 변덕스러운 마음으로서 독자여러분에게 고백하는 것입니다.
얼마 전 거제지역 최고의 주간신문이라 자랑하고 있는 모신문사에서 기자를 취재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무슨 일로 취재를 하느냐고 물으니, 업무를 보면서 지역을 알리는 홍보기사를 어떤 계기로 쓰게 되었으며 앞으로도 계속하여 쓸 것이냐고 하는 등등의 것이었습니다. 솔직히 부끄러워 거절했지만 끈질긴 회유(?) 끝에 결국 취재에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대문짝만한 사진과 함께 주간신문에 실렸고 많은 시민들에게 얼굴을 팔리고야 말았습니다.
기자가 된 이후 변화들
- 부서 직원들은 "공무원은 겸직을 금지하고 있는데, 기자까지 하고 있으니 겸직한 것 아니냐"고 하면서 "원고료는 점심을 사라"고 은근히 압박을 합니다.
- 지역신문 기자들을 만나는 자리에서는 "정기자, 기자협회 가입하지 않느냐"고 놀려댑니다.
- 충청도 지역의 어느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조카는 '큰아빠, 학년 전체 1등을 했는데, 3학년에 올라가면 학생회장에 출마 할 계획인데, 기사를 좀 잘 써서 홍보해 줄 수 없느냐"고 압력을 넣습니다(선거일 180일 전이라 선거법 위반이라고 했습니다).
- 대구축제 기사가 나간 후 전국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대구를 사겠다는 전화를 받고 처리해 주어서 남다른 기쁨을 얻었습니다(어민 소득향상에 일조했다는 생각입니다).
- 거제도 여행에 관한 문의를 받고 알찬 여행설계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오마이뉴스의 위력을 실감합니다).
기자의 다짐
저 자신의 핑계라는 생각도 들지만, 본연의 업무처리와 기사를 쓴다는 것은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몸소 느꼈습니다. 기사마감 시한에 쫓겨 스트레스를 받는 기자들의 엄살 부림도 실제로는 엄살이 아니었음을 경험했습니다. 괜히 기자가 되었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마음을 다시 고쳐먹습니다.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고, 뭔가 하나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거창한 자부심도 가져야 할 나이가 아닌가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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