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을 알고자 떠난 연꽃기행/연화십유/연화시중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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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을 알고자 떠난 연꽃기행/거제도 가볼만한 곳/거제도여행추천
깨달음은 아직도 멀었는데... 연꽃을 보고 미소 짓는 나
거제 다공․상덕마을, 한 여름 뙤약볕에 핀 연꽃
오락가락 긴 장마가 계속되는 7월의 한 여름이 계속되고 있다. 어떨 땐 억수같은 비가 내려 물난리를 안기면서도, 또 어떤 때는 땡볕으로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나 역시도 날씨만큼이나 오락가락하며 지쳐가는 요즘이다. 그럼에도, 사진 한 장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11일. 출근길에 잠시 본 페이스 북에 뜬 붉은 연꽃을 보니 그간 쌓였던 피로가 조금은 사라지는 것만 같다.
부처님께서 영취산에서 대중을 모아놓고 설법을 하던 중, 연꽃 한 송이를 들게 된다. 그런데 아무도 그 뜻을 깨닫지 못하고 있을 때, 가섭만이 홀로 미소 지었다고 한다. 부처님이 깨달음에 이른 진리를 말로 설명할 길이 없어, 연꽃을 들어 보인 것. 이에 가섭은 부처님이 깨달은 그 진리를, 똑 같이 깨달았기에 엷은 미소로서 답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를 ‘염화시중’의 미소라 하고, “마음과 마음이 통한다”는 ‘이심전심’이라고도 한다.
연꽃 사진을 보니 실제로 연꽃을 보고 싶은 마음이다. 외근 길에 거제 연초면 다공마을에 조성한 연꽃 밭에 잠시 들렀다. 이곳은 연초면주민자치위원회와 다공마을 주민들이 「2012년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한 생태학습장으로 조성한 곳. 약 5천㎡의 면적에 연꽃과 수련을 심고 농막 2동도 설치해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내리쬐는 뙤약볕은 드러내 놓은 얼굴과 팔등을 따갑게 만든다. 진한 연두색 넓은 잎은 싱그럽기 그지없다. 꽃대와 꽃잎은 바람에 버틸 힘이 없어 보인다. “해 볼 테면 해 보라”는 식으로 바람에 제 몸을 맡겨 놓은 모습이다. 햇볕을 가려주는 작은 농막에는 아낙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멀리까지 들려온다.
진흙과 흙탕물에서 핀 연꽃, 때 묻지 않은 그 순수함을 배우고 싶다
사람들은, ‘연꽃’하면 불교를 상징하는 꽃으로 잘 알고 있다. 연꽃의 자태와 특성은 불교의 뜻을 잘 함축하고 있으며, 오묘한 불법을 펼치기도 한다. 진흙과 흙탕물에서 자라면서도 물에 젖지 않으며, 흙에 더럽혀지지 않은 채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세월을 초월한 듯 청아함과 고결한 모습은 ‘꽃 중의 꽃’이라는 ‘화중군자’에도 손색이 없다.
한 여름 뙤약볕 속에 고행(?)한 나. 불교에서 보살이 수행해야 할 10가지 선행에 비유한 ‘연화십유(蓮華十喩)’를 옮겨 적으며, 나 자신의 어리석음을 잠시나마 깨달아 보고 싶다.
이제염오(離諸染汚) 더러움에 물들지 아니하고
불여악구(不與惡俱) 악함과 함께 있지 않으며
계향충만(戒香充滿) 청아한 향이 충만하고
본체청정(本體淸淨) 청정함을 잃지 않고
면상희이(面相熙怡) 그 모습을 보기만 해도 흐뭇하고
유연불삽(柔軟不澁) 그 맛이 부드럽고 떫지 않으며
견자개길(見者皆吉)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길하며
개부구족(開敷具足) 꽃과 열매가 함께 하니 빠짐이 없으며
성숙청정(成熟淸淨) 성숙해서도 청정하고
생이유상(生已有想) 그 삶은 상념에 들게 한다
거제에는 또 다른 연꽃 밭이 조성돼 있다. 옥포2동 상덕마을에 위치한 이곳은 지난 2011년, 약 4천여㎡의 유휴농지에 연꽃 밭을 조성, 농가소득은 물론 관광명소로도 활용하고 있다. 이제 막 연을 심은 논에는 올챙이 떼가 헤엄을 치고 있다. 연꽃 생태학습장으로 자연학습을 나온 꼬맹이들이 그물채로 잠자리를 잡으려 애를 쓰지만 딱 거기까지. 논바닥에서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올챙이 떼와 장난치는 아이들의 모습이야말로 자연의 모습이다. 나도 언제 저런 때가 있었을까 싶다.
붉은 연꽃 무리 속에, 순백의 빛깔로 고귀하게 홀로 핀 백련. 진흙땅에 피면서도 때 묻지 않은 그 순수함을 존경하고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깨달음은 아직도 멀었는데, 연꽃을 바라보며 엷은 미소를 짓는 나를 발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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