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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풍의 시

[행복찾기] 늦가을, 황혼으로 가는 길목을 넘어서고 있다/시 고로쇠/죽풍의 시/죽풍원의 행복찾기프로젝트


[행복찾기] 늦가을, 황혼으로 가는 길목을 넘어서고 있다

/시 고로쇠/죽풍의 시/죽풍원의 행복찾기프로젝트



고로쇠


봄엔 

양분 넘치는 물을 뿜었다

목구멍을 적시는 사람들

네 몸에서 난 물이 좋단다


별은 밤하늘에만 뜨는 줄 알았다

낮에 뜬 별

반짝반짝 빛나지가 않는다

부끄러움 가득한 붉은 얼굴이다.


너는 부처

물도 주고 즐거움도 주고

네 운명은 무주상보시

주기만 했는데 받은 것이 있던가


竹風 -


운동 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늦은 오후.

길 한 쪽으로 고로쇠나무가 붉은 얼굴이다.

낮술에 취했는지, 짙은 화장을 했는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오스트리아 역 앞을 걷는 기분이다.


이런 기분도 잠시.

붉은 잎이 떨어지니 내 정열도 사라진다.

늦가을이다.

처량하기 그지없는 황혼으로 가는 길목을 넘어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