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대가 한 포기 풀일지라도
밟지 않고 사뿐히 비켜
지나가겠습니다
그대가 한 송이 장미라면
가까이 다가가
깊은 향기로움에
오래도록 입맞춤 하겠습니다
그대가 한 그루 대나무라면
매서우리만치 비바람 치는 날
가슴으로 안으며
밤을 지새우겠습니다
그대가 한 뿌리 백합이라면
순결이 피어나도록
겨우내 차가운 땅을
하얀 손수건으로
감싸 안겠습니다
그대가 한 톨의 씨앗이라면
뜨거운 내 심장에
새 생명이 싹트도록
따뜻한 숨결을
불어 넣겠습니다
그대가 진주목걸이라면
노오란 꽃잎이 시드는 이른 저녁
그대 앞에 쭈그리고 앉아
정열 넘치는 눈물을
떨구고 있을 것입니다
건너지 못할 강이 없음에
거친 파도를 헤쳐
피안에 이르는 고통의 길
그대가
곧 나인 것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죽풍>
[죽풍의 시] 그대/ 다육 진주목걸이 꽃말, 정열(情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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