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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풍의 시

[행복찾기] 함양 서암정사 바위를 타고 기어오르는 담쟁이/ 죽풍의 자작시 담쟁이/ 죽풍원의 행복찾기프로젝트


[행복찾기] 함양 서암정사 바위를 타고 기어오르는 담쟁이

/죽풍의 자작시 담쟁이/죽풍원의 행복찾기프로젝트


바위를 타고 오르는 담쟁이.


함양 서암정사에는 큰 바위가 많다.

바위엔 어김없이 담쟁이가 달라붙어 바위를 감싼다.

바위를 보호하는 것인지, 바위에 기대 생명을 유지하는 것인지...

바위와 담쟁이가 서로 의지하며 공존한다.


아버지가 대학에 다니는 아들 딸에게 말한다.

"아버지는 너희들을 위해서 앞만 보고 달려왔어"

자식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아버지는 자신의 인생보다는 우리를 위해 살아오신 훌륭한 분이시구나"

아니면 이런 생각을 할까?

"자식도 중요하지만 그래도 아버지 자신의 인생이 중요하지 않을까"


담쟁이가 바위를 타고 오른다.

앞서가는 담쟁이는 아직 젊고 푸르다.

뒤에 따라가는 담쟁이는 붉은 색으로 물들고 병들고 늙었다.

바위를 타는 담쟁이를 보면서 드는 단상이다.



담쟁이


너는 전생에 사람이었던가

무슨 일을 했는지 궁금하네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을 보면

해병대 출신이었나

여럿을 끌고 다니는 것을 보면

열차를 몰았던 운전사였던가


어린 것이 

어디서 그런 힘이 생겨날까

덩치 큰 나를 이끄는 

네가 대견스럽기만 하네

지칠 만도 하건만

너는 힘이 넘쳐나고

나는 늙고 병들어

이제 끌려가는 것도 힘이 부치


잠시 뒤를 보아라

자랑스러운 네 후손도 

뼈만 남기고 생명을 다했네

나도 갈 길이 얼마 남지 않았어

힘들다

쉬었다 가자

숨이라도 깊게 들이고 싶을 뿐이야


-죽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