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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출근길 할머니와 나눈 씁쓸한 대화 한 토막

출근길 할머니와 나눈 씁슬한 대화 한 토막


오늘(24일), 아침 출근 길 집 앞.
처음 보는 할머니가 저를 불러 세우는군요.
뭔 일인가 싶어 놀랍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할머니가 하는 말은 뜻밖이었습니다.

"저기 아래 무밭에 어제 저녁에 어떤 인간이 무를 훔쳐갔어."
"예~. 얼마나요?"
"일곱 갠가, 여덟 갠가..."
"그런 일이 있었네요. 일년 농사를 지은 건데 그걸 훔쳐가다니 몹쓸 사람이네요."

별로 위로가 되지 않을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출근길을 재촉했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는 아파트 단지 사이로 국유지인 공터가 제법 넓게 있습니다.
주민들은 1년 치 임대료를 내고 아기자기하게 작물을 가꾸고 있습니다.
취미생활도 할 겸, 적으나마 농작물을 직접 자신의 손으로 해 먹는 보람 때문이지요.
그런데, 일년 농사를 하루아침에 슬쩍 하다니 참으로 괘씸하게 짝이 없습니다.
훔쳐가다 걸리면 절도죄로 처벌 받을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며느리와 함께 고구마 캐는 것을 보니, 그래도 고구마는 훔쳐가지 않았나 봅니다.
이제 일주일 남짓하면 이 가을도 끝이 납니다.
가을향기가 얼마 남지 않은 듯, 작은 밭 언덕엔 들국화가 활짝 펴 가는 가을을 붙잡고 있습니다.

할머니와 씁슬한 짧은 대화를 나눈 출근길이었습니다.


출근길 할머니와 나눈 씁슬한 대화 한 토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