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향기도 솔솔 나서 좋은 삼천포 어시장
▲ 교각 밑에서 바라다 본 삼천포대교.
물오른 나무 가지에서 새 싹이 움트는 것을 보며 봄을 느낀다. 문턱에서 손짓하는 봄을 따라 밖으로 나가니 어디론가 벌써 사라져 버리고 없다. 얄미운 봄의 흔적을 찾아 무작정 길을 나선 끝에 삼천포에 닿았다.

웅장한 두 개의 교각이 버티고 서 있는 삼천포의 명물인 삼천포 대교, 그 밑에서 얄미운 봄은 나를 기다리며 웃고 있었다. 봄의 소식을 제일 먼저 알리는 매화, 그 다음으로 쑥, 냉이를 비롯한 봄나물과 실개천이 흐르는 곳에 피어나는 버들강아지는 주로 들녘에서 봄의 생기를 전해 오지만, 특별히 올해는 바다에서 봄의 향기를 맡아 보자.

▲ 제법 쌀쌀한 날씨인데도 몇 가족들이 봄 소풍을 즐기고 있다.
삼천포 대교 밑으로 흐르는 물살이 강이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다. 홍수 난 강물보다 물살이 더 세다. 작은 어선 한 척이 물살을 따라 순식간에 교각 사이로 빠져 나간다. 물살은 겁이 날 정도로 거세고 위협적이다. 우리나라에서 바다 물살이 가장 세기로는 해남과 진도간의 좁은 해협을 이루고 있는 울돌목이라고 한다.

이 곳은 동양 최대 시속인 11노트의 조수가 흐르며, 젊은 사람이 큰 소리를 지르는 것처럼 물소리가 크며, 거품이 일고 물이 용솟음 쳐 배가 거슬러 올라가기 힘들다고 한다. 그 다음으로 물살이 센 곳이 삼천포 대교가 있는 이 곳.

▲ 겨우내 얼어 있던 저 나뭇가지에도 싹은 트겠지.
사람들이 잠든 새벽녘, 먼 바다에 쳐 놓은 그물에 부푼 기대를 안고 거센 파도를 헤쳐 나갔다 돌아오는 작은 어선 한 척. 얼마나 많은 고기가 배 안 가득 실려 어부의 기분을 좋게 할런지, 아니면 오늘은 허탕을 쳤지만 내일을 기약할지, 어부의 기분이 어째 궁금하다. 갈매기 한 마리가 작은 배를 뒤따라 날고 있다.

아직까지 아침 끼니를 때우지 못한 갈매기는 어부가 버리는 고기 한 조각이라도 낚아 채 허기진 배를 채울 심상이다. 또 다른 여러 마리의 갈매기가 포구 위를 힘차게 날고 있다. 정겨운 모습이다. 어릴 적 동화를 그렸던 그림이 삼천포항이 아닌가 싶다.

▲ 갈매기 한 마리가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비상하고 있다.

▲ 괭이갈매기. 날개 짓이 힘차다.
삼천포 어시장이 시끌벅적하다. 살아 숨쉬는 역동적인 모습이다. 손님은 한 푼이라도 깎기 위해 통사정을 하며 주인을 치켜세우면서 칭찬에 열을 올리고, 주인은 오히려 정반대의 모습으로 한 푼이라도 더 받아 내기 신경전이 치열하다. 개조개를 그림 그리듯 네모나 원형 모습으로 놓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한 개에 500원부터 1500원까지 크기별로 다양하다.

멍게를 두 조각으로 싹둑 잘라 다듬는 손이 보통 사람의 손이 아니다. 따뜻한 국물을 데우면서 홍합을 까는 저 할머니의 손은 몇 년을 연습한다고 해도 저렇게까지 숙련되지 않을 정도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손을 놓지 못한 할머니의 두 손에서 아들 딸이 대학도 갔을 것이고, 나이 들어 돈 못 벌고 애 먹이는 영감님 소주도 사 주었을 테고, 지난 설날 오랜만에 고향 찾아온 손자들께도 용돈도 주었으리라. 경매를 하기 위해 개조개를 정리하고 있다. 왜 이렇게 그림 그리듯 놓느냐고 물으니, "보기도 좋고, 숫자 파악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지"라고 한다.

▲ 경매를 하기 위해 개조개를 정리하고 있다. 왜 이렇게 그림 그리듯 놓느냐고 물으니, “보기도 좋고, 숫자 파악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지”라고 한다.

▲ 홍합을 까는 할머니의 손. 삶의 흔적을 가냘픈 저 두 손은 알겠지.
다른 한 쪽에서는 하루 종일 서서 고기를 다듬고 있는 할머니가 눈에 띈다. 숭어 한 마리 물통에서 건져 올려 비늘 벗겨, 배를 가르고, 회를 썰어 내는데 걸리는 시간이 채 삼분이 걸리지 않는다. 회를 써는 솜씨가 한석봉의 어머니와 달라 보이지 않는다. 삼천포 어시장에는 환갑을 훌쩍 넘긴 어르신들이 아직도 직업 전선에서 아름다운 삶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한참동안 구경을 하고서야 할머니가 정성스레 썬 회 한 접시를 한 푼도 깎지 않고 샀다. 이십 년 전의 어머니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어머니도 시장 바닥에서 대야를 놓고 생선과 조개와 홍합과 해초를 팔아 일곱 남매를 교육시키면서 육칠십년 대를 살아 온 평범하지만 장한 어머니다. 그 장한 어머니가 생각났기에 한 푼도 깎지 않았다. 아니 깎을 수가 없었던 것이 내 진심이었으리라.

▲ 한석봉 어머니의 손보다 손놀림이 더 빠른 할머니의 손.
봄 도다리, 가을 전어란 말이 있다. 봄에는 도다리회가 가을에는 전어회가 제일 맛이 있다는 뜻이다. 필자도 거제도 촌놈(?)이지만 도다리 종류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주로 뻘밭에서 자라는 제도다리, 자갈밭에서 자라는 자갈밭도다리, 참도다리, 점도다리, 돌도다리, 담배재이도다리 등 많은 종류의 도다리가 있다고 한다.

이 중에서 제일 맛이 있고 비싼 것이 돌도다리로서 kg당 경매가로 15만원을 호가한다. 이 곳에서 회를 먹으려면 어종별로 가격차이는 다소 있지만 보통 4인 기준으로 2만5000원에서 3만원 정도 회를 썰어 초장과 야채를 별도로 파는 식당에서 맛 볼 수 있다. 바닷가에 와서 회 한 접시 맛보지 않을 수 없다. 포구의 갯내음과 싫지 않은 어촌가의 비린 향기를 맡으며 먹는 봄도다리 회가 정말 맛있다.

▲ 싱싱한 횟감이 즐비한 삼천포어시장.
삼천포 어시장, 삶을 느끼는 현장이다. 북적대는 어시장이 그래서 더욱 좋다. 이 봄철에 생기 있는 사람의 모습과 팔딱거리는 싱싱한 회 맛을 진정으로 느끼고 싶다면 삼천포 어시장에서 숨은 그림을 찾아보시라. 얼굴에 삶의 주름선이 선명한 할머니와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면서 회 한 접시 사서 상치에 쌈을 싸고 입 안 가득 넣어 봄의 향기를 맡아 보자.

▲ 언니! 오늘 얼마 벌었소? 두 자매 할머니가 기분 좋게 오늘 번 돈을 세고 있다. 

 

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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