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호 풍경(2020. 10. 4.)

 

막바지로 치닫는 늦가을이 진한 색으로 물들었다.

빨강 노랑으로 갈아입은 가을 옷은 눈부실 정도로 화려하고 곱다.

이 좋은 가을날 어디로 떠나고 싶지 않을까.

 

시일이 지난 여행이지만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추억하며 적는 글이다.

지난 10월 4일, 농사용 트럭을 몰고 집을 떠나 무작정 가을여행 길을 떠났다.

막상 집을 나오니 갈데가 마뜩찮다.

가는대로 운전대를 잡고 앞만 보고 달렸는데, 벌써 산청군 오부면사무소 입구 삼거리까지 와 버렸다.

 

어릴 적, 삼거리에서 어디를 갈지 모를 때 손바닥에 침을 뱉어 다른 손으로 치고, 침이 튀는 쪽으로 가곤 했던 기억이다.

이제는 그렇게 할 수는 일이라, 안 가본 길을 따라 나섰는데, 합천으로 가는 길이다.

산으로 오르는 언덕 길, 굽이굽이 도는 재미가 쏠쏠하다.

길가에 핀 구절초가 여행자를 멈춰 세운다.

한 동안 사진을 찍으며 같이 놀아준 뒤 길을 떠났다.

 

한참 달리다 보니 합천호(댐)이 바라다 보이는 언덕을 넘어선다.

또 차를 멈추고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담기에 여념이 없다.

여자가 좋고 아름답다지만, 가을이 이처럼 아름답고 좋을까 싶다.

내가 좋아하는 여자라도, 여자는 내 맘대로 잘 따라 주지도 않는 게 보편적이라면, 가을 풍경은 내 맘대로 보고 생각하는 것이 훨씬 자유롭기만 하다.

 

합천으로, 거창으로 갈리는, 합천군 대병면 하금마을 삼거리 표지판이 차를 멈짓하게 한다.

합천으로 가면 너무 시간이 걸리기에 거창방향으로 차를 틀었다.

떨어진 가로수 낙엽은 길 가장자리에 수북이 쌓여 가을 운치를 돋운다.

깊어만 가는 가을, 나의 인생도 가을에 와 있다는 느낌이다.

 

합천댐에서 낚시하는 강태공이 유유자적하다.

고기 한 마리 건져 올리려는 간절한 마음이 읽힌다.

내가 낚시꾼이라면, 입질해 주는 것만으로도 행복이 아닐까 싶다.

인생도 마찬가지, 낚시꾼에게 물고기가 입질을 하듯, 어느 누군가가 내게 관심을 가져 준다면, 그것 자체가 삶의 의미를 느끼고도 남을 터.

 

길을 돌고 돌아 함양 집에 도착하니 날이 어둑하다.

기록을 보니 총 91km를 달렸다.

어찌 보면 나 자신도 참 복잡하게 사는 것만 같다.

일일이 이런 기록을 남기려고 하니 말이다.

그래도 재미가 있고, 좋아서 하는 일이니 이것보다 더 좋은 놀 거리가 있을까.

시간이 흐른 뒤 내 글을 읽어보면서 추억에 빠질 수 있으니까...

 

2020. 10. 4. 합천여행코스

. 집 - 산청군 오부면사무소 입구 삼거리(20.9km) - 합천군 대병면 하금마을 삼거리(39.8km) - 거창 신원면 양지마을 삼거리(53.0km) - 거창 창포원(64.6km) - 집(91.0km)

 

 

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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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jane3324.tistory.com BlogIcon :), 2020.10.30 20: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