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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법문

[나의 부처님] 안분지족의 삶(3), 일타스님/오늘의 법문에서

 

[나의 부처님] 안분지족의 삶(3), 일타스님/오늘의 법문에서

 

경주 불국사 경내. 저 작은 돌탑 하나 쌓으면서도, 꿈도 같이 쌓았으리라.

 

[나의 부처님] 안분지족의 삶(3), 일타스님/오늘의 법문에서

 

9월 셋째 주 일요일인 14일입니다. 추석도 지나고 날씨도 완연한 가을로 접어듭니다. 이 좋은 계절에 어디론가 훌쩍 떠나 마음과 몸을 함께 다스리며 치료하고 싶습니다. '나의 부처님', 오늘의 법문은 일타스님의 '안분지족의 삶'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간은 행복 가득한 꿈을 꾸며 쫓고 있지만, 실상은 꿈이 현실화 되는 것도 힘든 반면, 그 꿈이 허황돼 있음을 아는 것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인생은 짧습니다. 짧은 인생에 있어 큰 꿈을 꾸기 보다는, 작은 소망 하나로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죽풍>

 

안분지족의 삶, 일타스님

 

대부분 중생들은 스스로가 만든 번뇌라는 이름의 꿈을 벗어나지 못하여 세세생생토록 선악의 인과에 휘말리고 생사의 세계를 윤회하고 있다.

나서는 늙고, 늙어서는 병들고 필경에는 죽어 거듭 태어나 또다시 죽는 무상한 존재이다.

번뇌의 꿈속에서 한없는 고통을 받으면서도 깨어날 줄 모르는 허망한 존재가 중생인 것이다.

 

하지만 꿈이라고 하여 실망할 일은 아니다.

바로 '꿈'이라는 이 단어 속에 행복과 평화로운 삶의 비결이 간직되어 있다.

꿈과 같이 무상하고 허망한 인생이라는 것을 알 때 새롭게 눈을 떠 꿈을 깬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을 헤아리리 한바탕 꿈이로다

좋은 일 궂은 일이 한바탕 꿈이도다

꿈속에서 꿈을 헤니 이 아니 가소로운가

어즈버 인생 일장춘몽을 언제 깨려하느뇨

 

과연 우리는 이 옛시조처럼 인생을 한바탕 꿈으로 생각하며 살고 있는가?

만일 그렇다면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지만, 아마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 반대일 뿐 아니라, 꿈속이라도 좋으니 부귀영화를 누리고 마음대로 살아보았으면 할 것이다.

 

강원도 백담사 입구 냇가에 쌓은 소망 돌탑.

 

옛날 중국의 당나라에 노생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큰 부자 되는 것이 원이요, 출세하여 이름을 날리는 것이 원이요, 예쁜 아내를 얻어 아들 딸 낳고 영화롭게 사는 것이 원이었다.

 

어느 날 노생은 한단지방으로 가다가, 신선도를 닦는 여옹을 만나 자기의 소원을 하소연하였다.

묵묵히 듣고 있던 그 할아버지는 바랑 속에서 목침을 꺼내주면서 쉬기를 권하였다.

 

"고단할 테니 이 목침을 베고 잠깐 눈을 붙이게. 나는 밥을 준비할 테니."

 

목침을 베고 누운 노생은 금방 잠이 들었고, 그 순간부터 그의 인생은 새롭게 전개되었다.

그의 소원 그대로 과거에 급제하여 높은 벼슬을 얻고 절세 미모의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여 아들딸을 낳고 부귀영화를 누리면서 참으로 행복하게 살았던 것이다.

그것도 무려 80년의 세월이나...

그런데 누군가가 '밥 먹게' 하는 소리에 눈을 번쩍 떠보니 모두가 한바탕 꿈이었다.

80년 동안의 부귀영화가 잠깐 밥 짓는 사이에 꾸었던 꿈이었다.

 

백담사 계곡 맑은 물속에서 마음껏 노니는 저 물고기처럼, 사람 사는 것도 이같이 맑고 깨끗한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미국 보스턴주의 뉴포트에 가면 어업에 종사했던 부자가 지었다는 어마어마한 집이 있다.

그는 8년 동안 세계 각처를 다니면서 최고급 대리석을 비롯한 좋은 건축자재를 모았고, 10년 동안 온갖 심혈을 기울여 초대형 호화 별장을 완성 시켰다.

그 뒤 그는 얼마나 오랫동안 호화별장에서 살았을까?

불과 8개월 만에 죽고 말았다.

더욱이 그는 뒤를 이를 사람이 없는 독신자였기 때문에, 죽기가 바쁘게 그 호화별장은 보스턴주 정부로 넘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주 정부도 그 집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경비를 감당할 수 없어 관광객들에게 집을 공개하여 관광수입을 올리기로 결정하였다.

관광객들이 이 화려한 집을 구경하면서 '와~' 하고 감탄하지만, 사연을 알고 그 집을 나올 때는 하나 같이 말한다.

"2m도 되지 않는 몸뚱이를 겨우 8개월 동안 간직하기 위해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 집을 짓다니..."

 

가만히 주변을 둘러보면 이 두 편의 이야기처럼 사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

한평생 꿈속에서 갇혀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꿈처럼 허망한 일에 자신을 내맡기며 살아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빈손으로 왔다가 마침 내 빈손으로 가는 인생이거늘, 자기에 대한 사랑과 헛된 욕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허망한 꿈을 꾸며 살아서야 되겠는가?
좀 더 잘 살아보면 앞으로 앞으로만 나아가지 말고, 해가 서산으로 기울고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하고, 스스로의 삶이 꿈속의 삶이 아닌지 돌아볼 줄도 알아야 한다. (계속)

 

안분지족의 삶, 일타스님

 

[나의 부처님] 안분지족의 삶(3), 일타스님/오늘의 법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