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을 지키라/ 비유경
말하기를 엄청 좋아하는 왕이 있었다.
하루 종일 말하는 것을 그칠 줄 모르는 왕이어서 실수를 계속 하기도 하지만 신하들은 감히 말을 줄이라 할 수 없었다.
어느 날 신하들과 같이 앉아서 한없이 말을 하고 있던 왕과 대신들 중간으로 하늘에서 무언가 툭 하고 떨어져 깨져 버렸다.
무언가 보니 딱딱한 등껍질을 한 생명이기는 한데 바싹 부서져서 종류를 알 수 없게 되자 히말라야에 사는 현인을 불러 궁금함을 풀고자 하였다.
현인도 익히 왕의 입이 쉬지 않음을 들어 알고 있어서 “어떻게 하면 왕의 입을 세 번 꿰맨다는 삼합에 이르게 할까. 그렇게 해야만 백성들이 편안할 텐데” 하고 생각하던 차에 궁에서 사람이 와서 청하니 궁으로 갔다.
현인은 그 생물을 보고 왕과 대신들에게 말했다.
“물가에 사는 자라 한 마리가 언제나 히말라야 높은 산봉우리를 보면서 가보고자 원을 세웠습니다.”
이렇게 현인의 말이 시작되자 말하기 좋아하는 왕도 입을 꾹 다물고 현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자라는 뭍에 나와 놀다가 백조와 친구를 하게 되었는데, 문득 백조에게 도움을 청해 히말라야를 가고자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자신의 평소 꿈을 이야기 하니 백조는 ‘내가 너를 위하여 그렇게 해줄 수 있는데 그 방법은 내가 두발로 나뭇가지를 꽉 잡은 상태에서 자라 너는 나뭇가지 끝을 입으로 물고 있으면 된다. 그러면 나는 날아올라서 네가 보고자 소원하는 히말라야에 갈수 있단다. 다만 한 가지 네가 주의할 일은 절대로 입을 벌려서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너는 그것을 지킬 수 있겠느냐’.
두 번 세 번 다짐을 받는 백조에게 자라는 ‘나의 소원을 들어 준다는데 내가 그것쯤이야 못 지키겠느냐’ 몇 번을 다짐하고 다짐합니다.
좋은 날을 택하여 둘이는 허공으로 날아오르는데 그 모습을 바라보는 많은 어린아이들이 너도나도 신기한 모습을 보면서 말들을 합니다.
“야, 자라가 백조에게 물려간다”, “아니야. 자라가 물고 있는 나뭇가지를 백조가 뺏으려는 거야” 등등.
아이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려오자 자라는 백조와의 약속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그만 입을 벌려서 “야 이놈들아, 내 친구 백조에게 나를 데리고 히말라야에 가는 중이다. 알지도 못하면서 까불지 마라”라고 하는 순간 자라의 몸은 말하기 좋아하는 대왕의 궁궐 마당에 툭 떨어져 버린 것입니다.
현인의 말을 들은 뒤로 입단속을 하지 못한 자라의 말로가 어떠한지를 마음에 새긴 왕은 현명한 군주가 되어 올바를 정치를 하게 되었다.
수구 섭의 신막범 여시 행자 능득도
守口 攝義 身莫犯 如是行者 能得道
입을 지키니 수구요
생각을 조절하니 섭의며
몸으로는 악업을 짓지 않으니 신막범이라
이와 같이 행하는 사람은 능히 도를 얻는다
입을 지키라/ 비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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