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수산마을에서 바라 본 해금강 사자바위(뒤로 희미하게 보이는 일본 섬 대마도)

주제를 찾아 떠나는 가을 맞이 여행

거제대교를 넘어서면서부터 차창 밖으로 푸른 쪽빛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거제도. 그야말로 드라이브 그 자체가 관광이고 즐거움이며 낭만이다. 어디를 가나 푸른바다를 시야에서 놓칠 수가 없다.

거제도가 그리 알려지지 않을 당시의 일화 한 토막. 거제도 맨땅에서 공을 차면 바다로 빠진다는 육지 촌놈(?)들의 그럴싸한 공갈 이야기. 그런 이야기의 숨은 뒷면에는 거제도 사람들을 무시하면서 진짜 촌놈이라고 말하고 싶은 뜻이 담겨 있지 않았을까? 거제도가 관광지의 대명사로 알려지면서부터 그런 오해들은 푸른 바다 속으로 자취를 감추게 된다.

▲ 하늘에서 본 거제대교
거제도는 칠백리 해안선을 끼고 잘 닦여진 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만 하여도 하루가 넘게 걸린다. 굳이 대우, 삼성조선소의 웅장한 겉모습이 아니더라도 가는 곳마다 감탄을 자아내는 신비의 모습 그대로 자연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는 것을 금방 깨달을 것이다.

이런데도 거제도를 찾는 관광객은 기껏해야 해금강, 외도, 포로수용소유적공원 등 주요 명승지만 돌아보며 거제도를 떠난다. 그래 놓고서는 별로 볼 것이 없다고 말한다. 정말 안타깝고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유 있는 시간을 가지고 거제도 구석구석 자연의 보고를 찾아 헤매 보시라. 아직 구경하지 못한 비경에 놀랄 것이다. 코끼리 다리 하나만 보고 거제도를 평가한다는 이야기는 자신의 부족함을 느끼기에 충분할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37년 전 그러니까 1968년 5월 18일부터 20일까지 이디오피아 셀라시에 황제가 우리나라를 국빈방문 하던 중 5월 20일 거제도를 비공식적으로 여행했다고 한다. 지금부터 당시 황제가 여행했다던 거제도의 그 길을 찾아 떠나 보자.

거제대교를 지나면 10여분만에 거제시청에 도착하고, 시청을 지나 800m 지점에서 한국동란의 뼈아픈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포로수용소유적공원을 만난다. 이곳에는 전쟁 포로들의 생활상을 그대로 엿 볼 수 있어 당시 추위와 굶주림으로 얼마나 처참한 생활을 했는지 느낄 수 있다. 최근에는 흥남철수작전기념탑 준공으로 동란 당시 피난민들이 거제도의 후덕한 인심에 삶을 이어 왔던 이곳을 많이 찾고 있다. 특히, 학생들의 살아 있는 교육의 장으로 우리나라 대표적인 전쟁교육관으로 평가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 막사 내부에는 6.25의 아픔을 당시 모습으로 느낄 수 있다.

포로수용소를 나와 동부면 구천댐을 지나 구천삼거리에서 좌회전, 망치마을로 향하는 한려해상국립공원 서북진입로인 '황제의 길' 들머리로 접어들면 바로 눈앞으로 시원하게 펼쳐지는 바다가 보이는 언덕이 있다.

그 언덕에 서면 멀리 해금강의 사자바위가 눈에 들어오고 바로 코 밑으로 윤돌섬이 사자바위를 응시하며 무언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하다. 자세히 보면 둘만의 소곤거림을 들을 수 있으니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살짝 엿들어 보시라. 자연을 알면 그 소리가 반드시 들릴 것이다. 다시 차를 타고는 이제부터 황제가 되어 그 길을 따라 꼬불꼬불한 길을 천천히 내려 가 보자. 셀라시에 황제가 너무나 감탄한 나머지 원더풀을 7번이나 외쳤다는 황제의 길. 정말 아름답기 그지없다.

주말 여행시대를 맞아 발 빠르게 움직이는 한 마을이 있다. 서구풍으로 장식한 아름다운 모양의 펜션들이 집단으로 늘어서 있는 망치마을이 그곳이다. 아마도 37년 전 그 당시 황제를 멋진 곳에서 대접하지 못한 안쓰러움이 이제야 나타나지 않는가 싶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펜션마을 카페에서 황제가 마셨다던 그 차를 마셔보라. 그 시간만큼은 황제가 된 기분이 들지 않을까?

▲ 이처럼 아름다운 곳이 또 어디에 있을까?

황제의 차를 음미하면서 남부면 도장포 마을에 있는 폐교된 분교에 새로 조성한 해금강테마박물관으로 가 보자. 이곳 1~2층에는 5만여 점의 전시물이 자리 잡고 있는데 영화세트장 모형으로 50~70년대로 다시 돌아 가 어릴 적 기억을 그대로 되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냥 스쳐 지나치지 말고 자세히 감상하며 기억을 되살려 보라. 이발소, 연탄가게, 만화방, 꽃다방, 쌀집, 왕대포집, 레코드점, 전파상, 인쇄소, 박정희 대통령 사진을 포함한 수많은 사진, 그리고 장작불을 피우는 난로가 있는 교실에서 한쪽은 선생님 다른 한쪽은 학생이 되어 추억의 교정과 수업시간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수업을 마치고 2층 복도로 오르는 계단에서는 설치주의 작가 권기주님의 재생과 생성을 주제로 한 작품을 볼 수 있다. 2층에는 박물관의 또 하나의 자랑인 유럽중세시대의 범선들이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이태리 베네치아 가면 무라노 그라스, 프랑스 도자기 인형, 파이앙스 도자기, 밀랍 인형, 깐느 영화제 포스터, 그리고 세계 작가들의 명화를 감상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수 만 여점의 전시물을 관람하고 피로해진 눈과 머리를 잠시 식혀 줄 휴게공간에서 신선이 내려와 비경에 감탄했다는 신선대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바라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면서 창문 사이로 펼쳐지는 해금강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어 보자. 또 지난 추석에 개봉한 김민종, 김유미가 주연한 영화 <종려나무 숲>으로 유명한 해금강전망대에서 영화의 주인공이 돼 보라.

▲ 옛 시절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박물관 내부

다시 차를 돌려 여차마을 바닷가에 내려 수 억 만년 동안 파도에 씻긴 작은 자갈밭을 거닐며 파도와 노래하라. 노래 소리는 파도소리를 타고 그대의 사랑하는 이에게 전달 될 것이다.

청정해역에서 채취한 돌미역은 여차마을의 자랑이다. 한 단 사서 집에 돌아 가 끓여 먹으면 거제도 특유의 바닷내음 그대로를 맛 볼 것이다. 여차마을은 한국관광공사에서 올 여름 '여름특집 - 해변으로 가요' 타이틀에 선정된 국내 10대 해수욕장에 포함될 정도로 이름이 나 있다.

여차마을에서 홍포마을로 돌아가는 길은 비포장도로이나 차량 통행에는 지장이 없다. 홍포마을 가는 중간 중간 차를 세워 태평양으로 뻗어져 있는 섬들을 바라보면 탄성이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배경 좋은 곳에서 연인과 사진을 찍어 거제도의 자연을 영원히 간직하는 것도 추억을 잘 간직하는 방법. 차를 천천히 몰아 홍포마을에 도착, 그 동안의 드라이브에 지친 심신을 잠시 쉬게 하자.

마을에 있는 넓은 주차장 바로 옆 구멍가게에서 파는 오뎅과 멸치로 끓인 국물 맛을 보면서 앞으로 펼쳐진 장사도, 매물도, 비진도 등 한려해상의 섬들을 감상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시간적 여유가 충만하다면 마을 바로 뒤에 있는 망산을 등반하면 더 높은 곳에서 한려해상의 아름다움에 흠뻑 젖어 들 것이다. 한 시간 반이면 충분하다.

▲ 여름철 피서객들로 가득 찬 여차해변(좌) 쪽빛으로 채색한 하늘과 바다, 홍포마을에서 바라 본 병대도(우).

거제도에는 남해안 청정해역에서 잡아 올린 자연산 회를 맛 볼 수 있는 횟집이 섬을 돌아가며 도로변 곳곳에 산재해 있어 어느 마을을 가더라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잠자리는 멋진 풍광을 감상하며 밤바다의 고요함을 느끼고 싶다면 해변에 위치한 펜션을 이용하고, 시내의 밤거리를 구경할 것이라면 고현, 옥포, 장승포 지역 호텔이나 여관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이제 차를 타고 거제대교를 향하는 길이다. 남부면 명사해수욕장을 거쳐 동부면, 거제면, 둔덕면을 도는 지방도 1018호선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바다위에 떠 있는 양식장 부표가 한 점의 가을바다 그림으로 연상 될 것이다. 거제대교를 건너면 나의 안식처. 거제도에서 느꼈던 기분을 추억으로 기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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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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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jongamk.tistory.com BlogIcon 핑구야 날자 2017.06.16 07: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해외의 유명한 해변의 풍경보다 더 아름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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